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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여름 반짝
향 … 16 한여름 반짝 … 20 낭만남자 … 24 하사금 … 28 결혼문화 … 32 안애순 … 36 큐코 … 40 성형 … 44 사람 사는 이야기 … 48 팔랑귀 … 52 6월 6일 비요일 … 56 2. 당근 권력의 맛 … 60 살아 보니 … 64 당근 … 68 망대 1 … 73 망대 2 … 77 진도 천 리 … 82 부(副)자 인생 … 87 보증과 증인 … 91 리액션 … 95 백두산 … 99 남자 삼대(三代) … 104 3. 천차만별 매일이 시트콤 … 108 방 나가기 … 113 이 나이 되어도 … 118 강화 사돈 … 123 삶의 현장 … 128 천차만별 … 133 재테크 … 137 딸 둘 … 141 정답은 없다 … 144 경로석 … 148 축하 화분 … 152 4. 유품 유품 … 156 해사(海士)와의 인연 … 160 기부자 … 164 명상 여행 … 168 여자라서 … 173 효(孝) … 177 저수지 … 181 차(car) 인심 … 185 국회도서관 … 189 그녀 조옥연 … 194 수상소감 … 198 친정엄마 … 200 프리지어 … 2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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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은 약간 다르지만 개나리 꽃잎처럼 생긴 4개의 꽃송이가 하나씩 차례대로 톡 하고 떨어지며 마지막 이별을 고했다. 향도 꽃잎도 사라졌다.
오래전 구멍이 숭숭 뚫린 푸른 도자기로 된 난 화분 4개가 우리 집에 실려 왔다. 결혼한 둘째의 시집에서 시조부님이 기르던 난을 손자며느리에게 키우라고 주었단다. 우리 딸은 키울 자신이 없다고 보내온 것이다. 나도 꽃 보기는 좋아하지만 애착을 갖고 키우는 데 자신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가끔 죽지 않을 만큼 물을 찔끔찔끔 주었을 뿐이다. 겨울에는 거실에, 여름에는 베란다로 옮겨져서 가끔 해 맛을 볼 뿐이다. 푸른 잎 그대로 몇 년이 지났다. 어느 날 하나의 난분에서 가냘픈 꽃대를 올리더니 꽃을 피웠다. 너무 신기해서 꽃 이름을 검색했더니 소심난이라고 나온다. 꽃 향은 황홀 그 자체였다. 세상의 어느 것도 영원한 것은 없었다. 그 여름 꽃향기만 날리고 멀어져 간 소심이었다. 올여름 더위가 한풀 꺾인 9월 초순 물 한 바가지 들고 4개의 분에 물을 나눠 주었다. 물을 주며 중얼거렸다. 소심보다 더한 무심아 넌 어찌 그리 무심하냐고 혼잣소리를 하는데 줄기 어딘가쯤에서 통통하게 알밴 기운이 전해져 오는 걸 느꼈다. 나의 중얼거림이 전해졌는지 몇 년 전 첫 번째 꽃을 피우고 올해 두 번째 꽃이 꽃망울을 맺었다. 그 난분만 간택되어 조심스레 거실로 품어 옮겼다. 하나씩 차례대로 피어나는 꽃의 향기는 거실을 가득 메웠다. 안마기 앞 코 높이에 난분을 두었다. 킁킁 대지 않아도 난향은 콧속에 스며들었다. 난향이 천 리를 간다더니 실제를 경험했다. 퇴계 이황의 난 사랑이 이해가 되기도 했다. 4송이가 수직으로 피어 향기를 퍼뜨렸다. 장미꽃 향과 아카시아꽃 향이 어우러진 향이랄까? 참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향이 단내를 풍겼다. 한 송이가 지고 또 한 송이가 져서 화분 위에 떨어졌다. 3주간 행복을 주는 향은 사라졌다. 난향을 모아서 가둘 수만 있다면 어떤 짓이라도 하고 싶을 만큼 아쉬웠다. 이런 절실한 아쉬움이 있어서 향기를 모으고 향수가 나온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하략) --- 「향」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