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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글ㆍ3
옮긴이 서문ㆍ6 ‘천천히, 신중하게 의미나 행동을 정립한다’는 자폐관ㆍ14 1장 몸 내부의 목소리를 듣다: 배가 고픈 것일까?ㆍ21 1. 신체의 자기소개ㆍ22 2. 행동의 스타트 버튼ㆍ31 3. 구체적인 행동으로의 정립ㆍ40 4. 오늘 추운가요?ㆍ47 5. 감기인가, 우울한 건가, 아니면 피곤한 건가ㆍ52 2장 외부 세계의 목소리를 듣다: 세계와의 접촉ㆍ59 1. 감각포화란 무엇인가ㆍ60 2. ‘신체 외부의 자극’의 포화: 시각포화의 예ㆍ62 3. ‘사물의 자기소개’의 포화: 청각포화의 예ㆍ68 4. ‘어포던스’의 포화ㆍ71 5. 목소리가 넘쳐흐르는 일상ㆍ72 6. ‘감각 과민’, ‘감각 둔화’라는 단어의 재검토ㆍ75 3장 꿈인가 생시인가ㆍ83 1. 꿈 침입ㆍ84 2. 꿈으로의 입구ㆍ87 3. 꿈의 세계ㆍ89 4. 꿈 이후ㆍ99 4장 흔들리는 타자상, 풀어지는 자기상: 성가신 ‘침입’ㆍ105 1. 동작의 침입: 〈행동의 정립 패턴의 침입〉 첫 번째 유형ㆍ107 2. 캐릭터의 침입: 〈행동의 정립 패턴의 침입〉 두 번째 유형ㆍ110 3. 〈행동의 정립 패턴〉과 〈의미의 정립 패턴〉의 관계ㆍ114 4. 타자상의 요동: 〈의미의 정립 패턴의 침입〉 첫 번째 유형ㆍ117 5. 자기상의 해이: 〈의미의 정립 패턴의 침입〉 두 번째 유형ㆍ119 6. ‘평범한 척’, 즉 ‘사교’의 곤란ㆍ120 5장 목소리를 대신할 것을 찾아서: 말을 거둠으로써 자유로워지다ㆍ127 1. 나와 목소리와의 이야기: 수어를 얻기까지ㆍ128 2. 말하지 못하는 감각ㆍ137 3. 들을 수 없는 사람들의 문화에 근거한 지원ㆍ145 4. 수어로 노래부르기ㆍ160 6장 꿈에서 현실로ㆍ169 1. 동양 의학과의 접점ㆍ170 2. 식후의 신체변화ㆍ172 3. 소리로의 공간파악ㆍ175 4. 달빛의 효과ㆍ177 5. 풀과 나무의 목소리ㆍ181 7장 ‘소외된 존재들’끼리의 이어짐: 공동 저작에 관하여ㆍ189 1. 뇌성마비 당사자의 경험을 거듭하며ㆍ190 2. 변의의 ‘정립되지 않음’ㆍ192 3. 전동 휠체어와 ‘어포던스’ㆍ196 4. 재활 중의 ‘꿈 침입’ㆍ199 5. 자취로 ‘사물과 이어지다’ㆍ203 6. ‘소외된’ 당사자끼리 이어지다ㆍ207 끝맺으며: 같지도, 다르지도 않은ㆍ211 |
綾屋紗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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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당사자의 목소리로 다시 쓰는 지식의 지도
: 감각 민감성, 자폐적 특성과 함께 어떻게 삶을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오랫동안 ‘연구(硏究)’는 전문가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었다. 통상적 연구에서 당사자의 경험은 ‘자료’였고, 해석의 권한은 전문가에게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초 일본 홋카이도에서 시작된 ‘당사자연구’는 이러한 구도를 근본적으로 전환한다. 이제 당사자는 자료의 제공자가 아니라 연구의 주체가 된다. 자신과 동료의 경험을 관찰·해석하고, 그 당사자연구의 결과를 발표하고 출판함으로써 사회의 새로운 지식 생산에 당사자가 직접 참여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 책은 발달장애를 지닌 저자의 섬세한 당사자연구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증상’이라는 의료화된 언어를 넘어, 남들과는 다른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을 지니고 살아가는 자신의 살아 있는 체험을 동료들과 함께 자신의 언어로 세공해 나간다. 이러한 실천은 단순히 개인적 자기 이해를 넘어, 사회적 구조 속에서 배제되어 온 정신장애·발달장애인의 삶을 새롭게 사유할 수 있게 하는 집단적 지적 작업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천천히, 신중하게 의미와 행동을 정립하는 존재’로서 발달장애 당사자의 삶 이 책에서 자폐를 비롯한 여러 정신장애들은 단순한 진단명이 아닌, 다른 몸과 마음을 지니고 살아가는 삶의 한 양식이다. 스스로에 대한 탐구의 과정에서 저자는 일본 당사자연구 실천에서 발전되어 온 ‘자기병명(自己病名) 짓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자폐스펙트럼장애나 사회불안장애와 같이 외부에서 부여되는 ‘진단명’이 제3자에 의해 부여된 경험의 설명이라면, ‘자기병명’은 “내 몸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사건을 식별하고 이름 붙이는, 스스로 정립한 언어”다. 이를테면 ‘감각 과민성’이라는 중립적인, 그러나 주관적 경험에 대한 묘사가 누락된 용어 대신, 저자는 ‘신체와 사물의 자기소개’, ‘행동의 스타트 버튼’, ‘시각 포화’, ‘꿈 침입’ 등과 같은 창의적이고 당사자 체험의 깊은 현상을 포착하는 단어들을 개발한다. 나아가 저자는 자기병명에 대응하는 ‘자기처방’을 만든다. 내적·외적 감각의 혼선으로 배고픔·피곤함·불안이 한 덩어리로 올라올 때, 동료들과 함께 그 혼란스러운 감각을 섬세히 간추려 이름 붙이기를 시도하고, 이름이 붙은 감각들과 어떻게 관계 맺을지 고민한다. 이 책은 이처럼 천천히 자신의 걸음을 내딛는 삶의 기술을 신경다양성을 지닌 당사자의 문장으로 보여준다. 당사자연구가 지닌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연구는 더 이상 전문가의 학술 논문 속에만 머물지 않고, 일상에서의 스스로의 삶을 공동 탐구함으로써 서로를 지탱하는 당사자의 체현적 지식으로 나아간다. ‘연구’가 ‘연대’가 될 때 책의 후반부에서 드러나는 공동 저작의 장면들, 즉 뇌성마비, 난독, 감각 민감성 등을 지닌 서로 다른 ‘소외된 존재들’이 경험을 나누고 서로의 언어를 보완해 가는 순간들은, ‘연구’가 곧 ‘연대’가 되는 현장을 보여준다. 뇌성마비로 휠체어를 사용하는 저자 구마가야와, 신경다양성으로 스스로의 몸, 그리고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에서 어려움을 겪는 저자 아야야는 서로의 전혀 다른 경험에서 공통의 유대를 만들어 간다. 공동의 당사자연구로 탄생한 작은 처방들과 규칙들은, 개인의 요령을 넘어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문화적·사회적 인프라로 확장된다. 이처럼 당사자연구는 몸과 마음의 특수함을 안고 살아가는 나름의 방식을 ‘연구’함으로써 서로 간의 이어짐, 즉 ‘연대’를 만든다. 그 연구는 나로부터 시작하지만, 필연적으로 그 끝에는 우리가 있다. 《발달장애 당사자연구》가 남기는 물음은 단순하지 않다. 우리는 스스로의 몸과 마음의 특수함과 어떻게 관계 맺을 것인가? 우리는 서로의 몸과 마음의 차이에 대해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몸, 세계, 타인과의 어떠한 관계 맺음이 올바른 것인가? 인간이 몸과 세계, 서로와 관계 맺는 근본 방식을 다시 묻는 이 책의 비옥한 여정에 독자들을 기쁜 마음으로 초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