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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속의 구조대
양장
장정일
민음사 201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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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시/희곡 top10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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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28년 만에 돌아온 '시인' 장정일
32년 전 「햄버거에 대한 명상」을 통해 현대 자본주의를 비판했던 시인은 여전히 날카로운 시선으로 한국사회를 비판한다. "온통 맥도날드인 세상에서 우리는 장소를 잃어버렸다" 28년 만에 시를 가지고 돌아왔지만 여전히 그는 "한국 시단의 가장 날카로운 자리"에 서있다.
2019.08.02. 소설/시 PD 김도훈

책소개

목차

우스운 하이쿠 9
K2 10
참(懺) 11
진술서 15
ㅁ 16
우물 깊은 집 18
X 20
X 23
슈가맨 26
불탄 집을 교대로 지킨다 28
내가 없는 세상 30
당신이 곁에 있어도 32
저수지 34
아브라함 37
눈 속의 구조대 40
자동차 묘지·上 44
힙합 49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 52
첫사랑 54
말씀과 시인 56
당신 홀로 옥상에서 58
이야기꽃 59
얼굴 없는 사랑 60
슈퍼 문 62
그림자 63
양계장 힙합 64
우애 69
구더기 70
해피엔드는 없어요 72
내 말이 그 말이야 74
입 기타 76
버킷 챌린지 78
R. H 80
신학적 질문 82
진술서 83
헤이그 클럽 86
하나뿐인 사람 88
성소수자이신 하느님 90
당신 91
K2 92
남자들 94
시 97
시 98
월요일 99
너를 아침에 100
K2 102
月刊 臟器 104
탕 108
벌과 파리 112
목선(木船) 114
민족시인 박멸하자 115
슈크림 116
재장전 120
여름 해가 저문다 121
첫눈 122

저자 소개1

蔣正一

어린 시절의 꿈은 '동사무소의 하급 공무원이나 하면서 아침 아홉 시에 출근하여 다섯 시면 퇴근하여 집에 돌아와 발씻고 침대에 드러누워 새벽 두 시까지 책을 읽는 것'이었다 한다. 책읽기는 그가 그토록 무서워하고 미워했던 아버지로부터의 유일한 탈출구였다. 학교를 싫어했던 그는 삼중당문고를 교과서 삼아 열심히 외국 소설을 독파했고, 군입대와 교련을 거부하는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핑계로 드디어 1977년 성서중학을 끝으로 학교와의 인연을 끊는다. 그러나 1979년 폭력범으로 소년원에 수감되면서 그는 학교와 군대의 나쁜 점만 모아놓은, 세상에서 가장 몹쓸 지옥인 교도소 생활을
어린 시절의 꿈은 '동사무소의 하급 공무원이나 하면서 아침 아홉 시에 출근하여 다섯 시면 퇴근하여 집에 돌아와 발씻고 침대에 드러누워 새벽 두 시까지 책을 읽는 것'이었다 한다. 책읽기는 그가 그토록 무서워하고 미워했던 아버지로부터의 유일한 탈출구였다.

학교를 싫어했던 그는 삼중당문고를 교과서 삼아 열심히 외국 소설을 독파했고, 군입대와 교련을 거부하는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핑계로 드디어 1977년 성서중학을 끝으로 학교와의 인연을 끊는다. 그러나 1979년 폭력범으로 소년원에 수감되면서 그는 학교와 군대의 나쁜 점만 모아놓은, 세상에서 가장 몹쓸 지옥인 교도소 생활을 경험하게 된다. 이때의 경험은 「하얀몸」을 비롯한 그의 시의 바탕이 된다.

오랜 정신적 방황을 겪은 그는 박기영을 스승으로 삼아 시를 배우기 시작하여 마침내 1984년 무크지 『언어의 세계』에 「강정 간다」외 4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한다. 이후 『시운동』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왕성한 시작 활동을 하였고, 1987년에는 희곡 「실내극」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극작활동도 시작한다. 그리고 같은 해 시집 『햄버거에 대한 명상』으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고 연이어 시집 『길안에서의 택시잡기』를 발표하면서, 지금껏 문단에서 경험해본 적이 없던 '장정일'이라는 '불온한 문학'이 드디어 '중앙'에 입성했음을 알린다.

1988년 『세계의 문학』 봄호에 단편 「펠리칸」을 발표하면서 소설가를 겸업하기 시작한 그는 소설집 『아담이 눈뜰 때』(1990), 장편 『너에게 나를 보낸다』(1992),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1994)를 연이어 발표하고 이 소설들이 모두 같은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지며 '장정일'은 드디어 우리 문화의 뚜렷한 코드 상징으로 자리잡는다.

그러나 1996년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발간한 후 그가 파리에 있는 그의 아내인 소설가 신이현을 만나러 출국한 사이, 한국에서는 외설시비가 일어나고 자신의 소설이 작품성과는 상관없이 포르노로 규정받고 있던 그해의 마지막날, 장정일은 파리에서 자진 귀국하여 당당히 자신의 작품에 대해 변론한다. 그러나 영화 <거짓말>이 무죄판결을 받은 것과 대조적으로, 법원의 최종판결은 유죄. 그리고 또 한번의 구속으로 이어진다. 당시 그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 강금실은 후에, 『장정일 화두, 혹은 코드』라는 책에서 당시의 장정일과 재판에 대한 글 <장정일을 위한 변명>을 썼다.

그 사이 한국에서의 평가와는 달리 『내게 거짓말을 해봐』는 일본에서 발간되는 등 해외에서 더 호평을 받고, 그는 스스로 대표작으로 꼽는 『중국에서 온 편지』(1999)와 자전적 소설 『보트하우스』(2000)를 펴낸다. 그의 '독자 후기'를 모은 『장정일의 독서일기』도 5권까지 펴내며 그는 지금 대구에서 평생 소원인 책읽기와 재즈듣기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머리같이 쓸데 없는 데서는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노모가 바리깡으로 직접 깎아주는 빡빡 머리와 헐렁한 골덴 바지 그리고 청색 면 티 차림을 하고.

장정일의 다른 상품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7월 26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132쪽 | 286g | 130*218*12mm
ISBN13
9788937408786

책 속으로

소주를 마시고
깊은 우물을 내려다보니
목이 잘린 부모님과
철사로 찬찬이 묶인 아이들이
소근소근 지난 이야기를 하고 있네

우리 집에 누가 불냈어?
우리 집에 누가 불냈어?
마당에 뒹구는 벽돌을 모아
우물을 메우며
우리 집에 누가 불냈어?
---「우물 깊은 집」 중에서


도서관에서 내려오는 길에
눈 속에서 두런거리는 구조대를 다시 만났다
쫑긋 세운 귓등으로 구조대와 마을 사람의 대화가 들렸다
“어디를 찾습니까?”
“현대빌라요.”
“현대빌라는 저긴데.”
“거기는 신현대빌라라고 하더군요.”
“그래요? 우리도 모르는 신현대빌라가 이 동네에 있어요?”

우리가 사는 현대
그 잘난 현대가 행방불명이다
죽었다는 신이 자꾸 새로 생겨나
구조대가 찾지 못하는 것은 현대다
소리 없는 경광등이 눈발을 뒤집어쓴다
---「눈 속의 구조대」 중에서


아파요!
더 때려요!
사랑합니다!
얼굴 없는 대장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얼굴 없는 대장들이 나에게
복종과 폭력을 가르쳤다
아직 우리가 남자가 아니었을 때
---「얼굴 없는 사랑」 중에서


아이 엠 어 보이
(나는 살인자입니다)
유 알 어 파더
(당신은 소년입니다)
---「진술서」 중에서


밟아라, 밟아라
나는 도둑의 발자국도 다정하게 안아 주는 첫눈이 아니냐?
이제 당신의 능력을 보여 다오
내가 만든 풍경을 독자여
완성시켜 다오
밟혀도 소리 내지 않고 울부짖지 않는
밝히면서 사라지는
나는
첫눈

---「첫눈」 중에서

출판사 리뷰

기억하거나 잊는 인간

칼로 배가 쭉 갈라진 동료가 오랫동안 죽지 않고 눈을 끔벅이며 “살려줘, 살려줘, 나는 너의 친구잖니?”라고 호소했다는 것, 그런데도 혼자 살기 위해 동료의 피와 살을 먹고 마신 것을 수치로 여겨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참」에서

“맛이 좋고 영양 많은 미국식 간식”(「햄버거에 대한 명상」에서)은 30년 전 장정일의 예언처럼 미국식이라고 부를 것도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 되었다. 그리하여 아무것도 아닌 게 되었다. 도리어 지금의 시인은 사는 곳 가까이에 맥도날드가 폐점한다는 소식에 ‘시일야방성대곡’을 쓴다. 햄버거는 세상에 널렸지만 우리 동네에는 없다. 그리하여 우리는 마치 시베리아를 헤매는 조난자처럼 장소를 잃어버렸다. 시집을 몇 장 넘기지 않아 등장하는 긴 분량의 산문시 「참」에서 시인은 잃어버린 장소(시베리아)에서 무사히 돌아오는 비법을 전한다. 그것은 참이다. ‘참’은 『산해경』에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이다. 인간을 좋아하여 멀리서도 인간을 찾아오는 친절한 친구인 참을, 인간은 지독하고 그악스럽게 착취한다. 참은 눈을 끔벅이며 고통을 호소하지만, 인간은 햄버거 패티를 대하듯 참을 덮고, 먹고, 마시는 것이다. 하지만 참은 햄버거와는 달리 우리에게 원죄와 수치를 남긴다. 『눈 속의 구조대』에는 원죄와 수치를 잊으려 폭력과 복종을 배우는 인간들이 득시글하다.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독자에게 사무치게 두려운 기시감이 깃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시인이거나 쉬인인 K2

나는 문예지를 볼 때(2019년 기준) 시인들의 약력부터 보고, 1990년생 이전 태생이라면 거들떠도 안 봐. 등단한 지 10년만 되면 모조리 폐닭, 쉰내 나는 쉬인이지.
(……)
나는 김수영 장정일입니다. 포르노 작가라고 비웃지 않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올시다. 나는 세상의 항문을 빨겠습니다. 당신 혀가 닿지 않는, 당신이 빨지 못하는 항문을 빨아 드리겠습니다. 진한 커피향이 올라오는군요. 이제 내 혀를 당신 입에 넣어 드리지요.
-「양계장 힙합」에서


『눈 속의 구조대』는 30년 전 장정일의 시집들과 마찬가지로 작품해설은 물론 짧은 추천사도 싣지 않았다. 다만 시가 무엇인지 스스로 묻고 답함으로써 시집을 이루는 시집 바깥의 구성을 대신한다. 그리고 K2를 등장시켜 다소 혼란스러운 힌트를 던진다. K2는 대한민국 육군이 주로 쓰는 소총 이름이다. K2는 히말라야의 봉우리이자 등산복 브랜드이기도 하다. K2는 심지어 한 시절 크게 인기 있었던 가수의 예명이기도 하다. 시집 곳곳에서 장정일은 엉뚱하게도 이 모든 K2를 소환하면서도 K2가 시인 장정일임을 숨기지 않는다. 요컨대 K2는 이번 시집에서의 필명이기도 한바, K2는 K1에게 끈질기게 도전적으로 말을 건다. 한국시의 돌격용 소총이나 같았던 시인에게, 바로 김수영에게. 읽는 이에 따라서 장정일의 맞상대는 달라질 수도 있다. 젊은 시인이거나 시인도 아닌 쉬인이거나. 혹은 시를 읽는 당신이거나. 세월이 흘렀다고 하여 장정일에게 고요하고 평화로운 목소리를 기대하지는 않았을 테지만, 누군가의 항문이 새삼 움찔거리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리라.


쏘거나 맞는 총알

살아 돌아온 사람이 있어
우리 동네에 살아 돌아온 사람이 있어
그는 벤츠를 타고 왔어

조난자는 카메라 플래시를 받으며 싱글거렸고
시장은 그를 뜨겁게 포옹했어
수많은 마이크가 뱀 머리처럼 달려들었어
“살아남기 위해 친구들을 죽였나요?
친구들의 피와 살을 먹었나요?“
그는 달변이었어
-「탕」에서

달변인 그가 무어라 답했는지는 시 전문에서 확인할 수 있겠지만, 그가 친구들을 죽이지 않았을 것이라 짐작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는 ‘참’을 죽이고 피와 살을 먹었다. 잃어버린 장소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답게 달콤한 언어로 새로운 신화를 설파한다. 한편 그들의 신화를 폄하하고 훼손하는 자도 있다. 죽지도 않고, 돌아오지도 않은 사람. 가죽공예 장인이거나 트랜스젠더거나 쉬메일인 사람들. 장정일은 특유의 위악을 무기 삼아 분열된 시적 화자의 입장을 곳곳에 산개한다. 독자는 총을 쏘는 사람과 총을 맞는 사람 심지어 총알을 구경하는 사람이 되어 기시감 속에 폭발하는 낯선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장정일은 30년이 지나도록 변하지 않았다. 장정일은 그의 시 안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변신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변신의 연속이라는 아이러니. 30년 전과 비교해 모든 것이 달라졌지만, 그렇기에 여전히 그 자리인 우리의 삶처럼 장정일의 시는 모든 게 변했고, 그래서 제자리다. 장정일의 제자리는 무수하고 날카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개전투를 하듯 온몸 찔려 가며 그의 시로 향해 갈 독자들이 여기에 있음은 도대체가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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