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동화가 된 천재 작가 엠마누엘레 베르토시
그림책 [누구세요?]는 엠마누엘레 베르토시가 얼마나 개구쟁이이며 얼마나 천재적인 작가인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우선 제가 베르토시를 개구쟁이라고 부르는 까닭은 어린 아이 같은 호기심과 유희 본능으로 이 작품을 만드는 베르토시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가 베르토시를 천재라고 부르는 까닭은 어린 아이처럼 즐겁게 창작한 결과들을 모아서 이렇게 놀라운 그림책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누구세요?]가 만들어진 과정을 상상해 봅니다. 베르토시는 이탈리아 북부 프리울리 지방 우디네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베르토시는 길에서, 산에서, 그리고 쓰레기장에서 버려진 삽, 펜치, 톱, 망치, 못, 나사, 그물, 흙받이, 자물쇠, 양동이, 파이프, 손톱깎이, 돌 등을 줍습니다. 그리고 주워온 고물들을 보니 어린 시절에 읽은 동화 속 주인공들이 떠오릅니다. 베르토시는 동화 속 주인공들을 하나씩 만들기 시작합니다. 물고기, 해적선, 새, 증기선, 풍차, 돈키호테, 산초, 나무, 늑대, 양, 로봇이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동화 속 주인공들을 만들고 보니 새로운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베르토시는 주인공들의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고 대사를 써서 새로운 동화책 [누구세요?]를 만들게 됩니다.
저는 제 친구 베르토시가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베르토시가 개구쟁이라서가 아닙니다. 베르토시가 천재 작가여서가 아닙니다. 제친구 베르토시가 자랑스러운 이유는 어른이 된 그의 마음속에 여전히 어린이의 마음이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베르토시가 여전히 동심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가 바로 이 작품 [누구세요?]에 있습니다.
어린 시절 베르토시는 분명 이솝 우화와 안데르센의 동화를 들었으며, 자라면서 [보물섬]과 [돈키호테] 같은 책을 읽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동화들을 잊지 않았던 베르토시는 여러 고물을 모으면서 동화 속 주인공들을 작품으로 만들었고 마침내 새로운 동화를 완성했습니다. 그림책 [누구세요?]를 만든 과정은 바로 동심을 잊지 않고 살아온 동화작가가 스스로 하나의 동화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림책 [누구세요?]는 어린이의 마음이 어떻게 상상의 나래를 펴는지를 보여줍니다. 동화 속 이야기가 어떻게 인간의 창의성에 작용하는지를 보여줍니다. 한 어린이가 어떻게 한 사람의 예술가로 성장하는지를 보여줍니다. 호기심과 놀이와 발명과 예술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를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동심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일깨워 줍니다.
어린이들에게 그림책 [누구세요?]는 무한한 상상력과 즐거움을 줄 것입니다. 어떤 어린이들은 스스로 새로운 장난감을 만들어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어쩌면 예술이 장난감이 없던 시절의 장난감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지도 모릅니다.
어른들에게 그림책 [누구세요?]는 동심을 되찾아주는 작품입니다. 그림책 [누구세요?]는 어른들에게 잃어버린 줄만 알았던 동화 속 주인공들을 다시 떠올리게 할 것입니다. 어른들은 곧 호기심이 발동하고 상상력이 넘치며 창의력을 발휘하게 될 겁니다. 그렇게 어른들이 동심을 되찾게 되면 이 세상은 정말 멋지고 재미있고 아름다운 곳이 될 겁니다. 동심이야말로 인간이 지닌 가장 위대한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이루리 (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