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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생각이 가진 힘이 그를 두들겼다.
“너는 쏠 수 없어!” “너는 쏠 수 없다!” 릭의 근육이 굵은 밧줄처럼 두드러졌다. 그는 나약한 자신에게 울부짖으며 땀을 뚝뚝 흘렸다. 늙은 여자가 방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속삭였다. “나는 네 미래를 보았다, 지구인. 네가 산다면 올 미래를.” 그녀는 나이프 끝을 그의 목에 들이댔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네 그림자가 화성에 드리운 것을 보았지.” --- p.19 “패러스와 함께 가거라. 그 릭이라는 지구인의 인상착의를 알려, 도시마다 그자가 나타나는지 지켜보라고 경고하라. 그 후에는 너도 가서 루 전역에 소식을 퍼뜨려라.” 를로와 패러스는 허리 굽혀 절하고 나가려 했다. 하랄 이 그들을 멈춰 세웠다. “잠깐. 모두에게 구호를 알려줘야지.” 하랄은 흥분에 얼굴을 빛내며 소년처럼 웃었다. “모두 오래된 구호를, 화성에서 가장 오래된 구호를 전하라. 바다들이 일어났을 때 선원들과 해안 사람들이 외쳤던 말, 그 후에는 바다가 있었던 자리에 남은 사막과 황야에 사는 사람들이 외치는 말이지. 그들에게 전하거라, 패러스. ‘바람이 일고 있다’고!” --- p.26 도시 구획 안에는 단 하나의 그림자만 남아 있었다. 작고 등이 굽었으며 빠르게 움직이는 그림자로, 두 눈은 포보스의 빛을 받아 에메랄드처럼 빛났다. 그 그림자는 문에서 문으로 움직이며 속삭이고 질문했는데, 그가 묻는 이름은 “릭”이었다. 별 위로 높이 솟아오른 망가진 ‘운명의 탑’에서는 예언자 패러스가 물그릇 위로 젊은 얼굴을 굽혔다. 그의 정신은 마른 해저와 모래사막, 세월에 닳은 산 너머로 뻗어나갔다. 그 정신 또한 다른 정신에 접촉하여 질문을 던졌고, 묻는 이름은 “릭”이었다. 초록 눈의 그림자와 예언자의 정신에는 똑같은 답이 돌아왔다. “아직이다.” “그렇다면, 기다려라. 계속 지켜보아라. 갚아야 할 피의 빚이 있다. 우리의 구호를 기억하라. ‘바람이 일고 있다’!” 패러스는 그들에게 말했다. --- pp.58-59 “해 질 녘이면 내 동족들이 당신을 루로 데려가려고 올 거예요.” 키라의 빛나는 눈에 눈물 같은 것이 어른거렸다. 그녀는 속삭였다. “당신을 죽일 거예요. 너무나 강인한 생명인데!” 키라는 갑자기 작은 손을 릭에게 뻗더니 그의 두 손을 잡았다. “난 그자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어. 난 그 예언을 알아. 당신의 그림자가 화성에 드리운다는 예언. 저들은 당신을 미워하고 두려워해.” 그다음에 이어진 말은 눈물과 열망에 가로막혀 제대로 나오지 않고, 앞뒤 없이 홍수처럼 쏟아졌다. “난 당신이 화성에 죽음이 아니라 삶을 가져올 거라고 생각해요. 당신 안에는 생명이, 넘치는 생명이 있고 우린 죽어가고 있어요. 저들에게 죽지 말아요, 릭!” --- p.80 메이요는 얼굴이 상기되어 흥분에 몸을 떨면서 일어나 앉더니, 아플 만큼 릭의 팔을 움켜쥐었다. “당신의 미래를 붙잡아, 릭! 그 미래를 빚어내고 쌓아 올려서 사람들에게 말할 혀가 있는 한 언제까지나 기억할 만한 위대하고 비범한 업적으로 만들어!” 릭은 그녀를 응시했다. 그녀를 관통하여 그 너머를 보았다. 그리고 떨기 시작했다. 그는 벌떡 일어나서 상감 테라스 안을 걸어다녔다. 그리고 속삭였다. “내 그림자라. 화성에 내 그림자를 드리운다고.” --- p.84 뷰다흐는 장검을 하나 찾아내어 하랄의 무릎 위에 올리고는, 연단 위에 주저앉았다. 그는 한참 후에 머리를 들어 릭을 쳐다보았다. 그 눈 속에 예언의 빛이 깃들었다. “너는 죽지 않을 것이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엄숙하게 말했다. 벽에 걸린 남자는 완전히 쉰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래.” “너는 화성을 지배할 것이다.” “나는…… 화성을…… 지배할 것이다!” 정적. 이윽고 뷰다흐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든 싫든, 길은 정해졌다. 그리고 너는 사나이야.” --- p.107 키라는 날개를 펴고 일어섰다. 달빛 때문에 섬세한 털이 녹은 은처럼 반짝였고, 날개에는 은은한 오팔 빛깔의 불이 타는 것 같았다. “사랑해요, 릭. 하지만 그것 때문만이 아니에요. 난 화성을 사랑해요. 당신은 화성을, 사람들이 희망을 품을 수 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세상으로 만들어줄 거예요. 릭, 당신은 앞이 아니라 뒤밖에 볼 수 없는 죽은 도시에서 사는 젊은이의 삶이 어떤 건지 몰라요! 그리고 난 새로운 화성을 같이 건설하고 싶어요. 아주 작은 몫만 맡아도 내가 도왔다는 사실을 알면 충분해요. 당신도 나에게 서 그걸 빼앗을 순 없어요.” --- p.123 석양의 장밋빛 햇살이 키라의 얼굴에 떨어져서 창백한 상아색 피부에 온기를 더했다. 커다란 두 눈에서 부드러운 광채가 빛났다. “나 때문에 슬퍼하지 마요, 릭.”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난 슬프지 않아요. 내가 오래 살지는 못했지만, 살아서 더 바랄 것도 없어요. 릭, 난 당신을 사랑했고, 어떤 면에서는 우리 둘도 짝지어진 셈이었어요. 그렇죠? 난 당신 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게 도왔어요. 아주 작은 도움이긴 해도 그랬어요. 한 행성을 살려낸 여자가 그리 많지는 않아요. 안 그래요, 릭?” “맞아.” “난 그 새로운 세상에 살 거예요. 우린 재생을 믿어요. 언젠가 내 영혼은 새로운 몸으로 태어날 테고, 과거를 기억할 거예요. 내 기억이 나에게 말해줄 거예요. ‘내가 한 일이야. 릭과 함께 내가 한 일이야.’ 그리고 난 행복할 거예요.” --- pp.213-214 “들어봐, 메이요. 내 그림자가 화성에 드리운다는 예언이 이런 뜻이었을까? 내가 두 손으로 화성을 통합시켰기 때문에, 지금도 앞으로도 내 그림자가 남아 있을 거라는 뜻일까? 생각해봤어, 메이요. 난 이 세상을 손에 넣을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도 꽤 성공적인 시도는 할 수 있어. 내가 화성을 쥐어짜서 말려버릴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하지만 다른 행성들도 있고, 난 아직 젊고, 나는…….” 그는 메이요를 가까이 끌어당겼다. “말이 되는 소리 같아, 메이요? 난 화성보다는 차라리 당신을 얻겠어. 언젠가 말했듯이 당신은 나의 일부이고, 당신을 얻을 수 없다면 뭘 가진들 소용이 없어. 그거 알아? 여기까지 돌아오기 위해서 도망치던 내내, 난 사실 화성에 대해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어. 당신을 생각했지.” “내가 당신에게도 영혼이 있다고 했지. 찾아낼 수만 있다면.” 메이요가 속삭였다. 릭은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내 영혼은 잊어버리자. 난 당신을 찾아냈으니까.” --- p.253 리 브래킷이 성장하던 1920년대와 1930년대 미국은 펄프소설의 시대로, 당시에 유행한 SF와 탐정소설이 브래킷의 두 축을 이룬다. 브래킷의 초창기 SF는 『화성의 공주』를 필두로 하는 바숨 시리즈와 지저세계 펠루시다 시리즈 등으로 인기를 구가한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의 영향을 많이 받은 모험소설이었고, 탐정소설로는 레이먼드 챈들러풍의 하드보일드 미스터리를 썼다. 이후 그의 작가 이력은 생각지 못한 곳으로 흘러간다. 그의 하드보일드 소설을 읽은 할리우드 제작자 하워드 혹스가 연락하면서 영화 〈빅 슬립〉의 시나리오를 맡은 것이다. 당시 하워드 혹스는 소설만 읽고는 남자 작가라고 생각했다지만, 여성 작가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해서 생각을 바꾸지는 않았다. 브래킷은 SF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할리우드에서 성공했고, 이후 〈리오 브라보〉 〈기나긴 이별〉 등 지금까지도 손꼽히는 하드보일드 누아르와 서부극 여러 편을 남겼다. 그리고 처음 맡은 SF 시나리오가 〈제국의 역습〉이었는데, 조지 루카스의 스토리를 받아서 초안을 완성하기는 했으나 1978년에 갑작스레 사망하면서 이후 수정한 2교 이후 작업은 로런스 캐스단에게 넘어갔다. 이렇게 당대에 성공을 구가한 대중 작가였건만, 리 브래킷은 한동안 잊혀졌다가 재발굴되었다. 이유야 여러 가지로 생각할 수 있지만, 결국에는 답은 하나다. 조명하지 않으면 잊히기 때문이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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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시대에 대한 장밋빛 꿈과 대항해시대의 기억
모험소설과 SF의 만남 미국의 하드보일드 소설은 대공황과 함께 탄생한 만큼, 대개의 작품은 자본에 대해 부정적이며 자본가를 악인으로 몬다. 주인공 영웅은 남자 중의 남자이며 노동계급의 생존자이지만, 혁명을 일으키지는 못한다. 탐정소설에서도 범인을 잡긴 하지만, 불의는 그대로 남아 있고 탐정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낙관도, 희망도 없고, 여성은 매력적이지만 탐욕스러운 팜므 파탈이라 응징해야 마땅하다. 리 브래킷의 소설이 다른 남성 작가들의 작품과 다른 면이 있다면, 여성이 구원자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메이요는 팜므 파탈이 아니다. 오히려 밑바닥 인생이었던 야생동물 같던 릭의 내면에서 사랑을 찾아내고 바른길로 가게끔 이끌어준다. 그 덕분에 릭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도와준 키라와 메이요에 힘입어 소명을 깨치고 영웅의 길을 택한다. 릭도 부분적인 승리를 거둘 뿐 씁쓸하게 타협하며 끝내지 않는다. 악의 세력을 끝까지 무너뜨리고, 순수한 모험가로 남는다. 이렇듯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낙관을 잃지 않고 에너지를 뿜어낸다. 과연 미국 SF 황금기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라 할 만하다. 리 브래킷 x 이수현 화성의 그림자 화성에 가닿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은 끊임없는 경쟁으로 치닫고, 그 와중에도 지구에서는 지구의 일로 바빴다. 간혹 우주로 가기에는 너무 많은 문제가 있었고, 결국 그곳에 가서 지구인과 다를 바 없는 화성인을 마주친 후에도 서로 언어를 공유하고 이해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지구인은 화성을 야금야금 먹어들어갔고, 착취와 학살은 지구에서나 다를 바 없이 화성에서도 자행되었다. 역사는 되풀이되기 마련이라, 지구의 역사는 화성에서도 반복되었다. 상상문학을 주로 번역하고 환상소설을 쓰는 역자가 쓴 다시 쓰기 소설은 리 브래킷이 활동하던 1930~1940년대로 돌아간다. 그 당시에는 태양계의 다른 행성에 사람이 살고 도시가 있을 거라 꿈꿨다. 이수현은 그 상상 속의 화성이 실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전제로 대체 역사물을 썼다. 어쩌면 『화성에 드리운 그림자』의 프리퀄에 해당한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FoP Classic 시리즈 『20세기 파리』 쥘 베른 김남주 옮김 X 정지돈의 20세기 파리 다시 쓰기 『제4 간빙기』 아베 고보 이홍이 옮김 X 서윤후의 제4 간빙기 다시 쓰기 『사이버리아드』 스타니스와프 렘 송경아 옮김 X 심너울의 사이버리아드 다시 쓰기 『아득한 내일』 리 브래킷 이수현 옮김 X 듀나의 아득한 내일 다시 쓰기 『로봇 동화』 스타니스와프 렘 정보라 옮김 X 설재인의 로봇 동화 다시 쓰기 『이상한 존』 올라프 스테이플던 김창규 옮김 X 강정의 이상한 존 다시 쓰기 『화성에 드리운 그림자』 리 브래킷 이수현 옮김 X 이수현의 화성에 드리운 그림자 다시 쓰기 ★시리즈는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