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터 카멘친트작품 해설헤르만 헤세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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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mann He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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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청춘이여! 그대는 덧없이 지나가도다.마음껏 즐기세! 헤아릴 수 없는 내일이기에.”스위스 산골 마을 출신의 청년 페터 카멘친트는 자신의 내적 고뇌와 주변과의 갈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족과 고향을 떠나 여행길에 오른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여행하며 삭막한 도시와 인간사의 고통에 회의와 환멸을 느낀 페터는 삶의 재미와 기쁨을 알려준 벗과 사랑하는 여인과 만나지만 친구의 죽음과 실연의 아픔을 겪으면서 다시 깊은 슬픔과 고뇌에 잠긴다. 그는 암울한 시기를 보내며 자살의 유혹을 받기도 하고 방황하지만 그간의 경험을 통해 총체적이고 통합적인 인간으로 성장해간다. ‘모범적’이었던 어머니의 죽음을 회상하고 이탈리아 아시시 여행에서 성 프란체스코의 삶과 사상에 감동해 깊은 인간애를 맛본 그는 삶의 경건성을 깨달아 삶에 헌신하고자 다짐한다. 페터는 가난한 가구상의 죽어가는 어린 딸을 간호하거나 불구자 꼽추 보피를 돌보고 그와 다정히 교우하면서 사랑을 실천한다. 그는 긴 여행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와 노쇠한 아버지를 돌보며 자연과 교감하고 삶과 죽음, 시간과 영원에 관해 사색하며 삶의 의미를 깊이 성찰한다. “태초에는 신화가 있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의 첫 장은 알프스산맥을 넘어온 따뜻하면서도 강력한 바람에 대해 충실히 묘사한다. 그 바람은 눈과 얼어붙은 땅, 산과 바위처럼 단단한 산등성이로 불어와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과 사람들의 영혼에 봄을 예고한다. 계절의 변화와 함께 청년 페터의 삶에도 변화가 찾아온다. 그는 익숙한 모든 것에서 벗어나 더 큰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내면적, 외면적으로 다양한 경험과 깨달음을 얻은 페터는 소설의 마지막 장에서 긴 여행을 마치고 이제 나이 든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고향 마을로 돌아간다. 떠나올 때만 해도 페터는 자신이 떠나는 여정의 본질과 나고 자란 마을이 자기 삶에서 지니는 의미를 진정으로 알지 못했다. 한층 더 성숙해진 페터는 자신과는 다른 면이 많은 아버지였지만 어느덧 노쇠해진 아버지를 돌보기로 결심한다. 헤세는 주인공 페터의 이러한 결심을 통해 삶에 충실한 태도로 자신이 속한 공동체 안에서 봉사하는 것이야말로 분열되고 파편화되고 혼란한 세상에서 진정으로 내면화하고 실천해야 할 가치가 있는 중요한 ‘신화’라는 점을 암시한다.인간은 어떻게 살고, 사랑하며, 죽어야 하는가!자연 속에서 사색하며 아름다운 인간으로 성장해가는한 청년의 순례기이자 헤세의 ‘영혼의 전기’《페터 카멘친트》는 헤르만 헤세가 늘 주장해온 바와 같이 일생의 정신적 양식이 되는 소년기와 청년기의 추억을 진솔하게 그려낸 자전적 소설이다. 자신을 자연의 일부로 느끼며 자연을 숭배하고 자연 속에서 안주하려는 우수에 찬 젊은이가 지닌 의외의 적극성과 삶의 고뇌를 예술로 승화하려는 의지, 삶의 경건성을 깨닫고 삶에 헌신하려는 다짐을 아름답게 묘사한 작품이다.《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등 헤세의 작품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은 소년 시절에 대한 회고다. 헤세만큼 자신의 소년 시절과 청년 시절을 아름답고 솔직하게 그려낸 작가도 드물 것이다. 헤세는 어릴 때부터 예리한 눈과 귀를 가지고 고향의 자연이나 인간 생활을 관찰했으며, 가끔 즉흥적으로 시를 지어 읊기도 했다. 《페터 카멘친트》에도 그가 나고 자란 독일 남서부의 작은 마을과 스위스 알프스산맥에 둘러싸인 산골 마을의 눈부시게 아름답고 아늑한 자연 풍광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자신을 방랑 시인이라 칭한 헤세처럼 이 작품의 주인공 페터도 우울한 기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고독한 인간이지만, 의외로 강한 의욕을 갖고 인생과 자연 속에 뛰어들어가 산과 구름, 숲을 즐기며 나중에는 죽음까지도 가까이하고 받아들이는 삶에 대한 애정을 보인다. 페터는 현실의 문제에서 벗어나 시간과 영원에 대한 개인의 관계를 밝히고자 했다. 또한 헤세처럼 시로써 말 없는 자연을 표현하는 동시에 자기 내면의 말 없는 거룩한 소원을 고백하며 무한하고 영원한 것에 자신의 생을 결부시키는 시인을 자신의 천직으로 여겼다. 주인공 페터와 헤세는 이 작품 속에서 ‘어떻게 사느냐?’라는 질문을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어떻게 죽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으로 치환하며 숙고한 답을 건넨다.독일 문학 전통의 충실한 계승자, 고독과 방랑의 시인 헤르만 헤세에게 확고한 문학적 지위를 안겨준 첫 장편소설헤세의 첫 장편소설인 《페터 카멘친트》는 1904년 베를린의 피셔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1901년 이탈리아 여행을 마친 헤세는 스위스 바젤에서 미술사가 뵐플린 등과 교유했다. 당시 유명 출판인이었던 피셔는 헤세가 발간한 시문집 《헤르만 라우셔》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아 젊은 시인인 헤세에게 새 소설을 써보라고 적극 권유했다. 1899년 발표한 헤세의 첫 시집 《낭만적인 노래》는 지나치게 세속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다음에 나온 《자정 이후의 한 시간》이나 《헤르만 라우셔》는 소년 시절의 추억을 그려낸 작품으로 헤세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보였다. 그렇게 피셔의 독려로 집필하게 된 소설 《페터 카멘친트》는 1903년 독일의 문학잡지 《노이에 룬트샤우》에 3회에 걸쳐 연재되었다.1904년 정식 출간된 이 작품으로 헤세는 문단의 주목을 받았고, 일약 작가로서의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초판 발행 이후 1909년과 1925년에 재출간되었고 1950년에는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의 주어캄프 출판사에서 각각 재출간되었으며 1970년까지 독일어로 발행, 판매된 도서만 50여만 부에 이를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독일 문학의 전통에서 개인과 전체, 생명과 죽음, 빛과 어둠, 예술 정신과 시민 정신 등으로 표출되는 양극성은 늘 중요한 주제가 되어왔다. 괴테는 《파우스트》를 통해, 토마스 만은 《마의 산》, 〈토니오 크뢰거〉, 〈트리스탄〉 등의 작품에서 혼돈과 질서로 요약되는 양극성의 문제와 싸우며 문학성의 발전을 꾀했다. 《페터 카멘친트》에서부터 태동해 헤세의 작품에서 사랑과 연민으로 표현되는 인도주의 정신 또한 양극성의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으로서, 20세기 독일 소설이 거둔 성과로 평가된다.교양소설, 성장소설로 대표되는 독일 소설의 전통을 충실하고 훌륭하게 계승하고 있는 이 소설은 자기 자신을 자연의 일부로 느끼며 자연 속에 안주하려던 인간이 우울에서 벗어나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준다. 그 의지는 결국 자연을 사랑하고 숭배하며 자연 속에서 힘을 얻은 청년 페터가 삶의 의미를 깨닫고 성숙해가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시적이고 서정적인 문체가 두드러진 이 작품은 헤세의 첫 장편소설로 시인 헤세에게 확고한 문학적 지위를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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