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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말
1부 서호에 뜬 달 가을날에 개망초 꽃봉오리 나뭇가지 담양 죽녹원 등나무 벚나무 아래에서 보호수保護樹 봄 언저리 봄날의 신열 봄 머리에 서호*에 뜬 달 석양 시골길 쌍계사에서 아침 산책길 파도 폭염 폭서暴暑에 호박꽃 2부 오래된 집 고향 구례에서 두물머리 산책 무교동에서 메주 미술관에서 백자 성묘 소풍 송현동 광장에서 오래된 집 오래된 엽서 한 장 오이지 올림픽공원에서 운곡을 찾아서 장독대 장롱 풍납 토성에서 한탄강의 비경 화산의 짐꾼 3부 사진첩을 보며 거울 경로석 고목古木의 뿌리 내 마음의 서랍 내 몸 당신 때로는 뜨개질 만추 말 수 줄이기 바느질 반짇고리 베란다에서 병상에서 부음을 듣고 사진첩을 보며 산소에서 엄마의 꽃밭 우리 부부 피붙이 4부 뜬소문 11월의 외출 고등어 그날 까치집 낙지의 변辯 뒷북 코로나 뜬소문 마스크 만보기 뮤지컬 공연을 보며 보청기 불면증 불통 비밀 연예인 비익조比翼鳥 사랑 종착역 짐 코로나 자가격리 폐지 모으는 영감님 5부 천 개의 봄 넝쿨장미 1 넝쿨장미 2 노송 앞에서 명자 언니 빨래 빨래를 개며 사이 선풍기 일기예보 작약 책장 천 개의 봄 초파일에 틈 어부의 노래 월담하는 꽃 월하의 향기 석별 북으로 가는 길 평설: 따스한 마음으로 보는 시선視線__원용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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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봄』 - 시조로 피워낸 삶의 온기와 품격
문학이란 무엇인가. 아마도 ‘살아가는 마음’을 담는 그릇일 것이다. 그리고 임선규 시인의 첫 시조집 《천 개의 봄》은 그 마음을 오래 달여 만든 따뜻한 찻잔 같다. 이 시집에는 총 120여 편의 시조가 수록되어 있으며, 자연과 고향, 가족, 세월, 상실, 그리고 팬데믹이라는 동시대적 경험까지 폭넓은 주제를 담아낸다. 다섯 부로 구성된 시들은 각각의 장면 속에 서정성과 통찰, 그리고 삶의 진실을 고요히 머금고 있다. 임선규 시조의 가장 큰 매력은 ‘부드러움’이다. 원용우 시조시인은 해설에서 “시조는 부드러워야 한다. 음식도 거칠면 맛이 없듯 시도 그렇다”고 했고, 이 시집은 그 말을 그대로 증명한다. 절제된 표현, 정갈한 어휘, 사려 깊은 시선이 전통적인 시조의 형식미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부드럽게 녹여낸다. ‘봄 언저리’, ‘서호에 뜬 달’ 같은 자연 시에서는 계절의 숨결을 정교하게 붙잡고, ‘사진첩을 보며’, ‘부음을 듣고’ 같은 시에서는 상실의 감정을 품위 있게 어루만진다. 또한 ‘보청기’, ‘만보기’, ‘코로나 자가격리’ 등의 작품에서는 현대인의 일상과 노년의 생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독자의 공감을 자아낸다. 그의 시는 시끄럽지 않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시인은 과장 없이 삶을 바라보며, 익숙한 풍경 속에서 시의 가능성을 길어 올린다. 그 덕분에 이 시집은, 시조를 멀게 느꼈던 독자에게도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친절한 문학의 문턱이 된다. 《천 개의 봄》은 첫 시집이지만, 오래된 내공이 느껴지는 단단한 시조집이다. 그 안에는 지난 계절을 거쳐온 이의 목소리, 또 앞으로 맞이할 ‘봄’에 대한 기대가 잔잔히 배어 있다. 시조가 낯설지 않기를 바라는 독자, 일상에서 시의 순간을 찾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은, 조용하지만 분명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