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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하늘
떠나가고 떠나가고 또 떠나가고, 지금 남은 건 빈 하늘 --- p.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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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듣는다.
어둡고 깊은 수렁처럼 부글거리는 분노, 분노를 만드는 이 가슴 두근거리는 소리 부당한 대우에 대하여 대낮의 착취에 대하여 비열한 동조에 대하여 교활한 지식에 대하여 빼앗긴 자유에 대하여 십자가를 긋고 사랑은 덮어주는 것이라고 하루에 일곱 번씩 일흔 번도 더 용서하는 것이라고 묵상을 하고 기도를 해도 나는 듣는다. 부글거리는 분노, 분노를 만드는 이 가슴 두근거리는 소리 가슴에 구멍을 뚫어볼까. 분노가 빠져나갈 구멍, 천국으로 가는 구멍을 허나 가슴은 두꺼워지고 분노를 만드는 두근거리는 소리 가슴에 맺혀 그치지 않네. --- pp.44-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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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이 없다.
그냥 이 자리에 서서 기다리자. 바람은 바람이 되라 하고 햇빛은 햇빛이 되라 하고 어둠은 어둠이 되라 하고 사람들은 흘긋흘긋 지나간다. 갈 곳이 없다. 그냥 이 자리에 서서 기다리자. 신발은 먼지가 되고 다리도 먼지가 되고 머리도 내장도 먼지가 되어 남은 건 먼지뿐 기다리자 기다리자 먼지가 되어 펄펄 사라지는 육체 바라보며 하늘 바라보며 기다리자 나를 바라보는 나 거듭나는 나를. --- pp.2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