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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지도 4
고행의 순례자 11 주(註) 3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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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무자비한 행위가 선한 의지와 정의, 화해라는 모든 가치를 송두리째 벗겨버린 것이다. 자신과 반대되는 신념을 솔직하게 드러냈다는 이유로 한 사람을 공격하고, 이를 막으려 나선 공정하고 의로운 사람까지 해한 일은 교황 대사가 조성하려는 평화로운 미래에 있어 지극히 불길한 징조나 마찬가지였다.
“그럼 그 기사를 살해한 죄로 아무도 체포되지 않았다는 말씀인가요?” 휴가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 “그렇소. 다들 어둠 속으로 도망쳐버렸지. 설령 그자들의 이름이나 은신처를 아는 사람이라 해도 쉽게 말을 꺼낼 수 없었을 거요. 이제 죽음은 너무나 흔한 일이 되어버렸으니까. 어둠 속에서 비열하게 습격당해 죽는 일도 다반사고. 이 사건도 다른 사건들처럼 곧 잊힐 것 같소.” --- p.49 위버 부인이 수다스레 늘어놓은 이야기를 떠올리며 캐드펠은 청년의 잔뜩 부풀어 오른 상처투성이 발로, 이어 피부가 벗겨진 목으로 시선을 옮겼다. 수수한 짙은 색 상의를 걸친 그 청년은 가장자리에 나뭇잎 문양이 수놓인 긴 리넨 천을 목에 감고 있었다. 무거운 쇠 십자가를 지탱하는 가느다란 금속 끈의 마찰을 조금이나마 줄이려는 방편이리라. 하지만 천에 빨간 핏자국이 스며든 것을 보니 아마 그걸 감은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아니면 그것으로도 목을 보호하기에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목걸이의 줄은 너무나 가늘었고 십자가는 너무나 무거워 보였다. 대체 어떤 소망이나 목적을 품고 있기에 저토록 혹심한 고행을 감수한단 말인가? 정말 그런 고통이 하느님이나 위니프리드 성녀께 자그마한 즐거움이라도 안겨주리라 생각하는 걸까? --- pp.76~77 “사실 그 사람이 종적을 감췄든 말든 그런 소문을 막을 수는 없었을 겁니다. 그의 행운을 시기해서 어떻게 해서든 그를 헐뜯으려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그들은 이제 청년이 사라진 두 가지 그럴싸한 이유를 찾아낸 참이지요. 첫째, 순수한 자책감과 죄의식입니다. 너무 늦게 손을 쓰는 바람에 라이날드를 구해내지 못했다고요. 그리고 두 번째는, 누군가 자기가 한 짓을 눈치챘을까 봐 두려워 그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달아났다는 겁니다. 둘 다 그 사람으로선 종적을 감출 만한 이유가 되지요. 특히 두 번째 이유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 일을 저질렀지만 막상 그러고 보니 목적했던 바를 성취하기가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 pp.166~167 계단 발치에서 그는 성녀께 정중하게 허리를 굽혀 보인 뒤 돌아서서 떨고 있는 이모와 누나를 안심시키듯 싱긋이 웃어 보이며 열여섯 살 먹은 여느 청년처럼 기운차게 걸어갔다. 더 이상 필요 없게 된 목발은 계단 아래 얌전히 놓여 있었다. 마침내 마법의 주문이 풀렸다. 기적과 그 절대적 본질이 백일하에 드러난 참이었다. 성가대석과 회중석은 물론 이 광경을 주시하고 귀 기울이던 사람들이 들어찬 모든 곳에서 떨리는 한숨이 일제히 터져 나왔다. 엄청난 열기로 진동하는 기도의 웅얼거림과 함께 눈물인지 웃음인지 모를 소리가 퍼지는가 싶더니, 뒤이어 경이와 찬양의 폭풍우를 동반한 우레와도 같은 함성이 한꺼번에 일었다. 그 메아리가 돌벽과 드높은 아치형 지붕, 성당 뒷면, 양쪽 회랑에 부딪쳐 성당 안을 거듭거듭 휘돌았으니, 내내 고요히 서 있던 촛불들마저 거세게 요동할 정도였다. --- p.201 답을 알 수 없는 질문들이 꼬리를 물었다. 왜 누군가는 그런 집착에 시달리는가? 왜 키아란은 일부러 고통을 감수하고 있을까? 어째서 그는 그 경건하고 헌신적인 노력을 자신의 의무로 여기는 것일까? 이렇게 경사스러운 날 작별 인사를 하거나 감사의 뜻도 표하지 않은 채 훌쩍 떠나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이곳을 떠나며 보시를 남긴 사람은 매슈였다. 왜 매슈는 오늘 하루를 온전히 이곳에서 보내자고 친구를 설득할 수 없었던 것일까? 오전까지만 해도 멜랑에흘과 손을 잡은 채 흥분과 환희에 들떠 있던 그가 왜 몇 시간 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그녀를 내팽개치고 키아란을 호위하여 그 힘겨운 순례를 다시 시작한 것일까? --- pp.241~242 그녀의 입술과 두 눈에는 근심 어린 희미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이윽고 그녀가 몇 발짝 떨어진 곳에서 처음으로 머뭇거린 순간, 뤼크는 그녀의 뺨에 난 검푸른 멍 자국을 보았다. 얼마나 충격적인 모습인가. 뤼크는 수치심과 슬픔으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온몸을 떨며, 기꺼이 자신을 받아들이고자 두 팔을 벌린 채 서 있는 그녀를 향해 비틀비틀 정신없이 걸어갔다. 이어 그녀의 발 앞에 털썩 무릎을 꿇은 그는 두 팔로 그녀를 끌어안고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울음을 터뜨렸다. 연신 쏟아져 나오는 눈물. 위니프리드 성녀의 기적이 깃든 샘물만큼이나 치유력을 지닌 눈물이었다. --- p.3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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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드펠 수사 시리즈 소개
‘캐드펠 수사 시리즈’ 완간 30주년 기념 전면 개정판! 역사와 미스터리, 인간적 고뇌가 어우러진 역사추리소설 중세의 어둠 속 인간의 심연을 다루는 지적인 미스터리 “매번 자신 있게 추천하는 역사추리소설. 이 놀라운 이야기에 대해 말할 때 한없이 행복하다.” _정세랑(소설가) 역사와 미스터리, 인간적 고뇌가 어우러진 역사추리소설의 고전, 캐드펠 수사 시리즈가 원작 완간 30년을 기념해 전면 개정된 한국어판으로 독자들을 만난다. 엘리스 피터스(Ellis Peters)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The Chronicles of Brother Cadfael)’는 12세기 중세 잉글랜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역사추리소설로, 슈루즈베리 수도원의 캐드펠 수사가 세상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을 바탕으로 살인 사건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추리소설 시리즈이다. 12세기 중세로 시간 여행을 하는 듯 생생한 몰입감을 경험하게 해주는, 세대와 언어를 뛰어넘는 역사추리소설의 마스터피스.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약초를 이용한 범죄부터, 당대 사람들의 종교적 신념, 내전을 둘러싼 피비린내 나는 권력 다툼까지, 중세 유럽의 사회적 배경과 정치적 갈등을 손에 잡힐 듯 섬세하게 그려낸다. 고도의 지적 게임 같은 살인 미스터리의 성격을 지녔으면서도, 중세 시대의 복잡한 사회 구조와 인간의 존재 의미를 탐구함으로써, 추리소설을 탐독하는 독자에게 독특한 재미와 대체 불가능한 감동을 선사한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은 역사와 추리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작품이라는 데 있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스티븐 국왕과 모드 황후 사이의 왕위 계승 내전으로 혼란스러웠던 12세기 중세 잉글랜드로, 정치적 음모와 전쟁의 여파가 사회 전반에 스며들어 소설 속 사건들을 일으키고, 전쟁과 혼란 속에서도 평화와 정의를 추구하던 캐드펠은 각종 살인사건과 비극의 진실을 좇게 된다. 사건 해결을 주도하는 캐드펠 수사는 완전무결한 순백의 성직자라기보다는 인간으로서의 고뇌와 갈등을 지닌 인물로 등장한다. 치밀한 추리력과 과감한 행동력을 발휘하면서도 연민이 가득한 시선으로 인간 존재의 불완전함을 끌어안으며, 인간의 심리, 선과 악, 정의와 용서의 복잡한 본질을 탐구한다. 이러한 캐드펠 수사의 인간적 면모는 단순한 사건 해결을 넘어 죄와 용서, 정의와 자비 등 삶의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캐드펠 수사가 신념과 연민 사이에서 매순간 갈등할 때마다 독자들도 그 고뇌를 함께 느낄 수밖에 없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가 인문학적 성찰까지 아우르는 역사추리소설의 원형이자 ‘지적 미스터리’ 고전으로 자리매김되는 것은 이 같은 특성 때문이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미국, 프랑스, 일본 등 22개국에서 번역 소개된 밀리언셀러로, 영국 BBC에서 드라마화되기도 했다. 장장 18년 동안의 집필 끝에 1994년에 완성됐으며, 국내에선 1997년에 처음 소개됐다. 이번에 새롭게 출간되는 개정판은 쉽게 읽히는 문장, 긴박하게 전개되는 스토리, 치밀한 추리의 세계, 생생한 묘사 등 원텍스트의 묘미를 최대한 살려 편집하였으며, 세련된 디자인으로 역사추리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을 만족시킬 것이다. 이후 21권까지 순차적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 『고행의 순례자』 도서 소개 참회와 구원, 그리고 진실을 향한 순례 수도원을 어둠으로 물들이는 살인 사건 1141년,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은 성 위니프리드의 축일을 맞아 많은 순례자들로 북적인다. 성 위니프리드의 유해를 모셔온 기념일을 기리기 위해 수많은 순례자들이 슈루즈베리로 모여든 것이다. 모두들 성 위니프리드의 은총과 기적이 그들의 삶에 찾아오기를 기원하면서 순례길에 오른 사람들이다. 축제 분위기 속에서 두 명의 수상한 순례자, 키아란과 그의 동행인 매슈가 도착한다. 그들은 함께 다니면서도 어딘가 불안한 기운을 풍기는데, 특히 키아란은 목에 커다란 쇠십자가를 걸고 맨발로 걷는 등 극심한 고행을 자처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던 중, 한 정의로운 기사가 비극적으로 살해당했다는 소식이 수도원에 전해지고, 캐드펠 수사는 직관력과 수사 능력을 발휘해 기사의 죽음이 감추고 있는 진실을 하나씩 밝혀내기 시작한다.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 과정에서 캐드펠 수사는 키아란과 매슈가 함께 순례길에 오른 진짜 이유를 알게 된다. 그들은 성 위니프리드를 기리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과거에 얽힌 사건 때문에 순례를 선택한 것이었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깊은 갈등과 복수에 대한 욕망이 자리 잡고 있었으며, 특히 키아란은 이 순례가 자신에게 구원의 길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사의 죽음과 키아란의 참회 사이에 복잡한 연결고리가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지고, 캐드펠은 도덕적 딜레마를 넘어, 진실과 정의를 찾아내야 하는 중대한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한편 모든 사람이 성녀의 기적을 바랄 때 오직 홀로 기적에 초연했던 흐륀이라는 소년은 성녀의 은총을 받아 목발을 집어던지고 두 발로 걷는 기적의 주인공이 되고, 캐드펠 수사 또한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올리비에를 다시 만나는 기적 같은 순간을 경험한다. 『고행의 순례자』는 전형적인 추리 소설의 형식을 따르면서도, 중세 시대의 신앙과 순례 문화를 깊이 탐구하는 작품이다. 엘리스 피터스는 이 작품에서 중세 기독교 사회의 종교 행사와 종교적 열망을 생생하게 재현하며, 인간의 욕망과 죄책감, 기적을 바랄 수밖에 없는 나약함 등을 촘촘하게 묘사한다. 『고행의 순례자』에서 순례자들은 신의 구원을 받기 위해 길을 떠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적 갈등과 마주하게 된다.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구원은 외적인 행동이 아닌, 내면의 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묵직하게 전한다. 캐드펠 수사는 진실을 추구하면서도 용서와 자비의 가치를 잊지 않으며, 독자들에게 과연 진정한 구원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하도록 이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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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추리소설을 추천하는 자리에서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매번 자신 있게 추천하곤 했다. 소박하고 담백하게 시작해 역사의 큰 톱니바퀴와 힘 있게 맞물려 들어가는 이 놀라운 이야기에 대해 말할 때 한없이 행복했다. 엘리스 피터스가 육십대 중반에 이처럼 대단한 시리즈를 시작했다는 것을 떠올리면 마음에 환한 빛이 든다. 먼 길을 다녀와 켜켜이 쌓인 지혜를 품고 유적지를 직접 걸으며 작품을 구상했을 작가를 상상하고 만다. 멋진 일은 언제든 시작될 수 있고, 심혈을 다해 빚은 이야기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다는 것을 이 보물 같은 작품들을 통해 믿게 되었다. - 정세랑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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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면적인 캐릭터들은 신앙의 기쁨과 죄책감, 복수, 악을 탐구하는 이야기에 풍성함과 깊이를 더한다. - 라이브러리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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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문체가 돋보이는 미스터리 소설. 엘리스 피터스가 왜 이렇게 전 세계적인 찬사를 받는지, 이것만큼은 전혀 미스터리가 아니다. - 시카고 선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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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는 틀림없이 추리소설 분야에서 추앙받는 존재가 될 것이다. - 런던 파이낸셜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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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어떤 시리즈와도 비교할 수 없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도 매우 큰 기쁨을 선사한다. -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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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 피터스는 가장 뛰어난 추리소설 작가다. - 움베르토 에코 (교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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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매력적이고 인상적인 탐정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 선데이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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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가 추가될 때마다 기쁨을 느낀다. 연대기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 USA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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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 피터스의 미스터리는 역사적 디테일, 마을과 수도원의 중세 생활상, 생생한 캐릭터 묘사, 우아하고 문학적인 문체 등 이야기 그 자체로 즐거움을 선사한다. - 워싱턴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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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 피터스는 중세인들의 삶을 상세하고 설득력 있게 재현함으로써, 독자들을 강력하게 흡인하여 교묘하게 짜여진 중세의 어두운 미로 속으로 데려간다. - 요크셔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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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는 한 세기를 완벽하게 구가한 셜록 홈스에 비견되는 창조물이다. - LA 타임스 북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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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펜스와 역사소설이 혼합된 유쾌하고 독창적인 작품. - 런던 이브닝 스탠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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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는 분명 범죄소설의 컬트적 인물이 될 것이다. - 파이낸셜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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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과 격조를 갖춘 미스터리로 멋지게 포장된 뛰어난 역사소설. - 신시내티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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