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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고판 다른 하늘이 열릴 때
김형영
문학과지성사 199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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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 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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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소개

저자 소개

저자 : 김형영
1945년 전북 부안에서 출생하여 1966년 『문학춘추』신인 작품 모집, 1967년 문공부 신인 예술상에 당선되 시단에 데뷔했다. 시집으로 『침묵의 무늬』『모기들은 혼자서도 소리를 친다』『기다림이 끝나는 날에도』등이 있으며 1988년 시집 『다른 하늘이 열릴 때』로 현대문학상을 수상했고, 1993년 『기다림이 끝나는 날에도』로 한국시협상을 수상했다.

품목정보

발행일
1995년 12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06쪽 | 128*205*20mm
ISBN13
9788932003184

책 속으로

빈 하늘

떠나가고
떠나가고
또 떠나가고,
지금 남은 건
빈 하늘

--- p.26

나는 듣는다.
어둡고 깊은 수렁처럼
부글거리는 분노,
분노를 만드는 이 가슴
두근거리는 소리

부당한 대우에 대하여
대낮의 착취에 대하여
비열한 동조에 대하여
교활한 지식에 대하여
빼앗긴 자유에 대하여
십자가를 긋고
사랑은 덮어주는 것이라고
하루에 일곱 번씩 일흔 번도 더 용서하는 것이라고
묵상을 하고 기도를 해도
나는 듣는다.
부글거리는 분노,
분노를 만드는 이 가슴
두근거리는 소리

가슴에 구멍을 뚫어볼까.
분노가 빠져나갈 구멍,
천국으로 가는 구멍을

허나 가슴은 두꺼워지고
분노를 만드는
두근거리는 소리
가슴에 맺혀 그치지 않네.

--- pp.44-45

갈 곳이 없다.
그냥 이 자리에 서서 기다리자.
바람은 바람이 되라 하고
햇빛은 햇빛이 되라 하고
어둠은 어둠이 되라 하고

사람들은 흘긋흘긋 지나간다.

갈 곳이 없다.
그냥 이 자리에 서서 기다리자.
신발은 먼지가 되고
다리도 먼지가 되고
머리도 내장도 먼지가 되어
남은 건 먼지뿐

기다리자
기다리자
먼지가 되어 펄펄 사라지는
육체 바라보며
하늘 바라보며

기다리자
나를 바라보는 나
거듭나는 나를.

--- pp.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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