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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부 이상한 지니가 나타났다/ 9 2부 열일곱의 사랑이 비극이라니 /47 3부 행복과 불행의 상관관계 /101 4부 인류의 평화를 위한 여정 /145 5부 지니, 너 없는 동안 /179 에필로그 /204 작가의 말 /2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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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프를 닦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하고 무시무시하게 생긴 지니가 나타났다. “주인님, 뭘 원하십니까? 명령만 하십시오. 뭐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 p.7 떠나기 싫은데 떠나야 하는 사람과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 없는 사람 중에 누가 더 불행할까. 동안은 자신이 저울질하는 것들이 행복이 아니라 불행에 관한 것이라는 사실에 힘이 빠졌다. --- p.19 동안의 눈에 낡고 조그마한 주전자가 보였다. 이번에 마주공이 장만해 온 주전자였다. 주둥이가 어설프게 기다랗고 휜, 달걀같이 작고 동그만 뚜껑에 고깔이 씌워진, 몸통이 절구통처럼 패여 물 한 컵도 안 들어갈 것 같은, 쓸모라곤 전혀 없어 보이는 주전자였다. --- p.31 지니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인간은 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구나. 그저 돈, 명예, 돈, 명예. 미안하지만 나는 말이야. 불행만 들어줄 수 있어. 너 아닌 타인이 불행해지는 소원 말이야. 그게 누구든. 그게 뭐든. 불행만. 딱 다섯 번이야.” --- p.47 행복도 불행도 경쟁이다. 돈이든 마음이든 일단 갖는 놈이 임자다. 따지고 보면 자본주의의 경쟁은 물질에 국한되지 않는다. 자본주의고 민주주의고 결국에는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과 기피하는 불행 간의 싸움이다. --- p.51 “세상에는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매일 일어나. 이해하기 힘든 신비한 일들이 벌어지면 그걸 과학적으로 밝히려고 애쓰는데, 사실 우주가 인간의 영역만은 아니지.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일에도 한계가 있다는 말이야” --- p.82 불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른 사람의 불행을 원할 수는 있다. 누군가를 불행하게 만드는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희망을 줘서도 안 된다. 다른 사람의 불행으로 인해 자신이 행복해지는 것이야말로 진짜 불행한 일이라는 걸 동안은 알게 되었다. --- p.134 동안은 자신을 위한 소원도 빌어봤고, 세계의 안녕을 위한 소원도 빌어봤는데, 친구를 위한 소원은 못 빌었다는 게 끝내 개운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위해 빌어야 하는 소원이 다른 사람의 불행을 전제한다면, 그런 식으로 행복이 왔다는 걸 사랑하는 사람이 알게 된다면, 그땐 가장 큰 걸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안은 그게 두려웠다. --- p.144 마지막 소원을 빌면서 동안은 내내 이런 생각을 했었다. 동안은 이별하고 싶었다. 지니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만약에 바다에 던져서 정말 제물이 된다면, 일상이 바로 잡힐지도 모른다는 기대 같은 것도 들었다. --- p.169 행복과 불행의 상관관계에 대해, 사랑과 우정의 간극에 대해, 부모와 자식 간의 선에 대해, 어쩔 수 없이 보내야 하는 것들에 대해. 중요한 건, 대학이나 성적에 관한 생각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것. 동안은 지니가 자신에게 찾아온 이유를 생각하는 중이었다. --- p.176 무엇보다 타인의 불행도 기꺼이 욕망하는 인간의 잔인함을 자신에게서 보았다. 그런 욕망의 유혹을 떨치기 위해 가져야 하는 마음이 경각심이라는 건데, 그 마음을 갖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 p.183 지금 말해야 할 것 같았다. 해야 할 말을 너무 오래 끌면 식은 밥처럼 눌어붙는 단어들이 생기는 법이다. 전달하려는 말의 변질을 최대한 줄이려면 벌어진 시간 또한 최대한 줄여야 한다. --- p.197 오대양 어디쯤 버려진 섬이 있다. 잔잔한 수면 위로 작은 주전자가 둥실 떠다니고 있다. 크기만큼 가벼워 보이는 주전자는 찬란한 태양 아래에서도 반짝이지 않는다. 사슬이 끊겨 길 잃은 부표처럼 정처 없이 떠다니던 그것은 버려진 작은 섬 근방에 도착한다. --- p.2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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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다소 엉뚱하고 재기발랄한 판타지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성장 소설로서 물질문명 속에 살아가는 청소년과 어른들에게 행복과 불행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 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주고 있으며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읽을수록 재미있다.
작가의 말 등단한 지 오 년, 어쩌다 보니 줄곧 폭력에 관한 소설만 써왔다. 내가 과연 세상의 모든 폭력을 다 쓸 수 있을까 싶을 만큼 그 종류는 다양했다. 폭력을 주제로 소설을 쓰면서 마음이 자주 무너졌다. 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밝은 이야기를 써 볼까, 고민하던 와중에 문득 지니가 소환되었다. 지니를 붙잡아놓고 캐릭터를 만드는 내내 떠오르는 노래가 있었다. 90년대, 가수 하이디가 부른 ‘진이’라는 곡이었다. 주인공의 이름이 ‘동안’이 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 소설을 완성하기 전, 줄거리만 듣고도 많은 사람이 재미있겠다고 말했다. 나는 그 ‘재미’라는 단어에 집중했다. 소설의 위기라는 현실에서 내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많이 고민했다. 신선한 소재와 뚜렷한 주제, 안정된 문장은 언제나 중요하다. 문제는 그것에 얽매여 재미를 잃으면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히지 않을 소설이라면 쓰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많이 읽히리란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내 목표는 이랬다. 평생 소설책 한 권도 완독한 적 없는 사람이 완독할만한 소설을 써 보자. 재미있고 쉽게 읽히며 여운도 있게. 성공할지는 모르겠다. 실패해도 상관없다는 빈말은 못 하겠다. 한 가지 고백할 것은 이 소설을 쓰면서 반성을 많이 했다는 점이다. 그것만으로도 꽤 괜찮은 소득이었다. 우리는 행복과 불행 중 행복을 소유하고 싶어 하지만 그리 만만치 않다. 행복을 한 줌이라도 얻었다면, 그 과정이 정당하고 정의로웠는지 소설이 물었다. 나는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의 행복을 질투하거나 빼앗고 싶을 때도 있었고, 누군가의 불행을 바라는 무서운 마음을 품은 적도 있었다. 누구나 어느 시절에 한 번쯤 그런 마음을 가져보지 않았을까. 학창 시절에는 성적이나 우정 때문에, 어른이 되어서는 그보다 훨씬 다양한 이유로. 나는 이 소설을 어른들이 읽어주기를 바란다. 독자가 기억할 만한 문장 떠나기 싫은데 떠나야 하는 사람과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 없는 사람 중에 누가 더 불행할까? 누군가를 불행하게 만드는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희망을 줘서도 안 된다. 다른 사람의 불행으로 인해 자신이 행복해지는 것이야말로 진짜 불행한 일이다. 타인의 불행도 기꺼이 욕망하는 인간의 잔인함을 인간에게서 본다. 지금 말해야 할 것 같았다. 해야 할 말을 너무 오래 끌면 식은 밥처럼 눌어붙는 단어들이 생기는 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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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작가의 소설 『지니, 너 없는 동안 』을 읽으면서 내가 느낀 건 안정된 문장과 놀라운 상상력이었다. 소설은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아무나 소설가로 살 수는 없다 글쓰기의 끈기도 있어야 하고, 우선 탁월한 이야기꾼이 먼저 돼야 한다. 이은정은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다. 이번 소설은 알라딘의 요정 지니와 소년 동안을 통해 인간 행복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가를 설득력 있게 풀어내고 있다. 이야기가 지루할 틈이 없다. 크고 작은 반전에 공을 들인 모양새가 다부지다. 청소년부터 어른까지 모든 세대를 아울러 공감을 얻기에 충분한 소설이다. - 김진명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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