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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작품에 관해 쓰는 일은 작품 이전에 존재하던 것들에 닿으려고 애쓰는 과정이기도 하다. 작가가 전하는 언어는 작품의 얼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드리운 그림자에도 있다. 때로는 얼굴의 표정보다 그림자의 명암이 더 진하다.
--- pp.11~12 비평이란 칼을 들어 대상을 재단하고 평가하는 일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비평은 의미를 발견하고 드러내는 일이다. 날 선 칼보다는 구체적인 사랑의 눈이 더 필요하다. --- p.13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면 그 사람은 나의 세계 안에서 선명한 의미를 가진 존재가 된다. 이름 부르기는 바깥에 있던 타자를 불러와서 우리의 두 세계를 연결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 p.34 살면서 큰 행운을 만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작은 행운은 생각보다 넓고 가볍게 산재해 있어서 조금만 노력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사람이 사람을 발견하는 건 그런 일이다. 그리고 예술 작품은 곳곳의 행운을 더 쉽게 만날 수 있게 해준다. --- pp.174~175 작품을 볼 때마다 뒤에 가려진 이야기들을 발견한다. 그것을 만든 사람의 애쓰는 모습을 떠올린다. 그렇게 그림의 등을 지켜보며, 지금 목격한 아름다움의 다음 장면이 펼쳐지기를 기다린다. 일할 때 혼자 느끼는 비밀스러운 기쁨이다. 좋아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곁에 머무는 다정, 등을 쓰다듬는 애틋함, 기꺼이 기다리는 믿음이 필요하다. 나는 그런 마음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배웠다. --- p.1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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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이란 이상함을 사랑하는 일”
끈질긴 사랑의 눈으로 포착한 예술적인 순간들 낯선 것은 어렵다는 말로 쉽게 표현된다. 현대미술도 그런 측면에서 대중들로부터 어렵다는 평을 듣는다. 평론가의 역할 중 하나는 작가와 작품을 독자에게 잘 전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만 한다. 김지연은 『등을 쓰다듬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서의 태도를 선명히 밝힌다. “비평이란 칼을 들어 대상을 재단하고 평가하는 일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비평은 의미를 발견하고 드러내는 일이다. 날 선 칼보다는 구체적인 사랑의 눈이 더 필요하다.” _ 본문 13쪽 그 말처럼 김지연은 ‘칼’보다는 ‘사랑’의 눈으로 작품과 작업자를 살핀다. 그렇게 탄생한 글은 온기를 품고 작품과 작업자의 ‘등’을 어루만진다. 등은 스스로 살필 수 없기에 불안하고 약한 곳이지만, 타인에게는 완전히 열린 곳이다. 그렇기에 등을 밀어주고, 어루만지고, 끌어안는 일은 사랑의 다른 표현인지도 모른다. 책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김지연은 적극적으로 작업자와 작품의 등을 쓰다듬는 사람이다. 마침내 혼자 걸어갈 수 있을 때까지,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는 재능을 직업으로 확장시켜가는 일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깊이 이해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재능은 저 혼자 살아 숨 쉬는 생물과 같아서 처음에는 노력 없이도 쉽게 멋진 것을 만들어 내지만, 그것을 통제할 힘을 기르지 못하면 언젠간 위기에 처한다. 날것의 재능은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완성품이 아니라 연마하지 않은 광물 파편에 가깝다. 잠깐 반짝하는 혜성이 되지 않고 일생을 거쳐 빛을 내기 위해서는 자기 안의 재능을 길들이고, 다른 조각들을 이리저리 이어 붙여야 한다. 본문 81~82쪽 김지연은 날것의 광물 같은 재능을 보석으로 만드는 모든 과정을 ‘재능의 집을 짓는 일’이라 말한다. 그리고 어딘가 ‘이상한 방식으로 존재’하더라도 자기만의 집을 짓는 이들을 기꺼이 ‘사랑’하는 것을 ‘비평의 쓸모’라고 밝힌다. 이는 그간 무수한 작품들을 보면서 무수히 자신을 부수고 재편한 결과일 것이다. 그의 말처럼 좋은 작품은 “하나의 정답을 건네기보다는 닫혀 있는 공간에 균열을 일으키는 존재”이므로. 『등을 쓰다듬는 사람』은 인간 김지연과 비평가 김지연이 예술적인 순간을 발견하고 통과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책을 읽는 이들 또한 그 과정을 함께 수행하며, 읽기 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게 될 것이다. 또한 당신의 등을 어루만지는 손길과 온기를 내내 지니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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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예술을 깊이 사랑하는 한 사람이 어떻게 예술을 통해 우리가 삶을 사유할 수 있는지, 그리고 예술을 통해 우리 삶이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는지 아주 다정하고 친절하게 일러준다. 현대 미술 작품을 소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작품을 우리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이해가 우리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현대 미술의 오늘을 소개하는 편안한 미술 비평이자, 동시에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의 내면이 담긴 섬세한 에세이가 된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읽는 이보다 앞서지 않고, 예술 작품의 뒤꽁무니를 쫓지 않는다는 점이리라. 김지연 작가는 예술 작품과 나란히 서서 대화하며, 그 대화를 읽는 이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해준다. 『등을 쓰다듬는 사람』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등을 쓰다듬으려면 무엇보다 한 자리에 나란히 서야 하지 않겠는가. 어디로 가야 할지 좀처럼 알 수 없는 오늘날, 최소한 예술만은 우리 옆에 있으며, 그것이 우리의 삶을 때로 위로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주 부드럽게 전해준다. - 황인찬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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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을 쓰다듬는 사람』은 이상하다. 에세이지만 짧은 소설 같기도 하고 미술 작품의 비평문 같기도 하다.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주변에 미술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에게서 미술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작품과 작가의 세계관을 파악하기 어려워 글을 읽는데, 그 설명조차도 어렵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김지연의 책을 소개해 주고 싶다. 그의 글은 “지금부터 나와 함께 감상하지 않으실래요?” 하며 다정하게 정답이 없는 미술의 세계로 인도하며, 작품을 더 알고 싶게 만든다.
『등을 쓰다듬는 사람』은 다변적인 삶 속에서 정리할 틈도 없이 지나가는 나의 감정들을 대신 들려주는 것 같다. 경험했지만 무심히 지나친 세계에 대한 빚진 마음을 글을 읽으며 갚는 느낌이다. 한 문장으로 이 글을 정의한다면 ‘내 앞에 펼쳐진 세계를 감상하는 데 서툰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라고 할 수 있겠다. - 장래주 (국립현대미술관 문화재단 출판기획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