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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미술관 (큰글자도서)
다정한 철학자가 들려주는 그림과 인생 이야기
이진민
한겨레출판 2025.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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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라이브러리

책소개

목차

저자의 말

PART 1. 다시 바라볼 것들

1장. 근육-명사가 아닌 동사로 살아가기 위해
근육과의 거리두기 | 플라톤의 동굴 밖으로 나온 죄수 | 보티첼리의 비너스에게도 복근이 있다 | 연두부에서 단단한 두부로 | 보이는 몸과 기능하는 몸 | 우리 모두에게는 근육이 필요하다

2장. 마녀-이 단어에 무엇을 담아왔는가
딸들에게 불친절한 세상 | 가르바티, 메두사의 억울함에 답하다 | 슈투크의 그림 속 메두사의 눈동자 | 닥치거나 미치거나 | 워터하우스가 그린 키르케의 변화 | 우리 안의 마녀

3장. 거울-우리의 상(像)은 어디로 수렴하는가
반사와 반영의 사이 | 하디와 뭉크, 두 개의 거울 | 다정하지만 무례한 슬픔 | 시간의 두 얼굴, 크로노스와 카이로스 |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 윌 코튼의 아이스크림 동굴 | 명령하는 자는 누구인가 | 몸보다는 몸가짐 | 들뢰즈의 아장스망, 그리고 외로

PART 2. 크게 바라볼 것들

1장. 슬픔-인간의 가장 무해하고 본질적인 감정
무성한 슬픔 | 오귀스트 쉥크의 어미 양 | 슬픔을 묻는 일 | 월터 랭글리, 슬픔이 슬픔에게 | 가장 무해하고 맑게 자리하는 것 | 슬픔은 힘이 세다 | 그늘을 읽는 일

2장. 서투름-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것
야코비데스의 아이들 | 서투름이 빛나는 이유 | 매끄러움의 이면 | 기술은 다정하고 도덕적일까 | 고흐와 밀레의 아름다운 격려 | 루소, 서투름의 철학 | 더 용감해지고 더 너그러워지는 우리

3장. 사소함, 익숙함, 하찮음-결코 사소하고 하찮지 않은 것
사소함의 단단함 | 결코 사소하지 않았던 이름, 엄마 | 페르메이르, 익숙함의 아름다움 | 그림 속 빛나는 푸른 치마의 의미 | 하찮음이라는 열쇠

PART 03 함께 바라볼 것들

1장. 직선과 곡선-나뉘었으나 나뉘지 않은 것들
직선과 곡선의 이분법 | 아우구스트 마케, 직선의 그림과 곡선의 그림 | 우로보로스의 세계 | 청자 베개가 건네는 말 | 이분법의 마음과 사이의 마음 | 김환기가 전하는 지혜

2장. 앞과 뒤-보이는 것 너머를 보는 일
뒷모습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 | 마그리트의 그림과 거울 속 내 뒷모습 | 진실은 앞이 아니라 뒤에 | 시선의 범위 | 에른스트와 뒤집어 보는 사람들 | 뒤는 새로운 앞이 되고

3장. 너와 나-그럼에도 불구하고 곁에 서는 일
어디에 누구와 함께 | 브랑쿠시의 연인들, 갈라진 두 쪽 | 스며들고 침범하는 우리 | 마그리트의 연인들과 ‘이해’라는 환상 | 김홍도, 사이에 부는 바람 | 사람이 어디 한 겹이야? | 달과 물과 의자

저자 소개1

어렸을 때부터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는 책탐 많은 아이였다. 한국과 미국에서 정치철학을 공부했고, 지금은 독일에서 고국의 냉면과 떡볶이를 그리워하며 글을 쓰고 강의를 한다. 세상에 해가 되지 않는 글과 생각을 내놓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커다란 목표를 가지고 있다. 아이들에게 큰 해가 되지 않는 편안한 엄마가 되는 것 역시 인생의 중요한 목표. 세상이 좀 더 다정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배운 건 남을 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강의를 한다. 철학을 일상의 말랑말랑한 언어로 바꾸는 데 관심이 많다. 지은 책으로 『다정한 철학자의 미술관 이용법』, 『아이라는 숲』, 『동굴 밖으로
어렸을 때부터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는 책탐 많은 아이였다. 한국과 미국에서 정치철학을 공부했고, 지금은 독일에서 고국의 냉면과 떡볶이를 그리워하며 글을 쓰고 강의를 한다. 세상에 해가 되지 않는 글과 생각을 내놓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커다란 목표를 가지고 있다. 아이들에게 큰 해가 되지 않는 편안한 엄마가 되는 것 역시 인생의 중요한 목표. 세상이 좀 더 다정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배운 건 남을 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강의를 한다. 철학을 일상의 말랑말랑한 언어로 바꾸는 데 관심이 많다. 지은 책으로 『다정한 철학자의 미술관 이용법』, 『아이라는 숲』, 『동굴 밖으로 나온 필로와 소피』, 『모든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 『언니네 미술관』, 『공부가 인생에 무슨 쓸모인지 묻는다면?』(공저) 등이 있다. 현재 [초등독서평설]과 [고교독서평설], [한겨레] 필진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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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3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32쪽 | 170*254*30mm
ISBN13
9791172132323

책 속으로

인간의 가장 본질적이고 무해한 감정인 ‘슬픔’,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라고 믿는 ‘서투름’, 가장 중요한 주제인 ‘사소함, 익숙함, 하찮음’의 힘. 세상의 모든 이들이 부디 이 힘을 깨닫고 ‘작지 않은 것, 소중하고 귀한 것’으로 곁에 두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습니다. 쉥크의 어미 양과 함께 슬퍼해주기를, 야코비데스의 아이들 그림 앞에서 함께 미소를 지어주기를, 페르메이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과 그녀의 앞치마를 오래 바라봐주기를 바랍니다.
--- p.7~8

사람들은 대체로 ‘먹물’이라 불리는 식자들의 외양을 허여멀건 하고 부드러울 것으로 생각하지만, 진정한 먹물들 은 그랬을 리 없다는 걸 나는 플라톤의 『국가』 같은 책을 보면서 느낀다. 이렇게 벽돌처럼 두꺼운 책을 쓰려면 웬만한 체력으로는 어려웠을 거라고. 홉스가 아무리 근대성에 관한 놀라운 통찰을 해냈어도, 보부아르가 아무리 인간 존재와 여성에 관한 날카로운 영감을 건져 올렸어도, 엉덩이 붙이고 앉아 글로 쓰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들을 철학자로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다. 철학도 결국 몸으로 하는 일이다.
--- p.20

솔직히 처음에는 보고도 몰랐다. 그림 속 비너스에 복근이 있다는 사실을. 부드럽고 동글동글한 선이 부각된 몸이라 더 그랬던 것 같다. 조용해 보이는 부드러운 여인, 자의로든 타의로든 당대의 정숙 이데올로기까지 장착한 비너스에게 복근이 있다는 사실이 나는 지금도 재밌다. 관념적으로 이상화된 여성의 신체에도 원래부터 단단한 근육이 있었다는 메시지로 해석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 p.34

아직 보지 못한 올리브 숲은 정말 보티첼리의 그림에서처럼 금빛으로 빛나는지, 그 숲의 냄새는 어떤지 느껴보고. 이 세계가 숨기고 있는 신비를 하나씩 찾아내어 껍질을 벗기고 속살을 드러내는 기쁨을 누릴수록 삶은 풍요롭고 충만해질 것이다. 몸속에서 몰랐던 근육을 찾아내듯 하나씩 새로운 것을 만나는 삶. 익숙함 속에서도 낯선 감각을 깨우는 은은한 도전. 그러므로 우리 모두에게는 최선을 다해 동사로 살아갈 근육이 필요하다.
--- p.43~44

아테나 신을 섬기며 독신 서약을 했던 메두사는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남자들을 모두 거절했지만, 그 거부가 포세이돈의 욕망을 부추겼다. 이에 엄청난 모욕감과 질투를 느낀 아테나는 저주를 내려 메두사를 괴물로 만들고, 특히나 아름답다고 칭송받던 그녀의 머리카락을 뱀으로 만들어 버렸다. 강간 피해자가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되어 고통받은 고전적인 사례다. 그 어떤 이야기에서도 메두사는 피해자다. 강간 피해자이거나, 고래들의 치정 싸움에 등 터진 엉뚱한 희생양이거나, 그저 연인을 사랑한 죄로 혼자 엄청난 형벌을 뒤집어쓴 피해자다.
--- p.54

한쪽이 위협으로 느끼는 존재는 다른 쪽에게는 힘이 되는 법이다. 남성들을 돌로 만들어 무력화시키는 메두사의 강한 힘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분노가 강렬한 에너지로 표출되는 모습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메두사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들으려 했던 사람들에 의해, 그녀는 이제 강하고 분노할 줄 알며 쉽게 굽히지 않는 여성의 이미지를 얻고 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로고로도 등장할 만큼 자신의 매력을 뚜렷이 각인 시킨 메두사의 눈을, 있는 그대로 차분히 응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 p.63

반사는 현재다. 반영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아우른다. 앞서 말한 반영의 시간성이란 그런 것이다. 하디의 소녀는 예전의 나처럼 거울을 바라보고, 뭉크의 여인은 지금의 나처럼 거울을 마주한다. 나는 이제 거울 속에서 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만나보곤 한다. 알브레히트 뒤러의 자화상이 자부심의 표출이고 파울라 모더존-베커의 자화상이 여성의 시선으로 그린 여성성이라면, 뭉크의 자화상은 영혼의 고백이다. 뭉크 연구자들은 그가 수많은 자화상을 통해 자신을 집요하게 따라다녔던 죽음의 공포와 생의 불안을 직시하며 생을 헤쳐 나갔다고 말한다.
--- p.94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순간. 그런 카이로스적인 순간은 엄청난 돈을 들여야만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간 곳에서 (어디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어느 나무 밑에 들어가 위를 올려다보며 가만히 서 있던 순간을 강렬하게 기억한다. 잎이 무성하고 가지가 마치 우산살처럼 동그랗게 내려앉은 나무였는데, 그 안에서 위를 올려다보니 꼭 어떤 결계를 뚫고 다른 차원으로 입장한 것 같은 낯설고 황홀한 공간감이 느껴졌다. 나뭇가지들은 마치 혈관처럼 퍼져 있는 생명의 길 같았다. 그 안에서 나무의 부드러운 몸짓을 보던 순간이 나의 카이로스적 순간이다.
--- p.105

인간은 본질적으로 슬픈 존재다.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안의 어린 고양이도 말한다. 무사태평하게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보면 슬픈 소리가 난다고. 그러므로 그 슬픈 소리를 듣고, 어디에서 울음소리가 나는지 묻고, 다정하게 어루만져 줄 사람들이 필요하다. 서로에게 기댄 ‘사람 인(人)’의 모양처럼, 서로에게 몸과 귀를 기울이고 어깨를 빌려주며 버티게 해줄 존재가. 고통은 작은 것도 큰 것도 가벼운 것도 무거운 것도 없이 모두 그저 아픈 것이다. 곁에 있는 이들이 그 아픔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어도, 손을 뻗어 눈물을 닦아줄 수는 있다.
--- p.145~146

사실 슬픔은 약함이 아니라 강함이다. 차가움이 아니라 따뜻함이다. 보잘것없는 감정이 아니라 위대한 감정이다. 모든 슬픔이 강함은 아닐지라도, 슬픔과 약함보다는 슬픔과 강함 사이의 연결통로가 훨씬 많고 단단하다. 한 존재가 다른 존재를 깊이 이해하는 순간은 상대의 행복에 공감하는 순간이 아니라, 상대의 슬픔에 공명하는 순간이다. 슬픔을 맑게 간직하고, 세상을 씻는 눈물로 잘 울어줄 수 있는 딸들이 되면 좋겠다. 아들들도 눈치 보지 말고 마음껏 울고 아파하며 함께 세상을 위로해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세상의 그늘을 읽고 서로의 슬픔을 바라보며 사람으로 살 수 있으면, 슬픔은 기쁠 것이다.
--- p.162~163

사소하고 하찮지만 부끄러울 것 없는 삶. 인류가 걷는 길에 소소하게 작은 점을 쌓는 삶. 앞서 언급했듯이 세상의 사소함은 모두 반어법일지도 모른다. 시를 읽고 안에 든 반어법을 알아보는 사람에게 시의 의미가 깊이 닿아오듯, 사소함 안의 커다란 것을 보는 눈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인생의 의미가 다르게 닿아올 것이다. 주변에 그렇게 있어주었던 평범하고 익숙한 사람들에 대한 마음가짐도 그렇게 사소하게 달라지면 좋겠다.
--- p.219

세상에는 ‘정’과 ‘반’만 있는 게 아니라, 둘이 만나 어딘가에서 생겨나는 ‘합’이 있음을 믿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다. 쓸데없이 갇히지도 가두지도 말았으면 좋겠다. 경쾌한 직구도, 묵직한 커브볼도 다 멋있다. 부드럽게 직선으로 닿아가는 것도 멋있지 않은가. 다시 말하지만, 세상은 우리가 서투르게 재단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10만 개만 있는 게 아니라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점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우주의 점이면서 점의 원리를 가끔 망각하는 인간들이다.
--- p.253

끝이 새로운 시작이 되듯이, 뒤는 새로운 앞이 된다. 우리 삶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흐름이지 단계별로 단절된 시간들이 아니듯, 우리는 봄에서 여름을 보고, 여름에서 또 가을을 본다. 모든 계절은 무 자르듯 토막토막 잘려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보드랍게 포개 안고 있다. 봄꽃 향기 속에서 문득 여름의 태양 냄새가 느껴지고, 여름날 장대비 속에서 볼을 빨갛게 하고 있는 나뭇잎 하나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 p.288

니체는 도덕적인 현상이란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현상에 대한 도덕적인 해석만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나는 이런 유의 사고방식이 앞과 뒤의 관계를 보는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은 기회를 놓친 것 같고 순서가 다 지나버린 것 같더라도, 무엇을 앞으로 놓고 무엇을 뒤로할지는 세상이 정한다기보다 삶의 흐름 속에서 내가 규정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 p.289~290

사실 인간 내면에서 불과 얼음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마음을 불로 지지면 희한하게도 얼음이 생성되는 경우가 많다. 사랑에 크게 덴 사람이 한없이 냉정해지듯이. 그러나 그 얼음이 다시 불을 만나면 어쩔 줄 모르고 녹아 눈물이 되기도 한다. 사랑이 얼음을 만들고, 또 사랑이 얼음을 녹인다는 그 희한한 진리. 우리는 그렇게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가진 것들을 버리고 마음에 있는 것을 비운다.

--- p.323

출판사 리뷰

복근의 비너스, 마녀 키르케, 반전의 성모마리아까지
캔버스 속 명사의 삶에서 뛰쳐나와
마침내 동사로 살아가게 된 존재들에 대하여


이 책의 1부에서는 여성의 삶에서 다시 바라봐야 할 ‘근육’ ‘마녀’ ‘거울’이라는 세 단어에 주목한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속 비너스의 복근을 바라보며 남에게 ‘보이는 몸’이기보다 삶을 더욱 충만하게 살기 위해 ‘기능하는 몸’으로 가꾸자고 이야기한다. 워터하우스가 그린 〈마녀 키르케〉 3부작을 통해서는 오랜 역사 속에서 남성들 아래 순종하기를 거부하다 ‘마녀’로 취급당해왔던 여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럼에도 여성들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것을 당부한다. 뭉크의 거울 앞의 나신〉을 보며 시간이 지나면 저물 수밖에 없는 젊고 아름다운 것에 권력을 부여하기보다 특별하고 소중한 찰나, 즉 ‘카이로스적 순간’을 경험하기 위해 나를 찾는 일에 몰두해보라고 이야기한다.

“산다는 것은 동사다. 어딘가에 가만히 놓여 있는 명사가 아니라, 걷고 달리고 고꾸라져 넘어지고 숨을 고르고 다시 일어서서 발을 내딛는. 그렇다면 이렇게나 무수한 동사로 이루어진 삶을 사는데 어째서 근육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던 것일까. 딸들에게 울퉁불퉁한 근육이 없어야 한다는 것은 너희는 가만히 명사로 살아가라는 얘기다. 나는 세상의 딸들이 몸을 쓰고 움직이며, 휘두르고 걷어차며, 내뻗고 달려가며, 삶의 희열을 느끼기 바란다. 한껏 최선을 다해 다양한 동사로 살아보기 바란다.”(본문 43쪽)

2부에서는 인간의 가장 본질적이고 무해한 감정이지만 일상 속에서 잃어버렸던 내 안의 작은 것들(슬픔, 서투름, 사소함)을 들여다본다. 쉥크가 그린 어미 양의 〈비통함〉을 보며 자식을 잃은 어미의 슬픔에 함께 공명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슬픈 존재이며, 하지만 함께 기대면서 아픔을 나누다 보면 그렇게 또 살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고흐와 밀레의 〈첫걸음〉 속 아이의 첫 발자국을 바라보며 서투름이란 찬란한 보물의 가능성을 기다리는 시간이며, 상대의 힘을 신뢰하고 북돋아줄 것을 강조한다. 3부에서는 보이는 것 너머를 보는 법에 관해 이야기하며 김환기, 마그리트, 에른스트 등의 그림을 통해 실존주의·현상학 등의 철학적 개념들을 소개한다. 마그리트의 〈금지된 재현〉 속 어느 뒷모습과, 복제된 듯한 거울 속 또 다른 뒷모습에서는 우리가 어디까지 보려고 하는 사람인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쉽게 판단하지는 않는지,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성모 마리아가 경쾌하게 예수를 ‘패는’ 에른스트의 〈세 명의 목격자 앞에서 아기 예수를 체벌하는 성모 마리아〉라는 작품은 어쩌면 신을 모독하는 작품으로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기존의 권위와 규범 속에서 타성에 젖은 예술계에 매를 내리치고 전복하겠다는 의미다. 작가가 강조하는 ‘뒤집어 보기’의 사례이다.

“니체는 도덕적인 현상이란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현상에 대한 도덕적인 해석만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나는 이런 유의 사고방식이 앞과 뒤의 관계를 보는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은 기회를 놓친 것 같고 순서가 다 지나버린 것 같더라도, 무엇을 앞으로 놓고 무엇을 뒤로 할지는 세상이 정한다기보다 삶의 흐름 속에서 내가 규정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본문 289~290쪽)

인간의 가장 본질적이고, 무해한 감정에서부터 이분법의 경계를 넘어 보이지 않는 곳을 바라보는 것 작가는 비가 오면 마케의 〈숲길 위의 커플〉을 떠올리며 산책을 떠난다. 숲속 나무들이 꼴깍꼴깍 물을 마시고 환호하는 소리를 듣는다. 그림 속 붉은 숲길처럼 매대의 이국적인 향신료들이 뿜어대는 강렬한 색감과 냄새를 탐색한다. 야코비데스의 〈아이들의 콘서트〉를 볼 때면 사랑하는 이들의 따뜻한 가슴에 귀를 대고 심장 소리를 들어본다. 찻잔 위 소리 없이 흩어지는 수증기를 가만히 지켜볼 때면 박물관 한쪽 ‘사유의 방’의 너른 여백 속 〈반가사유상〉의 고요함을 함께 떠올린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에 그려진 아직 보지 못한 올리브 숲은 정말로 금빛으로 빛나는지, 그 숲의 냄새는 어떨지 상상해본다. 작가는 이렇게 그림 속 요소들을 하나씩 꼼꼼히 살펴보는 것처럼 자신의 몸에 있는 모든 감각을 온전히 느껴보자고 말을 건넨다. 우리가 사는 세계의 숨은 신비를 하나씩 찾아내어 껍질을 벗기고, 속살을 톺아보는 기쁨을 누린다. 자신의 몸에서 몰랐던 근육을 찾아내듯 하나씩 새로운 것을 만나는 일과, 익숙함 속에서도 낯선 감각을 깨우는 은은한 도전이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충만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끝이 새로운 시작이 되듯이, 뒤는 새로운 앞이 된다. 우리 삶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흐름이지 단계별로 단절된 시간들이 아니듯, 우리는 봄에서 여름을 보고, 여름에서 또 가을을 본다. 모든 계절은 무 자르듯 토막토막 잘려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보드랍게 포개 안고 있다. 봄꽃 향기 속에서 문득 여름의 태양 냄새가 느껴지고, 여름날 장대비 속에서 볼을 빨갛게 하고 있는 나뭇잎 하나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본문 288쪽)

추천평

『언니네 미술관』을 처음 읽었을 때 이런 아쉬움이 느껴졌다. 맨 처음 문학을 시작하던 내가 이 책을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내가 옹호하고 싶었던 것들에 대해 시간을 아껴 더 일찍이 또렷하게 만들어보았을 텐데. 그러니, 지금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은 이 책을 부디 읽어보셔야 한다. 이진민은 맑게 사유한다는 것이 어떤 설득력을 지니는지 느끼게 해준다. 우리의 낡은 통념들이 봄볕에 눈 녹듯 스르르 풀려 어떻게 자연스레 전복되는지. 사소함과 자상함과 섬세함에 깃든 힘을 문장으로 느끼게 해준다. 그는 자신이 옹호하는 것들을 정확하게 옹호하기 위해 오로지 살아가는 사람 같다. 은은하고 아름답다. 이 책은 아름다움에 관한 오랜 오해에서 빠져 나와 진짜 아름다움을 만나게 되는 책이다. 이 전복적인 사유를 어떻게 이렇게나 보드랍게 전할 수 있을까. 철학과 미술과 문학이 한 이불을 덮고 다정해진 덕분일 것이다. - 김소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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