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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_초보 복수자
DAY 1_사신의 기본 작업 DAY 2_당신은 내 편인가 DAY 3_죽음은 죽음일 뿐입니다 DAY 4_치바는 당황하지 않는다 DAY 5_사이코패스의 시나리오 DAY 6_오늘의 너라면 괜찮아 DAY 7_죽음보다는 복수 에필로그_일은 계속된다 |
Kotaro Isaka,いさか こうたろう,伊坂 幸太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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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상심을 지키자고 자신을 타이르고 있었고, 더구나 요 1년으로 분명 마음의 근육, 정신의 껍데기가 강해져 있었을 텐데도, 그 남자가 화면에 비친 순간 내장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듯한 북받침을 느꼈다. 심장은 터질듯 쿵쾅대고 가슴은 꽉 죄어들었다. 나는 배를 잡으며 허리를 구부렸다. 미키는 나보다는 침착했다. 분노가 사라진 게 아니었다. 분노가 피부를 뚫고 나오지 않도록 꾹 참고 있었다. --- pp.23~24
“글쎄. 아무튼 이거 하나만 말해두지, 야마노베.” “뭐죠?” “너도 언젠가는 죽어.” 느닷없이 던진 그 흉흉한 말에 나는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그가 한 말은 새로운 학설도 대발견도 아닌, 지극히 당연한 사실일 뿐이었다. “치바 씨, 그건 압니다. 생물은 모두 죽죠.” “그렇군. 알고 있었군.” 치바 씨는 내 대답을 믿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사실을 정말로 알고 있는 인간은 그다지 없거든.” --- p.118 “한 명의 인간이 죽어서 모습이 사라진다고 해도 그만큼 전체적으로 뭔가가 줄어드는 건 아니니까.” “그렇군.” 한 인간의 죽음은 사회로 볼 때는 딱히 주목할 일도아니고 총체적으로는 아무 영향이 없다는 의미인가. 그렇다면 나도 동감이었다. 그렇게 이야기하자 가가와가 덧붙였다. “그렇게 받아들여도 되고. 다르게 보면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잖아.” “그거 말하는 건가? 인간들이 의지하는 귀신이나 혼? 죽어도 혼은 남으니까 언제까지고 함께다, 뭐 그런 거.” 가가와가 웃었다. “아니. 다들 그대로 죽은 사람을 기억해주잖아, 인간들은. 그러니까 그런 형태로 남아 있는 건가 싶어서.” “얼음이 녹아서 물에 섞이는 것처럼?” “응. 타인의 기억에 녹아드니까, 줄지 않는 거지.” --- pp.227~228 “우리가 사무치도록 분한 건, 한 번밖에 없다는 거예요.” “한 번밖에 없어? 인생 말인가?” “비슷하네요. 죽는 것 말이에요.” “오호.” “죽음은 돌이킬 수가 없죠. 그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짓을 저지른 상대 역시 한 번밖에 죽일 수 없어요.” --- p.302 “오늘도 비군.” 안 봐도 알 수 있었다. 호우가 약해졌는지는 확인 못 했지만 소리만 들어서는 어젯밤보다 나은 것 같기도 했다. “날씨야 어떻든 상관없어요.” “그럼 왜.” “고맙다는 인사를 못 해서. 어제 일. 치바 씨가 없었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거예요.” “그건 요 일주일 내내 그랬어.”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보니 미키가 서 있었다. 낯빛은 나쁘지 않았다. 미키는 푹 잤더니 열이 내려갔나보라며 웃었다. “일주일 동안 치바 씨 덕분에 도움 많이 받았잖아.” “그랬지.” 야마노베는 입가를 손으로 쓱 문질렀다. 그러고는 눈초리에 주름을 잡았다. “게다가, 이래저래 즐거웠어.” --- p.5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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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 치바》라는 최강 캐릭터에
《골든 슬럼버》의 플롯을 더했다 2014년 4월 일본 서평전문지 '다빈치'는 이사카 코타로 최고 인기 캐릭터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위를 차지한 캐릭터는 단연 《사신 치바》와 《사신의 7일》의 매력 만점 캐릭터 치바! 인간이 만든 것 중 음악을 가장 좋아하고, 교통체증을 가장 싫어하는 치바는 언제나 무심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인간에 대해 따뜻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사신의 7일》에서도 그는 인간의 죽음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으며 그들이 언제 죽는지에 대해서도 흥미가 없다고 말하지만, 딸의 복수를 꿈꾸는 야마노베가 고비에 부딪힐 때마다 슬쩍 시치미를 떼며 그를 도와준다. 또 항상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치바만의 오묘한 대화법도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중요한 매력 포인트이다. 무심한 듯 뒤통수치는 치바의 대사는 우리가 무엇을 소중히 생각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차가운 죽음과 범죄를 다루는 엔터테인먼트 소설이 이토록 따뜻하게 읽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단편소설집이었던 전작 《사신 치바》가 독특한 캐릭터가 주는 재미에 집중했다면, 이번 작품 《사신의 7일》은 장편소설답게 탄탄하고 치밀한 플롯의 힘을 더했다. 《골든 슬럼버》에서 이야기 곳곳에 씨를 뿌리고 그것이 일제히 싹을 틔워 커다란 꽃을 피우는 마법을 보여줬듯이, 이번에도 그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를 끄는 부분은 천재 사이코패스 범죄자인 혼조와 벌이는 두뇌싸움.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그의 생각과 행동 때문에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조금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게다가 혼조의 수명은 20년이나 더 보장된 상태! 과연 7일 후에 죽을지도 모르는 인간이 20년이나 더 살 수 있는 인간에게 복수할 수 있을까? 쿨한 감성의 사신과 뜨겁게 분노하는 인간이 만나 벌어지는 예측불허 복수극 치바가 야마노베의 곁에 머무는 기간은 단 7일. 일주일 뒤 치바는 야마노베의 죽음의 가부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야마노베는 그런 사실도 모른 채 딸을 죽인 혼조에 대한 복수를 꿈꾼다. 《사신의 7일》은 치바의 조사와 야마노베의 복수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7일 동안의 일을 치바와 야마노베의 시점으로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언젠가는 모두 죽게 되는 인간이기에 치바는 누가 어떻게 죽든 큰 흥미가 없다. 때문에 치바는 어떤 일이 벌어져도 놀라지 않고 시종일관 여유롭고 쿨한 태도를 유지한다. 반면 야마노베의 감정은 언제나 뜨겁다. 그러나 딸의 복수를 간절히 꿈꾸는 그의 구체적인 계획이나 실행력은 어설프기만 하다. 오히려 천재 사이코패스인 혼조의 계략에 빠져 자신이 범죄자가 될 위기에 여러 번 봉착한다. 이처럼 상반되는 캐릭터지만, 이 둘의 조합은 지금껏 보았던 그 어떤 추리소설의 콤비들보다 매력적이다. 극한 상황에서도 느긋하기만 한 사신과 사력을 다해 적과 싸우는 인간 사이에서 서로 미묘하게 어긋나는 대화도 흥미롭다. 치바는 과연 어디까지 야마노베를 도와줄까? 야마노베는 과연 끝까지 치바의 정체를 알지 못할까? 나에게 남은 날이 일주일뿐이라면? 내 삶을 돌아보게 하는 엔터테인먼트 소설 사신은 인간의 죽음을 판단하기 위해 내려 온 일종의 저승사자다. 그런데 그런 저승사자와 함께 한 7일이 즐거움과 치유의 시간이 될 수 있다니 과연 믿어지는가. 게다가 야마노베는 딸을 잃은 분노에 휩싸인 채 오직 복수 하나만을 꿈꾸는 인간이 아니던가. 이게 가능한 이유는 치바가 인간이 자신의 죽음과 인생에 대해 사유해볼 수 있는 기회를 끊임없이 제공하기 때문이다. 결국 죽음을 두려워하던 야마노베는 사신과의 일주일을 보낸 후 죽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로 성장한다. 소설 속에 나오는 “인생의 일주일을 헛되이 보낸다면 백 년도 헛되이 보낼 테지”라는 파스칼의 명언은 이 소설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메시지이자 응원이다. 이 말은 치바가 복수 생각에 여념이 없는 야마노베에게 “남은 시간이 일주일이라면?”이라고 던진 뜬금없는 질문에 대한 야마노베의 답이었다. 만약 당신에게 남은 시간이 일주일뿐이라면 당신은 어떤 일을 하겠는가? 그 7일이 인생에서 가장 멋진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이제 이 멋진 아이러니를 당신이 만끽할 차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