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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회 _7
샴푸의 요정 _24 비밀 _47 에르데 _67 풀 _86 스위트 홈 _102 멀티 글래스 _119 서약 _140 알래스카 _160 테스트 _179 코끼리 _189 백업 _213 착오 _230 테러 _244 오렌지 _262 새로운 시대 _284 +1 _310 작가의 말 _337 |
은모든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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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심은 일정표와 실내 배치도를 점검하기 위해 ‘메이드’의 홀로그램 프레임을 띄우고 네온 컬러로 반짝이는 배너를 클릭했다. 혈연의 제약을 벗어던진 애착의 공동체 집합가족의 일원이 되어보세요! 한 시간 남짓이라는 1부 ‘티타임’ 때는 가능한 한 많은 가족과 통성명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거기서 두세 가족으로 후보를 좁힌 후, 2부에는 그들을 더 구체적으로 탐색해보기로 했다.
--- p.10 “테이블은 없어도 모녀가 맞춘 게 하나 있네요? 이렇게 보면 선생님네는 화살표가 핵심 같아요.” “맞아요. 우리 가족은요,” 선민이 앳된 목소리로 강조했다. “일종의 신념 공동체라고 보시면 돼요.” “그렇구나!” 이심이 최선생을 향해 소근거렸다. “혹시 지금 제가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 것처럼 보이신다면 그건 선생님 기분 탓이에요.” --- p.82 이심은 친모녀처럼 옥신각신하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접시에 남은 케이크를 입으로 가져갔다. 언제 다시 먹을 수 있을지 모르는 크림의 감미로운 풍미와 딸기 씨가 톡톡 씹히는 느낌을, 과육의 신선하고 새콤달콤한 맛을 음미했다. 입을 닦으면서는 케이크의 탐스러운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두지 않은 것을 아쉬워했다. 그랬다면 집합가족으로 편입하겠다고 처음 밝혔을 때 가족은 애완동물처럼 고를 수 없는 거라고 역정을 내던 아빠 앞에 흔들어 보일 수 있었을 텐데. 일로니를 돈을 주고 데려와놓고 돌보는 일은 나 몰라라 했던 사람은 잠자코 구경이나 하라고, 나는 이런 가족을 선택할 거라고. --- p.110~111 “타고나는 시대를 고를 수는 없고, 시대의 보편성을 뛰어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러나 엄마도 보편성 안에 갇힌 삶에 균열을 내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 p.117 “그럼요. 우리 모주임은 지원 동기를 대답할 때 긴장해서 목소리가 다 갈라졌었잖아요. 머리는 지금보다 한 삼 센티미터 길었고. B센터 뜻이 뭐냐고는 윤차장한테만 일곱 번을 물어봤고요. 업무 관련해서 내 기억은 틀릴 수가 없어요. 데이터로 저장되고 공유도 되니까. 그러자고 내가 열 시간 들여서 뇌수술까지 받았다는 거 아닙니까.” --- p.243 “이제부터 어떻게 될까?” “모르겠어.” 모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도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같은 방향을 따라 걸으니까 괜찮을 것 같아. 마구잡이로 미는 사람도 없으니까 위험하지 않을 것 같은데.” --- p.3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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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화된 기후 변화와 수차례 닥친 팬데믹으로 인해 경제 위기가 일상화되고, 급격히 낮아진 출생률에 따른 노년 인구의 급증으로 생계 비용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다. 여기에 웬만한 수입으로는 감당이 불가능할 만큼 ‘독신세’ 부담이 가중되자 사람들은 “혈연의 제약을 벗어던진 애착의 공동체”인 ‘집합가족’의 울타리 안으로 모이기 시작한다.
주인공 이심은 의사가 되어 간절히 바라왔던 부모로부터의 독립을 이루었지만, “이 구역의 납세왕” 처지로부터 벗어나고자 집합가족을 찾는 사람들이 모이는 ‘무도회장’에 들어선다. 그곳에서 그는 풍족한 경제력에다 각자의 성격과 역할이 완벽한 조화를 이뤄 정서적인 충만함까지 두루 갖춘 한 가족을 만난다. 자신의 마지막 조각을 찾았다고 확신한 이심은 그들의 일원이 되기 위해 집에 방문하고, 그곳에서 그 가족에게 도사리고 있던 예상치 못한 갈등을 마주한다. “어쩌면 이들은 자신이 함께할 수 있는 최고의 가족에는 미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 틀림없다. 이심은 그렇게 확신했다. 위층에서 다급히 뛰어내려온 소리가 “엄마, 로아가 이상해요!” 하고 외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178쪽) “몇십 년 뒤, 이 소설을 가리켜 예언서라고 부르게 되는 건 아닐까? (…) 이거, 소설인 거지? 현실 아니지? 아직은”이라는 이다혜 작가의 추천사처럼 『한 사람을 더하면』은 오늘날의 세계가 이대로 지속될 때 분명히 가닿을 미래를 서늘하리만치 소상하게 구현해낸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홀로그램을 눈앞에 자유자재로 띄우거나,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찬란한 풍경을 확장 현실로 구현해 냄새와 촉감까지 생생히 느낄 수 있게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딘가에서 생체 데이터의 조작과 재생산마저 가능해져 비밀리에 인간 실험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문도 들려온다. 이 소문을 더욱 증폭시키는 존재는 총리 경규철이다. 인기 없는 아나운서에서 예능 피디와 유튜버, 논객으로 끊임없이 변모하더니 전 국민에게 ‘시민 수당’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으로 총리의 자리까지 오른 인물. 지속 불가능한 시민 수당이 물가만 폭등시켰음에도 특유의 카리스마로 반대자들을 제압하고 독재 체제를 확립해낸 그는 자신의 욕망을 무한한 권력과 영생에 맞춘다. 대기업들과 결탁해 바이오센터 붐을 만들어내더니, ‘테크노 비엔날레’를 개최해 국민과 국가 전체를 장악할 안드로이드의 도입에 나선 것이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다고 느낄 때마다 이심은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이미 너무 많이 일어나버렸다고 악을 쓰며 소리치고 싶었다. 동시에 당장 전 국민이 시청하는 공영 뉴스에 등장하여 악을 쓴다고 하더라도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는 사실에 무력감을 느꼈다. 그러나 나흘이 지난 후, 이심은 그날의 첫 진료를 위해 방문한 노부부의 집에서 아무런 변화가 없으리라는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사태는 점점 더 나빠지고 있었다.(300쪽) 아무래도 희망은 저 멀리서 잡히지 않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하나를 더할 수 있다면 그러나 은모든은 우리에게 보다 나은 미래가 가능하다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다. 집합가족이 될 사람들을 살피는 이심의 망막 이면에는 원가족이 어른거린다. 이심은 옛날만을 되새기며 악화일로의 세태를 한탄하는 엄마가 좀더 빨리 아빠를 떼어냈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투자가 번번이 실패하며 엄마에게 도망도 못 갈 빚을 끼얹었던 아빠. 이심은 아빠와 자신은 다를 거라고 다짐한다. 돈만을 좇으면서 점차 “미움과 원망을 겹겹이 더해갈 사람”이 아니라 소중한 사이라면 응당 그러해야 할 다정과 의무감을 갖춘 가족을 선택할 것이므로. 이제 이심의 앞에도 엄마와 같이 인생의 갈림길이 놓였다. 그는 자신을 위한 선택을 내리게 될까? ‘한 사람을 더하면’이라는 제목은 우리로 하여금 비관만을 허락하는 환경과 조건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가족을 이룰 각각의 한 사람들을, 그리고 올바른 세계를 구축해낼 한 표를 가리킨다. 은모든은 그러한 낙관을 우리에게 전하기 위해 매력 가득한 인물들을 창조해낸다. 점점 나빠져가는 세계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바칠 정도로 강한 신념을 지닌 최선생과 그의 집합가족 딸 선민, 그리고 어설프고 서툰 바텐더지만 그런 실수마저도 자꾸만 바라보고 싶게 하는 사랑스러운 모영과 같은 이들이 소설 안에 살아 숨쉬고 있다. 주저하고 견디는 데 익숙한 소시민 이심은 우리들 그 자체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우리는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고안해내거나 앞에 나서서 군중을 이끌기보단 대세를 따르지 않을 수 없지만, 변화의 들불이 일어날 때 기꺼이 한 사람의 몫을 더할 준비가 된 이심의 모습은 우리가 잊고 있던 것들을 일깨운다. 바로 우리의 DNA에 새겨진, 세상을 바꾼 적 있던 혁명의 기억을. 그리고 그 가능성이 여전히 우리 안에 있다는 사실을. 그러므로 『한 사람을 더하면』은 미래로부터 절체절명의 현재에 당도한 하나의 간절한 당부이기도 하다. 작가의 말 우리의 삶과 제도를 관통하는 어떠한 반복에 관하여 반격의 형태와 방향성에 관하여 그리고 반격 또한 반복되리라 변함없이 믿고자 하는 마음에 관하여 2023년 가을 은모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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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십 년 뒤, 이 소설을 가리켜 예언서라고 부르게 되는 건 아닐까? 『한 사람을 더하면』 속 미래의 한국을 들여다보면 마음이 조여든다. 삶의 모든 순간에 점점 더 많은 비용이 드는 소설 속 미래 사회에서 가족의 의미는 철저히 경제 논리에 종속된다. 이야기가 예상을 벗어나 질주하는 순간에 이르러서는 마지막 장면까지 기분좋게 몰입해 읽었다. 근데 이거, 소설인 거지? 현실 아니지? 아직은. - 이다혜 (작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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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가족을 꿈꿔본 적이 있다. 나와 사랑하는 사람과 친구와 친구의 애인이 한집에서 함께 사는 모습을. 내가 이상하다고 말한 것은 전통적이지 않은 가족의 형태가 아니다. 우리의 친분이 가족이 될 정도로 깊진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가족을 구성하는 일에 뒤따르는 심리적 압박감을 느낄 수 없었기에 마음이 묘하게 편했다. 『한 사람을 더하면』의 배경은 ‘무도회’를 통해 ‘집합가족’을 이룰 수 있는 미래 사회다. 주인공 이심은 직접 선택한 가족과 함께 정치적으로 암울한 상황 속에서 희망을 만들어간다. 나는 그들을 보며 정해진 틀 안에서만 가족을 만드는 일의 슬픔과 다가올 변화에 대해 생각했다. 은모든은 이 시대에 던져진 가족에 관한 중요한 질문을 흥미로운 이야기로 풀어내며 우리를 새로운 미래의 세계로 부드럽게 이끈다. - 이서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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