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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를 펴내며 쾌락의 방향을 바꾸자
김지효 인생샷을 찾는 사람들 김민주 미디어중독자의 행복한 삶 김관욱 “담배, 참 맛있죠” 허성원 섹스 중계자들의 우화 임민경 중독자의 곁에 있기 유기훈 강제 치료를 둘러싼 문제 노경희 불멸에 이르는 중독 조성도 CEO의 ‘착한’ 경쟁 이야기 정진영 집으로 돈 버는 세계에서 지비원 인문서에 집착하는 이유 참고 문헌 지난 호 목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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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샷은 여성들의 집단적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는 남성의 셀카 실천과 다른 점이기도 하다. 남성들은 개인적으로 셀카를 찍을 뿐, 친구들과 함께 인생샷을 위한 여행을 기획하거나 서로의 보정된 사진을 검사해 주지 않는다. 반면 여성들은 셀카에 대한 공통적 감각을 공유하며 인생샷을 제작하는 모든 과정을 함께했다. 셀카가 이처럼 ‘비성찰적’ 여성 ‘개인’의 특수한 실천이 아니라 여성 동성사회의 또래문화라는 점은, 따라서 젠더화된 방식으로 실천되는 셀카의 의미를 보다 구체적으로 질문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 「인생샷을 찾는 사람들」 중에서 미디어중독자 덕후는 넓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는 인싸(인사이더(insider)의 약자로, 오프라인의 여러 조직에 속해 적극적으로 사회 생활을 해 나가는 사람)의 반대항에 있다. 오프라인에서 겪는 여러 불화와 폭력, 고통은 미디어중독을 이끄는 강한 동인이고, 나 역시 그렇게 중독자가 되었다. 이때 덕질은 불행에 빠진 이들이 그저 머무르기만 하는 곳일 뿐 오프라인 세계의 불행을 없애지는 못하는 것으로 상정된다. 그러나 중독자로 살아오며 상상 밖의 방식으로 행복해져 보니, 인생은 그렇게 함부로 속단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 「미디어중독자의 행복한 삶」 중에서 누군가는 어떻게 의사가 환자가 흡연하는 것을 관망만 하고 있을 수 있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옳은 지적이다. 하지만 나는 A의 금연 후 금단 증세를 치료해 줄 뿐 그가 살면서 얻은 상처까지 치유해 줄 수는 없었다. 나는 회진을 돌면서 A와 자주 만나며 친분을 쌓게 되었고, 그가 우울증에 빠지게 된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친한 동료로부터 당한 금융 사기가 계기였다. 믿었던 이에게 배신당한 이후 남은 것은 빚과 정신적 괴로움이었다. 성실함과 신뢰로 쌓아 온 것이 물욕에 빠진 주변인들로 인해 한순간에 무너진 것이다. 이 사건은 A에게 큰 결핍을 초래했다. 세상 누구도 그 결핍을 채워 주지 못했고, 그에게는 막막함, 억울함, 분노, 불면 그리고 우울함만 남았다. 나는 이것을 “삶이 초래한 금단 증세”라 불러 왔다. --- 「“담배, 참 맛있죠”」 중에서 중독 없는 세계가 있을까? 나를 유지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 우리는 종종 반복의 안락함에 기댄다. 그렇다면 섹스 중계 중독자의 우화를 언뜻 보기에는 중독적이지 않은 우리의 일상 위에 겹쳐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서 자기 자신을 유지하는 한 삶은 하나의 중독에서 다른 중독으로 계속 이행해 가는 과정이고, 중독이란 그저 삶의 또 다른 양상을 나타내는 이름일 뿐이다. 중독의 이러한 개념적 확장이 중독과 일상을 무분별하게 뒤섞어 버린다고 우려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중독자의 우화를 일상의 서사로 취급하면 중독의 바깥이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 「섹스 중계자들의 우화」 중에서 우리는 물질의 유혹을 끊임없이 느끼면서도 거기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새로 배울 수 있다. 물론 그것은 매우 고통스럽고, 혼자 해내기 어려울 수 있다. 또 우리는 소중한 사람이 중독과 싸우고 있을 때 그 사람의 모든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지 않으면서도 아군으로서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간 지대를 찾을 수 있다. 중독자가 벌이는 모든 사고와 문제를 대신 처리해 주거나 그의 인생을 떠안는 대신, 중독의 유혹이 찾아왔을 때 저항하는 방법을 함께 찾아보는 방식으로 지지와 사랑을 표현할 수 있다. --- 「중독자의 곁에 있기」 중에서 중독의 질병모델을 충실히 따라가다 보면, 그 끝에서 우리는 자율성의 난관에 봉착한다. 질병모델에 따르면 중독자는 국가가 강제로라도 치료해야 하는 비자율적 존재가 된다. 정신질환으로서의 중독이 개인의 자율성을 훼손한다면, 중독자는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치료 여부를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자율적 개인에 대한 강제입원은 “치료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수단”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국가인권위 결정에서 드러나듯, 중독자에 대한 강제적 치료는 당사자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한다. 치료와 자율성의 딜레마 속에서, 중독 당사자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회복을 모색하는 일은 가능할 것인가? --- 「강제 치료를 둘러싼 문제」 중에서 무언가에 빠져 마침내 궁극의 도에 이르고 지고지순한 예술을 성취한 사람들. 그 대상이 설사 보통 사람들에게 하잘것없게 보이더라도, 그들에게만큼은 자신의 온 존재를 바쳐서 이루어 내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엄격한 신분과 규범에 눌려 꽉 막힌 조선 후기 사회에 역동적인 변화와 창조를 가져온 것은 바로 이들의 무언가에 빠진 삶이었다. --- 「불멸에 이르는 중독」 중에서 낚시성 제목 등 자극적인 요소도 마다하지 않고 업무 담당자의 스트레스를 가중시켜 가며 구독자 수, 오픈율, 클릭률 등의 지표에 매달리는 것만이 성과는 아니다. 일정 기간 이상 뉴스레터를 오픈하지 않은 구독자들에게 메일을 보내 계속 구독할지 여부를 묻는다. 그간 오픈하지 않은 이유도 물어보는데, 오렌지레터의 목적 달성에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그것이 구독자가 다시 오렌지레터에 몰입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 메일조차 오픈하지 않는 구독자는 구독자 목록에서 과감하게 삭제한다. 구독자 수는 줄어들지만 오픈율을 올리고 핵심 구독자에게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 「CEO의 ‘착한’ 경쟁 이야기」 중에서 누구나 집주인이 되어 돈을 벌고 싶어 하지만 애초에 승리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집주인을 옹호하려는 시도는 아니다. 비적정주거 재생산이라는 결과의 이면에는 주거 상품에 대한 ‘평범한’ 욕망이 있다. 집을 통해 돈을 벌고자 하는 모두의 욕망이 어딘가에서 파열을 낳는다. 어떤 공급자는 투자에 실패하고 위험을 떠안으며, 누군가는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집에서 살아간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지만 동참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만 같다. 이처럼 총체적으로 모순된 상황을 ‘부동산 중독’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집으로 돈 버는 세계에서」 중에서 고양이가 쥐를 먹을 때 가장 중요한 머리부터 먹는 것이 바로 연역이라는 데에서 일단 그 의미는 제쳐 두고 웃음이 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설명하려는 노력은 결코 웃을 수 없다. 일본에서 당시의 사족들에게 중국 유학 지식이 필수였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강의를 듣는 제자들이 상당한 지식을 갖고 있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이들에게 쉬운 비유를 들어 설명한 150여 년 전의 한 일본 지식인의 노력이야말로 눈길을 끈다. 말을 새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말이 갖는 자의성을 넘어서려면 이렇게 다른 말로 설명하려는 노력이 필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인문서에 집착하는 이유」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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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세상에서
스마트폰중독을 어쩌란 말인가? 《한편》 ‘중독’은 스마트폰중독에서 시작한다. 2020년 기준 한국인의 한 주 주 평균 스마트폰 이용 시간은 11.9시간이고 한국의 만 3세 이상 인구 91.1퍼센트가 스마트폰 이용자다. 이 기계를 처음 손에 잡은 최초의 시간 이후로 어느 날 사람들은 헤어날 수 없는 마력을 느끼고,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시 반복하게 된다……. 이런 경험이 있다면, 당신은 중독이 뭔지 이미 알고 있는 셈이다. 스마트폰의 중독 설계를 파헤치는 책, 중독의 메커니즘에 관한 연구 사이에서 인문잡지 《한편》은 중독에 관해 아직 말해지지 않은 의미를 탐구한다. 여성학, 인류학, 퀴어 연구, 임상심리학, 장애학, 문헌학, 지리학에서 경영과 음악평론, 번역에 이르기까지 열 편을 실었다. 스마트폰 속 쾌락에서 죽음에 이르는 쾌락까지 무력한 중독자로 환원되지 않는 온라인상의 실제 사람들을 만난 여성학 연구자 김지효는 「인생샷을 찾는 사람들」에서 거울을 앞에 두고 혼자 자아도취된 젊은 여자라는 이미지를 격파한다. 최근 유행하는 인생샷 찍기는 동료와 협업으로 이루어지는 또래문화로, 사진을 보는 관객들이 거들어 온 관심 경제의 일부다. 사진을 올렸으면 무슨 평가든 감당하라는 식의 주시자들 쪽으로 손전등을 비추는 글이다. 음악평론가 김민주는 「미디어중독자의 행복한 삶」에서 힙합 그룹 에픽하이 팬으로서 평론가가 되었다는 성덕(성공한 덕후) 이야기를 펼친다. 인터넷중독을 우려하는 어른들은 오프라인 세계의 고통을 감싸 안는 온라인의 삶을 모른다. 소셜 네트워크에서 의사소통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디지털미디어 사용 역량을 갖추어 나가는 과정은 리스펙을 부른다. 셀카중독과 미디어중독이라는 명명이 사실 잘 모르는 것을 비난하는 방식에 불과했음을 드러내는 두 편이다. 7호의 중추에서는 과학의 이야기를 듣는다. 병원에서 완치되지 않는 환자를 이해하기 위해 문화인류학, 장애학, 문학을 읽는다. 뇌과학에서 역사학, 인류학으로 옮겨 가는 김관욱의 「“담배, 참 맛있죠”」는 중독자를 이해하려는 사람들이 품었을 법한 여러 의문들을 망라한다. ‘삶이 초래한 금단 증세’에 스스로 대처하기 위한 한 환자의 흡연을 일종의 의례로 설명하는 이 글은 최근 리추얼, 영성, 금욕을 향한 고조되는 관심을 사회와 연결할 여지를 남긴다. 의학과 법학을 전공하고 장애인언론 《비마이너》에 기고 중인 유기훈의 「강제 치료를 둘러싼 문제」는 의료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난처함에서 시작한다. 술 때문에 인사불성이거나 고집불통인 가족을 어떻게 병원에 데려갈까?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라는 근대 철학의 이상과 중독물질이 뇌를 납치한다는 정신의학의 진단은 중독자의 자율성에 관해 딜레마를 낳는다. 실마리는 중독의 원인을 몸에서 사회로 옮겨 오는 장애학에서 풀리며, 이때 자유의 의미 또한 변화한다. 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중독자-예술가 곁에는 이들을 돌보는 보호자가 있다. 파트너의 회복을 위한 끝없는 도움으로 소진되는 보호자를 지지하기 위해 임상심리전문가 임민경은 무한한 헌신 대 냉정한 선 긋기라는 이분법을 비껴간다. 중독물질을 향한 욕망 자체는 제어할 수 없더라도, 행동은 조절할 수 있다. 「중독자의 곁에 있기」는 행동 조절을 위한 중독자와 보호자의 동맹을 신중하게 제안한다. 한편 연구활동가 허성원은 소셜 미디어에 자신의 성행위를 중계하는 섹스 중계 중독자들의 이야기로 쾌락 속의 지루함, 해방감 속의 구속감이라는 이면적 감각을 들여다본다. 그가 만난 한 피면접자는 우연한 계기로 섹스 중계 행위를 그만두면서 자기 방치에서 타인에의 의존으로 건너간다. 이런 변화가 더 낫다고만 말할 수 없지만, 변화는 감각의 수준에서 일어난다는 점을 일깨우는 「섹스 중계자들의 우화」다. 약간 더 건강한 쪽으로 쾌락의 방향을 바꾸자 12세기 철학자 주희는 견해가 다른 자를 가리켜 ‘약간 중독되었다(小中毒)’라고 표현했다. 자신과 다른 학설에 빠졌다는 이유로 독에 빠졌다고 규정한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것을 억누르면서 권위 세우는 일은 17~18세기 조선에서 반복된다. 문헌학자 노경희의 「불멸에 이르는 중독」에 따르면 다른 사상을 억압하는 경직된 조선에서 변화를 이끌어 낸 이들은 뭔가에 깊게 빠진 사람들이었다. 책에 미쳐 살았던 조선의 한 책장수가 다부지게 말한다. “내가 단순히 천하의 책만을 이해할 뿐일까요?” 「CEO의 ‘착한’ 경쟁 이야기」에서 사용자의 중독을 유발하는 디지털 환경에 둘러싸인 조성도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할 방안을 고민한다. 한 사람의 운신의 폭이라는 상투어는 장기적 관점을 채택하는 디자이너의 행동에서 생생해진다. 지리학 연구자 정진영과 일본어 번역가 지비원은 독자의 시간을 부동산 투자에서 인문서로 뺏어 온다는 《한편》의 기획에 발맞춰 통찰을 공유한다. 사람이 존엄하게 살 수 없는 집이 재생산되는 이유를 찾는 「집으로 돈 버는 세계에서」는 자유로운 상품 거래의 세목에서 평범한 욕망이 초래하는 착취를 발견한다. 이로 인한 세계의 고통은 보다 약한 쪽으로 전가될 뿐 사라지지 않는다. 끝으로 「인문서에 집착하는 이유」는 인문학을 읽고 싶다, 읽히고 싶다는 출판업 종사자의 바람을 담았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언어 내 번역’ 또는 바꾸어 말하기라는 방법은 글을 쓸 때, 타자와 대화할 때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한편》은 이 바꾸어 말하기라는 실천을 2022년 새해의 목표로 권한다. 새로운 세대의 인문잡지 《한편》 끊임없이 이미지가 흐르는 시대에도, 생각은 한편의 글에서 시작되고 한편의 글로 매듭지어진다. 2020년 창간한 인문잡지 《한편》은 글 한편 한편을 엮어서 의미를 생산한다. 민음사에서 철학, 문학 교양서를 만드는 젊은 편집자들이 원고를 청탁하고,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젊은 연구자들이 글을 쓴다. 책보다 짧고 논문보다 쉬운 한편을 통해, 지금 이곳의 문제를 풀어 나가는 기쁨을 저자와 독자가 함께 나누기 위해서다. 《한편》 7호 ‘중독’에 적용된 글꼴은 미르체.(디자인 유진아)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미로가 담겨 있다. 인문잡지 《한편》은 연간 3회, 1월·5월·9월 발간되며 ‘세대’, ‘인플루언서’, ‘환상’, ‘동물’, ‘일’, ‘권위’, ‘중독’에 이어 2022년 5월 ‘콘텐츠’를 주제로 계속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