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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단노 미치오
제2장 단노 쿄코 제3장 단노 가온 |
Genki Kawamura,かわむら げんき,川村 元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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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옷의 남자는 피투성이가 된 얼굴을 하늘로 향하고, 아이들의 부활을 기도하는 주문처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같은 구절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교문 앞에 쓰러진 피투성이 몸은 누구 하나 움직이지 않고, 생각하면 먼, 고향 하늘.
그 순간 요란한 경적을 울리며 돌진한 트럭이 남자를 들이받았다. 허무할 만큼 가벼운, 도자기가 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노래가 멎었다. --- p.10 “아빠.” 미치오가 문을 닫으려는 순간, 어둠 속에서 가온의 목소리가 들렸다. “응?” “엄마를 제대로 봐줘.” 의미심장한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미치오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침대를 보았다. 위쪽이 공백이 된 침대 옆의 벽에 업라이트 피아노가 놓여 있다. 가나타와 교코는 종종 이 피아노를 함께 치며 노래하곤 했다. 겹쳐진 종소리 같은 목소리가 두 사람이 틀림없는 모자임을 증명하는 것처럼 단노 조류원에 울려 퍼졌다. 그때 남겨진 가온이 어떤 표정을 지었던가. 기억을 되짚어 보려고 했지만, 졸음이 그것을 막았다. --- p.106 미치오는 눈을 감고 아름다운 하모니에 귀를 기울였다. 설령 이 세계가 믿기에 부족한 것으로 가득하더라도, 그 아름다움만은 확실한 것이었다. 그것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어느샌가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미치오는 서둘러 왼손을 주머니에 넣었으나, 손수건을 놓고 온 것을 깨닫고 정장 어깻죽지로 눈가를 닦았다. 그래도 막을 수가 없을 만큼 눈물이 흘러 미치오의 볼을 적셨다. --- p.124 이 세상은 악독한 인간들로 가득합니다. 그래도 저희는 인간을 믿어요. 신을 믿는다는 건 인간을 믿는다는 것이니까요. 당신은 예전에 저에게 말씀하셨지요. 가나타는 잔인한 인간에게 살해당했다고. 하지만 저는 영원님을 만날 수 있었다고요. 아들이 저를 진정한 신과 만나게 해준 거예요. 저는 영원을 접하고 가나타와 거기서 재회할 수 있었어요. 그래요, 저희는 어떤 절망이라도 희망으로 바꿀 수 있어요. 선악을 초월한 존재로 나타난 영원님은 악한 인간에게도 문을 열어줍니다. 죄가 많은 인간일수록 진리를 필요로 하죠. 저희는 널리 영원의 소리를 전달하지 않으면 안 돼요. --- p.178 기도할 일은 없다. 대단한 일은 바라지 않는다. 특별한 소원도 없다. 그저 누군가를 아프게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오직 그것뿐인데. 잠들었을 터인 얼룩무늬 새끼 새가 짚 위에서 갑자기 눈을 떴다. 새까만 눈이 가만히 이쪽을 향하고 있다. 새끼 새의 맑은 눈동자에 비친 나는 대체 어떤 얼굴일까. 그 정체를 확인하기가 무서워서 가온은 골판지 상자의 뚜껑을 살며시 닫았다. --- p.228 갑자기 가온의 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교회에서 노래하는 건 부정한 음악. 너는 거기서 멀어지지 않으면 안 돼. 엄마에게 항상 들은 말일 터인데 왠지 마음이 떨리고 눈물이 흘러나왔다. 이런 마음이 든 건 얼마 만일까. 가나타가 죽고 나서 지금까지 만족하는 것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다. 나만 행복해지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무언가를 원하고 바라서는 안 된다. 그렇게 자신을 달래왔는데 도무지 눈물을 그칠 수가 없었다. --- p.280 |
소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4월이 되면 그녀는〉 〈백화〉
영화 〈너의 이름은.〉 〈스즈메의 문단속〉의 프로듀서 가와무라 겐키의 압도적인 역작 소설 〈신곡〉은 〈너의 이름은.〉 〈스즈메의 문단속〉 〈분노〉 〈악인〉 등 흥행작을 연출했으며,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4월이 되면 그녀는〉 〈백화〉 등 소설의 저자로도 유명한 가와무라 겐키의 신작이다. 이 작품은 주인공 미치오와 교코 부부, 그들의 딸 가온을 중심으로 가족의 상처와 화해를 그린 현대 소설이다. 이 작품에서는 초등학생 아들이 묻지마살인을 당하는 비참한 사건 이후 가족의 아픔과 상실, 그리고 회복의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또한 그 주변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인간관계의 복잡성과 감정의 깊이를 탐구하고 있다. 아들의 죽음 이후, 자신이 알고 있던 삶과는 다른 차원에서의 경험을 통해 존재의 본질을 깨닫는 내용까지 철학적이고 감성적인 요소가 두루 결합되어 있어, 독자에게 깊은 사유를 제공할 수 있는 가와무라 겐키의 역작이다. 가족의 일터인 조류원은 가족 관계의 은유적 공간으로, 새들의 소리는 인간 감정의 미묘한 조화를 상징한다. 딸 가온과 학교 친구 루미의 만남은 상처받고 단절된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희망을 보여주며, 엄마 교코와 가온의 관계에서 모성애의 깊이와 인간 감정의 미묘한 변화를 섬세하게 포착하고 있다. 또한 상처받은 가족 관계의 치유 가능성을 희망적으로 제시하며, 독자들에게 용서와 이해의 중요성을 메시지로 전달하고 있다. 가와무라 겐키의 독특하고 서정적인 문체가 돋보이는 이번 신작 〈신곡〉을 통해 독자는 인간의 감정, 선택, 그리고 운명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삶의 의미를 고찰하고 소설을 통한 철학적 사유를 즐기고자 하는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