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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차례
머리말 1부 몸과 오래된 기록들: 신전, 황제, 그리고 예방 1장. 고대 그리스 신전에서의 치유: 에피다우로스의 이아마타 ―이상덕 1. 그리스 에피다우로스에서 이아마타가 발견되다 2. 기적을 새긴 돌기둥, ‘이아마타’의 목소리 3. 냉소와 열광 사이: 고대 그리스인이 바라본 ‘기적의 맨얼굴’ 4. 결론: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공동체, 기록이 된 희망 2장. “바보 황제” 클라우디우스: 고대 로마에서의 장애와 질병 사이 ―신명주 1. 클라우디우스, 신체적 문제 2. 클라우디우스, 주변의 태도: 차별과 조롱 3장. 수잔나 C. 히스의 일기로 본 18세기 인두접종의 경험 ―이현주 1. 매사추세츠 식민지에서 인두접종병원의 발달 2. 윌리엄 아스핀월의 인두접종병원 3. 수잔나 C. 히스와 1792년 인두접종 일기 4. 총체적 경험으로서의 인두법 2부 통제되는 몸과 마음: 병원, 시설, 법 속의 환자들 4장. 선택하는 환자, 선택받는 의사: 근대 중국의 미션계 병원과 환자들 ―조정은 1. 통계로 본 미션계 병원: 규모 확대와 유료화 2. 의료는 누가 움직이는가 3. 사례로 본 신뢰의 형성: 흄이 만난 환자들 4. 병원에서의 일상 5장. 타마전생원 한센병 환자의 생활 실태와 전시 경험 ―임채성 1. 머리말 2. 요양소 확충과 환자 증원 3. 환자 노동력의 배분과 요양소의 전시 전환 4. 생활 환경의 악화와 사망자의 증가 5. 맺음말 6장. 생리대를 태우고 낙태를 숨기다: 20세기 몽골 여성이 감춘 것들 ―김경나 1. 20세기 몽골 의료의 변화와 여성 건강 2. 월경: 금기에서 국가 관리의 대상으로 3. 낙태: 전통 민간요법에서 국가 법률까지 4. 여성의 몸, 국가의 정치 7장. 1960-80년대 한국 정신보건법 제정 논쟁: 수용체제의 형성과 지역사회 정신보건 이념의 좌절 ―유기훈 1. 1960-70년대: 사회방위 수단으로서의 정신보건법 2. 1980년대 초: ‘격리수용 체제’와 ‘지역사회 정신보건’의 갈림길 3. 시설과 정신병원 간의 대결 구도 속 인권 담론의 축소 4. 1980년대의 급격한 병상수 확대와 지역사회 정신보건 이념의 주변화 3부 한국에서 환자로 산다는 것: 일상, 상담, 증언 8장. 20세기 초 나주 박씨가의 의약 소비·매입 실태 ―김덕진 1. 부자의 의료 소비는? 2. 나주의 의료시설 3. 박씨가의 의료시설 이용 4. 박씨가의 한약 소비·매입 실태 9장. 1930년대 의학상담을 통해 본 의학 지식과 독자들: 『조선일보』 「가정의학」 코너를 중심으로 ―최은경 1. 『조선일보』 「가정의학」의 개요 2. 「가정의학」에서 다룬 주요 질병과 처방 3. 「가정의학」 속에서 드러난 1930년대 의학 지식의 특징 10장. 한센인의 삶과 역사, 그 증언 (불)가능성 ―한순미 1. 소록도라는 부사 2. 분류의 모호한 표지: “부랑” 3. “경계선”의 확립: 해방 이후 역사 서술 검토 4. 절멸의 “자치”: “양심” 5. 이것은 소록도가 아니다 참고문헌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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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다우로스의 치유 기록은 질병 관리라는 과업이 단순한 ‘육체의 수리’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역설한다. 진정한 의미의 질병 관리는 정교한 기술적 처치를 넘어, 인간의 훼손된 존엄을 회복하고 공동체의 신뢰를 보듬는 과정이어야 한다. 이아마타의 비석은 마모되어 글자가 희미해졌을지언정, 고통받는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치유를 향한 공동의 의지는 시대를 관통하여 오늘날 우리 사회의 보건과 복지가 지향해야 할 진정한 좌표를 제시하고 있다.
--- p.43~44 신체적인 문제로 인해 성공적인 군인도, 달변의 연설가도 될 수 없었던 클라우디우스는 당대에, 그리고 그 이후에도 로마인들이 가지고 있었던 이상적인 지도자상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었고 그로 인해 많은 홀대와 차별을 받았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성공적인 업적을 이루어 낸 황제였고, 이는 유사한 문제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큰 희망을 준다. --- p.71 18세기 여성 수잔나 C. 히스의 인두접종 기록은 이전의 인두법 연구에서 고려되지 않았던 여러 측면을 드러낸다. 이는 환자를 통해 복원된 의료기술의 면모와 경험이 의사의 그것과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 역사 속 의료기술에 대한 논의가 왜 임상 환경이라는 맥락 속에서 논의되어야 하는지 제시하는 동시에 위에서 언급한 새로운 문제의식들에 대해 우리가 눈을 뜨게 하는 데 충분한 역할을 해낸다고 생각한다. --- p.97 치료의 측면에서도 환자는 그저 수동적으로 치료‘받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들은 중의학과 서양의학, 그리고 그 외의 다양한 치료 방식 중에서 미션계 병원을 ‘선택’했다. 병원에 들어와서도 주도적으로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의사와 소통하고 치료 경험을 주고받았다. … 환자들이 확실하게 효과가 입증된 외과술 같은 치료법에 대해서 완전한 신뢰를 보였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예나 지금이나 환자에게는 그 무엇보다 ‘치료되었다’는 경험, 즉 ‘문제가 사라졌다’는 사실이 제일 중요했던 것이다. --- p.122 전생병원·타마전생원은 한센병자 격리 정책의 집행 기관으로 설치되었으며, … 초기에는 요양소 운영 제도가 정비되지 않아 대풍자유 주사에 의한 치료 외에는 특정 생활 원리를 강제하지 않았으며, 가능한 한 도주자 발생을 막으려는 조치는 구체화되지 않았다. 한센병자에 대한 ‘가둬 죽이기’만을 실행했을 뿐이었다. … 치료제로서 프로민이 공급되면서 처음에는 환자들의 의심과 치료제 공급 부족이 문제가 되었으나, 이제 한센병은 치료 가능한 질병이 되었다. 그러나 사회로부터의 격리 정책은 계속되었고, 한센병 환자들은 여전히 요양소 내에서의 생활을 강요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 p.153~156 20세기 몽골의 경험은 여성 신체가 정치·경제 체제 전환의 매개체로 활용되었음을 증명한다. 사회주의 시기 ‘영웅 어머니’ 표창 제도와 월경 달력 사용의 강제는 국가의 인구증식 전략이었으며, 1990년대 낙태 합법화는 시장경제 도입기 인구 조절의 수단으로 기능했다. … 월경혈이 묻은 생리대를 태우고, 낙태를 숨긴 몽골 여성들의 몸은 그 자체로 기록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고 문서에 남지 않은 것들은 여성의 신체에 새겨졌다. 몽골 여성의 몸이 겪어 온 역사는 몽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숨겨진 것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국가가 여성의 생식을 자원으로 간주하고 관리하며 통제해 온 역사는 20세기 전 세계 여성이 공유하는 경험이다. --- p.177~178 서구에서 탈원화와 커뮤니티 케어가 빠르게 진전되던 바로 그 시기에, 한국은 오히려 격리수용 중심의 정신보건 체계를 그대로 답습했던 것이다. 1980년대 초·중반에 잠시 제기되었던 이상이 사라진 이후, 지역사회 정신보건의 지향은 제도 설계의 핵심 의제로 자리 잡지 못한 채 점차 주변으로 밀려나고 장기적으로 유예되었다. 그 결과 오랜 시간이 흐른 2020년대에 이르러서야,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려는 논의가 다시 본격화되고 있다. --- p.232 남파고택의 박씨가 사람들은 호남의원·방조의원 등의 양의를 이용하였지만, 대개 의료 소비에 있어서 한의약에 크게 의존하는 수준이었다. … 당시 박씨가가 거래한 약국은 10여 곳이 훨씬 넘었다. 그 가운데 8곳 약국과 지속적으로 거래한 장부가 현재까지 남아 있다. 이들 약국의 주인은 박씨가처럼 이족 출신이 많았고, 박씨가에서 금전을 빌려 가거나 상호 교류하는 사이였다. 한마디로 수요자와 공급자가 나주 안에서 하나의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 p.267 「가정의학」의 내담과 의사들의 분석은 몸을 통한 객관화 작업이 불가능했다는 점에서 온전히 의미론적 해석 작업에 가까웠다. 주관적인 작업일 수 있는 의사들의 해석과 답변은 그럼에도 서양 과학 지식의 정당성 속에서 권위를 부여받고 영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이러한 「가정의학」 내담의 특징은 당대 의학 지식이 구성되고 작동되는 방식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p.294 소록도 역사 쓰기는 이 기록들 사이에 있는 ‘문학의 공간’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한센인의 삶과 역사를 사실대로 증언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를 다시 묻게 한다. 이 난민의 위치는 법과 언어, 규범의 현실 세계가 말하지 않는 것, 혹은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할 수 있고 말하는 “문학의 행위”가 시작되는 지점일 것이다. 아무런 법적 지위도 없이 사라져야 했던 “고고한 생명들”이, 어떤 말도 문자도 되지 못했던 “치욕스러운 삶들”이, 머물다 흘러가 버린 곳에서부터. 소록도, 그 한 점으로부터. --- p.325~3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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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의 대상에서 역사의 주인공으로, 환자를 다시 읽다
질병을 경험한 사람들의 삶과 기억을 따라 의료사를 새롭게 바라보다 국가와 제도의 역사를 넘어 환자의 목소리로 되짚는 의료사 이화여자대학교 이화사학연구소의 여섯 번째 이화의료사총서 『역사 속의 환자들: 질병, 경험, 그리고 기록』은 역사 속에서 자신의 경험을 기록하고 전달하기 어려웠던 환자들의 삶과 목소리에 주목한다. 기존의 의료사 연구가 국가 정책이나 의료인의 시각에 집중했다면, 이번 책은 질병을 직접 겪은 환자들의 삶과 경험, 그리고 그들이 남긴 기록에 깊이 주목한다. 연구팀은 국가와 의료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했던 환자들의 서사를 발굴하였고, 이를 통해 의료사가 환자 개개인의 실존적 기록이기도 함을 증명해 낸다. 고대 그리스의 치유 기록부터 근현대 동아시아의 병원과 시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와 지역에서 환자들이 마주한 질병과 의료의 순간들을 생생하게 복원한 이 책은 환자를 수동적인 치료 대상이 아닌, 자신만의 방식으로 질병을 이해하며 기록을 남긴 적극적인 주체로 그려 낸다. 국가와 의료인뿐만 아니라 환자 개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우리는 질병과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을 한 차원 더 넓히고 의료사의 새로운 지평을 마주하게 된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신전과 병원, 일상 속에서 환자가 마주한 질병과 경험 그리고 기록 1부 “몸과 오래된 기억들: 신전, 황제, 그리고 예방”은 세 장으로 나뉜다. 1장에서는 그리스 에피다우로스의 치유 기록인 ‘이아마타’를 통해 신전에서 이루어진 치유 의례와 기적의 기록을 분석하고, 질병을 극복하려는 고대인들의 노력을 조명한다. 2장에서는 신체적 결함으로 조롱받았던 로마의 네 번째 황제 클라우디우스를 통해 정상성과 권력, 그리고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관계를 고찰한다. 3장에서는 18세기 미국 환자 수잔나 C. 히스의 일기를 통해 예방접종을 마주한 환자의 두려움과 기대, 치료와 회복의 과정을 재구성하고 예방의료를 환자의 시선에서 접근한다. 이들은 공동체, 사회, 개인이 치유와 몸을 대하는 각기 다른 방식들을 입체적으로 보여 준다. 2부 “통제되는 몸과 마음: 병원, 시설, 법 속의 환자들”은 병원과 시설, 법과 국가 제도 속의 환자들을 다룬다. 4장은 근대 중국 미션계 병원 환자들의 주체적 의료 선택과 신뢰 형성을, 5장은 일본 타마전생원 한센병 환자들의 전시체제하 삶을 추적한다. 이어 6장은 20세기 몽골 여성의 몸을 둘러싼 국가의 통제를, 7장은 한국 정신보건법 제정 과정에서 국가의 시각과 정책이 변화해 온 과정을 분석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질병을 경험한 개인이 병원과 시설, 법과 국가 제도 속에서 맺는 관계를 파헤치며, 관리와 통제의 역사를 생생하게 증언한다. 3부 “한국에서 환자로 산다는 것: 일상, 상담, 증언”은 기록과 기억의 방식에 집중한다. 8장은 20세기 초 전남 나주 박씨가의 의료 소비를 통해 근대 전환기 지역 의료 환경과 질병 대응의 모습을 복원하고, 9장은 1930년대 『조선일보』 「가정의학」 코너를 통해 근대 의학 지식이 대중에게 수용되는 과정을 살핀다. 10장은 소록도를 둘러싼 역사 서술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환자의 경험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기록되고 재현되어 왔는지를 탐구한다. 3부의 글들은 기록과 기억이 형성되고 매개되는 과정을 아우르며 의료사 연구의 영역을 대폭 확장한다. 의료사 연구의 지평을 확장하는 새로운 시선과 깊이 있는 통찰 『역사 속의 환자들』은 단순히 환자의 목소리를 강조하는 것을 넘어, 국가 정책과 의료인의 실천, 환자의 경험이 어떻게 얽혀 의료사의 전체 모습을 구성하는지 입체적으로 보여 준다. 질병이 일상과 사회 속에 남긴 흔적을 추적하며 의료사의 지평을 넓히는 과정에서, 국가와 사회, 의료와 개인의 관계를 진지하게 성찰하는 소중한 계기가 마련된다. 다양한 시대와 지역의 사례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질병을 둘러싼 인간의 경험을 완전히 새로운 각도에서 이해하도록 돕는다. 질병의 역사를 새롭게 읽어 내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길잡이가 될 이 책은, 그늘에 가려져 있던 환자들의 생생한 경험과 기록을 통해 인간과 질병의 본질을 성찰하게 해 준다. 이화사학연구소가 다년간 치열하게 수행해 온 연구의 결실로서 국내외 의료사 연구자들과 독자들에게 귀중한 지적 자산을 선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