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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한 문장이면 충분하지
다정한 철학자 이진민이 인생 철학 문장 70을 모았다. 덜 알려진 문장을 위주로 선별했다. 니체, 쇼펜하우어, 시몬 베유, 부처, 장자, 한나 아렌트 등 동서고금 사유의 천재들로부터 삶의 지혜를 뽑았다. 때로는 진지하면서 때로는 경쾌하게 철학자들의 사유를 풀어낸다.
2026.08.18.
손민규 인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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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_세상의 어둠을 마주하되, 빛을 잃지 않기를
문장 01 ↓ 문장 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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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목적은 누군가를 슬프게 하는 데 있다. 아무도 슬프게 하지 않고, 아무도 불쾌하게 하지 않는 철학은 철학이 아니다.
--- p.12 시몬 베유는 20세기 인간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을 “뿌리 뽑힘”과 관련짓는다. 뿌리는 식물에게만 중요한 게 아니라 인간에게도 중요하다. 쌀과 휴지만 생필품이 아니라 내 집의 온기와 그 속에 떠다니는 밥 냄새, 보고 싶은 엄마와의 전화 통화, 친구와 나누는 실없는 문자 같은 것도 모두 생필품인 것이다. 이런 삶의 필수 조건들을 박탈당할 때, 베유가 말한 대로 우리는 약해지거나, 공격적으로 변한다. 체념하고 무기력해지는 것도 슬프고, 폭력적으로 변하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 pp.25-26 연애를 해도 걱정, 안 해도 걱정, 아이가 있어도 걱정, 없어도 걱정, 알아도 걱정, 몰라도 걱정이다. 그럼 어차피 뭘 해도 후회를 할 테니 대충 살라는 말인가? 그것도 좋긴 한데, 아니다. 키르케고르에 따르면 인생이란 기본적으로 불안하고 우리는 만족하기 어려운 존재지만, 그런 어둠 속에서 우리는 고유하게 성장한다. 거짓 행복이나 소위 말하는 ‘정신 승리’에 취해 있는 것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불만족스러운 상태를 명확히 인지하고 이에 관해 생각하는 데서 참된 삶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 p.45 니체도 비슷한 의미에서 “춤추는 별을 잉태하려면 반드시 스스로의 내면에 혼돈을 지녀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니 우리의 이 불안과 혼돈, 좌절과 두려움에서 빛나는 별이 나올 거라고 함께 믿어 보면 어떨까. 근심이 깊어야 그 깊이쯤 묻혀 있던 반짝이는 것을 주워 올릴 수 있다고. --- p.106 “우리는 모두 다를 수 있고, 틀릴 수 있으며, 서투르고 연약할 수 있기에 관용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관용은 타인뿐 아니라 나를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 p.122 오해를 관계를 망치는 주범으로 보지 않을 때, 즉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인간 관계의 기본 전제’로 받아들일 때 오히려 관계가 더 건강해진다. 우리는 결코 서로의 진심에 닿을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끊임없이 닿으려는 시도가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지 않는가. 그러니 기꺼이, 즐겁게 오해하자. --- p.174 니체는 우리가 복잡하고 혼탁한 존재임을 받아들이라고 권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다 품어 안고도 끄떡없는, 거대한 정신의 소유자가 되라고 격려한다. 내 안의 탁한 부분까지도 이것 또한 나라고 인정할 수 있는 너른 바다가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외부의 평가나 스스로의 어둠에 흔들리지 않는 자유를 얻는다. --- p.232 몽테뉴의 《에세》에는 ‘죽음을 연습하는 건 곧 자유를 연습하는 것’이라던 태도에서, ‘죽는 법을 모른다고 해도 자연이 때가 되면 잘 알아서 충분히 가르쳐 줄 테니 그 일로 머리를 썩이며 걱정하지 말라’는 태도로 변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우리는 죽음에 대한 생각으로 삶을 괴롭히고, 삶에 대한 생각으로 죽음을 괴롭힌다. 그러니 편안하게 삶에 집중하다 보면 죽음은 그 끝자락에 자연스럽게 자리할 거라고 몽테뉴는 말한다. --- p.326 철학이란 게 다른 게 아니라 본디 사람 사는 얘기다. 그리 따지면 그렇게 난해할 이유도 고상할 까닭도 없는 게 철학이다. 오히려 철학이 갖는 딱딱한 전통적 이미지를 분쇄해야 연하고 새로운 사유가 자라날 것이다. --- p.3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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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쇼펜하우어, 시몬 베유, 장자, 공자, 한나 아렌트…
다정한 철학자 이진민의 삶을 지탱해준 보물 같은 문장 70 “비틀거릴 때마다 나는 철학자의 문장에 기대어 나아갈 수 있었다.” 철학을 말랑한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다정한 철학자 이진민이 철학 에세이 『철학에 기대는 밤』을 출간했다. 저자는 장자와 노자, 에픽테토스, 키르케고르, 니체, 에리히 프롬, 볼테르, 시몬 베유, 한나 아렌트를 비롯한 동서양 철학자부터 이슬람, 아프리카 속담철학까지 그동안 수집해 온 보물 같은 문장들을 하나하나 꺼내 보여준다. 철학자들의 사유를 저자 자신의 경험과 일상의 에피소드에 자연스럽게 녹여 오늘의 언어로 읽어낸 이 책은 독자를 자연스럽게 철학의 세계로 이끈다. “여기에 있는 문장들은 내가 철학의 바닷가를 거닐며 주운 보물들이다. 내가 주운 말들은 주머니 속에서 귀퉁이가 닳기도 하고, 색이 오묘하게 변하기도 하고, 자기들끼리 들러붙어 더 영롱한 빛을 내기도 했다. 불룩한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잘그락거리며 걸으면, 그 누구와 구슬치기를 해도 좋을 것 같은 꼬마의 마음처럼 든든했고 걷는 걸음에 힘이 생겼다. 때때로 그것들을 꺼내 보면서 지금까지 걸어왔다.” _‘프롤로그’ 중에서 저자가 고른 문장들은 널리 알려진 명언이 아니다. 가령,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는 돈을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를 알려주는 문장을, 니체를 통해서는 인간이란 본래 더러운 강물이니, 깨끗해지려고 애쓰기보다 차라리 드넓은 바다가 되어 더러움마저 품어 안자고 말한다. 2000년 전에 살았던 장자의 문장에서는 매일 밥을 짓고 동물을 돌보는 일상의 의미를 발굴한다. 오래된 문장을 오늘의 삶 속에서 다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낮고 작은 존재들에 귀 기울여온 ‘다정한 철학자’ 이진민이 고른 70개의 문장은 익숙한 철학자를 새롭게 만나게 하고, 철학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어렵지 않으면서도 깊이 있는 사유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곳곳에 스며 있는 특유의 유머는 무거운 주제를 한결 편안하게 읽게 만드는 또 하나의 미덕이다. 어둠을 직시해야 빛을 잃지 않는다 이 책이 다루는 주제는 폭넓다. 불안과 상실, 사랑, 완벽주의, 외로움, 죽음처럼 누구나 겪는 개인의 문제는 물론, 민주주의와 정치, 공동체, 증여와 나눔, 타인과의 연대 같은 사회적 주제까지 함께 성찰한다. 저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양한 철학자들의 문장을 모으면서 하나의 교집합을 발견한다. 모든 철학자가 “어둠을 마주하되 빛을 잃지 않는 일에 관해 끊임없이 말했고, 가득 채우는 것보다는 비우는 쪽에 빛을 비췄다.” 철학자들은 인간의 본성과 삶의 본질에 다가가 가려진 이면을 보고자 한 사람들이다. 어둠과 이면을 직시하면 놀랍게도 삶이 한없이 가벼워진다. 볼테르는 “우리 모두는 불완전한 존재이니 서로의 어리석음에 너그러워지자”라고 했고, 몽테뉴는 “죽음이 내가 양배추를 심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길 바라며” 편안하게 삶에 집중할 수 있었다. 에픽테토스의 말대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분별하는 지혜”가 생기면 통제할 수 없는 일에 집착하느라 생기는 근심과 짜증, 불행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다. 이처럼 철학자들의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나 자신을 더 잘 들여다보게 되고, 타인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게 된다. 철학은, 남들의 생각이나 시선에 얽매이기보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힘을 갖게 해준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철학의 효용성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철학하는 삶으로 이끄는 마중물 같은 책 저자는 이 책에 나오는 철학자의 말들이 독자에게 힘이 되기를 바라지만, 이 말들을 너무 높은 곳에 모셔 두지는 말기를 바란다. “그러니까 너무 귀한 보석이 아니라 주머니 속 구슬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보석을 모셔만 두고 떠받드는 삶보다 내가 가진 예쁜 구슬로 즐겁게 구슬치기를 하는 삶이면 좋지 않을까.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면서 그 보물 같은 구슬을 튕겨보는 것은 결국 나다.”_본문 중에서 저자가 생각하는 철학의 의미란 바로 이것이다. 철학자의 문장은 불안과 혼돈의 시대에 기댈 구석이 되어주기도 하고, 복잡한 현상을 꿰뚫어 보는 지혜를 갖게 해주기도 하지만, 결코 불변의 진리로 떠받들어서는 안 된다. 저자는 “철학이란 본래 사람 사는 얘기이니 난해하거나 고상할 이유도 없다. 오히려 철학이 갖는 딱딱한 전통적 이미지를 분쇄해야 연하고 새로운 사유가 자라날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철학에 기대는 밤』이 궁극적으로 건네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철학은 위대한 사상가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질문하고, 흔들리면서도 생각을 멈추지 않는 모든 사람의 것이다. 니체와 장자, 쇼펜하우어의 문장을 읽는 이유도 그들을 숭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삶의 언어로 다시 살아내기 위해서다. 저자가 독자에게 건네는 70개의 문장은 정답이 아니라 사유의 출발점이며, 독자는 그 문장들을 디딤돌 삼아 자신의 철학을 만들어간다. 결국 철학은 책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고민과 태도 속에서 완성된다. 이 책은 독자를 ‘철학을 읽는 사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철학하는 사람’, 다시 말해 자기 삶의 철학자로 이끄는 다정한 마중물이 되어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