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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7
프로그램 카드 No.1.. 11 프로그램 카드 No.2.. 183 간주곡.. 309 블루프린트.. 345 집필 후기.. 376 옮긴이의 글.. 381 서윤후의 《제4 간빙기》 다시 쓰기 〈한계비행〉.. 387 |
Kobo Abe,あべ こうぼう,安部 公房,본명 : 아베 기미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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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예언 기계의 탄생을 성대하게 축하할 계획을 짜고 있었다. 맨 처음 무얼 예언해 달라고 하면 좋을지, 각 방면의 사람들에게 설문지를 보내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를 위한 위원회가 만들어졌고, 언론도 손에 땀을 쥐고 기다렸다. 그런데 갑자기 모스크바 2호가 완성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뉴스는 짓궂은 선물을 가지고 왔다. 나는 그 소식을 아침 일찍 걸려온 신문사의 전화로 알게 되었다.
“모스크바 2호의 예언 들으셨어요? 32년 이내로 최초의 공산주의 사회가 만들어지고, 1984년쯤에 마지막자본주의 사회가 몰락할 거래요. 선생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 pp.27~28 문득 미래란 여태 생각했던 것처럼 단순한 청사진이 아니라, 현재로부터 독립된, 의지를 가진, 광폭한 생명체처럼 느껴졌다. --- p.181 예언 기계가 등장했기에 세상은 더욱더 연속적으로, 마치 광물의 결정처럼 고요하고 투명한 것이 될 거라 믿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어리석었나 보다. ‘알다’는 말의 진짜 의미는 질서나 법칙을 본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혼돈을 본다는 것이었을까? --- p.241 언뜻 이런 생각이 들었다. 괴물 중에서 가장 무서운 괴물은 내가 잘 아는 사람이 아주 조금 이질적으로 변한 것이라는…. --- p.276 “그러니까 선생님은 역시 그 미래를 감당 못 하셨어요. 결국, 선생님은 미래라는 걸 일상의 연속으로밖에 상상 못 하셨거든요. 그래서는 예언 기계에 큰 기대를 거셔봤자, 단절된 미래… 지금의 현실을 부정하고, 파괴시킬지도 모르는, 그런 완전히 급변한 미래는 역시 받아들이실 수 없었던 거예요. 선생님은 프로그래밍에 관해서는 최고의 전문가이실지 몰라도, 프로그래밍이라는 건 말하자면 질적인 현실을 양적인 현실로 환원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조작이잖아요. 그런 양적인 현실을 다시 한번 더 질적인 현실로 종합하지 않으면, 정말로 미래를 붙잡았다고 할 수 없어요. 명백하게, 선생님은 그런 점에서 너무 낙관주의자셨어요. 미래를 단지 양적 현실의 기계적인 연장으로밖에 안 보신 거예요. 그러니까 관념적 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에는 강한 관심을 보이셨지만, 현실의 미래는 도저히 못 받아들이셨던 거죠….” --- pp.290~291 미래는 꼭 태고처럼 아득히 멀리 있다…. --- p.363 인간은 그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의무를 짊어지게 해야 하는 존재인 걸까? 그럴지도 모른다. 부모 자식 사이의 싸움에서 주도권을 쥐는 건 언제나 자식 쪽이다. 아마 의도 여하를 불문하고 창조자가 창조된 자에게 심판받는 것이 현실의 법칙일 것이다. --- p.375 진정한 미래는 아마도 그 가치 판단을 뛰어넘은, 지금의 우리와는 단절된 곳에서 어떤 ‘것’으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집필 후기」중에서 잔혹한 미래라는 것은 아마도 존재하지 않는다. 미래는 그것이 미래라는 점에서 이미 근본적으로 잔혹하다. 그 잔혹함에 대한 책임은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단절을 수긍하려고 하지 않는 현재에 있다. ---「집필 후기」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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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란 현재의 연장선이 아닌,
일상을 파괴할지도 모르는 잔혹한 단절이다 『제4 간빙기』는 아직 냉전이 한창이던 1950~1960년대를 배경으로, 소련에서 미래를 예언하는 기계 ‘모스크바 1호’를 발명했다고 발표하면서부터 모든 사건이 시작된다. 주인공 가쓰미 박사는 연구자이자 기술자로서 모스크바 1호에 자극받아 본인의 예언 기계를 만들고자 하는 열망에 사로잡힌다. 결국 그는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연구한 끝에 기계를 발명하고, 이제 기계에게 무엇을 예지하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시범 운용의 단계까지 오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소련의 예언 기계가 ‘미래엔 자본주의가 몰락하며 공산주의가 사회를 지배한다’는 결과를 내놓으면서부터 가쓰미 박사의 연구에는 제약이 걸린다. ‘미래’ 그 자체가 주제인 『제4 간빙기』에서 예언 기계는 작품을 끌고 가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아직 컴퓨터라는 단어도 보편화되지 않은 시대에 쓰여진 작품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현대의 AI 알고리즘의 구조와 흡사한 예언 기계는 절대로 인간이 맞닦드리고 싶지 않은 미래를 들이민다. ‘현재의 가치 기준으로 미래를 판단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제4 간빙기』 전체를 관통해 6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지금을 살아가는 독자들에게까지 날아든다. 당신이 본 미래가 현재의 일상은 그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을 만큼 뒤바뀌어 있다면, 당신의 가치관과 도덕 관념으로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누구도 쉽게 이 질문에 답을 내릴 수 없고, 정답 또한 없기에 『제4 간빙기』는 여전히 독자들에게 읽혀져야만 하는 작품으로 존재한다. 낡지 않는 작품만이 살아남아 고전이 된다는 명제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매일매일 하루가 다르게 변화가 일어나는 오늘, 오래전에 쓰인 문학 작품이 낡지 않았다는 것은 작가의 날카로운 통찰을 통해 급변하는 세계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은 혹은 변할 수 없는 인간의 본질을 파악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제4 간빙기』 역시 고전으로 불리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단순히 ‘고전’이기에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고전과는 정반대의 의미로 어떤 작품은 시간이 지나서야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동시대의 사람들에겐 그다지 커다란 의미를 주지 못하고 공감을 얻지 못하다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시대가 작품을 따라잡게 되는 것이다. 그 작품을 읽기에 가장 적절한 ‘때’가 있는 것이다. 『제4 간빙기』를 가장 잘 읽어낼 수 있는 독자는 60년 전이 아닌 바로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출생아 수는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해수면은 나날이 상승하며, AI와 알고리즘에 둘러싸인 일상을 보내고 있는 우리가 그 어느 시대보다 『제4 간빙기』를 이해할 수 있는 독자다. 아베 고보 X 서윤후의 『제4 간빙기』다시 쓰기 〈한계비행〉 ‘인간’이란 존재를 묻는 콜라보레이션 전 세계의 독자들에 비해 한국의 독자들은 아베 고보의 『제4 간빙기』를 비교적 늦게 접했지만, 그럼에도 가장 특별한 번역판을 갖게 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시인 서윤후가 자신만의 시선으로 『제4 간빙기』를 해석한 단편 소설이 함께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에세이와 그림 시 등 다양한 방면에서 재능을 발휘한 서윤후 시인이 소설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소설이 『제4 간빙기』를 다시 쓴 만큼 SF라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같은 재료도 요리법에 따라 전혀 다른 맛과 향이 나듯, 시인 서윤후의 SF는 그동안 시와 에세이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요리법이 달라도 재료의 본질이 같은 것처럼 많은 독자들이 사랑했던 ‘서윤후’라는 쓰는 존재의 근간은 바뀌지 않는다. 서윤후 시인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감정인 슬픔은 이 책에 수록된 그의 첫 소설인 〈한계비행〉에서도 잔잔하게 묻어나온다. 인간이 판 감정을 모방하는 AI와 어떤 감정이든 표출해 내는 것이 어려운 인간 사이에서 감정의 존엄을 묻는 시인 서윤후의 질문은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다.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것은 독자 저마다의 몫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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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착상과 웅장한 스케일. 한번 읽은 것만으로 내가 이 작품의 영화화에 몰두한 건 당연하다. - 호리카와 히로미치 (영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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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외국 작가들에게 일본의 작가라고 하면 아베 고보였다. 아베 고보의 작품을 알고 있었다. 그 외의 작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나에게 아베 고보는 중요한 작가다.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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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일본의 작가라고 하면, 다니자키 준이치로나 가와바타 야스나리, 미시마 유키오가 알려져 있을지 몰라도, 진정한 현대 작가로서 외국의 지식인들이 읽은 작가는 아베 고보가 최초였다. 그리고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것도 아베 고보라고 생각한다. - 오에 겐자부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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