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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이 움직였다 6
시끄러운 아침 11 진짜 거울 찾기 17 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북소리 28 내가 사라진 세계 42 솔직해서 두들겨 맞은 겁쟁이 52 빈곤하게 파편화된 61 나는 내가 싫다 72 환상의 나라의 타일공 77 금맥 찾기와 뱀의 혓바닥 89 숫자로 지어진 땅 97 너에게로 가는 중 106 표적이 된 눈과 기나긴 고백 117 마지막 생존자 132 후일담 138 남겨진 편지 1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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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그가 의심스럽다. 내가 내가 아닌 듯 수상하다. 거울 속의 그는 본체에서 외따로 떨어진 부속품처럼 호젓하다.
나는 본다. 거울 속 나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지는 모습을. 두 눈동자가 순식간에 선뜩선뜩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다. 다급한 경고음. 그는 곧 두 눈을 허옇게 뒤집으며 주저앉는다. 힘없이 뒤로 눕는다. 그대로 고꾸라지고 만다. 이로써 모든 게 분명해졌다. 나는 보았다. 거울이 움직였다. 분명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그건 꿈결의 허상이 될 수 없다. 거울 속 그와 달리, 나는 여전히 이렇게 두 다리로 버티며 서 있지 않은가. --- pp.9-10 그는 내가 망치를 보았다는 사실을 알고, 나는 그가 내가 망치를 보았다는 것을 안다는 사실을 안다.? 그는 나를 한 번 보고 망치를 한 번 본다. 나는 그를 한 번 보고 망치를 한 번 본다. 그가 망치를 향해 달린다. 나는 미친 듯이 뒷걸음질 친다. 저게 깨지면 어떻게 되는 거지? 우리 둘 중 누가 살아남을 수 있는 거지?? 아니, 그보다. 우리 둘 중에 대체 누가 ‘진짜’인 거지?? --- pp.14-15 나는 이곳에 있지만, 존재하지 못한다. 그가 사라지자 나는 세상에서 삭제되었다. 실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없는, 한 자락의 혼령으로 변해버렸다. 그래선 안 된다. 내가 사라진 세계는 현실이 되어선 안 된다. (...) 나는 울적했던 것뿐이지, 죽고 싶었던 게 아니다. 그를 찾아야 한다. 찾아내야 한다. 지금 당장. --- pp.52-53 “당신, 사람을 만나지 않은 지 얼마나 되었지?” “그건 또 무슨 소리예요. 매일 출퇴근하는 직장인한테. 이 거대한 도시에는 어딜 가나 인간들이 무순처럼 자라나 있다고요.” “그런 거 말고. 정말로 사람을 만나지 않은 지 얼마나 되었냐고.” “정확한 기간을 알지 못해요. 한 번도 세어 본 적 없으니까. 하지만 두 손으로 다 셀 수 없을 만큼 오래되었을 거예요, 아마도.” “하지만 오해하지 말았으면 해요. 내가 이상한 건 아니니까. 요새는 그 누구도 정말로 사람을 만나지 않아요. 그건 유행에 뒤처진 촌스러운 일이거든요.” --- pp.61-62 노스텔지어라는 낭만은 우리에게 없어요. 학창 시절부터 없었던 게 어떻게 하루아침에 생길 수 있겠어요? --- pp.69-70 “파편화된 사회에서 우리는 전에 없이 빈곤해져 버렸어요. 그 어느 때보다 부유한 시대라고 하지만, 그 누구도 자신을 부자로 정의하지 않죠. 다들 자신이 얼마나 가졌는지를 자랑하기 바쁘지만, 그건 얼마나 가지지 못했는지를 감추기 위한 수작에 불과해요. 우리는 가난해요. 그 어느 때보다도 가난하다고요.” --- p.72 평범한 학교, 평범한 취직, 평범한 봉급. 나는 일탈한 적은 있어도, 이탈한 적은 없었다. 주어진 선로에서 제멋대로 뛰쳐나가거나 반항하지 않았고, 눈살을 찌푸리거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선택은 하지 않았다. 나는 그토록 철저한 평균이었다. --- p.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