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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학은 과학자들이 하는 일이다
2. 앎의 기반에서 일어난 혁명 3. 빛과 물질 4. 공간과 시간 5. 살아 있는 세포 6. 지구의 역사와 생명의 진화 7. 도구와 인간의 진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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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candy@yes24.com
"이 책에서 나는 독자들에게 과학자들이 20세기에 배운 것들에 관해 내가 배운 것을 요약해서 이야기하려 한다."
이 말이 얼마나 책임지기 어려운 말인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알 거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고등학교 과학 교과 과정인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에서 다루는 전 내용을 담겠다는 의미이고, 그 외 고등학교에서 다루기 어려운 내용- 쿼크에서 은하계까지, 빅뱅에서 생명의 탄생까지, 공룡에서 호모 사피엔스를 지나 국제연합 상임이사회까지-까지 총괄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저자 제라드 피엘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과학사도 상당 부분 다루고 있을 뿐 아니라 7장 '도구와 인간의 진화'에서는 꽤 많은 분량이 고고학이나 사회학이나 경제학에도 할애된다. 20세기에 발견한 과학지식의 집대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책은 저자가 발행인이자 편집자로 참여한『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발표된 기사들을 다시 검토하고 심층적으로 연구한 것이다. 이 잡지가 창간된 것이 1948년이었으니까 50여 년이라는 시간과 이 기간 동안의 저자의 노동이 총 압축된 것이기도 하다. 원래 저자는 하버드 대학에서 유럽 사학을 전공한 사학도였다. 그러나 임박한 제2차 세계대전을 취재하겠다는 야심을 품고 당시 막 창간된 대중 사진잡지 『라이프』에 입사한다. 하지만 "조금 아는 것보다는 전혀 모르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사장의 생각으로 과학 문맹인 그는 과학부 편집자로서 일하게 된다. 점차 도움을 요청하는 처지를 벗어나 과학자들로부터 환영을 받는 위치로 올라서 있는 자신을 발견한 그는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과학의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결국 과학잡지를 창간하게 된다. 그는 당시 거의 죽어가고 있던 102년 전통의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을 사들였는데, 은퇴하던 해인 1986년에 잡지의 발행부수는 100만 부를 넘고 영어 외에 아홉 개 국어로 발간되는 대표적인 과학 잡지가 되었다.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이니만큼 그의 글은 지극히 언론인답다. 저자는 논리적 사유를 이끌어주는 접속어의 사용을 아끼면서 문장들을 그냥 나열하는 것을 즐기고, 또한 명백한 연관관계가 보이지 않는 다른 내용들을, 매우 많이 생략한 한 문장 안에 병치한다. 역자의 말마따나 "독자는 어쩌면, 알 듯 말 듯한 이야기가 전문용어를 뒤집어쓰고 단순한 직설법 어투로 이어지는 과학기사를 보는 막막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의 글은 "내용이나 이해 면에서 신문이나 잡지에서 흔히 보는 과학기사들보다 훨씬 훌륭"하지만 말이다. 결국 이 책을 받아들이는 독자의 몫일진대, 어차피 과학의 지식들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을 위해 쓰여진 글이니 만큼, 표적 독자들에게 이 책은 "보기 드문" 백과사전이 될 만하다. 50년 동안에 벌어진 과학 이야기들을 이토록 생상하면서도 방대하게, 그리고 놓치는 부분 없이 펼쳐낸 책은 지금까지 없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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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이 자연선택 이론을 30여 년에 걸쳐 어렵게 만들어가던 시기에는 오늘날 우리가 가진 진화의 증거들이 확보되어 있지 않았다. 당시 지질학자들이 추정한 지구의 나이는, 현존하는 종들이 분화나 통하의 진화과정을 완수하기에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거의 제공하지 않았다. 화석자료에서 얻은 증거는, 과거에 수많은 종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영국 웨일스 지방에 있는 캄브리아기 지층보다 더 오래 된 화석은 없었다. 웨일스 지방 캄브리아기 지층은 당시 알려진 가장 오래 된 화석 보유 암석이었다. 다윈 자신도 그가 발견한 증거들이 생명의 역사에 관한 그의 이론을 반박하는 가장 극복하기 힘든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담은 다음과 같은 다윈의 글은 흔히 인용된다.
"흉내낼 수 없는 그 모든 설계를 갖춘 눈이, 그러니까 다양한 거리에 초점을 맞추고, 다양한 양의 빛을 받아들이고, 구면수차와 색수차를 보정하는 장치들을 갖춘 눈이 자연선택에 의해 형성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솔직히 고백하건대, 매우 불합리해 보인다." 이 수수께기에 대한 대답은 살아 있는 세포가 겪은 긴 역사가 들려주었다. 변화무쌍한 살아 있는 세포가 혁심을 일으키고 분화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을 오늘날의 화석 증거들은 넉넉히 제공한다. 다윈은 그렇게 긴 시간을 감안할 수 없었다. 생명체의 흔적을 지닌 가장 오래 된 화석이 보여주는 바에 의하면, 생명은 지구 역사의 최초 10억년이 끝나는 즈음에 또는 그보다 앞선 시기에 시작되었다. 지구 역사의 최초 10억 년은 하데스기라는 적절한 명칭으로 불린다. 당시 지구 중력장은 여전히, 태양의중력 붕괴 이후 남은 잔재와 원시 먼지구름이 행성들로 붕괴하고 남은 잔재를 끌어모으고 있었다. 최초의 대기 속에 산소가 있었을 가능성은 없다. 화학적 활성이 높은 산소는 지각에 있는 다른 원소들과 강하게 결합했다. 지각을 이루는 원자들 중 거의 절반이 산소이다. 오늘날 대기권 상층을 이루는 오존층이 없었으므로 고에너지를 지닌 태양 광자들이 에너지 감소 없이 지표면에 도달했다. 생명은 바로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탄생했다. --- p.3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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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이들은 자연과학자다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으며 한가로운 교외에서 보낸 어린 시절, 뉴턴은 외로움 속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왜 지평선 위의 일몰과 일출 지점이 계절에 따라 변하는 것일까? 뉴턴은 할머니 집 바닥과 벽에 그려진 창문의 그림자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일몰과 일출 지점을 기록했다고 한다. 고전 역학의 아버지쯤 되고 보면 이 정도 일화야 당연하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 역시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주위 세계의 모든 것에 대해 궁금해하고 알기를 원하면서 삶을 시작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밤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들은 낮에는 보이지도 않더니 어디서 갑자기 나타났다가 또 사라져 가는 것일까? 호숫가에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끓인 물에서 생겨나는 수증기와 어떻게 다르고, 아무리 빨리 달음박질쳐보아도 휘영청 밝은 달은 뒤쳐지지도 않고 내 뒤를 바짝 쫓아오는 것일까? 순수한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았던 자연세계는 우리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했고, 그 모든 현상은 경이롭기만 했다. 한마디로 모든 아이들은 자연과학자의 눈을 가졌다. 과학혁명의 시대와 기술혁명의 시대 별을 바라보던 아이들은 어느 새 어른으로 성장해감에 따라 자기만의 삶을 재빨리 찾아간다. 과학은 틀 안의 교육에서 더 이상 생기발랄한 꽃의 매력을 지닐 수 없고, 한번쯤 생각해보았던 과학자로서의 꿈도 한때의 어린 꿈인 양 아이들의 기억에서 잊혀져갔다. 한편 이웃 일본의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 소식에 기초과학의 부재를 한탄만 하는 것이 현재 우리의 자화상일지 모른다. 신문 한 귀퉁이에 ‘퀘이사’ 너머 새로운 별의 발견을 알리는 신문기사는, 범인인 우리에게 더 이상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다만 한층 업그레이드된 기술로 신제품 출시를 알리는 휴대폰 광고에 눈길을 줄 뿐이다. 그야말로 오늘날 우리는 ‘과학혁명’보다 ‘기술혁명’을 실감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류 과학사에 두 번 다시 없을 백가쟁명의 과학시대 오늘날 인터넷을 보편적 가치의 중심에 두고, 급속히 발전해 가는 정보와 기술력은 과학의 위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듯하다. 세계 안에서 또한 그 세계 너머에서 앎을 위한 광활한 영역을 열어놓은 것이 과학 연구였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말이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과학에 바치는 무한한 애정과 찬사라고 할 수 있다. 제목이 주는 여운에서도 우리는 지난 시대 누렸던 ‘과학의 영화로움’을 진하게 느끼게 된다. ‘생각해보라, 우리에게 ‘과학의 시대'라고 일컫는 한때가 있었다는 것을.’ 수세기에 걸친 뉴턴의 고전 역학이 이룬 결정론적 세계관의 확고한 틀을 깼던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의 과학 시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막스 플랑크의 불확정성 원리로 대표되는 양자역학의 두 축을 중심으로 과학 발전사에 두 번 다시 없을 ‘백가쟁명의 시대’를 구가했던 때다. 바로 이 책은 ‘20세기 과학자들이 알아낸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인간 지식의 찬란한 진보의 기록을 담은 ‘괴물 같은 책’ 이 책은 미국의 가장 권위 있고 역사가 오랜 과학잡지『사이언틱 아메리칸』에 지난 50년 간 실린 폭넓은 분야의 과학기사들을 총망라한다는 작가의 야심 찬 집필의도 아래 체계적으로 정리되고, 분량면에서도 방대한 과학저술이다. 총7장으로 구성된 본문은 인류가 끝없이 품어왔던 궁극적인 질문인 ‘무에서 유의 창조’에 관한 비밀과 ‘우리는 어떻게 생겨났고, 우리는 누구인가 하는 인간 정체의 탐구로 점철된 인간 지식의 찬란한 진보의 기록이다. 분야는 쿼크에서 은하계까지, 빅뱅에서 생명의 탄생까지, 공룡에서 호모 사피엔스를 지나 국제연합 상임이사회까지, 시간의 전 영역과 공간의 전 영역 그리고 문화의 전 영역을 아우른다. 통상의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네 분야를 전부 다루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과학사도 상당 부분 다루고, 아예 제7장(도구와 인간의 진화)에서는 고고학이나 사회학?경제학에도 할애한다. 이 책이 다루는 주제의 방대함과 서술의 체계성과 대중성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 옮긴이는 ‘괴물 같은 책, 그래서 보기 드물 게 좋은 책’(486p)이라고 번역의 소회를 밝혔다. ‘사이언틱 아메리칸’의 편집자가 쓴 놀라운 과학책 지은이 제라드 피엘은 이 방대한 책을 쓴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과학과는 거리가 먼 비전공자이며 언론인 출신이다. 그의 역사학 학사학위는 완전히 과학 문맹임을 보여주는 증명서가 아닌가. 그러나 1940년대 막 창간된 대중 사진잡지 『라이프』지의 과학부 편집자로 일하면서 대중을 위한 과학잡지 창간의 꿈을 키우고, 마침내 1948년 5월, 당시 다 죽어가던 102년 전통의 『사이언틱 아메리칸』을 인수해 첫 창간호를 낸 장본인이다. 과학을 사랑하는 그는 객관적 지식의 힘, 객관적 지식 추구의 윤리, 과학 지원의 필요성, 대중 과학교육의 필요성을 기회 있을 때마다 외친다. 그의 글은 언론인 특유의 경쾌함과 빠름으로 과학의 발전과 관련된 사건들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과학자가 아닌 언론인이 그 누구도 조망하기 어려울 만큼 방대한 전문적인 과학 이야기를 50년 동안 모아 한 권으로 응축시킨 책을 번역하는 일은 나에게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 모아놓은 내용들은 어떤 공식적 과학논문에서도 다루지 않은, 과학적 모험의 첨단에서 일어나는 발전에 뒤쳐지지 않기를 원하는 많은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그의 심층적인 연구의 종합이다. 앎을 향한 끝없는 열정이 있다 끝으로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과학의 통일적인 밑그림을 그리게 될 뿐만 아니라, 독특한 관점으로 세계를 바라보았던 과학자들의 열정적 세계도 배우게 된다. 이들은 하나같이 “나의 치통만큼이나 사적이다”(브리지먼, 43p)라고 부른 세계에 진정으로 몰입한 자들이며, “놀라운 발견은 1000명의 권위자가 내놓는 의견보다 한 개인의 소박한 추론이 더 값지다”(갈릴레이, 43p)라는 사실을 몸소 실천한 자들이었다. 또한 “내가 더 멀리 보았다면, 그것은 내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뉴턴, 72p)라며 선각자들의 업적과 연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줄 알았던 자들이었고, “그 열정이 없었다면, 수학도 자연과학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아인슈타인, 69p)라며 앎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던 자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