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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무 뜻도 없어요
2. 신작시 3. 전영잡감電影雜感 4. 삼국지 시사파일 5. 나의 삼국지 이야기 |
蔣正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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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욕을 하려면 인지가 되도록 상대를 콕 찍어 해야지, 너 말고는 들어 줄 사람이 없는 곳에서 누구 들으라고 히야까시를 하나. 고개를 들어 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야 씹새끼야, 너 깡패지.” 불의의 기습을 당한 깍두기가 혀를 차며 앉은 자리를 기신기신 일어난다. 그러면서 일행을 향해 “나보고 깡패란다. 이때껏 살았어도 깡패라는 말 처음 들어본다.” 정체성이란 뭔가?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했던 것처럼 스스로 깨닫기까지는, 타인의 부름에 의해 규정되는 게 정체성이기도 하다. --- p.63 피사체 동맹 농구나 권투 시합을 중계할 때 아나운서와 해설자의 머리통 사이로 끈질기게 면상을 내다미는 백치 같은 아이 새끼들처럼 어떤 삼류들은 꼭 자기 일처럼 문학 세미나나 시상식장 혹은 출판기념회를 뛰어다닌다. 거물들이 ‘함께 찍자’고 “피사체 동맹”에 끼워 주지도 아니하건만, 서정주나 김춘수와 같은 대가들의 머리통 사이에 빤질빤질한 얼굴을 혹처럼 내밀고 사진을 찍힌다. 실제로 나는 70년대에 나온 개인 시집에서 그런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지금은 서정시의 대가가 되어 버린 그 시인의 이름을 여기 밝힐 수는 없지만, 서정주 시인의 발문을 실은 그 시집의 저자 근영(近影)은 우습게도 시집을 낸 본인이 주인공이 아니라 서정주가 한복판에 있는 사진이었다. 서정주와 그를 둘러싼 두어 명의 시인이 담소를 하는 모습이 초점으로 잡혀 있고 본인은 사진의 한 모퉁이에 들러리로 앉아 있었던 것이다. --- p.90 편지(1) 안녕하세요. 장정일입니다. 귀사가 기획하신 『꼭 읽어야 할 시 369』에 제 작품을 선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제 시는 ‘꼭 읽어야 할’ 그런 작품이라고 생각되지 않아, 수록을 절대 거절합니다. 200. 4. 20. --- p.153 책의 망명 정치적·이념적·종교적 이유는 아니지만 내게도 망명을 한 저작이 있다. 일본에서 출간된 『내게 거짓말을 해봐』가 그것이다. 나는 가끔씩 일어 번역본을 보면서, 그 책이 일본에서 겪을 고단한 망명 생활을 상상한다. 컨텍스트를 상실한 텍스트! 그것만큼 비루한 것은 없다. 『내게 거짓말을 해봐』가 설령 포르노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한국에서 수행할 몫은 분명 있었다. 하지만 애초에 자신을 잉태시켜준 한국이라는 컨텍스트로부터 벗어나, 전혀 이질적인 컨텍스트 가운데 던져진 그 책은, 포르노가 자유로운 나라에서 볼 수 있는 여러 포르노 가운데 또 하나의 포르노로 취급될 뿐이다: “객지에서 고생한다.”--- p.15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