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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우주 한 잔 12 허공에 집 한 채 13 타작마당 14 다시 살아 16 새 숨 17 그림자 18 시詩 19 울림길 20 백두의 눈물 21 밑 빠진 마음 22 마네킹 23 제2부 질경이 26 개망초 27 여로旅路 28 세貰 30 환삼덩굴 32 옥수수 추억 33 야생화 34 인진쑥청 35 자목련 36 잣나무 숲 38 오디 39 감자 먹는 사람들 40 염결廉潔하게 41 제3부 달항아리 44 지하철 소묘 46 새싹 47 머슴記 48 소찬 49 폭주 50 여우의 사랑 52 손잡고 53 직설直說 54 새 강령 56 진실에 대한 감사 57 예의에 대하여 58 거룩한 똥 60 해무海霧의 고백 61 신新 해방의 노래 62 제4부 길 밖의 길 66 Cancer Free 67 무를 다듬다 68 천국행 열차 69 당신의 광대가 되어 70 곁으로 71 새 생명의 자궁子宮 72 일상 74 비소유격 가족 75 교통 정보 76 5차원 아들 77 유영遊泳의 꿈 78 하이재킹 80 해설 박부민 시인 82 질경이처럼 살고 질경이처럼 쓰는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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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그잔에 녹차 한 잔
고요히 들여다본다 말을 걸어오는 연록 색 찻물 또로록 말렸던 찻잎이 여울져 풀어지니 옹송그리던 마음도 풀린다 두 손으로 찻잔을 감싸 따스한 온기로 눈 마사지를 하며 명상에 들면 보인다, 은하들의 반짝임 빅뱅이 소용돌이쳐 별자리들이 춤춘다 가만히 손을 풀고 다향 속의 우주와 눈앞의 일상을 반추한다 ---「우주 한 잔」중에서 허공에 나를 풀어 놓고 자유하는 집 한 채 지었네, 집 옆에 텃밭을 일구고 나무 세 그루 심었네, 보리수와 사과나무, 콩나무 보리수 밑에선 깨달음을 얻고 싶었네 뉴턴 사과나무 아래서 과학을 배우고 싶었고 콩나무가 자라면 타고 올라 하느님을 뵙고 싶었네 열반에 든 석가가 그 보리수는 그 보리수가 아니라 하고 뉴턴은 그 사과나무는 허공에선 거꾸로 자란다 하고 콩나무는 태양이 뜨거워 말라 버렸네, 배우고 깨우치는 것이 허공이라고, 자유처럼 자유롭지는 않아, 나는 허공의 집을 모두 부수고 다시 나를 풀어놓았네 ---「허공에 집 한 채」중에서 깻모를 심은 지 엊그제인데 천둥과 바람, 햇볕으로 영근 들깨 이내 타작을 한다 도리깨 받을 새도 없이 솨그르르 깨알들이 주체 못할 몸짓으로 튀어 나온다 네 집이 아니니 어서 나오거라 모두 흙먼지 되어갈 섶이니라 거미줄 사슬의 머리통 돈, 돈, 돈맥에 막힌 혈관들도 풀어지거라 공중제비 재주 부려 내리치고 백발의 장모 도리깨도 작신작신 깨섶을 두들긴다, 두들겨 풀어놓는다. 아버지는 도리깨였다 곧은 물푸레 가지로 엮어 만든 도리깨 휘둘러 내리치는 춤사위에 어머니 눈알도 튀어나와 팔딱팔딱 뛴다 에구머니나 저게 다 무에야 천지사방 흩어져, 날 찾아봐라 숨바꼭질하는 알곡들 어르고 달래 긁어모은다 먼 산 단풍이 후욱 달려와 사과 같은 얼굴 디미는 가을 ---「타작마당」중에서 잠을 죽음과 같다고 하지만 새 시작을 꿈꾸는 시간이다 명예퇴직 후 무상한 일상에 씩씩한 산책을 한다 등산을 하고 강변도 거닐다 먼 하늘을 응시하며 푸르른 공기를 들이켜고 삶의 자유를 생각한다 모든 게 공空이라 하지만 낮 시간을 살고 고요히 밤을 맞아 축복의 잠에 들면 다시 샐러리맨이 되어 회의와 보고도 하고 회식도 한다 다시 무한의 학교에서 새로 배우며 다시 피울 삶의 지평 아침을 맞으면 새 하루가 부활한다 ---「다시 살아」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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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흙이 되어 날릴 뻔한 생, 주님의 자비와 축복에 아내의 지혜와 헌신이 더하여 좋은 손길을 만나고, 좋은 양식을 통해 암을 치유하고 새 삶을 살게 되었다 살게 되면서 언어의 영토에서 만난 문학의 은사 김윤환 교수님의 지도와 해설을 붙여 준 박부민 시인님의 과분한 격려에 힘입어 가난한 시詩의 첫발을 내딛는다. 살아오면서 알게 모르게 사랑의 빚을 진 모든 분들과 졸시를 읽어 주실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주님께 영광을 올려 드린다. - 2024년 만추에 김진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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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시인은 “산과 들의 백성들/어디에서든 살아 내고/마침내 꽃을 피 운다“(시, 개망초)고 말한다. 역사는 선하게 질긴 자들의 것이며 함께 일 어서서 역사를 만드는 자들이 질긴 자들이다. 시인 또한 개망초나 질경이 처럼 질긴 삶을 살아 냈고 살아가고 있으며 종점까지 그렇게 살아갈 것이 다. 따라서 김 시인의 시 쓰기는 그저 여가 생활의 일환이 아니다. 그 자체 가 한 편의 질긴 삶의 이면이고 삶을 지탱하는 새로운 근력 운동이다. 김 시인은 시 또한 질경이처럼 질기게 쓸 것이다. - 박부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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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이기고, 세속의 나이를 극복하고 다시 시작한 문학 공부의 현장인 모 대학 문창과에서 만난 김진명 시인은 순수와 열정을 지닌 완숙한 청년이 었다. 굴지의 기업 상무로 퇴직하고도 인생의 새로운 도전을 쉬지 않았던 김 시인의 시에는 문학적 기술자이기보다 스스로 시가 되는 묘한 이끌림이 있었다. 순수와 열정의 조화, 지켜야할 가치와 새로운 변화의 균형을 통해 익숙한 듯 새로운 문장을 구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시인에게 문학 의 동기와 길을 안내하기는 했으나 그의 창작의 길을 묵묵히 지켜보며 응원해왔다. 삶에서 기도로 승리했듯이 문학에서도 믿음의 영성, 창조적 영성을 통해 더욱 정진하길 기대해본다. - 김윤환 (시인, 서울사이버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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