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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집에 태어났을까 6
갈수록 태산 19 좀 꺼져 줄래? 31 아빠 그리고 우리 43 언제까지 숨어 있을 거야? 56 나아질 수 있을까, 우리 68 언젠가 일어날 일 82 날아가도 괜찮아 95 길을 잃어도 좋아 108 이선우 탐구 영역 120 크리스마스 콘서트 133 존버, 내 인생 146 에필로그 159 작가의 말 161 |
오채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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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씨이발….”
오랜만에 들어 보는 어눌하지만 강렬한 언니의 욕. 언니는 연습실을 나올 때부터 어딘지 불안해 보였다. 나도 모르게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언니와 거리를 두었다. 오만 원의 대가가 이렇게 클 줄 몰랐다. 자폐스펙트럼이 있는 언니는 요즘 불안 증세를 보인 일이 없었다. 그래서 아빠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인 건데. 아빠한테 전화를 걸었다. 아빠는 오디션을 받고 있는지 핸드폰 전원이 꺼져 있었다. --- p.6 장애가 죄도 아닌데 엄마 아빠는 늘 움츠러들어 살고 있다. 언니가 돌발 상황을 일으킬 때마다 엄마 아빠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해를 구해야 했다. 언니를 전염병 환자 취급하거나 범죄자 취급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생겼다. 힘이 센 사람이 돼서 그런 사람들을 모조리 무찌르고 싶었다. 그런데 오늘 나는 그들과 다를 바 없었다. 아니 그들보다 더한 행동을 했다. 언니가 부끄러워서 혼자 도망쳤으니까. --- p.26 하고 싶은 건 없지만 인생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중간 이상의 성적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건 순전히 독립을 위해서다. 은옥 할머니 가족이 사는 프랑스로 독립하려면 공부를 아주 잘해야 한다는 걸 안다. 그래서 나는 프랑스에 쉽게 못 갈 거란 것도 안다. 날마다 학원 가방을 챙기면서 다짐한다. ‘나는 지금 독립을 향해 가고 있다. 독립이 머지않았다.’ --- pp.53~54 ‘언제까지 숨어 있을 거야?’ 왜 그 말이 떠올랐을까. 정말 이상한 일이다. 두 번밖에 본 적 없는 아이가 순간순간 떠오른다. 그 아이의 마음을 엿보지 않았어야 했다. 나도 모르게 자꾸 생각하게 되는, 이 이상한 기분을 빨리 떨치고 싶었다. --- pp.66~67 “야, 그만 좀 징징대! 이게 다 이선희 너 때문이잖아!” 놀란 언니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빙빙 돌기 시작했다. 꼭 무기처럼, 자기가 필요할 때만 저 소리를 내는 언니가 미치도록 싫었다. 아빠는 언니를 붙잡고 달래기 바빴다. “아, 지겨워! 저거 일부러 저러는 거 아니야?” --- p.106 너 지갑도 안 갖고 나갔다며. 돈 필요할 것 같아서. 그리고 나 지금 무작정 나왔어. 너 찾으려고. 네가 원하지 않으면 절대 이모랑 아저씨한테 말 안 할 거야. 어디야. 내가 가고 있어. 어딘지 모르지만 가고 있어. --- p.111 문득 궁금해졌다. 우리는 어떻게 나아질지. 아니 우리가 나아질 수 있을 것인지. 아니 우리 말고 나는 나아질 수 있는지. 나아진다는 것은 어떤 뜻인지.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 잠바 안주머니에 구겨 넣은 온유의 선물이 생각났다. 최악의 생일 선물인데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나를 탐구하면 과연 내가 나아질 수 있을까. --- p.1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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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집에서 멀어지기(열다섯의 방황, 집에서 멀어지기 / 장애인 가족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하여)
선우에게는 자폐스펙트럼이 있는 언니가 있다. 어렸을 때는 동네 아이들이 언니를 놀리면 언니 대신 주먹을 쥐고 화도 내면서 언니를 지켰다. 하지만 점점 언니가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어딜 가든 눈에 띄고,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언제나 전전긍긍해야 하는 현실이 짜증 난다. 태권도장을 하는 엄마와 가수가 되고 싶은 꿈을 접은 채 집안일을 하며 언니를 돌보는 아빠도 못마땅하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선우의 유일한 꿈은 ‘독립’이다. 날마다 학원 가방을 싸면서 “독립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주문처럼 되뇐다. 어릴 때는 미처 다 알지 못했던 가족의 존재감. 내가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들. 선우뿐일까? 이 책은 장애인 가족의 이야기이지만 더 넓게는 평범한 우리네 가족 이야기이기도 하다.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있어서 살 수도 있지만 열다섯 인생에게는 걸림돌일 수도 있다. 간섭하고 자꾸만 붙잡아 두려는 가족, 그래서 벗어나고 싶고 멀리 떠나고 싶은 꿈을 꾼다. 소설 속 선우처럼. 이 이야기는 “모든 게 구질구질하고 귀찮았다. 나는 왜 이런 집에 태어났을까.”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선우는 뜻밖의 사건으로 가출을 하고 만다. 독립이 아니라 가출! 추운 겨울 외투도 걸치지 않고 집을 나온 선우는 갈 곳이 없다. 그 순간 친구 혜주가 보낸 문자 한 통. “어디야. 내가 가고 있어. 어딘지 모르지만 가고 있어.” 선우는 혜주가 그렇게 가까이 있는 줄 미처 몰랐다. 무엇이든 야무지고 착한 혜주한테서 질투를 느끼기도 했는데, 혜주가 손을 내밀어 주었다. 늘 혼자서 하루하루 ‘존버 중’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선우는 혼자가 아니었다. 혜주 말고도 또 한 명의 친구 수호가 있었고, 언제 가도 맛있는 떡볶이를 해 주는 동네 친구 은옥할머니도 있었다. 그리고 낯선 친구 온유. 온유에게도 장애인 형이 있다. 온유는 ‘나도 네 마음 알아’ 하며 자꾸만 손을 내민다. 온유가 보낸 생일 선물 ‘이선우 탐구 영역’ 노트까지. 자꾸 숨고 달아나려고만 했던 선우한테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꿈을(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 선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의 한 축에는 선우 아빠가 있다. 가수가 꿈이었지만 몇 번 사기를 당하고 큰아이 선희가 자폐스펙트럼이란 걸 안 뒤에는 엄마 대신 집안일을 하며 선우와 선희를 돌보고 있다.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엄마는 ‘김 관장’이지만 아빠는 그냥 ‘선희 아빠’일 뿐이었다. 그러던 아빠가 느닷없이 방송국 가수 오디션에 참가하게 된다. 노래 앞에서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아빠의 도전이 선우는 낯설다. 그리고 아빠의 가수 도전으로 크고 작은 사건이 터지는 게 불편하기만 하다. 다 큰 어른인데도 꿈이 있는 아빠, 춤을 추는 혜주와 야구 선수가 꿈인 수호를 바라보며 선우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시작한다. 늘 꼭꼭 숨으려고만 하다 진짜 자기 마음도 모른 채 살고 있는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자신의 감정과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곁에 있는 식구와 친구도 다시 바라보게 된다. 그러면서 선우는 세상에 새롭게 닻을 내린다. 어디든 멀리 떠나려고만 했던 선우가 어떤 사건을 겪으면서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 그 길을 함께 따라가는 여정이 이 소설을 읽는 재미고 감동이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선우를 응원하게 되고, 그 응원이 내게 하는 말이 되기도 한다. 가족들과 갈등 때문에 괴롭고, 친구 때문에 외로운 청소년들이 읽는다면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빚어내는 이야기가 조금은 덜 외롭고, 따스한 마음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그리고 교실에서 학생들과 장애와 차별, 갈등과 관계,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이 책이 좋은 마중물이 되어 줄 것이다. 작가의 말 발달장애가 있는 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기다리는 것이라는 걸 시간이 지나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쓰는 시간은 기다림에 익숙해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선희의 세계를 공감하기까지, 흔들리고 가라앉는 선우의 마음에 다가가기까지…. 어느새 선우네 가족이 내 마음 깊이 들어왔다. 선우네 가족이 조금 더 편안하게 외식도 하고 마트도 갔으면 좋겠다. 선희를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은 따뜻함으로, 놀란 시선은 이해로 바뀌어 갔으면 좋겠다. 그렇게, 조금씩 변해 갔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