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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큰 상처를 입었다. 12.3 비상계엄으로 많은 시민이 절망했다. 하지만 헌법 덕분에 빠르게 내란 사태를 정리됐고 일상을 찾았다. 이 책은 법학자의 시선으로 내란 사태를 분석했다. 결국 시작도 끝도 헌법이다. 우리가 헌법을 알아야 하는 이유다. - 손민규 사회정치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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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제1장 대통령이 비상계엄으로 국민을 공격하다 제2장 비상계엄 이후, 주권자의 시간이 오다 제3장 계엄은 정치적 생존 도구가 아니다 제4장 포고령이 곧 내란이었다 제5장 헌법으로 돌아가라: 윤석열은 왜 탄핵되었는가 Bridge 윤석열 탄핵결정문의 핵심 요지와 함의를 되새기다 제6장 기억해야 할 탄핵심판의 고비와 쟁점들 제7장 내란, 형법으로 단죄하다 제8장 법비 대통령과 내란 옹호 세력, 끝까지 헌정질서에 저항하다 Bridge 끝나지 않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 2025년 5월 1일 대법원 판결 제9장 다시 민주주의를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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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정신은, 선출된 권력이나 직업 관료 모두 형식적으로나 실질적으로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여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는 법치주의 원리에 의해 구체적으로 실현됩니다. 우리의 헌정 체계는 이 두 가지 기본원칙의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통하여 유지되고 발전됩니다. 민주주의는 법치주의라는 제도적 기반 위에 작동되며, 개별 법률과 제도는 민주주의에 의하여 그 정당성이 확보됩니다.
--- 「서문」 중에서 결국 헌법 제1조에 모든 답이 있습니다. 탄핵 과정에서 숱하게 제기되었던 의문들을 다시 곱씹어 보면서 헌법 제1조의 정신은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는 것인지를 성찰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죽어있는 문자로 가득한 헌법이 아니라 민주주의, 자유와 평등, 인권의 가치를 더욱 풍부하게 하는 헌법이 될 것이며, 그 헌법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안전하게 지켜줄 것입니다. --- 「서문」 중에서 그때부터 비상계엄은 우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주권자의 힘으로 비상계엄이라는 독재의 수단을 민주주의 박물관 창고에 집어넣어 퇴장시켜 버렸다. 우리는 더 이상 대한민국 역사에 비상계엄을 이용해 시민들을 공격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믿으며 지내왔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역사의 아픔인가. 우리 역사에서 사라졌다고 믿었던 비상계엄이 45년의 시간을 건너 우리 눈앞에 다시 들이닥쳤다. --- 「제1장 대통령이 비상계엄으로 국민을 공격하다」 중에서 법치주의는 자의적 권한 행사를 허용하지 않는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만든 법을 준수하고 이를 적용하며 법원에 의한 분쟁절차를 따르겠다는 원칙이다. 자신의 생각과 같지 않은 결론이 나오더라도 헌법과 법률이 정한 분쟁절차를 준수하고 그 절차에 따라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법치주의의 기본 원리다. --- 「제1장 대통령이 비상계엄으로 국민을 공격하다」 중에서 그들을 막아선 시민들과 국회의원들, 그리고 소극적인 행동으로 용감히 저항한 군인들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또 한 번 지울 수 없는 참상을 겪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무도한 비상계엄 선포와 내란의 시도를 위헌으로, 불법이라고 선언하도록 한 헌법과 법률이 없었더라면 우리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들을 파면해서 쫓아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 「제1장 대통령이 비상계엄으로 국민을 공격하다」 중에서 헌법 제1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선언하지만, 이 선언만으로 민주국가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제2항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며 상정하고 있는 바로 그 ‘국민’이 힘을 발휘할 때, 민주주의의 역사가 쓰일 수 있었다. 주권자의 뜻을 거스른 정권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역사는 계속해서 증명해왔다. --- 「제2장 비상계엄 이후, 주권자의 시간이 오다」 중에서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와 이후 발표된 포고령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시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려는 시도였다. 국민은 비상계엄을 허용한 적이 없었다. 헌법은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위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며,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지체 없이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 이를 통고하게 되어 있지만 대통령은 최소한의 절차도 지키지 않았다. 결국 국민의 대표는 국민의 뜻에 따라 계엄해제권을 통해 윤석열의 불법적 계엄을 막아낼 수 있었다. 모든 답은 이미 헌법에 나와 있었다. --- 「제2장 비상계엄 이후, 주권자의 시간이 오다」 중에서 모든 갈등의 해답은 헌법 속에 있었다. 탄핵 과정에서 우리는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조차 법의 아래에 있음을 증명했다. 시민들은 계엄 사태를 헌법 절차에 따라 풀어가는 능력을 실천했고, 스스로가 스스로를 지켜냈다. 과거와 같지만, 또 다른 민주주의 실천의 모습이다. 이번 계엄 사태는 민주주의의 취약성도, 민주주의의 회복성도 다시 한번 보여줬다. --- 「제2장 비상계엄 이후, 주권자의 시간이 오다」 중에서 박정희와 윤석열은 출신 배경과 시대는 달랐지만 권력에 대한 방식과 태도는 놀랍도록 닮아 있다. 박정희는 군인 출신 파시스트였고 윤석열은 검찰 출신 파시스트였다. 박정희가 탱크와 장갑차로 권력을 장악했다면 윤 석열은 법과 수사, 검찰권을 무기로 삼았다. 박정희는 장기집권을 위해 치밀하게 계획된 쿠데타를 실행한 기획형 파시스트였다. 계엄과 개헌을 단계적으로 연결해 독재체제를 구축했다. 반면 윤석열은 정권 붕괴 위기에 몰려 비상계엄을 꺼내든 대응형 파시스트였다. 총선 이후 장기간 준비했고 국회를 장악하고 헌법을 뒤집으려는 의도는 명백했다. 공통점은 둘 다 ‘욕망형 파시스트’라는 점이다. --- 「제3장 계엄은 정치적 생존 도구가 아니다」 중에서 하지만 1972년과 달리 2024년 윤석열 정부의 계엄은 비교적 신속히 좌초됐다. 이는 적어도 시민사회와 야당, 국회, 언론이 박정희 시대보다 더 강한 민주주의 저항력을 키웠다는 반증일것이다. --- 「제3장 계엄은 정치적 생존 도구가 아니다」 중에서 계엄은 실패했지만 법과 제도를 통치 수단으로 전유한 권력자의 의지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다시 묻게 된다. 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헌법은 누구의 편인가? 법은 국민을 억누르기 위한 권력자의 무기가 아니라 오히려 권력이 헌법 위에 군림하지 못하게 만드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여야 한다. --- 「제3장 계엄은 정치적 생존 도구가 아니다」 중에서 포고령의 법적, 정치적 함의는 민주주의에 대한 구조적 폭력이다. 권력분립 원칙은 심각하게 훼손되었고, 행정부는 무제한적 권력을 확장했으며, 사법부와 입법부의 고유 기능은 사실상 마비되었다. 계엄 포고령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가장 위험한 법적 무기였으며, 단순한 통제 메커니즘이 아니라 헌정질서 전체를 위협하는 구조적 폭력의 제도화였다. --- 「제4장 포고령이 곧 내란이었다」 중에서 윤석열이 꿈꾼 체제는 결국 대통령이 입법·행정·사법 모든 영역을 통제하는 전체주의적 체제였다. 포고령이 헌법과 법률의 이름을 등에 업고도 사실상 민주주의를 압살할 수 있었다는 점은 우리에게 ‘법의 이중성’을 다시금 각인시킨다. 독재 권력이 적법성을 가장하기 위해 그 무엇보다 탐내는 것은 언제나 ‘법의 외피’였다는 사실이다. 2024년 12월 3일 발령된 포고령은 헌법의 언어를 빌려 헌법을 파괴하려 한 모순적 문서였다. --- 「제4장 포고령이 곧 내란이었다」 중에서 헌정질서를 파괴한 대통령에게 주권자로서 그 책임을 묻는 방법은 탄핵밖에 없다. 내란죄로 형사 처벌하는 것이 ‘행위자’인 대통령 개인에 대한 단죄라면, 탄핵으로 대통령직을 박탈하는 건 ‘권력기관 자체’를 해체하는 헌정방어 조치다. 어느 쪽 하나라도 빠진다면, 헌법은 무력해진다 --- 「제5장 헌법으로 돌아가라: 윤석열은 왜 탄핵되었는가」 중에서 결국 탄핵소추는 대통령 개인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훼손된 헌법 질서를 회복하고 미래의 유사한 헌법 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조치였다. 국민, 국회, 그리고 헌법기관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헌법 수호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한 과정은 위기 속에서도 대한민국 헌정질서의 견고함과 회복력을 증명하는 역사적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 「제5장 헌법으로 돌아가라: 윤석열은 왜 탄핵되었는가」 중에서 탄핵의 전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헌법의 각 조항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작동했다는 점이다. 헌법 제77조 제5항의 국회 계엄 해제 요구권이 발동되고, 제65조의 탄핵소추권이 행사되며, 제111조의 헌법재판소 심판권이 최종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의 배후에는 헌법 제1조 제2항이 선언한 국민 주권의 원리가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헌법이 단순한 조문의 나열이 아니라 생명을 가지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존재임이 증명되었다는 점이다. --- 「제5장 헌법으로 돌아가라: 윤석열은 왜 탄핵되었는가」 중에서 현대 민주주의는 필연적으로 정부와 의회 간 마찰을 수반한다. 입법부·행정부·사법부가 서로 견제하고 타협하는 과정에서 시민의 다양한 요구가 반영되는 것이 보통이며, 이 갈등은 결코 군사력이나 국가긴급권으로 일거에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 「Bridge 윤석열 탄핵결정문의 핵심 요지와 함의를 되새기다」 중에서 우리 헌법 체계는 대통령의 권한 공백을 방지하는 권한대행 제도를 마련하고 있으나, 권한대행자 자신이 헌법 질서 위반에 연루되었을 경우를 상정한 제도적 안전장치는 미비하다는 한계가 명백히 드러났다. 정부조직법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구체적 순서를 규정하고 있지만, 권한대행자의 자격요건이나 제한사항에 관한 규정은 부재하여 이번 사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 「제6장 기억해야 할 탄핵심판의 고비와 쟁점들」 중에서 윤석열 탄핵심판 과정에서 우리가 목격한 것은 헌법이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좌표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었다. 한국 민주주의는 지금까지 그래 왔듯 위기를 통해 더 성숙해 왔다. 이번 윤석열 파면으로 드러난 문제들을 교훈 삼아 헌법과 법률로 권력의 한계를 분명히 설정하고, 권력분립과 민주주의의 방어체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 앞으로도 우리가 직면할 모든 헌정적 도전에 맞서는 기본자세는 변하지 않아야 한다. 헌법이 정한 길로,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로 돌아가는 것이다. 헌법의 가치와 취지를 지키기 위한 길은 끝없는 노력과 제도 개혁이 함께해야만 완성될 수 있다. --- 「제6장 기억해야 할 탄핵심판의 고비와 쟁점들」 중에서 내란죄는 대한민국 형법에서 가장 무거운 죄다. 형법 제87조.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우두머리)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이 조항은 단순한 법률 문장이 아니다. 박정희의 유신체제, 전두환의 12·12 쿠테타 및 5·18 학살, 그 모든 과거의 실패는 내란의 정치적 책임은 물었을지언정 형법적 책임을 끝까지 묻지 못한 역사이기도 하다. 우리는 다시 그 문 앞에 서 있다. --- 「제7장 내란, 형법으로 단죄하다」 중에서 역사에서 반복된 가장 큰 비극은 단죄하지 못한 죄를 후대가 다시 겪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시민사회에선 대통령의 내란죄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자는 논의가 진지하게 나온다. 그것은 복수의 정치가 아니다.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민주주의의 자기방어다. 우리는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또 다시 관용을 베풀 것인가, 아니면 이번만큼은 끝까지 정의를 세울 것인가. --- 「제7장 내란, 형법으로 단죄하다」 중에서 우리는 내란 이후의 시기를 어떻게 맞이하였는가. 단지 물리적 폭동을 진압하는 것을 넘어 앞으로도 극단주의와 반헌법적 사고에 대한 법적·제도적 대응이 절실한 때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다시 한번 헌법적 질서와 형사법의 적용 원칙을 되짚어봐야 한다 --- 「제7장 내란, 형법으로 단죄하다」 중에서 대통령은 개인의 유·무죄를 판단하는 직군이 아니라 민심과 다양한 이해관계, 삶의 맥락을 들여다보며 통합적인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데 윤석열은 검사로 살아오면서 몸에 밴 감정과 공감을 배제하는 태도를 대통령이 되어서도 버리지 못했다. 검사라는 직업은 빠르고 날카로운 법적 판단을 내려야 하지만, 대통령은 민의를 읽고 사람들 마음을 헤아려 설득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 「제8장 법비 대통령과 내란 옹호세력, 끝까지 헌정질서에 저항하다」 중에서 대통령 개인이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해서 내란의 후유증이 자연스럽게 해소되지는 않는다. 끊임없는 진상규명, 책임 추궁, 제도 개선을 통해서만 우리 사회는 동일한 비극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결국 법을 통해 내란의 씨앗을 완전히 뿌리 뽑고 그 기억을 살아 있게 해 다시금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때 시민이 단단히 맞설 준비를 갖추는 것, 그 길만이 ‘실패한 내란’의 뒤편에 숨어 있는 또 다른 불씨를 사전에 차단하는 유일한 방책이다 --- 「제8장 법비 대통령과 내란 옹호세력, 끝까지 헌정질서에 저항하다」 중에서 ‘주권자의 시간’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사법부)이라도 함부로 개입해선 안 되는 민주주의 기본 원리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오히려 선거 직전에 특정 후보의 유·무죄를 속전속결로 뒤집으려 했고 그 결과 주권자의 의사가 왜곡될 가능성을 높였다. 국회와 시민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결국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로 미루며 한발 물러섰지만 사법부 스스로 정당성을 실추시킨 셈이다. --- 「Bridge: 끝나지 않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 2025년 5월 1일 대법원 판결」 중에서 어떻게 해도 미친놈의 등장은 막을 수 없다는 식의 어설픈 고찰이나, 어쨌든 막아내지 않았는가 하는 자기 위안적인 도취는 아무 의미가 없다. 분명한 것은 이번 사태가 우리 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조화로운 관계 설정에 실패할 경우 언제든 헌법의 근본 토대를 무너뜨릴 위기가 반복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는 점이다. --- 「제9장 다시 민주주의를 생각한다」 중에서 민주적 제도가 가지는 힘은 국민 일반의 민주주의에 대한 동의에 기반한다. 그렇기에 민주주의는 단순한 수의 합이라거나 다수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법치주의를 이야기할 때 어떤 법치주의인가를 늘 되묻는 것처럼, 민주주의 역시 인류 역사에서 오랜 시행착오와 투쟁 끝에 얻은 보편적 가치, 즉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 적법절차 등의 근본 원칙에 터 잡는 경우에만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된다. --- 「제9장 다시 민주주의를 생각한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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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공부함으로써 헌정질서의 본질을 깨닫고,
주권자의 안전과 권리를 단단히 지켜낼 수 있기에 내란과 탄핵 사태 이후를 살아가는 시민들이 반드시 펼쳐들어야 할 단 한 권의 법 교양서 2024년 12월 3일, 국회가 다시 군홧발에 짓밟혔다. 그로부터 정확히 6개월 후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12·3 비상계엄이 남긴 상흔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는 여전히 수많은 의문이 남아있다. 민주적 절차로 당선된 대통령은 왜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했는가? 왜 자신이 선출된 선거 시스템을 부정하려고 하는가? 왜 법치주의의 수호자여야 할 법률가들이 법을 무기로 휘두르는가? 윤석열이 일으킨 내란의 가장 끔찍한 지점은 그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신뢰를 무참히 짓밟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경찰과 군대를, 검찰과 법원을, 민주주의의 정수인 선거를 믿지 못하게 되었다. 입에 담지 못할 혐오의 언어로 상대방을 힐난하고,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법 따위는 가볍게 무시한다. 최소한의 상식과 선이 아래로 무너져버렸다. 정의와 질서는 다시 회복될 수 있을까? 우리는 위태로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다시 되살릴 수 있을까? 『헌법으로 돌아가라』의 다섯 저자들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모였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변호사들과 《한겨레》 법조팀 기자로 이루어진 이 모임은 내란으로 인한 반민주적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열띤 토론의 자리였다. 저자들은 12월 3일 계엄의 밤부터 제21대 대선 전에 벌어진 대법원의 이례적인 판결까지 182개의 헌법과 법률 조문을 통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기와 극복의 순간을 낱낱이 해부했다. 이들이 법을 꺼내 든 이유는 법을 공부하는 일이 곧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완성품이 아니다. 법적 소양을 갖춘 민주 시민이 권력자를 감시하고 주권자로서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제대로 기능하는 진행형의 과정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비롯한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에서 최후의 방어선 역할을 한 것은 법이 부여한 권리와 의무에 충실한 시민들이었다. 그러므로 법을 공부하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작동시키는 핵심 동력을 기르는 일이다. 상처 입은 민주주의를 소생하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은 헌법으로 돌아가 답을 찾는 것이다. ‘계엄의 밤을 지나 민주주의로’ 권력은 영원하지 않지만, 헌법은 끝내 살아남는다 이 책의 제1장 「대통령이 비상계엄으로 국민을 공격하다」는 1952년 5월 25일 부산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날은 한국 역사상 최초로 대통령에 의한 ‘친위쿠데타’가 일어난 날이었다. 최고 권력자 이승만은 집권을 연장하려는 욕망으로 무장한 군인을 앞세워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야당 국회의원들을 체포해 연행했다. 당시 부통령이었던 김성수는 부통령직을 사임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만약 그에게 일편의 애국심이 있다면 지금이 어떠한 시기이며 우리가 처하고 있는 환경이 어떠한 것이길래 국가의 비운과 민생의 고난도 모르는 척 일신의 영욕을 위하여 어찌 이다지도 난맥의 행동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그로부터 72년이 흐른 후 우리는 오로지 권력을 위해 폭력을 서슴지 않는 대통령의 추악한 욕망을 다시 마주했다. 급박했던 그날의 상황과 비상계엄을 모의한 과정을 차근차근 되짚어보면 그들이 얼마나 철저하게 헌법과 국민을 유린했는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계엄 해제 결의를 막기 위해 투입된 경찰력과 병력, 국회 해산과 국회의원 ‘수거’ 계획, 부정선거론을 핑계 삼은 선관위 장악…. 그들은 민주주의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를 감행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부르짖었다. 자의적 권한 행사를 허용하지 않는 법치주의의 기본 원리도 지키지 않으면서 법치국가를 운운했다. 이 책은 그들이 저버린 법을 기준 삼아 ‘계몽’이니 ‘해프닝’같은 얼토당토않은 말로 자신들의 폭력을 무마하려는 뻔뻔한 낯을 면밀히 파헤친다. 책의 제2장 「비상계엄 이후, 주권자의 시간이 오다」에서는 주권자인 국민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수호했는지 들여다본다. 꺼져가는 민주주의의 불씨를 되살린 것은 두려움에 맞서 거리로 나선 시민들이었다. 권력의 주인은 다른 누구도 아닌 주권자임을 몸소 보여준 시민들의 생명력이 우리를 계엄의 밤에서 민주공화국의 아침으로 이끈 것이다. 이 강인함 앞에서는 헌법을 파괴하려던 세력의 초라함만이 선명하게 드러날 뿐이다. 법은 결코 권력자의 무기가 아니다 헌법과 법률의 궁극적 주인은 주권자인 국민이다 법은 본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마련된 장치다. 비상계엄 역시 ‘국가의 존립이 위협받을 때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헌법이 마련한 긴급권이다. 그러나 한국 현대사는 권력의 영속을 위해 비상계엄을 남용한 이들에 의해 얼룩졌다. 권력자들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는 비상계엄의 법적 요건을 입맛에 맞게 해석해 시민을 위협했다. 책의 제3장 「계엄은 정치적 생존 도구가 아니다」는 바로 이 지점을 철저하게 파헤치는 챕터다. 이 장에서는 욕망형 권력자라는 점에서 박정희와 윤석열이 비교된다. 박정희가 치밀하게 쿠데타를 준비한 기획형 파시스트라면 윤석열은 위기에 몰리자 비상계엄을 수단으로 꺼내 든 대응형 파시스트라고 볼 수 있다. 두 권력자는 법과 제도를 자신들의 통치 도구로 변모시키고, 분단 체제를 악용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한국의 비상계엄 선포 역사를 돌아보면 역사란 어쩌면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것이라고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박정희의 비상권 발동이 오랜 독재로 이어졌다면 윤석열의 계엄 선포는 시민들의 적극적 저항과 국회, 언론의 빠른 대처로 신속하게 막을 내렸다. 이는 우리가 과거보다 강한 민주적 저항력을 키웠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사가 반복될지언정 우리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권력자들은 법을 악용했지만 그들을 저지한 것 역시 법이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이 발표한 포고령은 과거에 이미 위헌으로 판단된 포고령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저자들은 제4장 「포고령이 곧 내란이었다」에서 헌법을 들어 포고령의 각 조항이 어떻게 민주주의에 위배되는지 꼬집는다. 특히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는 “국민의 기본권 제한은 반드시 법률에 근거해야 하며 본질적 내용은 침해 불가하다”는 원칙을 정면으로 배신한 포고령의 위헌성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민주주의의 기본 작동 원리를 부정하는 명령은 법이 아닌 불법이라고 정의 내린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탄핵을 인용하면서 계엄 포고령 자체가 내란적 행위라고 밝힌 바 있다. 윤석열이 내린 이 불법적 명령은 그에게 죄를 물을 때 부정할 수 없는 증거로 작용할 것이다. 법은 결코 권력자의 무기가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그들은 법을 무기처럼 사용했지만 헌법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법을 남용한 권력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 그를 대통령직에서 파면했다. 제5장 「헌법으로 돌아가라: 윤석열은 왜 탄핵되었는가」에서는 탄핵의 의미와 역사, 헌재의 결정문 분석을 통해 윤석열이 탄핵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고찰한다. 형사 처벌도 중요하지만 헌법적 잘못을 따지는 것 역시 매우 중대한 문제다. 대통령에게 강한 권한이 집중되어 있는 만큼 이 권한이 오남용되었을 때 그 책임을 엄밀히 추궁해야 민주주의의 붕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현직 대통령 중 최초로 자신이 저지른 내란 행위에 의해 파면되었다. 이는 어떤 권력자도 헌법과 민주주의의 근본 원칙 위에 설 수 없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남겼다. 권력은 영원할 수 없다. 그리고 헌법은 지속된다. 윤석열은 자신이 저버린 법에 의해 심판받고 처벌될 것이다. 윤석열 탄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헌법을 나침반 삼아, 더 나은 민주공화국으로 윤석열은 탄핵되었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지만 이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모든 문제가 말끔히 해결된 것도 아니다. 한국 사회는 내란이 할퀴고 간 상처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제6장 「기억해야 할 탄핵심판의 고비와 쟁점들」에서는 계엄이 해제된 뒤에도 숱한 위기와 역경의 순간들을 복기한다. 한덕수·최상목 권한대행은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해 헌재 구성권을 침해했다. 탄핵소추 사유에 내란죄를 제외한 것에 대한 논쟁도 벌어졌다. 윤석열 측은 서류 송달부터 변론 기일까지 다양한 이의를 제기하며 의도적으로 탄핵심판을 지연하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탄핵이 선고되기는 했지만 심판이 지연된 만큼 사회에 혼란도 가중되었다. 나아가 책의 제7장 「내란, 형법으로 단죄하다」와 제8장 「법비 대통령과 내란 옹호세력, 끝까지 헌정질서에 저항하다」에서는 형법상 내란죄로 윤석열을 심판해야 할 필요성과 내란 세력의 파렴치함을 차근차근 짚어본다. 내란죄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을 수사하는 과정도 지난했는데, 권한대행들은 특검에 거부권을 행사했고, 수사기관들은 수사 권한을 두고 다툼을 벌였다. 윤석열이 출석에 불응했고 공수처는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도 경호처에 막혀 체포에 실패했다. 두 차례 시도 끝에 체포 후 구속했으나 법원은 이례적인 구속 취소 결정을 내렸다. 저자들은 이른바 ‘사법 엘리트’들과 윤석열의 행태를 법비(法匪)적이라고 칭한다. 법치주의의 탈을 쓰고 법을 악용하는 도적과 다름없다는 뜻이다. 권력자와 엘리트의 실망스러운 민낯을 마주한 시민들이 의지할 곳은 헌법뿐이었다. 헌법 제1조 민주공화국의 원리와 국민 주권의 원리가, 제40조, 제66조, 제101조가 보장하는 삼권분립의 원칙이 우리의 유일한 비빌 언덕이었다. 우리는 헌법에서 답을 찾았지만 여전히 미진한 점이 많다. 이번 사태는 국민의 민주적인 투지와 헌법의 견고함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지만 동시에 우리 민주주의의 체제의 한계 역시 드러냈다. 우리 사회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조화로운 관계 설정에 실패하면 언제든 이런 위기는 반복될 수 있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 이 과정을 겪으며 드러난 미비점을 신속하게 보완해야만 한다. 제9장 「다시 민주주의를 생각한다」는 먼저 내란 행위에 대한 제대로된 처벌을 강조한다. 형사 판결을 제대로 집행해 사법적 책임을 제대로 지게 만들어야 한다. 내란 범죄에 대한 사면이 되풀이되서는 안될 것이다. 또 계엄이 더는 악용되지 못하도록 제도와 법을 손볼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추상이고 넓게 규정된 계엄 선포의 요건을 개정하고, 계엄을 통한 입법권 행사나 헌법기관의 활동을 방해하려는 시도를 하지 못하도록 법문에 명시해야 한다.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믿는 민주 시민을 키워내는 교육에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이 길에는 갖은 위험과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는 이 길 위에서 방향을 잃고 헤매기도 하고, 왔던 길로 되돌아가기도 한다. 때로는 동행하는 이들과 언성을 높여가며 싸울 수도 있고 어쩌면 영영 멀어질 수도 있다.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확실한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목적지가 더 나은 민주공화국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헌법은 우리를 그곳으로 안내하는 좋은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그러니 헌법으로 돌아가자. 절차적 논란이 생기면 헌법이 정한 절차로, 권한의 다툼이 생기면 헌법이 배분한 권한으로, 해석의 차이가 생기면 헌법의 기본 정신으로 돌아가자. 헌법은 단순한 법조문의 집합체가 아니다. 민주주의의 원칙과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살아 숨 쉬는 규범이다. 주권자가 법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할 때 법은 비로소 권력자들의 전횡을 위한 도구가 아닌 시민을 떠받치는 기둥으로 기능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눈을 부릅뜨고 권력자들을 감시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러면 무너진 질서도, 사라진 정의도 다시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