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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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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노동자 시인

새 옷
다시 봄
노동자 대회
아내들
편지
관계
사원 자녀 사내 방문
헷갈리는 꿈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그의 시를 읽다
노동자 시인
한심한 이력서
간벌
미우신 어머니
벼 한 포기



제2부 이합집산

이합집산
아무것도 아니네
꽃 터는 남자
방심(放心)
사랑
봄을 바라봄
바다는
죽어가는 땅에 씨 뿌리는 사람들
아는 게 없네
인력시장에서 몸 팔기
살아남기
봄, 밤, 비
이중섭의 소
어떤 전화
담배 두 갑


제3부 사람들

사람들 1
사람들 2
사람들 3
사람들 4
사람들 5
사람들 6
사람들 7
사람들 8
사람들 9
사람들 13
사람들 38
사람들 42


제4부 미안하다

매료
회상
돌겠습니다
감동
시대의, 어떤 영정 앞에서
경주 남산 기행
술값
슬픔의 이유
경부대운하
가을
후예들
요통
낮잠
춘설
봄비
2011 부산
자생적 사회주의
기억
황사
희망에 대하여
미안하다
봄맞이

해설 반(反)근로기준법의 시학-맹문재
육봉수 시인 연보

저자 소개

저자 : 육봉수
1957년 경북 선상군 옥성면 초곡리에서 태어나 선산고등학교를 다녔다. 1990년 『창작과 비평』여름호에 「파업농성」외 4편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포항과 구미의 노동 현장에서 노조 결성과 해고, 복직투쟁을 하면서 노동운동을 이끌었다.
2002년 시집『근로기준법』을 출간하였다. 한국작가회의 회원, 경북작가회의 이사로 활동했고, 금오문화연구소 회원, 수요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2013년 5월 11일 자신이 태어난 옥성마을 고향집에서 뇌출혈로 영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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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5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211g | 127*205*20mm
ISBN13
9791130802244

출판사 리뷰

육봉수 시인은 노동자 중에서도 근로기준법마저 적용받지 못하는 이들에게까지 관심을 확대했다. 그들은 다름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이거나 실업 상태에 있는 노동자이다. 비정규직이나 실업을 자의적으로 선택한 노동자도 있겠지만, 그와 같은 이들은 극히 예외적이다. 모두들 정규직이라는 별을 따고 싶어 하는 것이다.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이란 개념이 한국 사회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문제가 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이다. 국제통화기금은 한국 정부가 요청한 구제 금융을 받아주는 대신 은행의 자기 자본 비율 8% 이상 유지를 비롯해 기업의 인수 및 합병, 부실한 기업의 정리, 노동 시장의 유연화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는데, 다급한 정부는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 기업들의 구조 조정이 본격화되었고 해고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가 양산되었다. 육봉수 시인은 그와 같은 상황을 구체적으로 그려냈다.

같은 시간에 같은 차를 타고
같은 문으로 같이 출근하고
같은 기계를 같이 돌려도 그는
나의 이름 알려 하지 않고 나도
부를 일 거의 없는 그의 이름 굳이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필요할 때만 간간히 부딪히는
약간 미안한 눈빛만으로도 능히
그의 작업 지시는 내게로 와 닿고
흩어진 박스를 정리하며 나는 또
무심한 척 약간만 부끄럽고
휴식 시간이면 우리는 은연중
서로가 서로를 밀어내는 아예
남남입니다

본 공장 노동조합 조합원인 그는 당연 알고
이대로라면 노동조합 조합원 다시 한 번
되어 보겠다는 꿈 영원히 접고 말아야 할
나도 아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뜻은
3일의 오차를 두고 받아드는 서로의
월급봉투 안에서만 혓바닥 빼어 물 뿐
누구도 말해서는 안 될 무언의
금기사항입니다

시작은 이렇지가 않았다고
맨 처음의 시작은 절대 이렇지가 않았다고
누군가 말하는 걸 들은 적 있습니다 하다못해
저 높은 곳의 사장님까지도 평등 앞에 묶어 세워
내남 없고 차등 없는 즐거운 일터 만들어 보자
어쨌거나 시작은 그랬다고 했습니다

급할 때 급하게 불러다 쓰는 하루살이
일용직 근로자를 빼고라도
파견근로자 위에 계약직 근로자
계약직 근로자 위에 사내 하청근로자
사내 하청근로자 위에 정규직 노동자
정규직 노동자 위에 계장 과장 부장 또
그 위와 그 위 더욱 더 그 위와 그 위

해 떨어지고 작업 종료 5분 전
예비 차임벨이 울립니다 작업 일지 챙겨 든
정규직의 그는 하루의 성과 보고하러
사무실로 가고 빗자루를 챙겨 든 나와 같은
행색의 사람들만 남은 작업장 안 비로소
시끌벅적해집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생기는지도 모르게 생겨나 자꾸만
허리 구부리게 하는 하루가
끝나갑니다 기계들이 꺼집니다
지루하게 끌고 돌던 컨베이어
일제히 멈추어 섭니다 작업등이 꺼집니다
허리를 폅니다.
-「관계-어느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야기」 전문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는 노동조합 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본 공장 노동조합 조합원인 그는 당연 알고/이대로라면 노동조합 조합원 다시 한 번/되어 보겠다는 꿈 영원히 접고 말아야 할/나도 아는” 것이다. 그리하여 서로는 연대활동을 하지 못해 신분 보장이며 임금 등 여러 면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보호법(비정규직법)이 제정되어 있지만 해결 방안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당신
해고자요?

…아니요.

그런데 여긴
무엇 하러 왔소?

그렇게 될까봐 왔고 왜?
-「노동자 대회」 전문



육봉수 시인은 “여덟 시간/주간근무. 일당 팔천오백 원 수당은/없습니다 단지 회사의 사정상/잔업 두 시간을 필수적입니다 계약/하기 싫으면 그만 두셔도/상관은 없습니다 당신 아니라도/일할 사람은 수두룩 널려/있으니까요”(「근로기준법 제13조」)라고 위법적이고 비인간적으로 노동자를 대하는 사용자를 고발했다. 아울러 “주 44시간제 근무 철저하게 고집하다/불법선동, 연장근로 거부, 기타의 여죄 총총으로/회부된 징계위원회의 만장일치//비밀 무기명 투표는 살인적 민주주의로 내게/해고를 언도”(「근로기준법 제22조?2」)했지만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맞섰다. 그리고 “일어서라 일어서라 일어서라”(「파업농성 1」)라며 노동자의 연대를 호소했다.
자본주의 시대의 노동자는 육봉수 시인처럼 “노동자 대회”에 동참해야 한다. 노동조합의 활동을 비롯해 시민운동이나 정치활동에도 연대해야 한다. 해고된 노동자는 물론 해고되지 않은 노동자도 참가해야 한다. 그것이 노동자로서의 주체성을 지키는 일이다. 자본주의 체제의 점령으로 인해 노동자는 점점 단자화되고 생존을 위협받고 있으므로 투쟁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데, 연대가 가장 타당한 것이다.
노동 시간이 단축되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의 노동자는 여전히 장시간 노동과 강도 높은 노동을 강요받고 있다. 노동 시간에 비해 임금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작업 현장의 안전시설이나 산업재해의 보상도 미흡하다. 육봉수 시인은 그와 같은 노동 현실을 구체적으로 고발하며 맞섰다. 근로기준법조차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의 처지에서 인간다운 삶의 조건을 실현하기 위해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과 횡포에 온몸으로 대항해 나간 것이다.

추천평

그의 등에서는 늘 서늘한 바람이 일었다. 그만큼 스산하였으나 그는 제 인생을 거침없이 걸어간 사람이다. “괘않나?/괘않타-//고마운 일이다”(「안부」). 이 짧은 시의 행간을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이 보인다. 평생을 노동 현장에서 치열하게 살다 간 노동자 시인이지만, 그의 가슴 밑바닥에는 늘 따뜻한 서정의 강물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는 지금도 내게 “살려 달라는 소리 혹시 들릴까/기계톱 끄고 잠시/귀 기울여 보”(「갈벌」)는, “그 먼 나라에서/바람에 불려 날아온/서러운 편지”(「황사」)를 읽는 서정의 사내로 살아 있다.
김선굉(시인)
부러진 꼬챙이로 흙 마당에 굵게 판 시 같다. 단순해서 힘차고, 거칠지만 거칠어서 더욱 진정성이 담겨진 시. 쓰다 만 시처럼, 하다 만 말처럼 툭툭 분질러 놓은 어조의 행간 속에는 맵찬 결기와 강고한 강단이 스며들어 있다. 차라리 절명을 선택할망정 결코 생활 앞에 무릎 꿇지 않았던 진정한 ‘강성 노조 위원장’의 시 앞에 새삼 되돌아보느니, 흐벅진 생활의 윤택에 너무 손쉽게 주저앉았던 지난 세월이여. 꾸짖어야 할 그가 도리어 내게 한마디 말 남겼다, “미안하다”라고.
장옥관(시인)
사람의 삶은 자연을 꼭 빼닮았다는데 육봉수 시인을 생각하면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노상 밤이었던 것만 같고, 노박 겨울이었던 것만 같습니다. 빤한 아침도 환한 새봄도 그에게는 없었던 것만 같습니다. 있었다면 오직 그의 시에서나마 어른거리던 희망 같은 것이나 아닐는지요. 자신의 아침과 봄은 반납하고 오직 세상의 아침과 봄을 고대했기 때문이 아닐는지요. 묻고 싶네요. 그가 떠나고 남은 자리에 과연 아침은 왔는지요, 남은 사람들에게 정말이지 봄은 왔는지요. 돌아간 지 1년, 흰 꽃 많은 5월은 이렇게 다시 찾아오는데 말입니다.
안상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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