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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제1부
계단 1 보몽 1 4층 오른쪽 아파트 1 마르키조 1 풀로 1 브레델(다락방 1) 모렐레(다락방 2) 위클레 1 니에토와 로헤르스(다락방 3) 제인 서터(다락방 4) 위팅 1 레올 1 로르샤슈 1 댕트빌 1 스모프(다락방 5) 셀리아 크레스피(다락방 6) 계단에서 2 로르샤슈 2 알타몽 1 모로 1 기관실에서 1 2.제2부 로비 1 모로 2 마르시아 1 알타몽 2 바틀부스 1 로르샤슈 3 계단 3 4층 오른쪽 아파트 2 마르키조 2 보몽 3 마르시아 2 지하 창고 1 계단 4 수위실 계단 5 루베 1 엘리베이터 기계실 1 마르시아 3 보몽 4 마르키조 3 계단 6 풀로 2 윙클레 2 플라세르 1 3.제3부 제롬 씨(다락방 7) 댕트빌 2 알뱅 부인(다락방 8) 계단 7 풀로 3 발렌(다락방 9) 플라세르 2 이하 생략 |
Georges Per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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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모로 부인 소유가 된 이 아파트에, 1950년대 초반에는 수수께끼 같은 한 미국 여자가 살았는데, 미모와 금발 머리, 신비스러운 분위기 덕분에 그녀는 '로렐라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다. 그녀는 이름을 조이 슬로번이라고 밝혔고, 운전사 겸 경호원인 한 남자의 조용한 보호 아래 커다란 아파트에 혼자 살았다. 그 경호원은 카를로스라고 불리는 필리핀 사람이었고, 작고 단단한 체구에 항상 나무랄데 없이 완벽한 하얀 정장을 입고 있었다. 사람들은 종종 고급 상점에서 과일 잼과 초콜릿 혹은 사탕을 사는 그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길에서 전혀 볼 수 없었다. 그녀의 집 덧창은 항상 닫혀 있었다. 그녀는 우편물도 받지 않았고, 그녀의 아파트 문은 조리된 식사를 배달하는 음식점 주인이나 매일 아침 백합, 아룸, 월하향 몇 송이를 가져오는 꽃가게 주인에게만 열렸다.
조이 슬로번은 밤이 되어서야 카를로스가 운전하는 길고 검은 폰티악을 타고 외출했다. 이 건물에 사는 사람들은 골이 있는 실크 드레스를 입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녀가 지나가는 것을 쳐다보곤 했는데, 그 드레스는 등이 거의 다 드러나 보이고 옷자락이 땅에 길게 끌리는 스타일이었다. 또 그녀는 어깨에 밍크 모피를 걸치고, 검은 깃털로 된 큰 부채를 들고, 솜씨 있게 땋은 비할 데 없이 아름다운 금발 머리에 다이아몬드가 박힌 왕관형 머리장식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가늘고 거의 차가운 눈과 창백한 입술(당시에는 입술을 아주 붉게 칠하는 것이 유행이었지만)을 가진 완벽한 타원형의 얼굴 앞에서, 이웃 남자들은 감미로운 것인지 소름끼치는 것인지 모를 모종의 강한 매혹을 느꼈다. 그녀에 관해서는 최고로 환상적인 이야기들만 들려왔다. 사람들은 그녀가 며칠 밤 계속해 화려한 침묵의 리셉션을 열었다는 둥, 남자들이 자정 바로 전에 부피가 큰 배낭을 서투르게 메고 남몰래 그녀를 보러 온다는 둥 말들을 했다. 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제3의 남자를 운운하며, 그 역시 그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밖에 나올 수도 자신을 드러낼 수도 없는 처지라고도 했다. 그리고 이따금 아이들로 하여금 공포에 사로잡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게 만드는 소리들이 벽난로통을 타고 올라온다고 말하기도 했다. ---pp.507~5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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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에 대한 이러한 세심한 묘사는 페렉이 말하는 '일상의 사회학'의 근간이 되기도 한다. 그는 자신의 일상의 사회학을 가리켜 '분석이 아닌 하나의 묘사의 시도'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좀더 자세히 말한다면, 그의 일상적 사물에 대한 묘사는 '우리가 살면서 너무 익숙해서 보지 못하는 것, 바로 곁에 있기 때문에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진술'이다. 즉 일상 속에서 일상에 의해 눈멀어가는 우리의 맹목성을 고발하는 것이다.
--- p.844-8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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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부자이면서 동시에 그 부가 일반적으로 가져다 주기 마련인 것들에 대해 무관심한 남자, 그리고 세상 전부를 포착하고 묘사하고 철저히 규명하는것-발설하는 것만으로도 무너지기 쉬운 계획-이 아니라 세상을 이루는 한 조각을 포착하고 묘사하고 철저히 규명하려는 대단히 오만한 욕망을 품고 있는 한 남자를 상상해보자.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세상의 모순에 맞설 때는, 아마도 제한적이겠지만 동시에 그만큼 전체적이고 온전하고 환원될 수도 없는 어떤 계획을 끝까지 완수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어느 날 바틀부스는, 그의 삶 전체를 오직 자의적인 필연성 그 자체만을 목적으로 하는 어떤 독특한 계획에 따라 구성해 나가기로 결심했다.
--- p.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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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펼쳐지는 인생 이야기
모두 99개의 장으로 구성되어있는 이 책은 시몽크뤼벨리에라는 가상의 거리에 있는 한 건물의 입주자들의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나열된다. 이 중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이야기는 퍼즐 제작자 윙클레와 퍼즐 맞추기를 인생의 목표로 삼은 바틀부스라는 두 인물의 이야기다. 윙클레는 세심함과 인내심, 타고난 손재주를 지닌 퍼즐 제작자다. 그는 바틀부스에게 퍼즐 500개를 제작해주는데, 퍼즐을 제작하면서 매번 다른 모양, 다른 방법, 다른 공략으로 바틀부스를 절망에 빠뜨린다. 바틀부스는 남부러울것 없는 재력가다. 그는 오직 퍼즐 맞추기를 위해 10년동안 수채화를 배우고, 20년동안 세계를 여행하며 보름마다 수채화 한 점씩을 그려 윙클레에게 보낸다. 그러고 나서 20년간 퍼즐을 맞추기로 한다. 그리고 맞추어진 퍼즐들은 다시 그것이 그려진 장소로 보내어 세척 용액으로 깨끗이 씻겨져 그림이 그려지기 이전의 상태, 즉 무(無)의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이렇듯 퍼즐 맞추기가 진행되는 동안 윙클레는 죽음의 강을 건너버린다. 그런데 50년이라는 기나긴 시간을 퍼즐 맞추기에 쏟아부은 바틀부스는 이 망자가 숨겨놓은 속임수를 풀지 못한채 윙클레의 머리글자인 W자 모양의 퍼즐 조각을 손에 쥔 채 숨을 거둔다.
『인생 사용법』에는 페렉 특유의 실험적인 시도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예를 들면 행간마다 예기치 않은 그림이나 문양, 수학기호, 공구사용설명문, 부고, 메뉴판, 약품설명서까지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방대한 서지학적 지식의 나열이나 풍부한 세계사적 정보, 사물들에 대한 지루할 정도로 세밀한 묘사, 장르를 뛰어넘는 인용, 특히 기존 작가 33명의 이름과 작품을 그대로 인용하거나 변형시키는 등 매우 독특한 서사구조를 지니고 있다. 독서량이 풍부한 독자라면 곳곳에서 언급되고있는 대가들의 글을 만날수 있을것이다. 이러한 인용이나 모방 등의 콜라주 기법 외에도 시나리오, 수수께끼, 속임수라는 장치들을 통해 수많은 이야기들을 제조해내고 있다. 그래서 페렉은 "소설들"이라는 특이한 부제를 붙이고 있다. 한 이야기가 또 다른 이야기를 끊임없이 번식시켜 나가기 떄문이다. 읽기 쉽지 않은 페렉의 작품을 우리나라에 소개하게된것은 우리 소설의 협소한 상상력과 주제에 해법이 되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새로운것을 요구하는 독자들에게 지금의 소설은 만족할만한 수준인가? 최근 들어 언급되는 문학의 침체기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독자들의 변화하는 독서욕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것이 사실이다. 천편일률적인 내용이나 주제는 독자들을 식상하게 할 뿐이다. 이제 타성을 깨트리고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페렉이라는 천재 작가의 작품이 도움이 될 것이다. 페렉의 천재성과 재기발랄한 시도, 그리고 부단한 노력이 타성에 젖어있는 우리 소설계에 큰 파문을 일으키길 빌어본다. 부스스한 머리에 천진난만한 미소를 띄고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페렉, 그와의 만남을 통해 펼쳐질 다채로운 문학세계가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