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기 소설가, 번역가
황홀한 세계 (Enchanted World)에 바친다
내 책상머리를 떠나지 않는 몇 권의 책 중의 하나가 영국에서 나온, <존재한 적이 없는 것들 백과사전>이다. 이 책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면서 나에게 이런다.
「<존재한 적이 없는 것들 백과사전>이라는 책이 다 있다니! 그걸 읽는 사람이 다 있다니!」
놀랄 것 없다. 세계 신화 사전이다. ‘존재한 적이 없는 것들’이라는 말은 ‘상상력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들’이라는 뜻이다. 나는 상상력의 보물창고인 신화를 알면 세계가 보인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 책이 내 책상머리를 떠나지 않는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이 조금 딱딱한 백과사전이라면 <황홀한 세계-인챈티드월드>는 매우 부드러운 책이다. <황홀한 세계-인챈티드월드>는 신화를 주제별로 다루되, 어느 한 지역 신화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는 물론, 북유럽, 아프리카, 중국, 인도, 일본 등지의 신화까지 골고루 다루는 매우 특별한 책이다. 섬세한 문장은 부드럽게 읽히고, 아름다운 삽화는 눈길을 단숨에 확 붙잡는다. 독자들 상상력의 키를 한 뼘 쑥 키우는데 이만한 책이 또 있을까 싶다. 언젠가는 내가 꼭 써내고 싶어 하던 그런 책인데, 이렇듯이 박수를 치자니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아서 기분이 야릇하다. 나는 아직까지 이보다 나은 신화 책은 본 적이 없다.
장준수 (주)엔씨소프트 Chief Art Director
요즘 새로운 게임 개발을 위해 해외 여러 곳을 누비며 각 나라의 일러스트레이터들과 그들의 작품을 만나고 있다. 그들의 작품을 볼 때면 꼭 한 가지 부러운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작품 속에 일관되게 흐르는 포용력과 다양성, 상상력이다. 하지만 그런 특징은 우리가 하루아침에 따라잡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인챈티드월드는 다양성과 상상력, 다른 문화에 대한 포용력을 키워주는 좋은 자료집이자 실용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전 세계를 아우르는 다양한 내용과 수천년간 누적된 자료가 일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돼 있다. 책에 실린 그림과 이야기는 오래된 것이지만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든 이야기와 그림의 원형이 된다. 특히 기술적이고 세부적인 측면만 강조되는 요즘의 세태에 비추어보면 더욱 소중하고 뜻있는 보물이 될 것이다.
이우일 일러스트레이터, 만화가
태초에 많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그런 이야기들은 점차 확장되어 텔레비전 화면이나 극장, 심지어 모바일의 화면으로 보고 감상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일러스트레이션 정도로만 세력을 넓히던 시대는 오래 전에 지나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어린 시절에 로빈훗을 읽으며 책 옆에 나만의 로빈훗을 그려보던 일이 생각난다. 그게 시작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그것에 어울리는 그림을 만나야 한다. 움직이는 그림인 영화, 애니메이션으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좋은 일러스트레이션을 만나야 한다. 좋은 이야기라도 그것을 시각화하고 움직이게 하는 것은 결국 단 한 장의 그림이다. 이 책 인챈티드월드를 읽고 그렇게 상상력의 부추김을 받은 아이들은 또 어떤 것을 만들어 낼까? 벌써부터 무척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