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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누구와 함께 시설사회에 맞설 것인가 - 나영정 1부 가족 1 강제된 장소, 강제된 관계를 질문하는 탈시설 운동 - 김순남 2 해외입양과 미혼모, 그리고 한국의 정상가족 - 김호수 3 탈가정 청소년의 주거, 보호가 아닌 권리로 - 변미혜 4 한부모, 장소가 만들어 내는 차이: 탈시설에서 답을 찾다 - 오진방 5 친밀한 통제, 시설화의 또 다른 얼굴 - 강진경 2부 도시 6 도시의 감금회로망적 상상: 유동하는 수용시설의 경계와 그 사이의 몸들을 언어화하기 위하여 - 김현철 7 노숙인의 도시에 대한 권리 - 김윤영 8 ‘지역사회’라는 유일한 선택을 위해: 대구시립희망원 중증?중복 발달장애인의 탈시설과 함께 살기 - 전근배 3부 보호소 9 한국사회와 난민, 그리고 탈시설 - 고은지 10 난민은 어떻게 시설에 갇히는가: 외국인보호소와 동향조사 - 김연주 11 요양병원이 종착지가 된 에이즈 환자들 - 권미란 12 정신장애인의 안전할 권리 찾기: 치안이 아닌 ‘치료’, 관리가 아닌 ‘권리’ - 노다혜 4부 담론과 제도 13 탈시설 운동은 ‘없애는 것’ 넘어 ‘만드는 것’ - 김지혜 14 ‘좋은 왕’과 ‘나쁜 왕’이 사라진 자리: 불온한 타자의 삶을 가능케 할 반폭력, 탈시설의 윤리 - 김은정 15 탈시설과 중증장애인 노동권: ‘현저히 낮은 근로 능력’이라는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 정다운 16 장애인의 권리를 빼앗는 소비자주의와 바우처제도 - 조현수 5부 저항의 현장 17 쉼터는 어떻게 시설화를 넘어설 수 있을까 - 여름 18 탈시설 운동으로 나아가는 엑시트와 자립팸: 청소년과 ‘동료-하기’를 수행하는 현장에서 - 한낱 19 시설화된 관계를 넘어 동료시민으로 살아가기: 발달장애인과 조력자의 관계를 중심으로 - 진은선 20 장애인 탈시설 운동에서 이뤄질 ‘불구의 정치’ 간 연대를 기대하며 - 조미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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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교차적 관점을 견지함으로써, 가족(집), 도시, 보호소 등의 장소에서 장애인뿐만 아니라 구체적으로 누가 어떻게 시설화되는지 드러내고 다양한 얼굴과 이름으로 억압의 구조를 증언할 것이다. 또한 일라이 클레어가 제시한 “다중 쟁점적 사유”를 통해서, 시설을 만들고 유지해 온 억압에 대항하기 위해서 어떠한 정치적인 비전과 실천이 필요한지 모색할 것이다. (…) 그것을 위해서 우리는 장애인 해방 담론과 정치뿐만 아니라 페미니즘, 퀴어 이론, 반차별 담론, 국가와 자본의 폭력에 맞서는 인권 규범과 반자본주의적 기획과도 연결되고자 한다.
--- p.6~7 시설화 정책의 대상은 ‘이상적인 가정환경’으로부터 일탈된 존재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이상적인 가정환경은 정상신체중심주의, 능력주의, 빈곤하지 않은 이성애 가족질서를 공고히 하는 과정이며, 그것의 외곽에 선 이들은 가족질서 근간을 흔드는 존재로 배치되어 왔다. 즉 시설화는 시설 내부에서 작동하는 규율 체계일 뿐만 아니라 사회가 상상하는 이상적인 인간됨의 조건을 구성하는 과정이다. --- p.36 하나의 시설을 사회와 떼어 내어 따로 파악하는 것만으로는 감금회로망을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 다층적인 시설이 교차하는 과정 속에서 미끄러지는 담론과 몸들을 이해하고, 더불어 시설을 가로지르는 도시의 구조를 이해하려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운동들의 연대가 요청된다. 서로 연결되지 않았던, 혹은 연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시설들 ‘사이’에서 우리는 어떻게 만나야 할까? --- p.108~109 감옥이 범죄자를 격리시킴으로써 ‘법에 의해 폭력이 다스려지는 사회’라는 가상을 만들어 낸다면, 수용소는 인종(민족)·노동·정치·이념상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인자를 격리/배제함으로써 ‘사회적 안전망에 의해 보호되는 동일한 공동체’라는 가상을 만들어 낸다. 외국인 보호시설은 사실상 ‘감옥’과 ‘수용소’ 기능이 혼재된 ‘예외적’ 장소다. --- p.149~150 사회복지시설은 대개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잠시 머무는 곳으로 이해되곤 한다. 역으로 말하면 자립할 수 없으면 떠날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미 시설이라는 기제로 불평등한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세상에서 이들의 ‘자립’은 기껏해야 열등한 수준으로 한계 지어지기 쉽다. ‘자립’의 의미가 주류의 관점과 기준에서 기획되는 한, 그런 자립은 ‘주류같이’ 되어야 한다는 동화주의적 발상에서 나온 도달 불가능한 조건일 수 있다. (…) 자립을 말하기 위해서는 먼저 주류와 소수자 사이의 분리되고 계층화된 세계가 종식되어야 한다. --- p.198~199 문화적 재현으로 형성된 이미지로서의 시설은 권력관계의 은유로 시설을 보게 하여 그 실재를 증발시키기도 하고, 시설 수용이 누군가에게는 견딜 수 없는 폭력이지만 어떤 사람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이미지를 소비하는 사람은 시설이 좋은 곳은 아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필요한 환경이라고 판단하는 권력을 갖게 되고, 또 어떻게 하면 시설을 좋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시설은 내가 “가는” 곳 혹은 “갈” 곳이 아니라, “보내는” 곳이고 “데려가는” 곳이라는 사실은 이러한 판단과 고민이 타자화를 전제로 한다는 것을 말해 준다. --- p.203~204 이에 ‘불구不具’라 불리며 이 사회에서 배제되었던 비정상들이, 스스로를 ‘불구不救’라 부르며 의존과 연대로써 온전하지 않은 서로를 지탱하고, 스스로 구할 수 없는 것은 사회적 책임을 물으며 시대의 요구에 순응하지 않고 불화不和하는 ‘불구의 정치’를 제안한다. (…) 장애여성은 몸의 차이로 비정상적인 존재가 되었지만, 그의 경험과 위치는 단일한 정체성으로 환원할 수 없는 수많은 이들의 존재를 일깨운다. 정상성을 강요받는 다른 몸들, 불구의 존재들과 함께 폭력적인 운명을 거부한다. --- p.287 |
장애여성, 노숙인, 난민, HIV 감염인, 정신장애인, 비혼모, 탈가정 청소년…
이들은 어디에 있는가? 이 책은 한국사회의 ‘정상성’에서 이탈한 이들의 삶의 장소를 문제 삼는다. ‘정상신체’에 부합하지 않는 몸을 가졌거나, 자본주의사회가 요구하는 생산성을 달성할 수 없거나, 이성애 기반의 가족을 이룰 수 없는 이는 어디서 살아가는가? 한국사회는 그들의 삶의 자리로 ‘시설’을 내세운다. ‘보호’와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권리를 박탈한다. 어디서 살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누구와 관계 맺고 싶은지 질문하지 않는다. 시설은 ‘어쩔 수 없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끊임없이 설득하며, 무력하고 통제 가능한 몸을 만들어간다. 지금 여기에서 함께 살아갈 수 없는, 함께 살고 싶지 않은 대상을 적극적으로 호명함으로써 이상적인 인간됨의 조건을 구성하는 것이다. ‘나쁜 시설’이 아닌 ‘시설’ 자체가 문제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시설을 통해 시설 밖을 정상화하고, 지배권력을 유지ㆍ강화하는 사회. 그곳이 바로 ‘시설사회’다. 장애여성공감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노숙인, 난민, HIV 감염인, 정신장애인, 비혼모, 탈가정 청소년 등 여러 소수자 집단의 활동가ㆍ연구자들과 지속적으로 만나왔다. 이를 통해 사회에서 배제되고 은폐된 존재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억압의 구조를 밝히고, 함께 해방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왔다. 이 책은 그러한 교류와 연대의 결과물이다. 탈시설 운동, 무엇으로부터 탈脫할 것인가? 탈시설 운동은 시설 거주인이 지역사회로 삶의 자리를 옮기고, 상실한 주체성과 권리를 되찾으려는 싸움이다. 시설의 소규모화나 민주화가 아닌 전면 폐쇄를 요구한다.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사회구조와 권력에 있음을 알리고 국가에 정당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필자들은 ‘시설에서 나오는 것’만을 탈시설 운동의 목표로 삼아서는 충분치 않다고 말한다. 애초에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이에게, 자신을 경계하고 차별하는 지역사회는 또 하나의 시설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시설 밖에서도 시설의 논리가 통용된다면 그가 갈 곳은 어디인가? 흔히 시설은 ‘자립’이 가능하면 떠날 수 있는 곳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자립의 의미가 사회 주류의 관점과 기준으로 기획되는 한 그런 자립은 ‘주류같이’ 되어야 한다는, 도달 불가능한 조건”(199쪽)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탈시설을 이야기할 때 ‘무엇으로부터 탈脫할 것인가?’를 먼저 질문해야 한다고 필자들은 힘주어 말한다. 물리적 장소로서의 시설을 넘어, 시설화를 추동하는 이 사회의 정상성을 문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설 폐쇄는 탈시설 운동의 시작일 수는 있어도 끝이 될 수는 없다.”(199쪽) 누구와 함께 시설사회에 맞설 것인가? ‘불구’들의 정치와 연대에 대하여 이 책은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가족(집)’, 2부 ‘도시’, 3부 ‘보호소’는 이 책에서 주목하는 시설화된 장소로,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시설이 한국사회 곳곳에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 보여준다. 누가 시설에 포획되는지, 시설은 어떠한 논리로 유지되고 강화되는지, 물리적 경계를 넘어서는 시설은 어떻게 가능한지 확인할 수 있다. 4부 ‘담론과 제도’에서는 시설사회를 구축하는/무너뜨리려는 최근의 담론과 제도를 살펴보고, 5부 ‘저항의 현장’에서는 지금 이 순간 탈시설을 시도하고 살아내는 이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저항의 방식을 고민한다. 이 책은 ‘불구不具’라는 말을 뒤집어, 각자가 스스로를 구할 수 없는 ‘불구不救’로서 서로를 알아보고 정체성을 넘어 연대하자고 제안한다. 서로의 운동이 교차하는 지점을 연대의 출발점으로 삼아, 시설이라는 폭력적인 운명을 함께 거부하자는 것이다. 결국 시설사회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장애인 해방 담론과 정치뿐만 아니라 페미니즘, 퀴어 이론, 반차별 담론, 국가와 자본의 폭력에 맞서는 인권 규범과 반자본주의적 기획과도 연결되어야”(7쪽) 할 것이다. 이 책은 단단한 자세로 그 과정을 밟아간다. 각자의 경험과 고민이 모두의 자원이 될 때, 우리를 옭아맨 부정의가 기어이 드러날 것이라는 믿음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