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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njiro Haitani,はいたに けんじろう,灰谷 健次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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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다노후아가 바로 후짱이야. 태양의 아이는 후짱을 말하는 거라고. 이 식당을 열 때 후짱은 엄마 배 속에 있었어. 씩씩하고 밝은 아이로 자라라고 오키나와정 앞에다가 특별히 데다노후아를 붙였단 말이야. 그렇죠, 할아버지?”
--- p.18 “어째서 오키나와 바다만 그렇게 고우냔 말이야.” “하하하. 그렇게 말하면 그렇기도 하구나. 하지만 오키나와 사람들은 옛날 옛적부터 너무 가난한 데다 고생을 해서 그저 바다만이라도 좋은 것을 줘야겠다고 하느님이 봐줬는지 모르지.” --- p.24-25 “처음부터 오키나와를 지킬 생각이 없었던 거야. 눈 뜨고 오키나와를 죽인 거지. 일본 본토 놈들은 멋대로 오키나와를 희생시켜 저희들만 단물을 빨아먹었지. 옛날부터 줄곧 그랬어. 지금도 마찬가지야. 앞으로도 그럴 거고.” -- p.104-105 “기요시, 네 생각은 기특하다만 아줌마는 그 마음만으로도 충분하단다. 네 그 착한 마음이 돈으로 바뀐다면 아줌마는 슬플 거야.” 엄마는 정말 슬픈 얼굴로 그 돈을 기요시에게 돌려주었다. --- p.157-158 ‘가슴 아픈 일을 당해 본 사람이 가슴 아픈 일을 당한 사람의 마음을 잘 안다. 아무리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도 가슴 아픈 일을 당한 적이 없는 사람은 그런 일을 당한 사람의 마음속까지 들어갈 수는 없는 거다.’ 후짱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 p.225-226 좋은 사람일수록 이기적인 인간이 될 수 없으니까 아프고 고통스러운 거지.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남의 아픔을 자기의 아픔처럼 느낄 수 있다는 점이겠지. 어쩌면 좋은 사람이란 자기 안에 남이 살게 하는 사람인지도 몰라. --- p.303-304 “그래도, 뭐라 해도 죽었다고 하면…. 내가, 말해 줄 거야. 아빠는, 잠깐 숨바꼭질하는 것뿐이야. 나는 시집가서 아기를 낳아…. 그 아기는 아빠야….” 엄마도 소리를 내며 몹시 울었다. “아빠는 그동안에 나비가 되었다가 물고기가 되었다가… 그게 싫어지면…. 엄마의 비취반지 안에서 낮잠을 자다가 내 지우개 속에서 술을… 마시다가….” --- p.391-3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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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슬픈 사람들이 만드는 가장 따뜻한 웃음
하이타니 겐지로는 책을 쓰고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다, 작품 속에서 내가 살고, 살아 내고, 그리해서 생명이 끝난 느낌이었다, 고 했다. 이 책은 단행본으로 나오기 전에 2년 동안 교육 잡지에 연재되었다. 절반쯤 연재했을 때 하이타니 겐지로는 열아홉 살 소녀가 보낸 편지를 받았다. “선생님, 너무나도 마음이 지쳤어요. 가만히 있으면 짓눌려 버릴 것 같아서 고통스러워요. 사흘 내내 학교 도서관에 들러서 이달 호까지 읽어 버렸어요. 왜죠, 선생님. 왜 그렇게 무서운 거예요? 어떻게 그렇게 따뜻해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울지 않으려고 했지만, 눈물이 나와서 난처했어요.” 비극적인 전쟁을 겪은 오키나와 사람들. 가족을 끌어 오던 무게에 짓눌려 자살한 큰형. 그들의 삶과 죽음으로 엮어 낸 소설이어서 그랬던 것일까? 견딜 수 없는 비극을 겪은 사람들이, 이런 세상이 어디 있을까, 싶게 따스한 온기를 나누며 살아가니, 그렇게 무서우면서도 그렇게 따뜻했을까? 극단적 정서가 횡횡하는 오늘날, 목화솜같이 따뜻한 소설이라 했던 옮긴이의 말에 깊이 고개가 끄덕여진다. 오키나와 이야기다. “적의 수류탄이 아니다. 나는 그저 보통 목수일 뿐, 군인이 아니었다. 오키나와를 지켜 준다고 온 군대가 우리에게 죽으라고 했다. 명예롭게 죽으라고 수류탄을 주었다. 군대는 나라를 위해, 천황 폐하를 위해 죽으라고 말했다. 우리를 모두 한데 모으고, 그 한복판에서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았다.” 소설 속 문장이다. 그러나 상상으로 만든 문장이 아니다.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 사실이다. 자식을, 가족을 그렇게 보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살아 있는 사람만의 세상은 아니야. 살아 있는 사람들 속에 죽은 사람들도 함께 살고 있어서 인간은 따뜻하고 착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단다.” 고베 어느 골목에 모여 사는 이웃의 이야기다. 그들이 모이는 ‘데다노후아 오키나와정’에는 웃음이 넘친다. 서로가 서로를 보아주고 보듬는 목소리가 흐른다. 그들이 사는 모습, 그들이 품고 사는 이야기를 어린 후짱의 눈으로 그렸다. 책을 읽다가 문득, 이 책이 사람들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 주는 느낌이다. 지독하게 고통스럽게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래서 한없이 따뜻하다. 새로 편집을 끝내며, 전쟁통에 딸을 잃은 로쿠 아저씨가 기요시를 조사하겠다며 온 형사에게 한 말이 오래 남을 것 같다. “당신들의 인생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아이의 인생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소.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모르는 사람의 인생을 아는 것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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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으로 하이타니 겐지로의 작품을 읽은 것은 초등학생 때였다. 우리 집 책꽂이에 《태양의 아이》가 꽂혀 있었다. 주인공은 초등학교 5학년인 후짱이라는 여자아이였다. 나와 같은 학년인데도 이 아이는 어쩌면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까? 나는 충격을 받고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때로는 깔깔거리면서 책을 읽었다.
그의 작품을 읽으면 나는 늘 뭔가 자극을 받는 느낌이었다. 그것은 가슴이 찡해 오는 아픔이거나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람의 온기와 같은 것이다. - 고이케 가나에 (문학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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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타니 겐지로의 작품 속에는 한결같이 ‘절망에 대한 거부’가 담겨 있다. ‘고통 속의 미소’가 담겨 있다. 냉엄한 현실 속에서도 인간의 따뜻한 온기를 잃지 않으려는 강렬한 눈빛이 담겨 있다. 작가는 이것을 ‘상냥함’이라고 한다. - 우에노 료 (아동문학가,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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