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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나, 관찰자가 루 도인의 기원에 얽힌 마지막 이야기를 전한다2장/ 라토와 아리셀리스가 에이어리에게 돌아오고 벌레가 꿈틀거리며 사람에게 파고든다3장/ 제국군과 반란군이 마지막으로 격돌한 끝에 전쟁터에 선 사람들의 행보가 정해진다4장/ 마법사들의 새 지도자 카분이 부족한 아들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5장/ 오카브가 아내를 설득한 다음 사라진 에이어리를 찾아 다시 떠난다6장/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은 스타인 왕이 상황에 떠밀려 마음을 굳힌다7장/ 에이어리가 마법사 왕국으로 출발하기 전에 조언자 흉내를 내며 예언한다8장/ 신전에 남은 사제들이 투란을 불러 예상하지 못했던 일을 제안한다9장/ 다섯 중 하나, 제국 수도가 침략당하기 직전 황제에 대한 암살 시도가 벌어진다10장/ 다섯 중 둘, 에젠 황제의 생명을 손에 두고 수가 칼날을 만지작거린다11장/ 다섯 중 셋, 두 제국군의 전쟁을 앞두고 옛 전우들이 다시 하나로 뭉친다12장/ 다섯 중 넷, 그라스 시비스의 기병대가 제국 수도를 점령하고 황제가 피신한다13장/ 다섯 중 다섯, 라토와 아리셀리스가 마법사 왕국을 공격하다가 탑 위에 선 카분을 발견한다14장/ 대장장이 왕이 마법사들의 내전에 휘말려 귀중한 무기를 토막 내어 녹인다15장/ 쿠오피오의 안개가 돌아오지만 에이어리는 바로 떠나지 못한다작품 해설/ 존재의 윤리, 윤리의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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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 도인들은 자초해서 고통받는 게 아니야.그렇다면 누군가가 실마리를 풀어야 해.”역사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으로 변화의 물꼬를 트다!에이어리는 눈앞에 펼쳐진 참혹한 전쟁을 목격하고 “내가 읽었던 책 속의 장엄한 전투들은 다 무엇이지?”라고 질문한다. 그리고 이러한 기록은 제국의 서기관 스탐노스에 의해 에이어리가 살아가는 현재에도 진행 중이다. 작가는 이 같은 서사를 통해 모든 지(地)의 영위가 그것이 세계의 성립이나 인간의 모습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서 ‘축적’하려고 하는 욕망에 의해 구동되는 한 반드시 ‘권력’적으로 기능한다는 점을 시사하며, ‘역사’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던진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역사의 흐름이 다양한 역사적 조건을 조화롭게 종합한 결과라기보다는 다양한 가능성이 배제되어 오히려 점점 더 홀쭉해진 결과물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제국의 역사에는 루 도인에 대한 언급이 없다. 당연히 세상에서 루 도인을 위한 장소는 사라진다. 사회는 루 도인을 조직적으로 배제했고, 세상은 루 도인이 아닌 사람만이 사는 장소가 되었다. 이쯤 되면 독자는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왜 루 도인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 걸까? 왜 어떤 사건은 선택적으로 억압하고 비밀에 부치고 은폐할까? 왜 어떤 사건은 기술하고 어떤 사건은 기술하지 않는 걸까? 이 같은 질문을 계속 던지다 보면 어떻게 통제되고 있는 루 도인이 ‘통제되고 있다’는 것조차 감지하지 못하고 스스로, 자기 의지를 토대로, 자기의 자발적인 욕망에 의해 권력 속에 자기를 놓게 되는지 깨닫게 된다.작품 속에서 이 진실을 알고 있고 변화의 물꼬를 트기 시작하는 인물은 초대 대장장이 왕이었던 관찰자이다. 그는 “루 도인들은 자초해서 고통받는 게 아니야. 그렇다면 누군가가 실마리를 풀어야 해.”라고 말하며 현실을 바로잡으려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 이야기를 따라온 독자라면 ‘누군가’가 ‘에이어리’일 거라고 추측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8권에서는 벼리고 또 벼른 선명한 문장들이 발화하며 에이어리가 이 실마리를 어떻게 풀어내는지를 들려준다.“그대는 파멸의 지식이 태어났을 때 어떻게 대처하겠는가?죽이겠는가, 교화하겠는가, 땅속에 파묻고 다시 드러날 날을 기다리겠는가?” 모든 것은 주체(사람)와 가치관의 문제이다초대 대장장이 왕이었던 관찰자는 금기시되는 기술을 사용해 마법사 왕국의 왕 세타세와 함께 루 도인을 만들었다. 관찰자와 달리 세타세는 만들어진 이가 원래 존재하던 이와 똑같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이에 루 도인의 신체를 다른 이들과 다른 차이가 있게 만들었다. 루 도인의 피부가 투명한 것은 이 때문이다. 차이를 둔 것 자체는 문제되지 않는다. 만물 중에 같은 것은 없다. 우주는 차이들로 이루어졌다. 문제는 세타세가 루 도인의 신체에 새겨 넣은 그 차이를 사람들이 인식하는가, 인식하지 않는가이다. 왜냐하면 사회가 선택한 차이만 사람들에게 차이로 간주되기 때문이다.우리가 차이라고 알고 있는 것은 모두 인간의 필요에 따라서 만들어진 것이다. 차이를 발명하는 것은 분업이나 차별이 필요해서이다. 그래서 어떤 차이는 다양성으로 인식되지만, 어떤 차이는 차별의 ‘이유’가 된다. 루 도인에게 해당하는 차이는 분업이 아니라 차별이 필요할 때 발명된 것이다. 대장장이 왕을 비롯한 신의 대리자들, 세상을 통치하는 권력자들, 그들을 옹위하면서도 저마다의 지략을 펴는 무사들 그리고 초월적 힘으로 세상의 방향을 바꾸는 마법사들까지 그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루 도인을 이용한다. 그러므로 루 도인의 차별받는 삶은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배려와 관용으로 해결할 수 없다. 차이를 해소하거나 인정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 되며, 차이의 발생을 추적하고 분석하는 사유, 즉 권력과 지식을 탐구하는 작업을 선행한 뒤 공정함으로 해결해야 한다. 관찰자가 개인적 욕망에 사로잡혀 차별의 이유가 되는 차이를 존재하게 한 것처럼, 오늘날 우리도 저마다의 이해관계에 따른 욕망에 사로잡혀 차별의 이유가 되는 수많은 차이를 존재케 했다. 이로써 우리의 삶은 수많은 차이의 교차로에 놓여 있고, 차이로 인한 갈등은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이다. 이 작품은 방대한 서사를 통해 자연스러운 차이는 없음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어쩌면 작가는 「대장장이 왕」 작품을 통해 신체를 통제하고 차이를 발명하는 것은 고도의 정치기술이라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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