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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원 75전
가난한 아내 갈등 같은 길을 밟는 사람들 기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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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에 궂은비 내리고 삼각산에 첫눈이 쌓이던 날이었다.
나는 왼종일 엎드려서 신문, 잡지, 원고지와 씨름을 하였다. 마음은 묵직하고 머리가 띵한 것이 무엇을 읽어도 눈에 들지 않고 붓을 잡아도 역시 무엇이 써질 듯하면서 써지지 않았다. 나중에는 화가 더럭더럭 나서 보던 잡지로 낯을 가리고 누워 버렸다. 눈을 감았으나 졸음이 올 리가 없다. 끝도 없고 머리도 없는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라서는 터져 버리고 떠올라서는 터져 버렸다. --- “5원 75전” 중에서 봄날같이 따스하고 털자리같이 푸근한 기분을 주던 이른 겨울 어떤 날 오후이었다. 일주일 전에 우리 집에서 떠나간 어멈의 엽서를 받았다. 이날 오후에 사에서 나오니 문간에 배달부가 금방 뿌리고 간 듯한 편지 석장이 놓였는데 두 장은 봉서이었고 한 장은 엽서이었다. 봉서 중 한 장은 동경 있는 어떤 친구의 글씨였고 한 장은 내 손을 거쳐서 어떤 친구에게 전하라는 가서(家書)이었다. 나머지 엽서 한 장은 내 눈에 대단히 서투른 글씨였다. 수인란에 ‘경성 화동 백 번지 박춘식씨(京城花洞百番地朴春植氏)’이라고 내 이름과 주소 쓴 것을 보아서는 내게 온 것이 분명한데 끝이 무딘 모필에 잘 갈지도 않은 수묵을 찍어서 겨우 성자(成字)한 글씨는 보도록새 서툴렀다. --- “갈등”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