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깊은 경험으로의 여정 4
01 거닐고 머무름 ‘최초의 집’과 ‘동굴 놀이’ 12 나만의 공간 만들기 16 보이지 않는 벽 19 어느 철학자의 유언 23 삶을 담은 그림 28 경험의 지층 37 걷기와 머물기의 즐거움 41 몸과 마음이 함께 오르내리다 48 모이는 공간, 흩어지는 공간 55 ‘공간의 안무’ 62 네 단계의 거리 68 건축, 미술, 자연 속에서 산책하기 73 02 빛과 감각 안개 82 우리는 무엇을 보는가 88 빛이 만드는 인식의 틀 93 렘브란트, 페르메이르, 호퍼 100 어떤 빛이 좋은 빛인가 108 한 줄기 작은 빛이라도 114 여행은 우리를 해체한다 121 후각 미로, 후각 기억 125 공간의 울림, 소리 133 몸과 사물과 공간의 만남, 촉감 140 깊은 감각은 기억이 되어 144 지금 여기, 사라진 월든 149 03 기억과 시간 장소의 추억 156 무의식과 기억 161 삶이 모여 장소가 되다 167 템스강에 스며든 오래된 발전소 172 매일 새로 태어나는 집 180 우리는 무엇을 그리워하는가 186 변화하고 흐르는 193 특별한 순간을 포착하다 197 공간의 템포 202 오래된 공간 되살리기 210 서로를 놓아줄 때 218 사람과 공간, 하나의 숨결 226 주 233 |
Jong-Jin Kim
김종진의 다른 상품
누군가의 집을 방문할 때는 그 사람의 공간만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삶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 p.5, 「깊은 경험으로의 여정」중에서 ‘자신만을 위한 감싸 안는 공간’. 바로 이 공간은 우리 삶 속에서의 공간 경험을 이야기할 때 가장 근본적인 출발점이 된다. 여기에는 우리가 느끼고 체험하는 공간의 다양한 특성이 깊이 배어 있다. --- p.15, 「‘최초의 집’과 ‘동굴 놀이’」중에서 하이데거는 삶이 평안하게 머무르면서 자신만의 본질을 찾을 때 비로소 진정한 거주가 시작된다고 보았다. 이때 진정한 거주는 순간순간의 경험으로 만들어진다. --- p.25, 「어느 철학자의 유언」중에서 우리는 그저 감각을 받아들이는 기계가 아니다. 공간은 깊은 경험을 유도하는, 그래서 개개인이 스스로의 심연에 다가갈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건축과 공간이 깊이 있는 경험을 더 많이 제공할 때 삶도 풍부해진다. --- p.39, 「경험의 지층」중에서 덴마크 사람들이 가장 사랑한다는 루이지애나 미술관은 이렇게 소박하게 사람을 맞이한다. 건축·미술·자연이 조화를 이루고, 장소를 경험하는 맛이 탁월하다고 평가받는 곳이다. 예전에는 누군가의 집이었을 입구 홀을 지나면 푸른 숲이 펼쳐진다. --- p.73, 「건축, 미술, 자연 속에서 산책하기」중에서 우리는 현상을 언어와 개념으로 규정하려 하지만 실제는 그것을 넘어선 더 높은 차원이다. 우리는 살아가는 실제이지만 언어와 개념의 틀에 갇혀 있다. 깊은 공간 경험은 이런 한계를 드러내고 실제에 접속하게 한다. --- p.92, 「우리는 무엇을 보는가」중에서 호퍼의 그림 속 사람과 공간은 어딘가에 뿌리내리지 못한다. 그는 근대 도시를 살아가는 소시민의 고독과 소외를 이런 방식으로 표현했다. 페르메이르의 빛이 사람과 공간을 함께 감싸는 반면, 호퍼의 빛은 사람과 공간을 분리하며 심리적인 괴리감을 준다. --- p.106, 「렘브란트, 페르메이르, 호퍼」중에서 빛의 양은 빛의 질을 보장하지 않는다.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 한 줄기의 빛일지도 모른다. --- p.120, 「한 줄기 작은 빛이라도」중에서 독특한 느낌이 들었다. 호수를 바라보다 갑자기 내가 사라진 듯한 기분. 내가 눈앞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풍경, 들리는 소리, 맡아지는 냄새, 만져지는 감촉이 전부인 느낌. 나와 세상 사이 경계가 사라지고 순수한 감각만이 남았다. --- p.151~152, 「지금 여기, 사라진 월든」중에서 장소가 만드는 기억은 과거와 현재를 중첩시키며 가치를 낳는다. 그 안에서 우리는 정체성과 지속성을 체험한다. 지속가능성은 물리적인 문제만이 아니다.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차원을 아우른다. --- p.160, 「장소의 추억」중에서 ‘밀랍의 문명’은 생활이 지배하는 세계다. 매일매일 헝겊에 밀랍을 묻혀 정성껏 닦고 손질하는 내부의 문명이다. 이렇게 집은 매일 새로 태어난다. --- p.182, 「매일 새로 태어나는 집」중에서 역설적이게도 지붕의 부재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한층 더한다. 원래대로라면 어둑한 중세 성당 안이었겠지만 지금은 구름이 지나가고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린다. 안이 밖이 되고 밖이 안이 되었다. --- p.188, 「우리는 무엇을 그리워하는가」중에서 삶과 시간이 퇴적된 공간에는 고유한 아우라가 있다. 이 범상치 않은 아우라는 쉽게 얻을 수 없다. 세월의 켜, 삶의 켜가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다. --- p.210, 「오래된 공간 되살리기」중에서 사람과 공간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세월이 흐르며 이 조화에는 변화가 오기 마련이다. 오랫동안 함께한 시간이 먹먹함을 자아낸다. --- p.226, 「사람과 공간, 하나의 숨결」중에서 |
‘공간은 어떠한 경험을 만들 수 있는가’
내면의 울림과 감응을 주는 모든 ‘공간’에 대한 소박한 단상 사람과 긴 세월 조화롭게 함께하는 공간은 아름답다. 넓은 대지에 지은 멋진 건물에 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오밀조밀한 공동주택의 지극히 평범한 일상공간에도 해당한다. 오히려 소박한 일상 세계가 우리 삶에는 더 중요하다. 아무리 허름하고 남루할지라도 노곤한 몸을 이끌고 들어와 앉고 눕고 쉴 수 있는 자신만의 아늑한 은신처는 얼마나 소중한가. 세상 모든 장소와 공간에는 그곳만의 맛과 향기와 모양과 소리와 감촉이 있다. 이를 풍부하게 감각하는 일은 우리 존재의 층위를 깊게 만든다. 감각은 표면적인 자극을 뜻하지 않는다. 마음으로 들어가 기억과 감정을 건드리는 감각은 부질없이 명멸하는 이미지와 말초 자극과 다르다.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의 체험이 우리를 내면의 오솔길로 이끈다. 건축과 공간이 깊이 있는 경험을 더 많이 제공할 때 우리의 삶도 풍부해진다. 겉모습만 화려한 건축, 끝없이 소비만 부추기는 공간은 이러한 경험을 보장하지 못한다. ‘공간이 어떠한 경험을 만들 수 있는가’는 건축의 크기와 형식을 초월한다. 그것은 외형이 아닌 공간의 질적 특성에 의해 좌우된다. 평범한 건물, 일상 공간에서도 깊이 있는 경험은 가능하다. 무엇보다 공간과 사람의 교감이 중요하다. 공간은 어떠한 현상 체험을 유도해야 한다. 의도된 설계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빛과 음영의 변화와 같이 자연 현상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사람은 이를 포착하고 내면의 울림으로 감응한다. - 서문 ‘깊은 공간으로의 여정’, 본문 ’경험의 지층’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