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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내면서
그리고 다시 쓰는 이유(2025) ………………… 6 프롤로그 『체온을 듣는 법(2025)』 ………………… 14 1부 열의 시작 10월 20일, 복도 ………………… 24 할매 축하 보쌈 파티 ………………… 30 마라톤 통화 ………………… 34 몸이 아무것도 하기 싫단다 ………………… 38 내 마음이 놀이공원 롤러코스터도 아니고 ………………… 42 금요일의 문 ………………… 46 오늘의 핑계는 날씨다 ………………… 50 2부 몸의 지도 “완경=끝” 오해를 걷어내며 ………………… 56 1+1의 생리대 ………………… 62 비행기 모드 그리고 새우깡 ………………… 66 한밤중에 우두커니 ………………… 70 김이 나는 머리 ………………… 76 내 머릿속의 딱따구리 ………………… 80 물 에서 깬 밤 ………………… 83 저울과 달력 사이 ………………… 86 살이 찌는 데는 이유가 있다 ………………… 90 가슴이 아프고 방귀가 나오고 몸이 붓는다 ………………… 93 리모콘의 동면 ………………… 96 냉장고에서 식는 안경 ………………… 100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 ………………… 102 꿈이 시작한 치유 ………………… 106 석류즙의 오해 ………………… 110 현명함과 체력의 엇박자 ………………… 113 Enter를 누르는 법 ………………… 116 3부 느려짐의 기술 50년 동거 ………………… 122 제주와 서울 어디쯤 ………………… 126 점검표와 숨 ………………… 130 씨앗상자 ………………… 134 운동의 사용법 ………………… 138 화의 사용법, 걷기의 속도 ………………… 143 물속의 숨, 명상의 숨 ………………… 147 엣헴, 신이나 ………………… 150 4부 다시 숨의 자리에서 다시 체온을 듣다 ………………… 158 조금 천천히 오지 ………………… 164 상자 속의 신호 ………………… 170 할매 축하 보쌈 파티 그 이후 ………………… 174 일립티컬을 탄다 ………………… 180 함께 걷는 시간 ………………… 184 에필로그 『작은 약속』 ………………… 188 부록 완경에 이르는 과정 ………………… 194 갱년기, 우리가 나눈 이야기(2019) …………………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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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 수치가… 없습니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 아주 얇은 공백이 흘렀다. 그 틈으로 ‘삐?’ 하는 가는 소리가 길게 스며들었다. 고개를 끄덕였던 것 같다. 단어들이 내 앞을 지나가는데 내게 닿지는 않았다. 의자의 바퀴가 바닥을 스치는 소리, 냉난방기의 일정한 숨, 형광등의 낮은 울림. 소리 는 분명 있었지만, 그날의 나에겐 자막 없는 화면처럼 멀기만 했다. --- p.24 “할매 된 걸 축하해.” 10월 20일 밤, 우리는 식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김이 오르는 보쌈 위로 신랑은 잔을 들어 올렸고, 나는 웃다가 금세 울컥했다. 그날 케이크는 없었다. 대신 얇은 상추와 기름기 도는 고기 그리고 소 주 한 잔, 그날 이후 나의 별명은 ‘할매’가 되었다. 농담이었지만, 몸은 곧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 p.30 손톱은 안경을 벗고 깎고, 발톱은 쓰고 깎는다. 이 간단한 행위 하나에도 벗었다 썼다를 반복하다 보면 정말 불편하다. 언젠가는 내 안경이 냉장고에서 나오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라벨을 읽으려고 선반 위에 잠깐 올려두고 재료만 꺼낸 뒤 문을 닫아버리면, 내 안경은 차갑게 식어 갈 것이다. 웃픈 상상이지만, 지금 내 일상은 충분히 그럴 만하다. --- p.101 지금 누가 마이크를 잡았는지 이름을 붙이고--- p.버럭/까칠/소심/슬픔), 자리나 동선을 살짝 바꾸고--- p.문 쪽, 창가, 잠깐 화장실), 물 반 컵을 천천히 마시고, 마지막으로 한 줄을 적는다. “오늘은 소심→슬픔→버럭.” --- p.104 그래서 나는 오늘의 Enter를 세 개만 고른다. 하나는 몸을 위한 것, 하나는 일, 하나는 배움이다. 눌러도 세상은 다 바뀌지 않지만, 내 하루의 방향은 바뀐다. 네?일곱?여덟, 숨을 세고 Enter를 누른다. 두려움이 사라지진 않지만, 작은 실행이 두려움을 앞지르는 순간이 조금씩 늘어난다. --- p.117 분노했고, 버텼고, 더디지만 이해하려 애썼다. 다섯 해가 흘렀고, 지금 이 시간이 소중하다. 내 몸과 마음이 내게 건넨 유예의 시간, 혹은 여유의 분량 같은 것이 생겼다. 증명하려고 애쓰는 대신 이미 얻은 감각을 더 잘 쓰는 일, 지나간 장면들을 뒤돌아보며 새 이름을 붙이는 일, 오늘의 나에게 맞는 속도를 조정하는 일들이 하루의 가운데를 채운다. 목 뒤의 단추에 손을 올리면, 손바닥의 온도가 천천히 퍼지고, 말이 잠시 멈추고, 생각이 한 박자 뒤로 물러난다. 나는 그 짧은 틈을 좋아한다. 그 틈 덕분에 나는 나를 덜 상하게 하고, 누군가를 덜 성급하게 판단한다. 그 틈이 있어야 다음 문장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 모든 시간을 지나 다시 체온을 듣는다. --- p.1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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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자신과의 긴 대화이자,
스스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과정이다.” 갱년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혼자 감당해야 하는 시기다. 이 책의 저자는 그 외롭고 낯선 시간을 피하지 않았다. 몸이 달라지고,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이유를 알아야겠다’는 대신 ‘지금의 나를 기록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때부터 글쓰기는 하루를 버티는 방법이자, 자신을 돌보는 가장 조용한 방식이 되었다. 《나는 갱년기다》는 바로 그 시간의 기록이다. 열이 오르고, 잠이 오지 않고, 이유 없이 눈물이 나는 날들 속에서도 저자는 멈추지 않고 한 문장씩 자신을 적어 내려갔고 그 문장들은 불안의 기록이 아니라, 스스로를 다시 세우는 연습이었다. 읽는 동안 우리는 깨닫게 된다. 갱년기는 결핍의 시간이 아니라, 자신의 리듬을 되찾는 훈련의 시간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 책의 문장들은 그 사실을 다정하게 일깨운다. “오늘은 여기까지.” 이 한 문장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쉬어가도 된다고, 내 삶의 속도는 내가 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는 갱년기다》는 개인의 고백을 넘어, 함께 건너는 이야기다. 증상을 설명하기보다 ‘나’를 관찰하는 태도, 잃어버린 몸의 언어를 다시 배우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회복을 경험한다. 이번 개정증보판에는 새로운 글 10편이 더해지고, 독자가 책 속 문장을 따라 쓰며 자신을 돌볼 수 있는 필사노트 세트가 함께 구성되어 있다. 읽고, 쓰고, 나누는 일상의 루틴 속에서 갱년기를 ‘삶의 중단’이 아닌 다시 살아가는 기술로 바꾸는 힘을 전한다. 《나는 갱년기다》는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누구나 한 번은 이 계절을 통과한다. 이 책은 그 길을 앞서 걸은 한 사람의 등불이 되어, 지금 이 순간에도 스스로의 온도를 잃지 않으려는 모든 이들에게 “괜찮아질 수 있다”는 믿음을 조용히 건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