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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동이 틀 때
부부 이역원혼 백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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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으나짧은 여름밤을 빈대 모기 벼룩에게 쪼들려서 받아주는 사람도 없는 화증과 비탄으로 앉아 새다시피 한 허준이는 가까스로 들었던 아침잠조차 앵앵거리고 모여드는 파리떼로 흔들리고 말았다.
그러지 않아도 남의 집에서 자는 잠이니까 늦잠을 잘 수는 없는 일이지만 화나는 양으로 말하면 그놈의 파리를 모조리 잡아서 모가지를 가위로 싹둑싹둑 잘라 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도 생각하면 소용없는 짓이려니와 되지도 않을 일이니까 그는 하는 수 없이 찌긋찌긋한 몸을 뒤틀면서 일어나 앉았다. 벌겋게 충혈된 눈을 비비면서 창문 밖을 내다보니 아침 햇볕은 벌써 마당에 쫙 퍼졌다. 그는 뒤가 다 나간 양말을 집어 신고 일어서서 허리끈을 바로 매었다. 고의적삼에서 흐르는 땀냄새도 양말의 고린내에서 못지지 않았다. "이렇게 괴로운 줄 알았으면 회관에서 잘 것을." --- “먼동이 틀 때” 중에서 나는 더 참을 수 없다. 그저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다. 나는 나도 알수 없는 힘에 지배되어 팔을 벌리고 눈을 뜨면서 벌떡 일어난다. 결국 굳센 내 두 팔에 잔뜩 안긴 것은 나를 덮었던 이불이다. 내 눈앞에는 으스름한 창문이 보일 뿐이다. 나는 한숨을 휴 쉬었다. 지금 그것이 허깨비인 줄 모르는 것이 아니로되, 그래도 무엇이 보일 듯하고, 무엇이 들릴 듯하게 마음에 켕긴다. “백금아! 백금아! 백금아.” 나는 나도 알 수 없이 구석을 노려보면서 나직이 불렀다. 보이기는 무엇이 보이며, 들리기는 무엇이 들려? 으슥한 구석에 걸린 의복이 점점 환하게 보이고 창을 스치는 쌀쌀한 바람 소리만 그윽할 뿐이다. “흥! 내가 미쳤나?” --- “백금”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