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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없는 농담
제11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
김현민
안온북스 2024.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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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 농담의 탄생 X 9

1부 엄마 없는 농담

면접 첫날에 지각이라니 X 15
엄마 없는 농담 X 25
웃자고 하는 일에 죽자고 달려들기 X 31
장미의 이름으로 X 39
미리 울어버린 아이 X 42
김정일이 죽던 날 X 47
콤플렉스 재벌 X 53
내 인생 최초의 도파민 X 60
불면증(인 줄 알았던 것)에 대해 X 67
그해 겨울 X 73

2부 빌어먹을 코미디

빌어먹을 코미디 X 81
막차를 향해 달려라 X 86
할머니의 만둣국과 바퀴벌레 X 92
종합캔디라 미안합니다 X 97
우리 집이라는 말이 목구멍에 걸렸다 X 103
와르르 맨션에서 내 억장이 와르르 X 110
실제로 보니까 늙었다! X 118
실눈처럼 가늘고 긴 생존법 X 125
2만 원짜리 모자 X 131

3부 농담 실격

농담 실격 X 141
한국에서 고졸로 살아남기 X 146
암 걸리겠다는 표현 X 153
엄마의 성씨는 어디로 사라졌나 X 158
동경과 오사카 X 164
노인을 위한 낙원은 없다 X 169
이건 왜 하는 거지X X 174
주저하는 코미디언들을 위해 X 180
다시 또 만담 X 188

에필로그 : 마지막 농담 X 201

저자 소개 1

오랜 시간 꿈꿔왔던 코미디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SNL 코리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코미디 로얄’, 티빙 오리지널 시트콤 ‘어른 연습생’ 등의 프로그램에서 작가로 활동했다. 쓴맛 나는 커피와 쓴맛 나는 코미디를 사랑한다. □□ 없는 인생의 쓴맛도 나름대로 맛이 있다. 쓰디쓴 농담 같은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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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6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04쪽 | 282g | 128*188*20mm
ISBN13
9791192638393

책 속으로

요란한 서울 여행을 정신없이 마친 나는 허무하게 다시 파주로 향했다. 엄마 없는 집에 돌아와 힘이 쭉 빠진 채로 침대에 누웠다. 황금 같은 기회를 이렇게 허무하게 날려버리다니. 목숨 걸고 콩트를 쓰면 뭐 하나. 목적지에 제대로 찾아가지도 못하는 길치인걸. 그러고 보면 나는 항상 늦었다. 학업도, 연애도, 그 무엇도 남들과는 동행하지 못한 것이다. 남들이 공부하든, 놀든, 뭔가를 하는 시기에 혼자 방황했다.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했던 내가 농담을 좋아한 이유는 웃음의 순간 그 사람들과 소속감을 느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운명인 줄로만 알았던 코미디 작가로의 길은 허무하게 끊겼다. 길치가 늘 그렇듯 또다시 길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것이다. 슬퍼할 체력도 남아 있지 않았던 나는 새우처럼 몸을 돌돌 만 채로 잠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개운하지 못한 상태로 깼는데 핸드폰에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SNL 작가님의 번호였다.
--- p.22

농담으로 먹고사는 내 모습을 보지 못한 채 죽은 엄마. 이젠 없는 엄마. 이것은 나에게 실패한 농담(弄談)처럼 뼈저린 고통이다. 내 몸에 채워지지 않을 커다란 구멍이 있다. 나는 이 아픔을 외면하는 대신 똑바로 응시하기로 했다. 하물며 이용할 때도 있다.

[엄마 없는 게임]
상대: ㅋㅋ 게임 존X 못하네. 엄마 없으심?
나: 위암으로 돌아가셨는데요. 장례식장에서 있었던 일 들려드릴까요?
상대: 아... 님 ㅈㅅ
-OO 님이 퇴장하셨습니다.-

농담이다. 사실 요즘 게임 안 한다. 나이가 들어 자연스레 흥미를 잃은 것 같다. 슬픈 건 엄마가 죽었다는 사실도 이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레 옅어진다. 나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서서히, 조금씩……
--- pp.28~29

새벽은 우주처럼 텅 빈 시간이었다. 집은 멀고, 막차는 없고. 그때 하루가 가장 길었다. 생방송을 준비하는 동시에, 도시락도 챙기고, 선배에게 혼나고, 회식도 참여하고, 막차시간에 쫓겨 뛰거나 집까지 걸어가고……. 단언컨대 TV 프로그램으로 만든다면 지금의 나보다 그때의 내가 시청률이 압도적으로 높을 것이다. 지금의 내 삶은 그때보다 단순명료하다. 막차를 향해 달려본 적도, 택시비를 아끼기 위해 어둠 속을 걸어본 적도 최근엔 없다. 재방송을 보듯 예상되는 하루가 반복된다. 그때의 예측 불가능한 불안감과 지금의 예측 가능한 안정감, 둘 중 어느 것이 더 행복한 일일까? 오늘은 오랜만에 두 시간 정도 천천히 걸어봐야겠다. 잃어버린 나의 막차를 위해.
--- p.91

인생에서 크게 행복했던 기억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행복한 순간에도 문득 다음의 일을 걱정하곤 합니다. 스스로 불행해지는 능력을 타고났다고나 할까요. 이제는 불행이 행복이란 녀석보다 더 친근할 정도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희극을 쓰는 일을 합니다. 나 자신은 불행한데 남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지요. 저는 그 일이 진심으로 좋았습니다. 훈련소에 입소하기 며칠 전까지도 희극을 쓸 정도였으니까요. 불침번을 서거나 행군할 때도 계속 아이디어를 적곤 했습니다. 그것이 저의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 p.141

“이건 왜 하는 거지?”

언뜻 철학적이기까지 한 이 문장은 그의 유행어였다. 웃기자고 하는 프로그램에서 왜 하느냐니. 당연히 웃기려고 하는 거죠, 라는 표정이 역력한 작가들이었다. 국장님은 이어서 아이템을 낸 당사자(작가)와 심층 면접에 들어간다. 이런 아이템을 낸 이유를 말해보라는 것이었다. 막내 작가의 경우에는 우물쭈물하거나, 아니면 ‘요즘 유행해서’, ‘시의성이 있어서’와 같은 말로 자신의 아이템을 보호했다. 만약에 납득이 된다면 “그래”라고 짧게 대답하고 회의실을 나가는 그였지만, 어떨 때는 자리에 앉아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그러면 또 회의실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고, 좀처럼 그의 속을 알기 힘들었던 나는 ‘그런 질문하지 말고 그냥 아이템을 정해줬으면!’ 싶었다. 하지만 ‘이건 왜 하는 거지?’ 질문 말고도 하나가 더 남아 있었다.

“이건 왜 웃긴 거지?”

--- pp.176~177

출판사 리뷰

농담은 슬픔을 처방하는 유일한 진통제

농담은 치유력이 있어서 상처가 깊은 사람도 꿋꿋이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한다. -30쪽

삶은 후회와 반성의 연속일는지도 모른다. 투병 중인 엄마의 방문을 한 번도 열지 않은 일, 첫 월급을 받고도 엄마에게 좋은 선물을 하지 않은 일, 선물은커녕 따스한 말 한마디 제대로 나누지 않은 일……. 김현민은 ‘아픈 엄마’가 ‘없는 엄마’가 되어버린 순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엄마를 떠올렸다. 많은 시간이 지났고, 이제는 전보다 엄마를 자주 떠올리지 않는 자신에게서 그는 한 조각 슬픔을 발견한다. 동시에 이토록 슬픈 자신이 코미디를 하고 있다는 게 농담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시시때때로 죄책감을 느낀다. 죄책감에 짓눌릴 때마다 농담을 떠올린다. 커피처럼 쓰디쓴 농담을 쓰고 또 쓴다. 농담으로 엉뚱한 꿈을 꾸며 농담으로 현실에 발 닿는다. 작가에게 농담은 친구이자 비상약이며, 우주선이자 소원인 셈이다. 작가는 언젠가 엄마를 다시 만나 해줄 단 하나의 농담을 준비하는 중이다. 자, 그게 어떤 농담이냐면…….

지속 가능한 코미디를 꿈꾸며

뿌리 없는 농담은 ‘왜’라는 질문에 처참히 휘발되니까. 뿌리 없는 농담은 자신을 보호하지 못한다. -178쪽

“이건 왜 하는 거지?”, “이건 왜 웃긴 거지?” 막내 작가 시절, 자신뿐 아니라 팀원 모두를 괴롭게 했던 질문을 작가는 끌어안고 있다. 이걸 왜 해야 하며, 만약 웃긴 거라면 무엇이 어떻게 웃긴 건지 생각한다. 코미디 작가 김현민은 미리 계획 세우는 걸 선호하고, 달력의 빈칸은 휴식이 아닌 일로 채워야 직성이 풀린다. 자연스럽게 그의 경력과 계획은 모두 농담과 관련된다. 더 좋은 코미디, 더 웃긴 농담을 위해 그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회의하고 써낸다.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는 농담을 경계하지만, 과도하게 경직되어 자유롭지 못한 농담은 코미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가 막히게 엉뚱하고 발랄한 아이디어가 있는 농담을 꿈꾸지만 현실에 기반한 스케치 코미디의 잔잔함에도 영감을 얻는다. 《엄마 없는 농담》은 ‘꿈’을 찾는 취업 준비생의 간절함에서부터 ‘일’의 의미를 찾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직장인의 애환이 담겼다. 작가에게 꿈과 일은 코미디다. 우리에게 꿈과 일은 무엇일까? 《엄마 없는 농담》을 읽으며 둘을 모두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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