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제1부
4월에 꽃들의 공격 사랑의 한계 봄은 왔는데 아직 봄이 사랑하는 아들을 먼저 보내고 슬픈 4월 초하루 경주 보문호 꽃의 계절 호스피스 병실의 어머니 ‘언약의 통’ 속 어머니 애도의 축제 현장 칠순 꽃들의 절규 제2부 홑바위 섬 바다 세계 빛과 색깔 옛날과 지금 산 자와 죽은 자의 대화 웃음 음식 맛 전문인 정신 소중한 이웃 돈 돈 돈 공부의 목적 태풍 드넓은 바다, 울창한 숲 제3부 구겨진 도화지 가시 은밀한 말잔치 무자비한 사탄의 공격 유년 주일학교 ‘배하진’ 가짜와 진짜 매와 권징 혼돈의 시대 교회 불신 시대 온전한 예배 참여 배도의 시대 교회양상 언약공동체 천상을 향한 기도 주일과 공예배 제4부 무덤 속 세미한 소리 망조인가, 바람인가 가정의 해체 위기 위기의 가족관계 기득권의 욕망 반역자 역사를 뒤흔드는 자들 개들의 하소연 선생님들의 잇따른 자살 통 큰 나쁜 도둑 ‘추말자’와 ‘법’ ‘김건희법’ 유감 제5부 나이아가라 폭포 데린쿠유 갈릴리 호수 바르트부르크 성 하이델베르크 언약의 숨결 아프리카의 길 잃은 트럭 봉헤치로의 밤 Luz역 피아니스트 후쿠시마 핵오염수 * 시의 이력서 * 해설 : 박부민 시인 |
이광호의 다른 상품
|
세상의 질서가 허물어지고
거짓이 넘쳐나는 시대에도 자연은 제 본분을 잊지 않는다 얼어붙은 겨울 땅이 삼킨 각양각색의 예쁜 꽃들 봄이 오자 하나둘 그 형상을 토해 낸다 이는 꽃들의 힘이 아니라 겨울을 정복한 봄의 힘이리라 꽃들은 지난해의 아름다움을 이어 가며 올해도 피었으되 작년 꽃처럼 보인다 다르지만 같은, 같지만 또 다른 생명의 패턴 그러나 인간은 저보다 아름다운 것을 시샘하고 열등감에 갇혀 자신을 돋보이려 발버둥친다 꽃은 겨울을 견딘다 인간은 비교를 견디지 못한다 --- 「꽃의 계절」 중에서 산속 외딴 곳 푸른 이불 덮은 미뿔 군집 그 아래 묻힌 마른 뼈 조각들 풀밭을 밟은 후손을 조용히 바라본다 산 자들은 조상 앞에 뜬소리 늘어놓으며 행운과 복을 구걸하듯 욕망을 뿜어댄다 무덤 속 뼈들은 가는 소리로 속삭인다 “인간답게 살아라” “무덤 속 들여다보면 너희 미래가 보인다” 조상들의 간곡한 목소리 산을 타고 퍼진다 산 자와 죽은 자의 엇갈리는 대화 산 자는 허망한 소리를 외치고 죽은 자는 교훈의 진한 말들을 뿜는다 위태로운 시대의 풍조 속에서 무덤 속 절절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후손이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 미뿔: 묘의 봉우리를 일컫는 경상도 방언 --- 「산 자와 죽은 자의 대화」 중에서 조건 없이 베푼 도움의 손길 그는, 그게 성도의 사랑인 줄 알았다. 이웃을 위한 순수한 배려로 받으리라 여겼다. 그것이 비난의 쓴뿌리가 되고 원망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줄은 몰랐다. 추호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에게는, 누군가로부터 칭찬 받고자 하는 마음은 없었다 유치한 자긍심 만족을 위함도 아니었다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생각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이용당했다는 소리는 듣기 거북한가 보다 그 까닭을 알 수 없어 더욱 난감해 한다 구겨져 버린 하얀 도화지 부자연스런 뒤틀린 관계 신뢰의 근본이 파괴된 세상이 두려운가 보다 --- 「구겨진 도화지」 중에서 손이 닿지 않는 등짝에 날카로운 가시 하나 박혀 있다 피가 흘러내린다 그것을 뽑아 보려 몸을 뒤틀고 팔을 뻗어도 손이 닿지 않는다 보이지 않게 하려고 두터운 옷을 껴입고 순박한 이웃들을 위해 내색을 삼가 본다 고통을 아는 이들에게 하소연도 해 본다 병원에 데려가 달라 가시 좀 빼 달라 애원해 본다 하지만 돌아오는 말은 참고 기다리라, 잊고 사는 게 상책이다 나의 등짝에 박힌 가시 그들에게는 현실적 고통으로 느껴지지 않는가 보다 고통은 집단 폭행이나 거대한 슬픔만이 아니다 때로는 보이지 않는 단 하나의 가시로도 사람을 무너뜨릴 수 있다 인간이 겪는 고통의 성질에 대해 묵상하다 문득 생각을 멈춘다 아무리 날카로운 가시라 해도 사도 바울의 가시엔 비할 수 없고 칼빈의 고단한 병상 위 눈물 앞엔 그저 조용히 머리 숙일 수밖에 없다 믿음의 선배들이 감내한 극한의 고통을 떠올리며 내 가시를 묵묵히 바라본다 --- 「가시」 중에서 |
|
시인의 말
가슴에서 토해 낸 감성, 문학청년을 꿈꾸던 어린 시절부터 오랫동안 묻어 두었던 심정이 꿈틀거릴 때가 종종 있었다 목사직 은퇴 후 일흔을 넘긴 나이 어색한 마음도 들지만 작은 시집 한 권 세상에 내놓는다 한평생 논리를 전개하는 글들을 머리 중심으로 풀어내 왔다 이제 가슴에서 토해 낸 감성을 조심스레 선보인다 가슴과 가슴으로 통하는 말 머리와 머리를 나누는 글보다는 조금은 인간미 넘치는 푸른 생명의 계절 언제나 은혜의 여름이다 2025년 여름 이광호 |
|
「시인의 말」에서 밝히듯, 논리 중심의 목회 언어에서 벗어나 가슴으로 토해 낸 감성은 이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기조를 이룬다. 목사직을 은퇴한 후, 한 인간으로, 한 아버지로, 한 시인으로 다시 선 이광호는 그 어떤 수사적 장치보다 더 강력한 진심으로 이 시집을 엮었다. 무엇보다 설교자가 아닌 고백자의 언어로 충만하다. 인위적 수사보다는 삶에서 스며나온 감정이 시가 되었고, 신앙의 교리보다는 신자의 눈물이 시어가 되었다. 시인의 삶 전반을 관통하는 내밀한 울림은 독자에게 단순한 문학적 향유를 넘어서서 신앙적 성찰의 자리를 제시한다. 이는 어떤 웅변이나 설교보다 강력한 시적 설득이며, 한 평생을 걸친 사유의 열매이기도 하다. - 박부민 (시인, 생명과문학 편집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