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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5
작가의 말 |
John Gris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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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키이라.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니?”
키이라는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테이블 중앙에 놓인 법률용 노트에 시선을 고정하고 이야기했다. 새벽 2시에 뜬눈으로 스튜어트 코퍼가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어머니는 아래층에서 기다릴 때 그녀는 침실에서 드루와 함께 숨어 있었다. 두려움 때문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문을 잠그고 오빠와 함께 어둠 속에서 침대에 앉아 있었다. 자동차 전조등 불빛이 보였고 차가 다가오는 소리, 주방 문이 열리더니 쾅 닫히는 소리가 났다. 어머니와 코퍼가 다투는 목소리가 들렸고 어머니를 창녀, 거짓말쟁이라고 부르면서 언성이 높아졌다. 어머니가 또 얻어맞는 소리가 들렸고 한참 동안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아서 두 사람은 기다렸다. 코퍼의 무거운 발소리가 계단을 타고 올라왔고, 그는 방으로 다가오면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문고리를 잡아 흔들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두 사람은 숨죽인 채 울며 도와달라고 기도했다. 코퍼가 포기하기로 하면서 잠시 정적이 흘렀다. 코퍼가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니가 두 사람을 보호하려고 싸우다 다쳤거나 그보다 더 큰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느꼈다. 기다리는 동안 길고 끔찍한 침묵이 흘렀다. --- pp.8-9 “이봐, 브리건스.” 제이크는 고개를 돌렸고, 순간적으로 어렴풋이 눈에 익은 얼굴을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료품이 든 봉지를 손에 든 그는 불의의 주먹을 재빨리 피할 수가 없었다. 주먹에 얻어맞은 코가 부러지면서 그는 자기 차 옆 아스팔트 위로 쓰러졌다. 순간적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바닥에서 뒹구는 중에 묵직한 발이 오른쪽 귀를 강타했다. 손에 토마토소스 캔이 잡혀서 재빨리 상대방에게 던져 얼굴에 맞혔다. 사내가 소리 질렀다. “이 개 같은 자식!” 그리고 다시 발길질했다. 제이크가 거의 몸을 일으켰을 때 두 번째 사내가 뒤에서 그를 덮쳤다. 그는 다시 아스팔트 위로 호되게 쓰러졌고 간신히 자신을 덮친 자의 머리칼을 움켜쥘 수 있었다. 전과 같은 묵직한 발이 다시 그의 이마를 강타했고, 제이크는 너무 멍한 나머지 반격할 수가 없었다. 그는 머리칼을 움켜쥔 손을 놓고 일어서려 애썼지만, 바닥에서 등을 뗄 수가 없었다. 두 번째 가해자인 덩치 크고 뚱뚱한 남자가 그의 얼굴을 때리며 으르렁거리듯 욕지거리를 내뱉었고, 첫 번째 남자는 갈비뼈와 복부 그리고 그 외 어디든 발이 닿는 곳이면 발길질하고 있었다. 사내에게 사타구니를 걷어차인 제이크는 비명을 지르고 정신을 잃었다. --- pp.57-58 포샤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모르겠어요. 늘 생각하지만, 정말이지 뭐가 정답인지 알 수가 없어요. 그 아이는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했어요. 자기 엄마가 죽은 줄 알았고 결국?” “그리고 자신과 여동생이 여전히 위험한 상태라고 생각했어. 코퍼가 깨어나서 계속 날뛸 거라고 알았다고. 젠장, 그자는 전에도 아이들을 때리고 죽이겠다고 위협했어. 드루는 그가 술에 취한 걸 알았지만 코퍼가 너무 독한 술을 마셔서 정신을 못 차린다는 건 몰랐어. 그 순간 드루는 스스로 여동생과 자신을 지킨다고 생각했다고.” “그럼 괜찮다는 거예요?” 제이크는 웃으려고 애썼다. 그는 포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바로 그거야. 심신미약은 잊어. 이건 정당화할 수 있는 살인이야.” --- p.97 다이어는 8×10 크기로 확대한 컬러 사진 하나를 오지에게 건네고 말했다. “월스 보안관, 이 사진은 검찰의 증거 제2호입니다. 무슨 사진인지 알아보겠습니까?” 오지는 사진을 보고 얼굴을 찡그리곤 말했다. “이건 스튜어트 코퍼 사진으로 그의 침실 입구에서 찍은 것입니다.” “증인이 본 장면을 정확하게 나타내고 있습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오지는 사진을 내려놓고 고개를 돌렸다. 다이어가 말했다. “재판장님, 같은 사진의 사본 세 장을 배심원들에게 보여주고자 합니다. 그리고 스크린에도 보일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그러세요.” 제이크는 커다란 스크린에 피투성이 사진을 비추는 데 이의를 제기했다. 누스가 그의 이의를 기각했다. 갑자기 침대에 누워 다리를 매트리스 너머로 뻗은 스튜어트의 모습이 나타났다. 머리 옆에는 권총이 놓여 있고, 흘러내려 고인 검붉은 피가 시트와 매트리스를 적시고 있었다. 방청객들이 신음을 내고 숨을 몰아쉬었다. 제이크가 슬쩍 배심원들을 훔쳐봤는데, 몇 명은 사진과 스크린에서 고개를 돌렸다. 몇몇 다른 배심원들은 강한 경멸을 담아 드루를 바라보았다 --- pp.216-217 제이크는 연단 옆에 서서 물었다. “드루, 증인과 키이라는 스튜어트 코퍼가 두려웠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왜죠?” “성질이 고약하고 거친 남자에다 주정뱅이고 총이 많은 데다 보안관보여서 살인을 포함해 무슨 짓을 저질러도 상관없다고 자랑하기를 좋아했습니다. 그러다가 엄마를 때리기 시작했고, 상황이 아주 나빠져서…….” 드루는 목소리가 작아지더니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는 갑자기 흐느껴 울더니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쓰면서 몸을 떨었다. 고통스러운 순간이 지나고 모두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제이크가 말했다. “스튜어트가 죽던 날 밤 얘기를 해봅시다.” 드루는 크게 심호흡하고 변호사를 바라보더니 소매로 뺨을 닦았다. 그와 키이라가 철저히 준비했기 때문에 그들이 의식을 잃은 어머니를 발견하고 죽은 줄 알았던 최악의 순간에 이를 때까지는 두 사람 이야기는 완벽히 서로 들어맞았다. 그 순간 이후 그들은 명확하게 생각하지 못했고 정확히 무슨 말을 했고 어떻게 행동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분명했다. --- p.3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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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붓아버지의 끔찍한 폭력과 학대
오로지 자신과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총을 쏜 열여섯 소년, ‘드루’ 법의 이름으로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이 온당한 판결일까? 불의한 세상과 맞서 사회적 약자 편에 섰던 진짜 변호사, 제이크 브리건스 한순간 살인범이 된 소년을 위해 힘겨운 싸움을 시작한다 세계적인 스테디셀러 작가이자 법정 스릴러물의 대가로 손꼽히는 존 그리샴. 출간할 때마다 베스트셀러에 오른 그의 책은 수많은 영화로 제작되어 흥행에 성공했다. 그중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어 큰 인기를 얻은 《타임 투 킬》은 작가의 첫 장편소설로, 약자의 편에 서서 불의한 세상에 맞서는 정의로운 변호사인 ‘제이크 브리건스’를 탄생시켰다. 그는 이 소설에서 딸을 무참히 강간하고도 반성하지 않는 두 범인을 살해한 ‘칼 리 헤일리’의 무죄 판결을 이끌어낸다. 존 그리샴은 소설 속에서 흑인과 백인 간의 인종차별 문제를 정면으로 보여주면서 제이크 브리건스를 통해 차별 없는 정의가 무엇인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후 그를 주인공으로 한 《속죄 나무》가 출간되면서 존 그리샴의 유일무이한 페르소나로 자리매김한다. 열여섯 소년에게 불어닥친 비극 감시의 사각지대에서 벌어지는 가정 폭력의 폐해 《타임 투 킬》과 《속죄 나무》를 잇는 《자비의 시간》은 ‘제이크 브리건스 시리즈’의 마지막 3부작이다. 앞선 두 작품에서 미국 사회의 팽배한 인종차별과 사회적 갈등 문제를 다룬 존 그리샴은 이번 작품에서 사회문제로 대두된 가정 폭력의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한다. 의붓아버지인 ‘스튜어트 코퍼’의 끔찍한 폭력과 학대 속에서 고통받던 열여섯 살 소년인 '드루'는 자신과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 총으로 그를 살해한다. 스튜어트의 가족과 주변 사람은 물론 지역 사회마저 격앙된 목소리로 드루에게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제이크 브리건스는 드루의 살해 동기와 가정사를 알게 되면서 그를 변호하기로 결심한다. 존 그리샴은 제이크과 드루의 법정 투쟁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이기도 한 가정 폭력의 폐해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특히 드루가 처한 현실을 날것으로 드러냄으로써 가족 구성원 간의 비정상적인 관계와 위계에 의한 폭력이 한 가정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자비의 시간》 1권이 드루의 살인 동기와 가족 배경, 그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과 고립, 제이크와 드루의 만남을 중심으로 다뤘다면, 2권에서는 법정을 배경으로 드루를 구하기 위한 제이크의 치밀한 변호와 시시각각 공방을 거듭하는 검찰 측과 제이크 간의 대결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드루의 사형 판결을 주장하는 검찰 측에 맞서 제이크는 드루의 범행 동기를 비롯해 다른 가족들이 당해온 폭력과 학대를 입증하는 데 주력한다. 특히 스튜어트 코퍼가 키이라에게 저지른 충격적이고 비인간적인 행위를 법정에서 만천하에 공개함으로써 코퍼 측은 물론 배심원들을 경악하게 만든다. 그렇게 함으로써 드루의 범행이 단순 살인이 아닌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한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음을 배심원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한편, 재판의 결과를 유리한 방향으로 돌려놓는다. 누가 진짜 가해자이고 피해자인가? 드루의 재판을 통해 드러나는 인간 사회의 어두운 민낯 드루에게 일어난 비극은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인 가정 폭력의 심각성을 시사한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 전, 코퍼의 폭력 행위로 이미 여러 차례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지만 별 조치 없이 끝났고, 동료 경찰관들도 그의 도박 전력과 잦은 폭력 행사를 알고 있었지만 묵인해왔다. 또한 범행 이후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드루는 불안과 정신적외상 증세를 보였으나 누구 하나 관심을 두지 않는다. 게다가 제이크가 변호를 준비하고 재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드루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과 비난은 드루와 조시, 키이라를 더욱더 고립시킨다. 심지어 제이크는 재판 진행을 못마땅하게 여긴 괴한들로부터 심각한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 저자는 소설을 통해 가정 폭력이 발생하는 배경과 그러한 문제가 왜 밖으로 드러나기 어려운지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드루의 범행 동기와 다른 가족들의 상처를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노력보다 그저 하루빨리 사형선고를 내리길 바라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드루와 조시, 키이라를 지역 사회로부터 배제시킨다. 저자는 제이크와 드루의 재판 과정을 보여주면서 폭력의 악순환을 지적한다. 드루를 비롯한 세 사람은 코퍼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났으나 지역 사회와 검찰로 대변되는 공권력으로부터 또 다른 폭력을 당하게 된다. 드루의 재판을 통해 그들이 당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과 피해를 호소하려 하지만 그 시작부터도 쉽지 않다. ‘이미 사형선고라는 결과를 예단하고 진행하는 재판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 저자는 이러한 질문을 던지면서 제이크 브리건스를 통해 그 불합리함을 깨뜨리고자 한다. 법의 이름으로 열여섯 살 소년에게 무조건 사형을 선고하는 것이 사회정의를 지키는 것일까?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드루는 코퍼를 죽인 살인범인가, 아니면 끔찍한 폭력의 피해자인가?’ 우리 모두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볼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