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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_오후의 햇살은 오전보다 따뜻하다
1장 마지막 모습을 그려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들 2장 인생은 뜻대로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다는 축복 3장 다 때가 있다더니, 이제 내 때가 왔다 4장 뛰어갈 땐 들리지 않았던 계절 바뀌는 소리 5장 늦게 피는 꽃이 더 오래도록 향기롭다 6장 터널이 길수록 출구의 빛이 더 눈부시듯이 7장 그 모든 파도가 내 삶을 아름답게 조각했네 나가는 글_그대에게 두 번째 봄바람이 불어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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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사람과의 이별로 나의 일부가 죽으니, 살아 있는 일부를 아름답게 만드는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다. 죽은 것보다 살아 있는 일부를 생생하고 크게 살아나도록 만드는 것이 오십 대의 즐거운 숙제다. 숙제 같은 오십 대 인생을 축제로 만드는 비법은 언젠가 나도 죽는다는 사실을 더 즐겁고 생생한 삶을 산다는 결단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 p.25 그런데 그 말을 듣고 난 뒤 인생이 달라졌다. 열흘 동안 잠자기 전에 그 말을 중얼거렸는데 그때마다 눈물이 줄줄 흘렀다. 맞아. 그땐 그게 전부였어.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어. 그땐 그게 최선이었어. 처음 경험하는 깨달음이 가슴속의 무언가를 북받치게 했다. 그때 흘린 눈물은 스스로 너무 모질게 굴었던 세월에 대한 참회의 눈물이었다. 돌아보면 나에게 ‘조금’ 모질게 굴었던 건 남이었지만, ‘정말’ 모질게 군 것은 나였다. 그런 못된 나를 견뎌낸 나에게, 나는 눈물로써 진심으로 사과했다. --- p.36 그런 행복들은 고유하고 독특한 그 시절만의 행복이라, 뒤로 유예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다. 오죽하면 가슴이 떨릴 때 여행을 떠나야지, 다리가 떨릴 때 떠나서는 안 된다는 말이 생겼을까. 동생은 어느 순간 스피커의 행복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지금은 갤러리 관장으로서 또 다른 행복을 누리고 있다. 우리 인생에서 유예된 행복은 없다. 지금 이 행복이 다시 오지 않을 거라면, 지금 누려야 한다. --- p.95 지혜는 내 입에서 나와 남의 귀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귀에서 나와 내 입으로 나가는 것이다. 입으로 남을 가르치는 사람이 홍수처럼 가득한 세상이다. 귀로 자신을 가르치는 사람은 홍수에 마실 물이없는 것처럼 귀하다. 오십은 이제 입으로 남 가르치는 것을 멈추고, 귀로 나를 가르쳐야 할 때다. --- p.163 남은 생을 염려하는 여성과 나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나이 들어서 해야 할 일은 혼자 잘 노는 연습이라는 게 우리가 내린 결론이었다. 모두 떠나도 떠나지 않는 것은 나 자신이라는 이야기도 보너스로 나누었다. 밖으로 향하던 눈을 안으로 향해 나의 평생 친구인 나와 단단하고 사이좋은 관계를 만들기. 혼자서도 재미있게 고물고물 노는 법을 마련하기. 그나마 덜 죽고 싶은 삶을 만드는 젊은 날의 보험이다. --- p.193 오십 대에 접어들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이전에는 세상을 바꾸려고 했다면 오십에는 세상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된다. 세상을 바꾸는 대신 나를 바꾸려 한다. 그러면 신기하게 꿈쩍도 하지 않던 세상이 나에게 도움이 되도록 살짝 모습을 바꿔준다. 세상에 순응하니 세상이 나를 기특하게 여겨 선물을 주는 것만 같다. --- p.217 결국 어리석은 사람과 현명한 사람을 결정하는 것은 타고난 지능이나 사회적 능력이 아니라 자신을 바라보는 태도다. ‘나 자신, 그리고 나와 관련된 사람에 대한 일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어리석은 사람이며, ‘나는 아직 나 자신, 그리고 나와 관련된 사람에 대한 일을 일부만 알고 있을 뿐이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이가 현명한 사람이다. --- pp.238-239 침묵과 침묵이 만나 한참 서로를 알아가다 세심하게 서로에 대해 이해한 것을 말로 표현한다. 침묵과 표현은 차례로 서로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는 통로가 된다. 먼저 침묵한 채 잘 보고, 잘 들어야 있는 그대로를 알아낼 수 있다. 있는 그대로를 알아낸 뒤에야 비로소 표현할 수 있다. 그때 나오는 말은 깊고 명쾌하며 힘차게 듣는 사람의 마음에 들어가게 된다. --- p.2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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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70개의 문장만 기억해둔다면,
당신의 내일은 훨씬 더 찬연해진다” 인생의 저녁 무렵을 경쾌하게 수놓는 통찰의 언어 “선생님, 나이가 드니 요즘 자꾸 뭘 깜빡깜빡 잊어버려요.” “잘됐구나.” “예? 뭐가요?” “이제는 안 좋은 건 다 잊어버리겠구나.” 선생님 이야기를 듣고 보니 과연 그랬다. 물건을 어디 두었는지 자꾸만 잊어버려 큰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기억하고 싶지 않고 괴로웠던 자질구레한 일도 잊어버릴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조금 시각을 달리하여 바라보면 인생의 걸작이 하나씩 뚝딱 나온다. 새로운 인생은 새로운 시선일 뿐이다. _본문 중에서 저자는 축제와 같은 인생의 비밀을 '시선의 전환'에서 찾는다. 시선을 달리하면 걸음이 자꾸만 느려지는 슬픔은 사계절 풍경을 온전히 누리는 기쁨으로 바뀐다.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괴로움은 별들과 더 오래 대화한다는 즐거움으로 변한다. 고통을 없애야 할 폐기물이 아니라 내공을 만드는 재료로 삼고, 언제나 채우고 싶어 했던 그 결핍이 내 삶을 행복하게 하는 열쇠라는 시선을 가지면 폭풍이 몰아치는 날도, 진흙탕 속의 순간도 완전한 축제가 된다. 이러한 시선의 힘은 오늘의 우리와 똑같은 고민을 했던 과거의 사람들이나 저마다의 고비를 넘겨온 주변 사람들의 지혜를 내 삶에 적용해볼 때, 강해지고 커진다. “알면 너그러워진다.” “이상한 사람은 없다. 이해받지 못한 사람만 있을 뿐이다.” “내 속에 없는 것으로 나를 구할 수는 없다”와 같이, 책에는 이서원 저자가 직접 남긴 명언도 포함되어 있다. 이것 또한 저자가 시선의 힘을 길러내는 과정에서 길어 올린 것들이다.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남은 인생을 더 흥미롭게 살아가고자 하는 한 중년의 결심이자 지나온 세월에 대해 스스로 던지는 위안이다. 70개의 문장 모음이 유독 진심으로 다가오는 것도 이러한 진정성 때문일 것이다. 긴 세월 동안 축적된 사유로 만들어진 그의 에세이는 마치 시가 그러하듯, 한 줄 한 줄 우리의 마음을 매만진다. “늦게 피는 꽃이 더 향기롭다” 그때그때 내 마음에 필요한 약을 처방해주는 책 - 과거의 선택들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를 때 - 가까운 이들과의 거리감에 혼란스러울 때 - 노화의 신호들이 마음을 어지럽힐 때 - 삶의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을 때 - 남은 삶을 더욱 밝고 발랄한 선율로 채우고 싶을 때 우리 인생은 끊임없는 숙제의 연속이다. 어릴 때는 부모가 내주는 생활 숙제, 학교에 가서는 선생님이 내주는 진짜 숙제, 커서는 취업 숙제, 결혼 숙제, 자식 숙제, 나이 들어서는 건강 숙제를 풀다가 마지막엔 죽음이라는 커다란 숙제 앞에서 숙연해진다. 사회가 정한 기준과 틀이라는 발맞춰 살아가다 보면, 남은 숙제가 뿜어내는 무게감에 짓눌려 삶이 기대보다는 막막함으로 채워진다. 《숙제 같은 인생을, 축제 같은 인생으로》는 그동안 숙제를 풀어온 인생 후반에게 건네는 축제의 입장권과도 같은 책이다. 한 명언에 관한 이야기가 딱 4페이지에 끝나는 간결하고 짧은 구성이지만, 품격, 일, 꿈, 지성, 관계, 죽음 등까지 중년의 고민을 심층적으로 아우른 탐구가 담긴 지적인 책이다. 어느 페이지를 읽더라도 같은 효과가 나도록 본문 내용을 구성했으니,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괜찮다. 어느 페이지에서는 무릎을 치고, 어느 페이지에서는 따뜻한 위로에 진하게 감동해보고, 또 어느 페이지에서는 공감의 미소를 지어보자. 그렇게 70개의 꼭지를 다 읽고 나면, 남은 삶에 대한 부담감이 슬며시 꼬리를 내리고, 홀가분함으로 은근히 입꼬리가 올라갈 테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