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시인의 말
제1부 길 위에서 1 길 위에서 2 낫개 방파제 옥산을 추억함 1 옥산을 추억함 2 도시철도 1호선 1 도시철도 1호선 2 안개마을 우화 오동도에 가서 대왕암 모래 축제 을숙도 탐조대 마을에는 적막이 산다 1 마을에는 적막이 산다 2 마을에는 적막이 산다 3 낡은 수첩 선물의 조건 겨울 변방 1 겨울 변방 2 겨울 변방 3 찻집의 아침 다대 등대 선유도 해넘이 낯선 풍경 속으로 1 낯선 풍경 속으로 2 제2부 보이지 않는 길 1 보이지 않는 길 2 새벽 달빛 달의 산책 1 달의 산책 2 그날의 미로 1 그날의 미로 2 그날의 미로 3 그날의 미로 4 그날의 미로 5 슬픈 약속 마로니에 2월 바람 환승역 겨울 배롱나무 겨울 산책 1 겨울 산책 2 겨울 산책 3 겨울 산책 4 겨울 산책 5 생텍쥐페리의 겨울 가을의 타임머신 그날의 물안개 가을 실루엣 존재의 덫 제3부 그믐의 종소리에 기대어 입동 무렵 봄의 발자국 더위의 끝 화창한 날의 하오 가을 산에 누워 가을 속으로 1 가을 속으로 2 가을 속으로 3 가을 속으로 4 낙엽에게 1 낙엽에게 2 달개비 시 동인회 또 다른 봄 바람개비 배롱나무에 기대어 별의 개안 천둥소리 추석날 부곡 온천 시월의 참사 1 시월의 참사 2 외출 정월 집으로 가는 길 해설_아름답지만 덧없는 풍경에 눈을 맞추다/정훈(문학평론가) |
|
연둣빛 숲속의 긴 터널을 지난다
적막은 서쪽으로 기울어지고 싸늘한 상현달은 등 뒤로 스며드는 고요의 향기 변방을 휘젓는다 길은 허물어져 내리고 가로수 발자취를 따라가면 영혼을 삼킨 꽃길은 무아지경이다 몽환의 흐릿한 그림자 바람결에 젖어들면 초록 잎들은 간밤에 몰래 가져다 놓은 이팝나무 가지 끝에 전설의 입소문을 내어 걸고 있다 ---「길 위에서 1」중에서 방파제 둑길을 소요한다 적막에 싸인 겨울 바다는 은빛으로 가물거리고 싸늘한 눈바람에 떠밀려 방향을 잃고 헤매는 등 뒤로 외로운 낮달이 섬이 되어 잠긴다 장승처럼 서 있는 등대는 먼 바다를 향한 그리움에 젖는다 폭설 속으로 자취를 감춘 눈보라 물안개 짙은 겨울비에 젖는다 허공을 건져 올리는 태공의 어깨 위로 목선 한 척 발동기 소리 청아하다 낫개 마을이 낮게 원을 그리며 낫 모양을 흉내 내며 엎드려 있다 방파제에 갇힌 물살이 낫개 방향으로 여울진다 ---「낫개 방파제」중에서 고택 우듬지를 지나니 휑하니 찬바람 스쳐간다 메마른 나무 둥치에 녹색 이끼가 돋아있고 고목이 긴 팔을 뻗어 제 모습 드러낸다 삭은 옹이 속에서 심연의 절규가 들린다 거미줄 쳐진 길 위에 옛 모습이 자취를 감추었다 눈에 익은 백로 한 마리 날아와 앉아 내 어머니 하얀 모시 적삼 실루엣으로 펄럭인다 낡은 창가에 쌓인 나뭇잎 흘러내리고 노숙자가 된 피라칸사스 얼굴을 붉힌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가던 길 재촉한다 ---「옥산을 추억함 1」중에서 배롱나무 붉은 꽃잎을 태우는 한낮 설익은 낮달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출구를 찾아 지상을 태울 듯 타는 열기는 미로를 찾아 나선다 세상은 흔들리고 있는 소음들 사이를 지나 허우적거리는 늪지대를 지나간다 길섶의 이슬에 젖은 작은 풀잎 되어 어둠의 긴 터널이 스치듯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시원한 새벽을 열고 고기잡이에 나선 어부들은 만선을 꿈꾸고 너는 어느 행성의 별을 찾아 긴 꿈을 꾼다 ---「보이지 않는 길 2」중에서 |
|
양선빈의 이번 시집에 펼쳐져 있는 풍경에서 비롯되는 시인의 감성은 마냥 행복하거나 즐겁지만은 않다. 이는 덧없음의 자각에서 비롯했으리라. 덧없다는 말은 영원하지 않다는 뜻과도 통한다. 아름다운 장면과 자연의 한 귀퉁이에서 반짝거리면서 시인에게 다가오는 이미지가 주는 애틋함은 곧잘 시의 소재로 변용된다. 위 시에서 그리고 있는 스산한 늦가을의 풍경을 좇다보면 우리가 나날이 느끼거나 보게 되는 작은 풍경이 얼마나 소중하면서도 귀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한편으로 풍경은 시인에게 지울 수 없는 그늘을 드리우기도 한다. “저녁 어스름 적막이 잦아들면/ 잿빛으로 가라앉은 거리”에 분주한 사람들의 발걸음과, 바람과, 마른 가지들이 고요해지는 때를 생각하면 시간이 인간에게 남기는 그늘이 얼마나 짙은지 알 수 있다. 해가 뜨면 활발하던 생명도 해가 지거나 점점 차가운 계절을 맞이할 무렵의 정경에는 젖은 땅바닥에 정처 없이 엎드리고야 마는 가냘픈 생명의 형상이 다가오게 마련이다. 양선빈에게 이 모든 그림은 생명과 존재의 필연적인 귀결과, 이 생명이 닿게 되는 필멸의 복선으로 다가온다.
-정훈(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시인의 말] 나는 적막한 시간을 쓸어 담는다. 시를 생각하면 늘 허무와 연민 속에 갇히곤 했다. 청정한 언어를 찾아 방황하는 내게 시는 늘 멀리 있다. 나의 시에 드리울 새로운 내일을 꿈꾸며 상상의 날개를 달고 미로를 탐색한다. 밤은 깊어 갈 따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