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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펴내며 - 김태만(시장밖예술프로젝트 집행위원장)
제1부 시장밖예술 1. 경의와 헌사를 넘어 시장밖예술을 향하여 - 김준기(광주시립미술관장) 2. 지금, ‘시장밖예술’을 생각하며 - 이성철(창원대 사회학과 교수) 3. '시장밖예술', 자본주의 시장이 낳은 다중 위기에 대한 미학적 성찰과 실천에 대하여 - 이원재(문화연대 공동집행위원장) 4. 21세기 컨템포러리 아트에 대하여 : 그 다양한 현상 형태와 전망 - 김종기(미술비평가, 철학박사) 제2부 안팎의 풍경들 1. 예술 환경의 문제와 대안 (연극을 중심으로 생각해 보는) - 이성규(부두연극단 대표) 2. 연결과 돌봄의 춤-안무가 황수현 〈검정감각360〉, 〈카베에〉 - 허유미(안무가, 춤 전문 기고가) 3. 한국 영화시장 30년을 돌아보다 - 이하영(하하필름스 대표) 4. 영화의 가치와 커뮤니티시네마 - '무비', '필름', '시네마' - 김남훈 (모두를위한극장협동조합 이사장) 5. 영화를 좋아하는 마음이 훼손당하지 않도록 한 번 더 응원하는 - 김현수 (모퉁이극장 대표) 제3부 출구 찾기 1. 식인 자본과 기술 폭주에 맞선 예술 커먼즈와 다른 세계 짓기 -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2. 아시아의 들풀, 경계를 넘어 바스락거리다 - Kenichiro Egami (문화연구자) 3. 패러다임 전환 이후의 홍콩 문화 정치를 다시 생각하다 - FC (예술가, 큐레이터) 4. 안에서 여전히 바깥을 상상하는, 아시아의 1970-80년대생 미술가 - 박수지 (독립큐레이터) 5. 자유가 아니라 출구를 찾아서 - 단상: 시장 밖에서 문학은 어떻게 가능할까 - 김남일 (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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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모두 14편의 글을 읽는 동안 나도 모르게 몸이 조금 뜨거워진 것 같다. 예술은 언제나 당대 사회문제와 인간 실존의 가장 예민한 부분을, 가장 빠르고 또 가장 직접적으로 감각해 왔다. 오늘날의 예술이 정말로 사람들의 마음을 만지고, 더 아름답고 조화로운 인간과 세상의 모습을 상상하고 보여주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깊이 생각하면 오히려 뒷맛이 씁쓸해질 뿐이다. 그럼에도 여기에 세대와 성별, 장르와 국적을 불문하고 또 다른 예술의 가능성을 향해 도전하고 힘을 보태려는 이들이 모였다.
--- p.12 시장밖예술은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 입각한 예술 유통구조에 대한 전면적 문제 제기이자, 그에 대한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99%의 예술가들이 1%의 시장예술을 선망하며, 자신의 예술노동을 소외의 나락으로 전락시킨 채 이른바 자발적 가난의 이름으로 연명해 나가고 있는 이 현실을 돌파해 나가는 것은 하나의 시대적 소명이다. 지난 20세기를 거치며 자리 잡아온 예술이라는 제도영역은 스스로 예술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 p.30 2022년 5월,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아치의 노래, 정태춘〉 시사회에 갔다. 영화가 끝난 후 관객들과의 대화에서 가수 정태춘은 대략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저는 사람들로부터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이상주의자라는 말을 가끔 듣습니다. 그러나 저는 미래주의자라기보다 오히려 과거주의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렵 채집 시대의 그것, 즉 생산성은 낮으나 자본주의가 아닌 사회를 늘 그려왔다는 의미에서 저는 과거주의자입니다.” --- p.37 하지만 시장밖예술을 상상하기 위해서는 맹목적인 이윤 창출 못지않게 유심히 살펴봐야 하는 것이 바로 ‘삶(존재)의 외주화’라는 과정-원리다. 현대 자본주의의 시장은 인간의 삶을 둘러싼 모든 것이 상품의 형태로 공급될 수 있는 생활양식을 지향한다. --- p.49 실로 다양하게 발현하는 21세기의 미술, 나아가 21세기 컨템포러리 아트(동시대 미술)를 일목요연하게 범주화시키려는 시도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및 ‘강조의 오류’를 범할 위험성이 아주 크다. 아울러 이를 위해 거론되는 작가도 언급되어야 할 많은 작가 가운데 극히 일부이며 그 때문에 의미 있게 언급되어야 할 중요하고 훌륭한 수많은 작가가 누락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백하기로 한다. 그럼에도 이 모든 것을 총괄하여 ‘아주 느슨하게나마’ 미술사적 맥락에서 ‘컨템포러리 아트’(동시대 미술)의 경향을 세 가지로 나누어 포착해 볼 수 있다. --- p.62 이야기하고자 하는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극장은 광장이며 또한 공장이다. 만남과 접촉, 생산이 여기서 이루어져야 한다. 전용 극장이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의 공동작업 터가 된다면 시대적 담론을 끌어낼 수 있고, 협업을 통해 새롭고 참신한 예술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 p.86 후자와 관련하여 활발한 활동을 해 오고 있는 이 중에는 안무가 황수현이 있다. 그는 오랫동안 무용수로 활동하다가 안무가로 방향을 전환한 2011년부터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 왔다. 그의 작품은 쉴 틈 없이 이어지는 동작의 향연이 아니라 감각에 집중하는 수행적 움직임들이 주를 이룬다. --- p.94 지금까지 간략하게나마 내가 경험한 영화판 30년을 산업의 관점에서 훑어보았다.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힘의 불균형은 낮은 수익 분배나 제한적인 유통 계약 등 불공정한 계약 조건으로 이어지며 평평했던 운동장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되돌려 놓아야 산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 p.117 정책적 의존이 높은 국내 문화예술 단체의 자본 결성 방식에 대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커뮤니티’, ‘시네마’ 두 단어는 모두 다양한 사람과 주체의 집합적 가치를 함의하고 있다. ‘커뮤니티시네마’가 지속하기 위한 해답은 이미 단어 안에 쓰여 있는지도 모르겠다. --- p.132 지금은 거창한 목표가 없다. 그보다 명료한 목표가 있다. 그건 모퉁이극장의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다양한 관객들이 이 활동을 계기로 ‘한 번 더’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마음이 작아지지 않고 조금 더 뻗어나가는 일을 안내하고 응원하는 일은 고되고 더디고 힘들기도 하지만 여전히 놀랍고 설레는 일이다. --- p.145 공식적으로 예술 창작은 어느덧 ‘창의’ 문화산업을 위한 땔감이나 아이디어 보조 역할로 추락했다. 지역자치단체들은 도시재생이란 이름 아래 청년 작가들의 공공미술을 공공근로 사업 명목으로 용도 변경하기 일쑤다. 아트앤테크 작가들은 첨단 IT 기업들의 ‘혁신 없는 혁신’ 슬로건을 위해 발광하는 스펙터클 이미지를 만들며 마치 액세서리처럼 동원된다. 메타버스와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 영역에 주로 예술기금 지원이 쏠리면서, 너도나도 코딩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장르 전업까지 불사하는 일이 흔한 풍경이 됐다. 동시대 예술에서의 사적인 전횡과 기술 폭주가 깊고 넓게 일어나고 있다. --- p.151 이번 전시에 참여한 예술가들의 활동은 단순한 예술적 표현을 넘어 사회 운동 및 지역사회와 깊이 연결되는 상호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이는 아시아 전역의 풀뿌리 문화 실천이 국제 전시나 문화 행정과 같은 공식적인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 자생적으로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이런 활동들을 ‘들풀’이라는 개념에 비유했듯이, 이들 작가는 일시적으로 제도적 틀에 편입되더라도 제도 밖에서 독립적으로 계속 발전하고 있다. --- p.181 홍콩의 사회 문제는 홍콩과 중국 본토 간의 문제만이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직면하고 있는 자본주의의 문제와도 많은 관련이 있다. 따라서 이전 운동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계층의 사람들과도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 p.194 태국, 한국, 필리핀, 방글라데시, 홍콩의 작가를 살펴보는 동안 우리는 그 어떠한 종류의 폭력도 중단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눈앞의 명백한 살상이 지금 아시아에서 발생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더라도, 세계는 서로 연결된 채 폭력을 가속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앞서 언급한 각 국가의 작가들은 자신이 겪은 삶에서의 경험과 그 삶을 둘러싼 장소를 회피하지 않은 채, 미술가로서의 언어 또한 구축해 가고 있다. --- p.210 최근 읽은 아시아 작가들의 소설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타이완의 작가 리앙과 천쓰홍과 우밍이는 싫든 좋든 예부터 타이완섬에서 함께 살아온 귀신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소설에 담아 그것을 타이완 문학의 독특한 특징 중 하나로 만들었다. 일본의 소설가 호시노 도모유키는 아예 개와 형제처럼 지내는 것 이상으로 개를 제 분신처럼 여기는 반견인간을 등장시키고, 심지어 식물이 비단 소재를 넘어서서 주인공까지 되는 소설을 정색하고 써냈다. 그의 소설집 『식물기』 역시 신자유주의 출판 혹은 독서 시장을 무시하거나 외면할 수 없겠지만, 그의 작업은 시장에 작지만 어떤 귀중한 균열을 남겼을 게 분명하다. --- p.2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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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한 발씩, 대안적 예술생태계를 위한 이정표 제시
이번에 발간되는 단행본 『바깥으로 한 발』은 향후 ‘열 발’까지 이어질 시리즈의 창간 예비호 성격의 첫 권으로, 시장 중심의 예술생태계를 넘어선 대안적 예술 활동의 가능성을 탐색적으로 살펴본다. 여기서 ‘한 발’은, 걸음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장전된 총알을 의미하기도 한다. 김태만 시장밖예술프로젝트 집행위원장의 발간사를 시작으로 총 14명의 필진이 참여하였고 3부에 걸쳐 ‘시장밖예술’의 의미와 실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 그리고 아시아 예술계의 새로운 전망을 담았다. 먼저 1부에서는 시장밖예술에 관한 총론 격의 글들을 선보인다. 2019년 이 프로젝트가 시작할 때부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미술평론가이자 현재 광주시립미술관장으로 재직 중인 김준기 선생의 글을 맨 앞에 실었다. 또, 오랜 시간 자본과 노동, 산업의 관계를 사회학적으로 성찰해 온 사회학자 이성철 교수의 시론과 문화운동가이자 뛰어난 이론가인 이원재 문화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의 글, 미술비평가이자 철학박사인 김종기 선생의 21세기 컨템포러리 아트에 관한 글까지 모두 4편의 글을 담았다. 2부는 현재 우리 예술계 안팎의 풍경들을 몇 개의 장르별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부산의 연극 운동 1세대이자 연극계 원로인 이성규 부두연극단 대표는 연극을 중심으로 예술 환경에 대해 느낀 소회들과 함께 다양한 제언을 보내주셨고, 안무가 허유미는 현대무용과 한국 춤의 한 경향을 안무가 황수현의 작품에 대한 정성스러운 해설을 통해 드러내 보이면서 현대무용이 어렵고 난해하다는 게으른 편견을 수정할 수 있게 도와준다. 하하필름스 이하영 대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국 영화시장 30년을 산업의 관점에서 돌아보며 영화계 내부에 도사리는 힘의 불균형을 시원하게 짚어주었고 커뮤니티시네마 운동을 오랫동안 진행해 온 모두를 위한 극장협동조합 김남훈 이사장은 영화의 보편적 가치가 어떻게 커뮤니티시네마라는 운동을 통해 확산할 수 있는지 알려주었으며, 이 커뮤니티시네마를 부산 지역에서 오랫동안 실천해 온 모퉁이극장 김현수 대표는 솔직하고도 담담한 글을 통해 한 번 더 응원하는 일의 소중함을 되새긴다. 마지막으로 3부는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을 찾기 위한 국내외 여러 시도에 대한 기록이다. 이광석 교수는 급변하는 사회 조건 속에서 비상사태를 맞이한 동시대 예술의 출구 중 하나로 공생, 개방, 협력을 특징으로 하는 창작자들의 상호 호혜적 결사체 ‘커먼스’를 제시한다. 문화연구자 켄이치로 에가미(Kenichiro Egami)는 지난 20년 동안 ‘자율’, ‘상호부조’, ‘반(反)소비’ 등의 원칙에 따라 자본주의와 지배적인 사회 질서로부터 자유로운 공간을 만들어 온 동아시아의 문화 활동과 사회 운동의 공통점을 자신이 기획자로 참여한 올해 요코하마 트리엔날레의 사례를 토대로 보여주고, 홍콩의 예술가이자 큐레이터 FC는 2014년 우산 혁명 이후 10년 사이 홍콩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고 그 패러다임 전환 이후의 홍콩 문화 정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알려준다. 지금 한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미술기획자이자 올해 부산비엔날레의 협력큐레이터로 활동한 박수지는 군부 독재부터 민주화 쟁취를 위한 투쟁까지 격동의 시기를 공통으로 경험하고 거쳐온 동아시아의 1970-80년대생 미술가들을 통해 현재진행 중인 시스템과 예술의 긴장 관계를 드러내 보이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소설가 김남일은 지금의 우리가 시장밖예술을 상상하고 또 그것을 중심으로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의 의미를 문학적으로 성찰했다. 앞으로도 시장밖예술프로젝트는 한국과 아시아의 의미 있는 예술 활동 사례들을 폭넓게 기록하고, 인터뷰와 취재 및 답사 등을 통해 더욱 풍성한 내용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매년 한 권씩 발간되는 시리즈를 통해 대안적 예술생태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