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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인오쇠 7
작품 해설 357 작가 연보 363 |
Yukio Mishima,みしま ゆきお ,三島 由紀夫,본명 : 平岡 公威(히라오카 기미타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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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짧은 시간인가. 열여섯 살의 혼다와 일흔여섯 살의 혼다 사이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은 그저 한 번의 뛰어넘기로, 돌차기 놀이를 하는 아이가 작은 도랑을 뛰어넘는 정도의 순간이다.
--- p.67 처음부터 사토코는 기요아키에게 죽음을 각오하고 만나야 하는 여성이었으므로, 그 잔인한 불가능을 아주 잘 아는 혼다가 목숨을 걸지도 않고 사토코를 만나려고 한다면, 혼다 안에서 부르는 먼 기요아키의 젊고 아름다운 영혼이 틀림없이 금지할 것이다. 죽음을 각오하고 만나면 분명 만날 수 있는 것이다. --- p.74 계단이 어둑해서 잘 보이진 않지만 소년은 창백하고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이 불길할 정도의 창백함은 계단 위의 빛을 등지고 그늘졌는데도 스스로 발하는 빛으로 빛나는 듯했다. --- p.98 보아라. 이 소년이야말로 순수한 악이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이 소년의 내면은 거의 혼다와 닮았기 때문이다. --- p.105 어쩌면 도루 주변에 일어나는 일에 우연은 하나도 없을지 모른다. 갑자기 도루는 모르는 사이에 자기 주변에서 치밀한 악의 구도가 펼쳐지는 느낌이 들었다. --- p.114 아아, 절대로 모를 거야, 그때의 불쾌한 기분을. 또 시작했어. 또 나의 아름다움이 내 의지에서 떨어져 홀로 걸으며 내 자유를 속박하는 그런 기분. 나의 아름다움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영혼 같은 것인지도 몰라. 나는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조용히 살고 싶은데, 그 영혼이 나를 거역해 재앙의 불씨를 만들어. --- p.125 이 열여섯 살 소년은 자신이 이 세상에 오롯이 속하지 않음을 확신했다. 이 세상에 속한 것은 자신의 절반뿐이다. 나머지 절반은 저 그윽하고 어두운 진한 쪽빛 영역에 속했다. 그러므로 이 세상에는 자신을 규제할 어떤 법률도 규칙도 없다. 자신은 그저 이 세상의 법률에 묶여 있는 시늉만 하면 된다. 천사를 규제하는 법률이 어느 나라에 있겠는가. --- p.23 한번은 도루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갔다가 “노인네는 더러워. 냄새 나니까 저리 가.”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혼다는 분노로 뺨이 떨렸지만 되돌려 줄 방법이 없었다. 도루가 소리 지르며 말했다면 그나마 대답할 방도가 있다. 하지만 그럴 때 도루는 창백한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아름답고 순진한 눈으로 이쪽을 가만히 바라보고, 차갑게 중얼거리듯 말한다. --- pp.270-271 모든 것을 아는 자가 달콤한 독에 스민 조용한 사랑으로 도루의 죽음을 예견하며 그 횡포를 견디는 일에 어떤 쾌락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 시간을 내다보았을 때 앞에 있는, 하루살이 날개처럼 사랑스럽고 빼어난 도루의 포악함. 인간은 자기보다 오래 사는 가축을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받을 조건은 생명의 짧음이다. --- p.280 마쓰가에 기요아키는 예상치 못한 사랑의 감정에 사로잡히고, 이누마 이사오는 사명에, 잉 찬은 육체에 사로잡혔어. 당신은 도대체 뭐에 사로잡혔지? 자신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아무런 근거도 없는 인식뿐이잖아? --- p.312 거울에 비친 자기 몸을 살펴보았다. 가슴 갈비뼈가 하나하나 그림자를 새기고, 배가 아래로 갈수록 부풀고, 그 부푼 배의 그림자에는 시든 흰강낭콩 같은 것이 처져 있고, 깎인 듯이 살이 없는 희끄무레한 가는 다리로 이어진다. 무릎이 부종처럼 드러났다. 이 추함을 보고도 태연자약하게 있으려면 얼마나 긴 자기 기만의 햇수가 있어야 할까. --- p.325 ……어떻게든 조금 더, 조금 더 견뎌야 한다. 이 부서지기 쉬운 유리 세공품처럼 섬세하기 그지없는 세계를 자기 손 위에 살며시 올려놓고 지켜야 한다……. --- p.337 검은 문을 지나니 정문이 벌써 눈앞에 있었다. 드디어 월수사 정문에 다다랐다고 생각하니 자기는 육십 년간 그저 이곳을 다시 찾아오기 위해 살아왔다는 생각이 강하게 밀려왔다. --- p.3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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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몇백 번째, 몇만 번째, 몇억 번째 환생과
혼다는 어딘가에서 또다시 만날지도 모른다.” 어느덧 노년이 된 혼다 시게쿠니 앞에 나타난 소년 도루, 그의 옆구리에는 역시나 세 개의 검은 점이 새겨져 있다 윤회환생의 본질을 문학적으로 그린 미시마 유키오의 유작 일생에 걸쳐 환생자들의 그림자를 쫓아 온 혼다 시게쿠니는 노년에 접어 들어 『새벽의 사원』에서 처음 등장했던 히사마쓰 게이코와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며 부유한 노후를 즐기고 있다. 혼다는 천인이 강림했다고 전해지는 해안을 거닐다가 시미즈항의 데이코쿠 신호 통신소를 발견한다. 얼마 후 게이코와 함께 이곳에 들른 혼다는 그곳에서 언 듯이 창백한 얼굴의 열여섯 살의 도루를 만난다. 혼다는 도루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소년 안에 자신과 똑같은 자의식의 모형이 있음을 간파한다. ‘가장 추한 기구.’ 과연 마음이 차갑고 사랑도, 눈물도 없는 아름다운 얼굴. 혼다는 도루의 옆구리에서 환생자의 징표인 세 개의 점을 발견하고 도루를 양자로 삼는다. 혼다는 도루가 세상과 보조를 맞추어 천인의 날개를 숨기고 살아갈 수 있도록 갖가지 교육에 치밀하게 힘쓰지만 도루는 점차 악마적인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혼다가 정해 준 약혼자를 교묘하게 괴롭혀 파혼으로 이끌고 팔십 대에 접어든 혼다에게 부지깽이를 휘두른다. 아무렇지 않게 ‘노인네가 되어 필요없다.’는 둥 모욕을 서슴지 않는다. 혼다는 도루의 횡포를 두려워하면서도 “남은 반년만 참으면 돼.” 하며 스물한 살이 되기 전에 도루가 죽기를 꿈꾼다. 하지만 동시에 만약 도루가 가짜라면 자신이 그 생을 따라잡지 못하고 조만간 노쇠해 죽을지 모른다는 불길함을 느낀다. 한편 혼다는 육십 년 만에 드디어, 죽음을 각오하고 월수사의 주지가 된 여든세 살의 사토코를 만난다. 그리고 극도의 적막에 휩싸이는데……. 『천인오쇠』은 미시마 유키오의 유작이자 최고의 대작이 된 4부작 ‘풍요의 바다’ 마지막 권이다. 독보적 탐미주의와 파괴적인 성향, 냉철한 지성 등 미시마 유키오의 정수가 오롯이 닮긴 유작 ‘풍요의 바다’, 그 대장정의 끝이 지금 여기에서 펼쳐진다. 내가 삶과 세계에 대해 느끼고 생각해 온 모든 것을 여기에 담았다. - 미시마 유키오 전후 일본의 가장 문제적인 작가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완성한 혼신의 대작 1970년 11월 25일, 미시마 유키오는 오랫동안 매달렸던 소설을 마침내 탈고했다. 그가 출판사에 건넨 원고의 마지막 줄에는 ‘『천인오쇠』 끝. 1970년 11월 25일’이라는 부기가 달려 있었다. 이 날짜가 가리키는 것은 소설이 완결된 날이자 작가 자신의 기일이 된 날이었다. 향년 45세의 일이었다. 미시마가 자신의 생과 함께 마감한 작품은 ‘풍요의 바다’ 4부작의 마지막 권이었다. 1965년 『봄눈』 연재를 개시해 1970년 『천인오쇠』로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5년간 그는 이 소설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풍요의 바다’ 4부작의 배경은 메이지 시대 말기부터 1975년까지로, 미시마의 생애(1925~1970)는 그 한복판에 정확히 걸쳐져 있다. 그가 자신의 시대 위에 소설 속 시대를 겹쳐 올리며 묘출하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풍요의 바다’ 4부작은 11세기 일본 산문 문학인 『하마마쓰 중납언 이야기(浜松中納言物語)』를 모티프로 한 연작 소설이다. 윤회환생을 소재로 한 ‘모노가타리’의 구성을 순문학 장편에 도입한 것은 당시 파격적인 시도였다. ‘풍요의 바다’ 1권의 주인공은 2권, 3권, 4권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환생해 다른 시대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시리즈 전체에 모두 등장하는 인물 혼다 시게쿠니는 후작가의 후계자, 정치에 빠져든 열혈 청년, 타이의 공주, 사악한 고아라는 네 개의 환생한 자아를 연결하는 고리로, 이들 모두를 가까이에서 지켜본다. 미시마 유키오는 이 네 자아에 자신의 정체성을 나누어 녹여내고, 궁극적으로는 인식자 혼다를 통해 자신을 대변하고자 했다. 시리즈 마지막 권에서 노인이 된 혼다는 그간의 모든 일들이 실재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궁극의 허무에 도달한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이르렀다.’ 혼다의 이 깨달음을 최후의 문학적 전언으로 남기고 미시마 유키오는 목숨을 끊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그가 연출해 보인 정치적 쇼보다 더 그의 진실에 가까운 것이 아니었을까. -이 작품은 절대적인 단 한 번의 인생이라는 것, 그것이 결국에는 유식론 철학의 상대주의 속에 녹아 들어 모두 열반에 든다는 소설입니다. - 미시마 유키오 -이런 시대를 관통하는 명작, 비길 데 없는 걸작을 탄생시킨 미시마 군과 동시대인이라는 행복을 축하하고 싶다. 미시마의 찬란한 재능은 이 작품에서 위험할 정도로 격정적인 정열로 순수하게 승화되어 있다. 이 새롭고 운명적인 고전은 아마도 국가와 시대, 논평을 넘어 살아있을 것이다. - 가와바타 야스나리 풍요의 바다 4부작 1권 봄눈(春の雪) 2권 달리는 말(奔馬) 3권 새벽의 사원(?の寺) 4권 천인오쇠(天人五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