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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첫 장부터 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보통 두세 문장으로 끝나는데, 길어야 다섯 문장이 넘지 않으며, 그것도 단문으로 끝난다. 모두 군더더기 없이 등장인물의 행위가 중심이 되는, ‘기름기’를 쫙 뺀 문장들이다. 그럼으로써 그림이 이야기를 풍부하게 이끌어 간다. 할아버지의 모습, 동물들의 형태, 집 안팎 곳곳을 장식하는 소품을 사실적으로 그렸고, 등장인물들의 몸짓 또한 생생하게 표현했다. 정밀 묘사가 뛰어난 그림에 현실감이 더해진 것으로 그림이 모든 묘사와 서술을 섬세하게 이행하고 있다 할 것이다.
그러면서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갈색 톤은 차분한 맛을 줌과 동시에 왠지 모를 환상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실제로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람은 할아버지 하나뿐. 나머지는 호주를 대표하는 코알라, 캥거루, 웜뱃 따위 동물들이다. 동물들은 딱히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진 않지만, 의인화했음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할아버지 노래를 처음 듣고는 어리둥절해 하다가 곧 좋아하게 되고, 할아버지가 노래 부르는 걸 깜박했을 때, 도로 일깨워 준 게 동물들이니 말이다. 서로 섞일 수 없는 인간과 동물의 세계가 자연스럽게 하나 되어 흐르고 있다. 무엇보다 존 윈치는 화면 구성과 장면 전환에 있어 영화적인 기법을 추구하는 작가라고 한다. 특히 ‘클로즈 업 숏'의 적절한 구사 능력을 보면 알 수 있다. 축음기를 돌리는 장면과 깜박 잊기를 잘하는 장면 등에서 ‘클로즈업’을 연출했는데, 할아버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작품 속으로 몰입하게끔 유도하는 효과를 낸다. 또한 동물들의 시선으로 할아버지를 담아낸 곳이 있는데, 그 속에선 할아버지의 동작과 상황을 해설적으로 읽어 낼 수 있다. 이로써 작품 전체를 입체적으로 만들어 내는 힘이 숨어 있음을 알게 된다. 책 내용 도시에서 뚝 떨어진 깊은 산골짜기에 노래하는 걸 아주 좋아하는 할아버지가 살았어요. 뭔가 흥얼거리지 않을 땐, 휘파람을 불거나 축음기라도 틀어 놨지요. 동물들도 할아버지가 내는 소리를 좋아했어요. 할아버지는 한때 도시에서 살았대요. 하지만 할아버지 노랫소리가 시끄러운 소리에 묻혀 하나도 들리지 않게 되자 이사를 한 거래요. 그런데 할아버지는 해가 바뀔수록 자꾸 깜박깜박 잘 잊어버리는 거예요. 가끔 점심 먹는 것도 깜박했고요. 노래하는 것도, 휘파람 부는 것도, 축음기 트는 것도 깜박하고 말았어요. 할아버지는 뭔가 빠진 것 같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게 뭔지 떠오르지 않았어요. 산골짜기는 쥐 죽은 듯 고요해졌어요. 캥거루는 이런 고요함을 참을 수가 없었죠. 그래서 꼬리로 흙을 가볍게 치기 시작했어요. 이 소리가 시냇가로 울려 퍼지자 개구리들이 장단에 맞춰 노랠 불렀고, 새들도 노랠 불렀어요. 곧 온갖 노랫소리가 산골짜기로 메아리쳤답니다. 그중 가장 큰 노랫소리는 바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