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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말 나는 마침표가 좋아
나를 키운 것은 팔 할이 겨울 방학 드디어 늙는다는 기쁨 왠지 겨울바람이 부는 사람 불안해하기에도 늦은 계절 세상 돌아가는 모양이 이해가 될 때 결산을 잘 내야 어른 갈무리해 둔 명장면들 언 땅을 일구는 하얀 소 입이 얼어붙은 이들에게 마음을 보려면, 겨울 여행을 겨울엔 러브레터, 여름엔 라스트 레터 원단이 좋은, 우아한 겨울 코트 겨울 아침의 짙은 성실함 울기 딱 좋은 날씨 계획보다 위대한 뒷수습 그 겨울, 엄마의 드럼 콘서트 두 언어를 다듬는 일 겨울잠을 자며 길게 꿈꿀 자격 지난 겨울들이 모여, 올해의 겨울이 1년이 문장이라면, 마침표는 확신 맺음말 마침표는 마침내 시작점 더하는 말 나의 영원한 쉼표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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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다가오는 것이 두려워 발을 구르는 이가 있다면, 이 계절의 아름다움을 하나하나 일러주며 함께 빈 논에 드러눕자고 말하고 싶다. 나와 비슷한 마음으로 겨울을 기다리는 사람에겐 어깨동무를 하며 말해주고 싶다. 무슨 생각인지 다 알고 있으니 눈치 보지 말고, 편히 드러누워도 된다고. 더 이상 애쓸 필요가 없는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당신이 얼마나 많은 관문을 뜨겁게 관통해왔는지 나는 알고 있다고. 겨울이라는 마침표를 이토록 사랑하는 우리는, 절대로 성급하거나 게으른 사람들이 아니라고.
---「여는 말」중에서 내가 나로서 무사히 성장하는 데 필요했던 건 시간과 라디오였다. 겨울이라는 검은 천을 뒤집어쓰고, 라디오 소리를 맛있게 머금었던 겨울 방학을 추억할 때면, 할머니께서 키우시던 콩나물이 함께 떠오른다. 할머니 방에는 언제나 콩나물 시루가 있었다. 콩나물을 키우는 방법은 꽤 간단해 보였는데, 시루에 덮어둔 검은 천을 열고 그 위로 물을 붓기만 하면 되었다. 물은 콩을 적시고 시루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져 버리는데도 콩은 무사히 콩나물이 됐다. 나도 그랬던 게 아닐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이야기들은 한쪽 귀로 들어가 반대쪽 귀로 나오는데도, 나는 하루하루 어른에 가까워졌다. 세상을 보는 눈을 틔우고, 자신을 바라보는 태도를 갖추면서 말이다. ---「나를 키운 것은 팔 할이 겨울 방학」 중에서 현실 앞에서 어쩔 도리 없이 나약해지고, 또 귀여워지는 어른의 뒷모습을 종종 발견하며 나 역시 조금씩 늙고 있다. 그래서 또다시 겨울이 참 좋다는 결론에 이른다. 모두가 공평하게 한 해씩 늙고, 쪼그라들고, 귀여워질 수 있으니까. 그런 어른들이 연말을 맞아 삼삼오오 모여 서로를 보듬는 모습은 또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나 역시도 연말이면 사랑하는 이들과 모여, 수고 많았노라 서로를 위로하며 부둥켜안는다. 우리의 짙어진 귀여움에 축배를 들며. ---「세상 돌아가는 모양이 이해가 될 때」 중에서 나는 말수가 적은 편이다. 확신이 들 때까지 속내도 잘 보여주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친절하려고 노력은 하는 편이라 주로 웃고 있지만, 본심은 아직 경계 중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일까. 고요한 겨울의 모습을 한 나에게서 때때로 마른 가지가 바람에 부딪는 소리가 난다는 사람도 있다. (···) 내키지 않는 자리에서는 입이 얼어붙는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걱정이 없다. 나만이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있으니까. 남의 말을 귀담아 듣고 메시지를 분별해 나만의 해석을 덧붙이는 것, 그것으로 유일한 이야기를 한 문장 한 문장 써내려가는 것. 내가 가진 재주만으로도 인생은 충분히 흥겹다. ---「입이 얼어붙은 이들에게」 중에서 여름에 떠나는 여행이 ‘발산’이라면, 겨울에 떠나는 여행은 ‘수렴’이다. 여름에 훌쩍 떠나는 사람은 스트레스를 다 태워 날려버리는 데 목적이 있다면, 겨울에 여행을 나서는 사람은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보고는 어지러운 데를 가지런히 정리하려는 의도가 있다. (···) 가능하다면 애틋한 누군가와 함께 차분한 겨울 여행을 해보기를 권한다. 먼 곳에서 가장 가까운 너와 나를 깊이 헤아려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서로의 방식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여행. 나에게 넘치는 것과 그에게서 가물어가는 것을 발견하며 우리가 지금 함께인 이유를 깨닫는다면, 겨울 여행이 가진 미덕을 다 누린 셈이다. 삶은 디테일에, 사랑은 겨울 여행에 있다. ---「마음을 보려면, 겨울 여행을」 중에서 ‘조용히, 특유의 존재감으로’. 이 메시지는 자신만의 과정에 몰입해 있는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시간이 가져다준 귀한 것들을 헤아려보며 지나온 과정의 힘을 아는 이들은 떠들썩하게 굴지 않는다. 삶의 과정을 손수 굴리며 생에 집중할 때, 비로소 사람은 존재감이 또렷해진다. ---「지난 겨울들이 모여, 올해의 겨울이」 중에서 겨울을 충분히 음미하며 다시 새롭게 나아갈 채비를 한다. 올해를 무사히 완주했음을 담백하게 자축하면서. 도무지 언제부터 뿌리내린 건지 짐작하기 힘든, 이 깊고도 단단한 착실함으로 오늘도 한 칸씩 채워가는 모두에게 이 책을 전한다. 올해도 성실히 써내려 간 문장에 무사히 겨울 마침표를 찍으시기를. 그리고 산뜻하게 새 문장을 여시기를. ---「맺음말_ 마침표는 마침내 시작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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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도 단단한 착실함으로
오늘도 한 칸씩 나아가는 이들에게 회사원, 엄마, 작가 등 여러 정체성으로 삶을 굴리는 박솔미는 봄을 감싸는 향, 여름을 달구는 태양, 가을을 입히는 단풍 같은 사계의 풍류를 넋 놓고 즐기지 못하는 사람이다. 계절을 배경 삼아 사진이나 몇 장 찍어두고, 최종 목적지인 겨울을 향해 열심히 삶을 굴릴 뿐이다. 하루치 해야 할 일, 또 하루치 해내고 싶은 일들을 꼬박꼬박 달성하며 사랑하는 겨울을 향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겨울에 이르러서야 편히 호흡을 고른다.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점검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는 계절이기에. 도무지 언제부터 뿌리내린 건지 짐작하기 힘든, 깊고도 단단한 착실함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자신이 믿는 바를 한 겹 두 겹 쌓아가는 과정 그 자체를, 묵묵히 신뢰하자고 말하면서. 성실했던 나날들이 무색하게 대단한 성과를 이루지 못했더라도, 일단 올해를 무사히 완주했음을 담백하게 자축하자고. 그래도 괜찮다고. 겨울을 닮아 고요한 이들에게, 걱정하지 말고 나만의 노래를 부르자고 “솔미는 원래 그렇게 말이 없니?” 저자가 살면서 숱하게 들어온 말이다. 말수가 적게 태어난 그는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신중한 성향을 지니고 있다. 몇몇 주변 사람들은 고요한 겨울의 모습을 한 그에게서 마른 가지가 바람에 부딪는 소리가 난다고 말한다. 통통 튀는 말투로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해야 마땅했던 사회 초년생 시절, 특히 오해를 샀다. 하지만 침묵을 인정해 준 따뜻한 선배들 덕분에 분위기를 띄우진 못해도 남의 말을 귀담아듣는 어엿한 사회인으로 자라났다. 귀로 머금은 말들에 자신만의 해석을 덧붙여 담담히 글을 써 내려가는 사람이 되었다. 속에 있는 것을 다 발산하고 비워낼 때 만족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모든 메시지를 수렴한 뒤 버릴 건 버리고 담을 건 담으며 정돈하는 기쁨을 누리는 이들도 있다. 타고난 기질 그대로, 서로 보조를 맞추며 우리는 함께 잘 살 수 있다. 각자의 역할에 대해 생각할 때면 그는 이 가사를 입안에서 주문처럼 굴린다. "네가 가진 노래를 부르려마. 난 미리 걱정하지 않는단다."_김국환 [아빠와 함께 뚜비뚜바] 마침표는 마침내 시작점 겨울 마침표로 삶의 지향점을 이어가기를 한 해의 끝자락, 우리는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며 다음 해의 계획을 세운다. 겨울의 다짐에는 조금 더 잘 살아보고 싶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겨울마다 찍어온 선명한 마침표들을 모아보면 삶의 지향점을 발견할 수 있다. 지향점이 있다면 방향을 잃더라도 다시 길을 찾을 수 있다. 그러니 이 겨울 잠시 멈추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꺼내 내 마음에서 잘 보이는 곳에 놓아 두자. 무엇이든 지향점이 될 수 있다. 롤모델로 삼을 만한 인물도, 문학 작품의 글귀도, 울림이 있는 미술 작품도, 누군가의 연주도 좋다. 올겨울에는 이 책도 그 장면에 한 조각을 차지하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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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끝나간다’는 이유로 겨울을 가장 좋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저자는 14년 차 직장인이자 워킹맘으로 누구보다 바쁜 계절을 살면서 책임감 있게 매 순간 마침표를 찍으며 달려온 사람. 그리하여 스산한 계절이 오면 한 해의 진짜 마침표에 다가선다는 생각에,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는 사람이다. 한 해의 마침표를 찍자마자 숨 돌릴 틈 없이 그다음 해의 시작이 펼쳐지기에, 어쩌면 겨울은 꼭 필요한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대단한 무언가를 이루지 못했어도, 겨울은 조금은 가만히 머물러도 너그러워질 수 있는 시간이니까. 누구보다 책임감 있게, 자기 자신과 인생을 돌보며 살아가고 있는 저자의 글을 읽는 동안 무한한 응원과 위로를 얻었다. - 김소영 (방송인·책발전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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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좋아한다는 고백에는 사람의 입김 같은 성질이 스며 있다. 춥고 쓸쓸한 끄트머리에 다다르더라도 따뜻하고 고요하게 살아 있다는 존재감. 나의 숨만큼은 최선을 다해 스스로를 지키고 주위를 데우려는 의연함. 겨울을 좋아한다는 박솔미의 글에는 그런 담담함과 꿋꿋함이 배어 있다. 돌봄과 작업, 성취와 성장에 있어서도 요령 하나 없다. 언 땅을 일구는 하얀 소처럼 날마다 나아가기. 대단하지 않더라도 기꺼이 끝까지 걸어가기. 주저 없이 마침표를 찍은 후에는 다시 시작하기. 충실한 마음과 소박한 기쁨으로 제 삶을 일구어 가는 사람의 고백을 건넨다. 이 책이 겨울을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되었으면. 아무렴, 나도 겨울을 좋아한다. 그래서 박솔미의 글을 좋아한다. - 고수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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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떠올려보곤 한다. 잘 사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답은 특별하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 그리고 그 좋아하는 것들을 충분히 누리고자 부지런히 애쓰는 사람. ‘겨울’을 지독히 좋아하는 작가의 사적인 속내를 읽다가 이렇게 살고 싶어졌다. 출발선보다 결승선을, 쉼표보다 마침표를 더 소중히 여기는 삶. 내가 왜 겨울을 가장 좋아했는지, 그 이유의 힌트도 발견했다. 덕분이다. - 엄지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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