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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철 문학 읽기의 시작_ ‘탈향’ 이후의 정향
1부_ 닳아지는 살들 「탈향」 「나상」 「탈각」 「판문점」 「닳아지는 살들」 「무너앉는 소리」 「큰 산」 「이단자(4)」 2부_ 1965년, 어느 이발소에서 「부시장? 부임지로 안 가다」 「1965년, 어느 이발소에서」 「탈사육자 회의」 3부_ 밀려나는 사람들 「먼지속 서정」 「여벌집」 「밀려나는 사람들」 이호철이 걸어온 길, 떠나간 길_ 고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 초출 및 개작일람 |
李浩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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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당꽝당.’
그 쇠붙이의 쇠망치에 부딪히는 소리는 여전히 간헐적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밤내 이어질 셈이었다. 자세히 그 소리만 듣고 있으려니까 바깥의 서늘대는 늙은 나무들도 초여름 밤의 바람에 불려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 소리의 여운에 울려 흔들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 소리는 이 방안의 벽 틈서리를 쪼개고도 있는 것이었다. 형광등 바로 위의 천정에 비수가 잠겨 있을 것이었다. 초록빛 벽 틈서리에서 어미는 편안하시다, 돌아가서 편안하시다, 형편없이 되어가는 집안꼴을 감당하지 않아서 편안하시다, 꽝당꽝당 저 소리는 기어이 이 집을 주저앉게 하고야 말 것이다, 집지기 구렁이도 눈을 뜨고 슬금슬금 나타날 때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향연이다 마지막 향연이다, 유감이 없이 이별을 고해야 할 것이다, 모두 유감이 없이 이별을 고해야 할 것이다. -「닳아지는 살들」 중에서 분단문학의 거장, 이호철의 걸음걸이를 살피다 이호철은 1955년 『문학예술』에 단편 「탈향」을 발표하며 등단한 이후 반세기 넘게 문단 안팎에서 정력적인 활동을 이어 온 한국문학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분단문학의 거장’이라는 수식어는 등단작에서부터 지속적으로 한국전쟁과 분단이라는 주제를 중요하게 다뤄 온 이호철의 문학적 위치를 압축적으로 나타내는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자신이 서 있던 ‘지금, 여기’의 시공간에 대해 치열하게 사유하고, 다양한 주제와 형식을 통해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오랜 시간 깊이 있게 천착해 온 작가의 넓은 문학세계를 충분히 조명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선집에서는 이호철의 등단작인 「탈향」을 비롯해 작가의 문학 세계를 압축적이면서도 입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단편 14편을 묶어 선보이고자 했다. -「‘탈향’ 이후의 ‘정향’」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