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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 ‘세계의 종말’을 기다리던 장소에서
1부 2021년 봄의 군사적 위기 ― 【2021년 1월~5월】 1. 바이든 정권 수립 후 미국-러시아 관계 2. 젤렌스키 정권과의 관계 2부 개전 전야 ― 【2021년 9월~2022년 2월 21일】 1. 끝, 그리고 계속 2. 푸틴의 야망 3. 침공 준비의 완성 4. 푸틴의 롤러코스터 3부 특별군사작전 ― 【2022년 2월 24일~7월】 1. 실패한 단기 결전 계획 2. 우크라이나의 저항 3. 철수와 정전 4. 동부 공방전 4부 전환기를 맞은 제2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 【2022년 8월】 1. 균열이 난 러시아의 전쟁 지도력 2. 우크라이나의 반격 3. 동원을 둘러싸고 4. 핵 사용 가능성 5부 이 전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1. 새로운 전쟁? 2. 러시아 군사이론으로 본 이번 전쟁 3. 푸틴의 주장을 검증한다 마치며―‘오래된 전쟁’으로서의 제2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후기 ― 조그마한 이름을 위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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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가 코미디언 출신이라면 푸틴은 KGB(소련국가보안위원회) 스파이 출신이다. 전자가 ‘양(陽)’의 힘을 구사해서 대통령까지 되었다면 후자는 협박과 암살도 마다하지 않는 ‘음(陰)’의 힘의 달인이다. 지금 시점에서 5년이나 지속되어온 동부 돈바스 지역 분쟁은 양극에 있는 두 지도자의 손에 맡겨져 있다.
--- p.40, 「1부 2021년 봄의 군사적 위기, 코미디언 vs 스파이」 중에서 2021년 7월 12일에 공표된 푸틴의 논문에 주목하는 경우가 많다. 약 8000 단어에 이르는 이 긴 논문은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의 역사적 일체성에 대하여」라는 제목 그대로 대부분이 역사관에 대한 것이다. 논문의 핵심 주장 역시 제목대로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그리고 벨라루스인)은 9세기에 발흥한 고대 루스를 계승하는 민족이며 서로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다. --- p.61, 「2부 개전 전야,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의 역사적 일체성에 대하여」 중에서 우크라이나의 드미트로 쿨레바 외무장관이 개전 후에 밝힌 에피소드는 보다 더 적나라하다. ‘매우 영향력이 큰 어느 유럽 국가’에 주재하는 우크라이나 대사가 그 나라 외무장관에게 군사원조를 요청하자 다음과 같은 말을 들었다고 한다. “솔직하게 말해서 길어야 48시간 내에 모든 것이 끝나고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텐데 왜 귀국을 도와야 합니까?” --- p.106, 「3부 특별군사작전, 버티는 우크라이나군」 중에서 서방의 우크라이나 원조를 단념시킨 것은 이제까지 여러 번 언급해온 서방의 공포, 즉 우크라이나 지원을 전쟁 행위로 간주한다는 러시아가 전쟁을 나토 가맹국에까지 확대하거나 핵전쟁을 감행할 가능성이었다. ‘우크라이나가 이길 수 있는 만큼의 지원’과 ‘제3차 세계대전의 회피’라는 두 가지 상반된 요구 사이에서 서방은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 p.148, 「4부 전환기를 맞은 제2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우크라이나가 받을 수 있는 것과 받을 수 없는 것」 중에서 하지만 일단 푸틴이 전시체제를 선언하면 이 ‘불가침협정’이 붕괴되고 공포와 분노가 사회에 퍼질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클라우제비츠가 말하는 전쟁의 ‘삼위일체’ 중 ‘국민’ 요소(전쟁에 대한 열광적 지지)를 잃을지 모른다. 이것이 푸틴으로 하여금 총동원령 발동을 주저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 p.159-160, 「4부 전환기를 맞은 제2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래도 총동원령을 발동할 수 없는 푸틴」 중에서 조금 떨어져서 관찰해보면 전쟁의 전체적인 모습은 별로 바뀌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역 쟁탈전, 기갑 전력에 의한 대규모 돌파, 항공기에 의한 근접 항공 지원과 저지 공격, 병참의 열쇠를 쥔 철도 공격 등은 80년 전의 전쟁을 그대로 재현한 것처럼 보인다. 전장에서 일반 시민에 대한 비인도적 행위, 포로 학대, 전쟁이 초래한 시민 생활 파괴 등도 마찬가지다. 제2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21세기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하이테크 독·소 전쟁이라고도 부를만한 전쟁이므로 근본적인 ‘성질’은 별로 바뀌지 않은 것 같다. --- p.173, 「5부 이 전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테크놀로지가 바꾸는 것과 바꾸지 않는 것」 중에서 ‘자신의 대에서 루스 민족의 통일을 이룬다’는 민족주의적 야망 같은 것이 있다고 상정하지 않고서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둘러싼 푸틴의 행동거지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 p.197, 「5부 이 전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푸틴의 야망설과 그 한계」 중에서 전쟁에 동원되어 다루기도 익숙하지 않은 총을 쥐고 전선에 투입되는 병사들, 집을 잃거나 가족이 죽임을 당해 어찌할 바를 모르는 분쟁 지역 주민들, 더는 눈물도 흘릴 수 없는 수많은 사망자들, 이 전쟁은 이런 사람들을 지금도 계속 만들어 내고 있다. 그들의 이름은 나탈리아이기도 하고 이홀이기도 하며 세르게이이기도 하다. 태어날 때는 블라드미르였던 이름을 볼로디미르로 발음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전사(戰士)로 불리는 사람들, 또는 이름조차 알 수 없고 번호만 매겨져서 매장되는 시신들도 있다. (…) 거듭 말하지만 이 전쟁에는 미시적인 현실이 존재한다. 그 대부분은 비극적인 현실이다. 그러한 이유에서 마지막으로 몇몇 조그마한 이름을 언급하고 싶다. 이루 다 불러줄 수 없는 수많은 조그마한 이름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 p.205, 「후기 조그마한 이름을 위하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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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최대 전쟁, 왜 일어났을까?
2022년 2월 24일에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러시아의 일방적인 우세로 끝날 거라는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전쟁은 장기화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매일같이 전쟁에 대한 새로운 보도가 쏟아져 나온다. 이 전쟁은 규모와 그 영향력 면에서 ‘21세기 최대의 사건’이라고 할만하지만 도대체 왜 이 전쟁이 벌어졌는지, 또 실제 전황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에 대해 시원하게 답해주는 사람은 드물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해부』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러시아 군사·안보의 전문가 중 한 사람인 고이즈미 유가 전쟁이 일어나게 된 과정, 러시아가 초기 장악에 실패한 이유, 개입의 범위를 둘러싼 서방 측의 고민, 이 전쟁이 동아시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자세하게 소개한 책이다. 복잡한 국제정치적 사건의 맥락과 어려운 군사 용어도 매우 친절하게 풀어 설명해주기 때문에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독자도 읽기 쉽고 알기 쉽다. 전쟁의 발단, 푸틴 제1장과 제2장은 이번 전쟁이 일어나기 전 약 일 년간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전쟁에 이르는 과정을 추적한다. 개전 전인 2021년 7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의 역사적 일체성에 대하여」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민족주의적인 야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그는 이 논문에서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그리고 벨라루스인)은 9세기에 발흥한 고대 루스를 계승하는 민족이며 서로 분리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푸틴의 이러한 주장이 어떠한 역사적 근거를 가지며 그것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살펴본다. 푸틴은 이 논문 발표 직후 전쟁 준비에 박차를 가하여 벨라루스를 전진 기지로 삼아 우크라이나 침공 준비를 완료한다. 이제까지 러시아와 동맹 관계를 형성하면서도 러시아군 전투부대의 자국 영토 배치를 단호하게 거부해오던 벨라루스는 어떤 이유로 전진 기지가 되었을까? 저자는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2020년 8월 벨라루스 대통령 선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선거에서 루카셴코가 재선되자 벨라루스 국민들은 이 선거는 부정 선거라며 격렬한 항의 시위를 일으켰다. 정권이 흔들리고 있던 때에 러시아가 개입한다고 위협하면서 겨우 사태를 진정시킨 적이 있다. 이때부터 푸틴이 루카셴코의 생살여탈권을 쥐었기 때문에 러시아가 벨라루스를 공격 거점으로 삼는 것을 거부할 수 없었다는 것. 저자는 이처럼 우리가 TV나 신문에서 단편적으로 전해 듣던 뉴스의 맥락을 하나하나 맞춰가면서 흐릿하게만 알고 있던 사건의 전모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주도권을 쥐어가는 우크라이나, 다음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푸틴 제3장과 제4장은 2022년 2월 24일의 개전부터 7개월간의 전황의 추이를 살펴보면서 전황을 이끈 주된 요인은 무엇이었는지 알아본다. 단기간에 젤렌스키 정권을 붕괴시키고 괴뢰 정권을 수립할 수 있을 거라고 낙관한 러시아의 계획은 생각보다 뛰어난 젤렌스키의 정치적 역량, 강한 우크라이나군, 우크라이나 국민의 철저한 저항 의지 등 예측 밖의 요인에 의해 좌절된다.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가 전쟁 초기에 잘 버티자 원래 예상처럼 우크라이나가 일찍 패배할 것으로 보지 않게 되었다. 이에 따라 서방 국가들의 관심은 자신들과 러시아의 직접 충돌 없이 러시아의 의도를 좌절시킬 수 있는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이 무엇인지 모색하는 쪽으로 옮겨 간다. 참수 작전을 통한 전격 승리(플랜 A)와 대규모 전면 침공(플랜 B)이 연이은 실패로 끝나자 러시아는 한정된 지리적 범위에 집중적으로 침공하는(플랜 C) 전략을 선택한다. 이를 통해 러시아의 작전은 겨우 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군에 대한 불신이 커진 푸틴이 장군들을 잇달아 실각시키자 전쟁의 기류는 묘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제공한 고속 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 ‘하이마스(HIMARS)’를 활용해 러시아의 탄약 저장소 등 핵심 시설 공략에 성공함으로써 주도권을 잡게 되었다. 푸틴은 이제 총동원령, 핵 사용 등의 카드를 만지작거리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 전쟁은 어떤 ‘성질’의 전쟁인가? 제1장~제4장에서는 시계열로 전쟁의 추이를 살펴보았다면 제5장에서는 이 전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에 대해 논의한다. 군사학자로서 저자의 개성은 전쟁을 ‘특징(character)’과 ‘성질(nature)’로 구분해서 살펴보는 데서 나타난다. 이 두 개념은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개념이다. ‘특징’은 전투의 양상, 더 쉽게 말하자면 ‘전쟁터의 풍경’이다. ‘특징’을 만들어내는 건 새로운 무기, 새로운 전술, 새로운 편제 같은 넓은 의미의 테크놀로지다. 제2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무인항공기(UAV)를 대대적으로 활용하는 등 매우 현대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한편 ‘성질’은 그 전쟁의 존재 양상을 말한다. 즉, 사람들이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등 기본적 자세나 인식의 틀에 의해 규정된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기존의 오래된 전쟁들과 ‘성질’ 면에서 어떻게 다를까? 저자는 이 전쟁이 어떠한 점에서 새로우며 어떠한 점에서 새롭지 않은지 서방과 러시아의 군사이론을 폭넓게 오가면서 규명해낸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동북아와 한반도를 생각한다 유럽연합군 부사령관을 지낸 루퍼트 스미스는 그의 저서 『전쟁의 패러다임』에서 “이제 전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우리가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전쟁, 즉 전쟁터에서 교전국 쌍방의 병사가 무기를 들고 싸우는 전쟁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러나 2022년 2월 24일 시작된 제2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런 미래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고전적인 전투 방식으로, 또 대규모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저자는 “이 전쟁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끝나든 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전장의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폭력 투쟁”이라고 말한다. 이는 테크놀로지가 발달하고 비군사적 투쟁 수단을 사용하는 ‘새로운 전쟁’의 시대가 대두했다 하더라도 ‘오래된 전쟁’에 대한 대비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점은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2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후인 2022년 6월, 나토는 「전략 개념」을 12년 만에 개정했다. 개정 내용 중에는 ‘유럽과 대서양 공간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상황 인식이 포함되어 있다. 이제는 사라질 것 같았던 ‘거대한 전쟁(대전쟁)’이라는 현상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대한민국을 둘러싼 동북아시아도 언제든 이 거대한 전쟁의 소용돌이에 말려들 수 있다. 그런 사태가 왔을 때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는 미리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등산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는 한국의 지식인들이 유독 국제정치에 약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뉴스에서 국제정치 얘기만 나오면 채널을 돌리는 일은 이제 그만! 크림반도에서 들리는 총성이 머나먼 남의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 책은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이 전쟁을 더 또렷하게 이해하는 일을 돕는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다음 질문에 도달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첫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나? 둘째,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국제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평화와 안보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그것을 지키려면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깊이 논의할 기회를 주는 더없이 훌륭한 텍스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