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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동서남북을 떠도는 사람
- 공자에 관한 전기 - 공자, 성인의 후예인가 무녀의 아들인가 - 첫번째 망명, 양호와 대립하다 - 두번째 망명, 동쪽의 주나라를 만들겠다 - 14년 동안 헤맨 정처 없는 망명길 - 평생을 함께한 꿈과 그림자 2장 유교의 원류 - 옛것을 조술하다 - 군자의 유와 소인의 유 - 성직자와 제사자 그리고 지식인 - 하늘이 바뀌다 - 주공으로 회귀하다 - 유교의 성립 3장 공자의 자리 - 체제 밖의 인간 - 불평분자의 무리 - 공자, 노예해방의 지도자인가 - 공자의 제자들 - 도가 행해지지 않는구나 4장 유교의 비판자 - 묵가, 동일한 차원의 경쟁자 - 상동과 겸애의 결사 집단 - 묵자와 맹자의 시대 - 공자야말로 큰 도둑이다 - 공자는 노자에게 예를 물었는가 - 직하의 학문 5장 논어에 담긴 뜻은 - 문장의 형식은 내용을 반영한다 - 공자 이후 유가의 여덟 유파 - 다양한 제자들의 모습 - 『논어』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 위대하구나! 공자는 옮긴이 주 지은이 후기/깜깜한 바다 위를 홀로 떠다니듯이 옮긴이 후기/인간 세상을 향한 이상과 광기 찾아보기 |
Shizuka Shirakawa,しらかわ しずか,白川 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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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김용옥과 논어 이야기
혹시 우리가 시라카와 시즈카(白天靜, 1910~ )라는 이름을 알고 있다면, 다분히 김용옥 교수 덕택일 것이다. 김용옥 교수가 시라카와를 가장 대중적으로 소개한 기회는 KBS에서 방송되었던 ‘도올의 논어 이야기’ 강의와 그것을 책으로 엮어 만든 『도올 논어』라고 할 수 있다. 김용옥 교수는 자신의 다른 저작들에서도 직?간접적으로 시라카와의 『공자전』(孔子傳)을 여러 차례 언급하고 인용하면서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학계의 반응은 이렇다. 주지하다시피 김용옥 교수를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도올은 동양철학 전반을 폭넓게 연구해온 학자이고, 각 학파의 대표 경전에 대한 권위적이며 독자적인 해석을 일반인들에게 대중적인 언어로 전달해왔다. 그의 인기가 높았던 만큼 그를 향한 비난과 우려도 높았다. 도올 학문에 대한 비판서만 따로 모아도 서점의 한 켠을 넉넉히 차지할 정도다. 그 가운데에는 낮은 수준의 원색적인 내용을 담은 책이 있는 한편, 나름대로 객관적인 논조로 조목조목 따지고 있는 책도 있으며, 도올 논쟁에 관련된 책만을 모아 다시 비판한 책도 있다. 공자의 『논어』와 관련된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보자. 많은 논객들은 김용옥 교수가 공자를 무녀의 아들이라고 주장한 점을 짚고 넘어간다. 그 점만을 유독 문제 삼고 있다. 즉 ‘어떻게 우리의 위대한 성인이신 공자를 감히 무녀의 아들로 치부할 수 있단 말인가’ 하는 식이다. 그리고 바로 이 점에서 논쟁은 더 이상 나아가지 않는다. 김용옥 교수가 주장한 공자가 무녀의 아들이라는 설의 원주창자는 바로 시라카와 시즈카다. 시라카와 시즈카, 우리가 몰랐던 일본의 대학자 시라카와는 올해 아흔다섯 살의 노학자다. 예순까지는 오로지 학문 연구에만 힘을 쏟기로 자신과 약속을 했고, 그후로는 저술 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고집 세고 지조 있는 학자다. 노년에 글쓰기를 시작하여 완성한 시즈카의 저작 목록을 훝어보면, 『설문신의』『금문통석』『시경』『중국의 신화』『중국의 고대문학』『갑골문의 세계』『금문의 세계』 그리고 한자사전 3부작이 있다. 그의 저작을 보면 단박에 알 수 있을 만큼 그의 연구 분야는 중국 고대 세계의 문자와 문헌에 집중되어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 시라카와 시즈카만큼 한자학에 정통한 권위를 가진 학자가 없다. 고대 문자와 당시 사회문화에 대한 방대하고 해박한 지식을 토대로 쌓아올린 그의 학문 세계는 단연 독보적이다. 이 책은 일본의 주오코론샤(中央公論社)에서 출간되었는데, 저자의 다른 저작들과 비교할 때 가장 대중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전체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제1장은 공자의 출생에서부터 긴 망명생활과 죽음까지를 다루고 있다. 관련된 고대 문헌을 섭력하면서 사실 관계를 추적하고 있어 꼼꼼한 읽기가 요청된다. 특히 출생에 얽힌 이야기가 중요하다. 공자 평생의 이상이었던 주나라의 주공과 더불어 어두운 경쟁자이자 여러 재난의 원인이었던 양호를 비중 있게 다룬 점이 특징이다. 제2장은 유(儒)와 인(仁)과 예(禮)라는 문자의 기원을 여러 다른 글자와 관련지어 풀이하고, 고대 농경사회에서 큰 역할을 했던 성직자이자 제사자이며 지식인이었던 무(巫)와 축(祝)과 사(史)에 관하여 설명한다. 고대 문자의 새로운 의미와 고대 문화의 주술적이고 신비적인 요소가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은나라에서 주나라로 사회가 변천함에 따른 천 사상의 변화를 지적한다. 제3장은 씨족 사회가 해체되어 가는 과정에서 발생하여 시대적 전환점에서 중요한 변수가 되었던 공상(工商) 계급과 도(盜)의 무리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춘추시대의 급변하는 사회상이 아주 재미있다. 또한 가상설이나 곽말약의 노예제해방설과 같은 이론들을 고증한다. 제4장은 유가와 경쟁했던 다른 학파들, 즉 묵가와 도가의 발전 과정을 다루고 있다. 제5장은 『논어』의 편찬이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추적하며, 이 경전의 문장 양식과 내용에 대해 저자의 의견을 펼친다. 공자가 죽고 난 뒤의 제자들과 교단의 향방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전체적으로 중국 고대사회에 관한 문자학과 문헌학과 문화인류학의 지식이 총동원되어 재미가 있으면서도 지나치게 학술적인 형식으로 서술하지 않고, 대중교양문고의 덕성을 살려 어렵지 않게 핵심을 전하고 있다. 저자의 방대한 지식은 단연코 압도적이다. 학문의 영역에서 다양한 학설이 씌어지고 논의되어야 함이 마땅하기 때문에, 공자사상과 관련된 수많은 저술에 덧붙여 이 책이 읽혀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공자가 무녀의 아들이라는 주장, 살펴보면 설득력 있다 이것은 하나의 설이다. 고대 세계와 관련한 사실을 증명해줄 근거자료는 언제나 부족하게 마련이므로 일정 부분은 추정을 통해 메워지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공자는 스스로 아무런 문장도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살아 있을 당시 공자의 언행을 어떻게 모아서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공자의 인격은 다양하게 구성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사마천에 의해 치장된 모습이 아닌, 봉건적인 관료제 국가의 수호신으로 오용된 모습이 아닌, 공자라는 한 인간의 왜곡 없는 진실한 모습을 들여다보자. 사실이 반드시 진실은 아니다. 사실이 의미하는 바가 진실인 것이다. 이 점에서 공자가 무녀의 아들이었다는 이야기가 황당무계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 시라카와의 설명과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공자에 대해 몰랐거나 간과했던 새로운 모습을 분명히 볼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공자의 출생을 기록한 고대 문헌을 모두 확인하고 공자의 생김새, 출생지의 지명과 풍습, 성장 과정, 무축 사회에 대한 배경지식 등을 풀어놓았다. 이러한 전기적 사실을 통해 저자는 오늘날에도 생명을 가지며 삶에 의미를 던져주는 공자의 사상을 구체화한 것이다. (28~39쪽) 이것이 바로 나이니라 위대함은 위대하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증명되지 않는다. 그러한 위대함이 어떻게 성취되었는지가 좀더 본질적인 문제다. 이 책에 등장하는 공자의 모습은 고난과 고뇌의 나날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공자는 이상주의자였지만, 이상주의자였던 까닭에 번번이 좌절하고 성공하는 일이 없었다. 공자는 자신의 생애 가운데 가장 중요한 시기를 망명과 표박 속에서 보낸 체제 밖의 인간이었다. 망명 중의 어떤 시기에는 “선생을 죽이려던 자에게 죄를 주지 않았고, 선생을 욕보인 자를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고 할 만큼 받아줄 이 없는 망명자, 외부에서 온 도적으로 취급받기도 했다. 동쪽 성문에 우두커니 홀로 서 있는 공자의 모습을 어떤 사람이 ‘상갓집 개’와 같다고 말하기도 했고, “내가 어찌 한낱 조롱박이겠는가. 어찌 매달려 있기만 하고 먹지도 못하는 존재이겠는가”라며 애써 자신을 위로하기도 했고, 사랑하는 제자 안연이 죽었을 때에는 “아아! 하늘이 나를 버리셨구나! 하늘이 나를 버리셨구나!” 하며 비탄에 잠기기도 했다. 반체제자였지만 여느 모반자와는 달랐다. 그는 개인의 성공과 영달이 아닌 보다 넓은 세상의 질서와 평화를 이루고자 자신을 던졌다. 여기에 빈천과 고행이야말로 위대한 정신을 낳은 토양이 되었다. 그래서 그 삶의 주요한 부분에는 긴장된 아름다운 리듬이 흐른다. 격렬한 구도자 정신과 도에 헌신하는 자세, 이상에 불타서 살아가는 이의 빛나는 듯한 아름다움을 공자에게서 느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