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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핀 봄
양길순
영혼의숲 2025.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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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삶 속에
(“조용히 피어나는 삶”)

내 생에 전환점 16
스승의 날 17
사랑이란 18
사랑 19
나이 듦의 온도 20
기억의 풍경 속에서 21
수 채 화 처 럼 22
늦게 핀 봄 23
무궁화 피는 언덕에서 24
진정한 스승님 25
자극과 반응 사이 26
함께 라는 이유 27
삶의 아름다운 빛깔 28
비밀번호 시대 29
시계 속 사람들 30
미소의 힘 31
봉숭아 꽃물 추억 32
탈출을 꿈꾸다 33
미당未堂선생의 발자취 34
선 끝에 담긴 나 35
원추리 앞에 서다 36
전시회 37
노을 속에 서다 38
별이 된 친구 39
미리 남기는 유언 40
삶의 무게 41
엄마의 밥상 42
전복죽 43
전시회가 끝난 밤 44
정 이란 45
검진실 앞에서 46
자화상 47
평안을 노래한 그녀 48

2부

가족
(“존재가 꽃처럼 피어나다”)

내 사랑 그대 52
사랑은 색으로 피어나다 53
손자 54
연주자 55
돌아보면 어머니 56
미안하다 58
여기까지 왔구나 60
조용한 사랑 61
꽃은 자기 자리에 핀다 62
나무 그늘 같은 당신 63

3부

신앙
(“신앙의 삶 속에서”)

새벽기도 가는 길 66
어머니의 기도 67
함께여서 감사 68
룻을 따라 걷다 69
룻을 위한 나의기도 70
사랑의 기도 71
백합꽃의 기도 72
소박한 여인의 기도 74
가족을 위한 기도 75

4부

여행
(“낯선 풍경에서 느껴지는 은유”)

동백의 시간(오동도에서) 78
고성 가는 길 79
경순이의 정원 80
오월의 비상 81
작은 인사 큰 행복 82
정동진의 일출 83
여름휴가 84

5부

자연
(“사계의 노래”)

경칩 「봄의 속삭임」 88
배롱나무 89
입춘 「봄의 숨결」 90
봄꽃 잔치 91
봄비 지난 자리 92
봄이 태어나는 소리 93
어느 봄날 94
꽃바람 95
오월이 오면 96
유월 소묘 97
그해 여름밤을 산책하다 98
능소화에 대한 회상 99
그리움 100
가을 노트 101
가을 향기 102
국화 향기에 머물다 103
순백의 향연 104
겨울나기 105
눈 오는 날 106
겨울 잔상 107
그리운 꽃길 108
망초 꽃길에서 109
수국 피는 날 110
이름 값 111
경천대에서 112
팽나무 그늘 아래 113
능소화를 알현하다 114
여름 꽃 앞에서 115
밤비 116
한여름 밤 달빛 아래 117
여름 자르기 118
황톳길을 걸으며 119
여름의 뒷모습 120

저자 소개 1

- 아호 : 미방 - 합동신학 대학원 대학교(여신원 졸업) - 새 한국 문학회 등단(2015년) - 동남문학 회원(전) - 경기시학 회원 - 경기여류 문학 회원 - 한국시인협회 회원 - 수원 아카데미 회원 - 한국문예협회 회원 - 경기미협 작가 초대전 - 영통구청갤러리 개인전 『저서』 - 자운영 꽃 그리움 - 늦게 핀 봄 『수상』 - 시인마을 문학상 - 일본 도쿄 공모전 우수상 - 코리아 파이널 장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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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1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122쪽 | 140*210*20mm
ISBN13
9791190780384

책 속으로

말하지 못한
작은 상처 하나
마음속 깊은 그늘이 되어
나를 눌렀습니다
낮은 자존감
열등감에 스스로를 가두고
변화를 두려워하며
주저앉곤 했지요
하지만
네게 솔직해지고
부족함을 인정하며
비틀 거리더라도
포기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실패의 아픔을
성장의 기회로 삼으며
조금씩 걸어 나왔습니다
그리고
미래를 향한 결단에
내 안을 들여 다 보게 했습니다
시를 쓰는 사람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나에게 주어진
선물 같은 꽃길이었습니다
--- 「내 생에 전환점」 중에서

살면서 문득,
마음의 등불처럼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열감기로 몸이 눕혀진 날,
퇴근길에 건네진 빨간 감기약 한 알
그 손길은 약보다 더 깊이
내 안의 불안을 녹였다
성큼성큼 사라지던 뒷모습은
마치 삶의 굴곡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철 같은 등불이었다

중학 진학을 앞둔 방황의 길 위,
눈발 속에서 내밀어진 참고서 한 권
그 무심한 듯한 격려 속에서
나는 삶의 풍랑을 견디는 법을 배웠다

그 따뜻한 말들은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뿌리처럼
내 내면의 버팀목이 되었고,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내 마음 깊숙이 온기를 지킨다

이제 선생님은 하늘의 별이 되었지만,
그때 베풀어 주신 마음의 빛은
밤하늘에 오래도록 남아
내 삶의 길을 비추는 등불이 된다
--- 「스승의 날」 중에서

사랑이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머무는 곳

한걸음 늦은 발걸음에
묵묵히 보조를 맞춰주는 마음
때로는 바람 같고
때로는 바위 같지만
끝내 같은 자리에 머무는 것

기억 속
작은 웃음 하나로
긴 하루가 따뜻해지는 순간

사랑이란
무엇을 주느냐 보다
무엇을 남겼느냐가
더 오래 마음에 머무는 것
--- 「사랑이란」 중에서

사랑은 아기의 눈동자 속
작은 우주가 반짝이는 일입니다

사랑은 미소에 맺힌
눈물 같은 꿀물,
하루의 무게를 녹이는 온기입니다

사랑은 미운 몸짓조차
따스한 손길로 감싸 안는
보이지 않는 품입니다

사랑은 늙은 얼굴 위로
빛처럼 스며드는 연민,
바람처럼 다가와 마음을 어루만집니다

사랑은 외로움 속에서도
곁을 지키며 속삭이는
조용한 등불입니다

사랑은
세상의 모든 포근함과 따스함이
숨 쉬는 방식입니다
--- 「사 랑」 중에서

나이 들며
젊은 날의 불같은 열정은
삶이 조금씩 정돈되어
마음이 편안해 졌습니다

가파른 시선으로 보던 것들도
이젠 너그러이 바라보게 되고
감정의 파도에 흔들리던 날들은
조용히 받아들이는 여유로 덮어갑니다

날카롭던 말들은
공감의 말씨로 바뀌고
세상이 더 평화롭게 다가옵니다

한편의 시를 쓰듯
삶을 그려 갈수 있어
나이 듦이 참 아름답습니다
--- 「나이 듦의 온도」 중에서

오월의 어느 날
추억을 더듬어
고향 친구네 집에 들렀다

그렇게 높아 보였던 대문은
비스듬히 기울어
빈집의 흉물이 되어있고
사람이 살았던 흔적은
오래전 사라졌다

실금간 장독은
적막을 안고 뒹굴고
검게 그을린 아궁이엔
거미가 집을 지었다

반질반질 윤기 났던 무쇠솥
푸른곰팡이
세월의 깊이를 덮고 있다

퇴화된 폐가의 모습은
마치 오래된 자화상처럼
내 마음 속에 겹쳐졌다

무너진 가슴안고 돌아서는데
탐스럽게 피어난 작약꽃이
조용히 나를 향해 웃어 주었다
--- 「기억의 풍경 속에서」 중에서

가을은 나에게 한 폭의
수채화입니다
강렬하지 않고 스며드는 빛깔로
조용히 내 마음을 물들입니다

자연은 붓이 되고 시간은 물감이 되어
지나온 인생의 여백위에
한 겹 한 겹 감정을 채색해 줍니다

살아온 날들을 곱게 펼쳐 놓으면
그 안에 울고 웃었던 순간들이
마치 물 번진 색처럼 번져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번지고 스며들어 더 깊어지는 그림처럼
삶도 그렇게 익어 갑니다
--- 「수 채 화 처 럼」 중에서

오십을 넘긴 어느 날
마음 한 구석이
가을에서 겨울로 저물어 가는
쓸쓸함을 느꼈다

시대적인 빈곤과 어머니의
부재로 인한 배우지 못한
서러운 갈증이 한으로
오랫동안 나를 껴안고 있었다

사람들이 말했다
이 나이에 뭐하려고
하는 말들에 웃으며
나는 지금이라고
마음은 아직 멈추지
않았다는 걸

배움은
과거의 나를 위로하고
미래의 나를 다시 세우는
조용한 기도였다

그렇게 나는 늦게 핀
봄이 되어 시인으로 화가로
남은 삶을
배움의 꽃잎으로 채워 간다
--- 「늦게 핀 봄」 중에서

팔월의
뜨거운 태양아래
신록에 젖은
무궁화 꽃 언덕에
피부색 다른
젊은 병사의
초상 하나

국적도 언어도 다른 이들이
이 땅의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

낮선 땅에 잠든
그대의 숭고한 희생은
소중한 생명으로
이 땅을 지켜낸 사랑

추모비에 새겨진 이름들
천년의 바람 되어 영원하리라
--- 「무궁화 피는 언덕에서」 중에서

초록 번지는 오월
시 밭을 가꾸며
한길을 걸어오신
‘임병호’ 선생님

강물 따라 세월을 띄우고
소나무처럼 곧게 서서
그물에 걸리지 않는
자유로운 선생님

술잔 속엔
제자들 마음 한잔
사랑 한잔
흐트러짐 없는 애정

문학보다 사람이 먼저다
그 말처럼
무례엔 단호하고
불의엔 뜨거우며
쓴 소리조차 따뜻했던
청춘의 스승님

스승의 날 맞아
감사의 마음 담아
카네이션 한 송이
시를 빚어 드립니다
--- 「진정한 스승님」 중에서

봄날
햇살은 부드럽고
기분 좋은 여행길

방향지시등 없이
옆 차가 훅 끼어들었다

순간
심장이 쿵
숨이 막혔고
가슴이 철렁했다
분노가 혀끝까지 올라 왔고
못한 말은 땀으로 스며들었다

감정의 파도를 낮추며
자극과 반응사이
공간을 넓혀 본다

가족들 마음 위해
이날의 기억을 위해
--- 「자극과 반응 사이」 중에서

함께 라는 이유만으로
힘이 되고 위안이 되는 사람이 있다

함께 라는 이유만으로
말이 없어도 용기를 주는 사람

함께 라는 이유만으로
가는 길에 희망을 채워 주는 사람

그런 당신이 있어
오늘도 내일도
내 마음엔 꽃이 피고
걸음엔 햇살이 머문다
--- 「함께 라는 이유」 중에서

아기의 해맑은 웃음은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고,
순수라는 첫 빛을 비춘다

청소년의 풋풋함은
생각의 매듭을 풀어
미지의 세계를 향한 끈을 늘인다

청춘의 패기와 용기,
사랑과 열정은
무지개를 좆는 신기루처럼
찬란한 멜로디를 이룬다

중년의 시간은
흔들림 없는 색과
은은한 커피 향처럼
묵직한 고요를 내면에 스민다

노년의 여유는
지나온 삶의 빛과 그림자를 담아
내면의 아름다움으로
여백을 채운다

삶의 빛깔은
각 순간이 스며드는 층위마다
다른 빛으로 완성되며,
마침내 존재를 이룬 하나의 풍경이 된다
--- 「삶의 아름다운 빛깔」 중에서

출입을 가로 막는
철문 같은 숫자들
모바일 속 금융과 정보
어딜 가도 걸려있는 보안 장치

수수께끼 풀지 못하면
문을 열리지 않고 거절이다

커피숍 식당마다
무표정한 키오스크
정체를 증명하라며
로그인을 요구한다

문화는 바뀌었고
세상은 낯설다

편리함은 어느새
불편함이 되었고
디지털의 숲속에서
헤매고 있다
--- 「비밀번호 시대」 중에서

하나의 시계 안에
세 사람이 살아간다

주어진 시간은 같아도
마음의 속도는 모두 다르다

누구는 초침처럼 성급하고
누구는 분침처럼 차분하며
누구는 시침처럼 느긋하다

그들은
누구를 재촉하지도
누구를 비난하지도 않는다

초침은 분침을 탓하지 않고
시침은 초침을 조급하다
말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속도로
하나의 시간을
함께 만든다

삶이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걸
그들은 알고 있다
--- 「시계 속 사람들」 중에서

출근길,
낯선 이의 방긋한 인사는
잠들어 있던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작은 바람이다

한마디의 “좋은 아침”은
보이지 않는 빛처럼
가슴 깊이 스며들어
하루의 어둠을 부드럽게 녹인다

예기치 않은 선물처럼
행복이 잔물결 되어 번지고,
환한 웃음은
태양의 한 줄기 빛처럼
내 안의 공간을 채운다

소리 없이 다가와
마음에 흔적을 남기는 미소의 파장,
그 잔향이
오늘 하루를 버티게 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 된다
--- 「미소의 힘」 중에서

어둠이 내려앉으면
별들이 하늘에 초롱초롱 매달리고
모깃불 피운 마당에 앉아
옥수수 한 알 깨물며 떨어지는 별을 본다

여름밤 최고의 선물은
봉숭아 꽃물들이기
동생과 마주 앉아
손톱 위에 꽃잎을 올리는 일

피마자 잎으로 감싸고
무명실로 단단히 묶으면
가슴 설레는 기다림이
달빛 속에 조용히 스며든다

아침, 조심스레 풀어본 손톱엔
희미한 주홍빛 잔향만 남아
동생의 손톱 위 붉은 꽃을 보면
문득 유년의 시간이 미소처럼 번진다
--- 「봉숭아 꽃물 추억」 중에서

우리에 홀로 남은
두 살 얼룩 말 세로

엄마의 부재
고립의 외로움에
먹이도 일상도 거부하며
몸부림 쳤다

닫힌 문 박차고
세상으로 달려 나왔지만
세로 앞엔
넘을 수 없는 장애물 뿐

위험을 감수한 탈출은
세로에게 위협이 되었지만
어쩌면 세로는 엄마를
찾고 있을 뿐

이 아픈 성장통을 견디고
다시 빛나는 세로의 눈을 보고 싶다
--- 「탈출을 꿈꾸다」 중에서

한 생을 지나온 지금,
삶의 길 위에는
무채색 그림자와
유채빛 기억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기쁨과 슬픔, 설렘과 좌절이 깃든
그 길은 더욱 길고 풍성하여
바람에 흔들리는 전나무처럼
시간을 증언한다

전라북도 고창 질마마을
미당의 숨결이 스며든 땅
고즈넉한 문학관 앞,
세월의 향기가 조용히 머문다

육필 원고 위로 언어가 흐르고,
마당에는 삶의 희로애락이 새겨져
그 시선은 오늘도
독자의 마음에 잔잔히 닿는다

생가 앞 유채꽃 노란 물결
발길을 붙잡는 듯 피어나고
돌아서는 길목 산 벚꽃은
봄바람 따라 조용히 뒤따른다
미당의 길, 삶과 문학이 하나 되는
--- 「미당未堂선생의 발자취」 중에서

깨끗한 물 한통
하얀 종이 위에
물감이 번지고
하늘이 생기고
산이 살아나고
바다가 깨어난다

손끝은 조용히 움직일 뿐
그 안에
나의 기억이 스며들고
나의 시간들이 번진다

이건 단지 색이 아니라
내가 견딘 계절
말없이 흘린 날들의 흔적

이 작은 붓 끝에
나를 실어 나른다
풍경인가
시간인가
아니면 나인가
--- 「선 끝에 담긴 나」 중에서

그토록 뜨거운 햇살아래
주홍색 고운 빛으로 너는 피었다

가린 것 없이 해맑은 빛으로
이 세상 드러내며 환하게 웃는 너

말없이 피어 소리 없이 스러진 너
그 침묵 안에 얼마나 많은 낮과 밤에
깊은 기다림이 있었을까

나는 문득 걸음을 멈춘다
그 작은 생을 조용히 살아내는
네 앞에서 너처럼 나도
내 안에 고운 것 감추지 않고
살아보고 싶다
--- 「원추리 앞에 서다」 중에서

두려운 마음으로
하나하나 그림을 걸었다

내가 그려낸 세월들이
낮선 벽에 걸리는 순간
나는 벌거벗은 마음으로
그 앞에 섰다

누군가 보아 주기를 바라면서도
보이지 않기를 바라는
복잡한 심정으로
전시의 시간은 흘렀다

사람들은 웃으면서
축하의 말들이 오고 갔다
나는 고개 숙여 감사하며
애써 담담한 얼굴을 지었다

집으로 돌아와
불 꺼진 방안에 앉았을 때
눈물이 쏟아졌다

아무도 모른다
붓보다 더 먼저 번졌던
눈물의 기억을
--- 「전시회」 중에서

지나온 길 위로
노을이 조용히 내려앉는다
삶의 무게가 붉게 스며드는 순간

뜨거웠던 날들은
하늘에 번진 불꽃처럼 사라지고
찬바람 같았던 날들
삼킨 말들,
무심히 흘러간 시간 속에도
하루하루는 꺾이지 않은 채 나를 세웠다

이제는 돌아갈 필요도,
앞서갈 이유도 없다
그저 서 있는 이 순간,
시간의 중심에서 나는 나를 내려놓는다

붉게 타는 하늘 아래,
삶의 무거움마저
언젠가 이렇게 조용히 물러간다는 것을
노을이 속삭인다
--- 「노을 속에 서다」 중에서

한 동네에서 함께 자란
죽마고우 친구
안부도 먼저 묻고
밥도 잘 사고
유쾌하며 정 많은 친구
병이 찾아 왔을 때도
그는 초연 했다

한번은 가는 인생
내가 먼저 갈뿐이야

치료 중에도
얼굴 보자며
웃음을 주던 너
정말 그는
먼저 우리 곁을 떠났다

모두가 말했다
참 좋은 친구라고
그가 내게 남긴 말
“행복하게 살라고”

친구는 하늘에 별이 됐지만
그리움을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났다
--- 「별이 된 친구」 중에서

가진 것을 미리 내려놓는 연습
진짜 살아있는 삶의 시작이다

하나님과 관계정리
구원에 대한 감사의
신앙 고백
좋아하는 하나님 말씀
좋아하는 찬양

사람들과 쌓인 감정들
먼저 용서하고
미안하다 말하고
붙잡고 있던 소유
세상의 자리
내 것이 아닌 것처럼
흘려보내는 것이다

그래야 마지막 순간
무겁지 않다고
그래야 눈감을 때
웃을 수 있다고
--- 「미리 남기는 유언」 중에서

한 생을 살아 냈다는 건
그 건 말보다
침묵이 더 많은 이야기다

땀 묻은 손
기울어진 어깨
버리지 못한 마음 하나

밥상을 차리고
아이를 학교 보내고
돌아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며

속으로 삭이고
다 말하지 못하고
그저 견뎌낸 시간들
누구에게도 쉽지 않았던 생
그러나 그 무게 속에
사랑이라는 이름이 숨어 있다
--- 「삶의 무게」 중에서

정동진 바다를 지나
고성의 친구 집에 들렀다
친구는 없었지만
이웃의 손길이
우리 부부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텃밭에서 갓 따온
상추 오이와 함께
호박을 넣고 끓인 된장찌개
한 숟가락 떠먹는 순간
어머니의 밥상이 떠올랐다
말없이 한 그릇
또 한 그릇
배보다 마음이 먼저 불러왔다
돌아오는 길
된장과 쌈장 한 통
오이와 호박 한가득
차 안의 작은 간식까지
그날 하루
엄마 밥상 같은 온기가
우리의 마음을 오래도록
따스하게 채워 주었다
--- 「엄마의 밥상」 중에서

환한 조명이 꺼진 전시장에
나는 홀로 남았다

그동안 걸어온 길이
한 장 한 장 그림으로 펼쳐지고
눈앞에 서있던 시간들이
조용히 사라져 간다

숨가쁘게 달려온 하루가
갑자기 무거워 지고
가슴 속에 쌓인 감정들이
차곡차곡 흘러내린다

누군가의 눈빛
따뜻한 말 한마디가
내 마음에 닿았고
그 모든 순간이
내안에 오래 머문다
--- 「전시회가 끝난 밤」 중에서

나는 말보다 마음의 울림을
먼저 듣는 사람이고 싶다

예민하고 세심한 마음은
가시가 아니라, 부드러운 그물처럼
남을 품는 도구가 되고 싶다

무례한 말 앞에서 다치기보다
그 자리를 조용히 걸어 나올 수 있는
단단함을 지니고 싶다

많은 인연보다
한사람의 마음을 오래 지키는
사람이 되고 밥 짓는 손끝에도
진심을 담을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교제 속에 음식 먹는 것 보다
웃음이 있는 자리를 좋아했고
그들과 함께 있는 시간 속에서
내 안의 삶이 자라남을 느꼈다

오랜 새벽, 사랑을 위해 연 문턱
그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안다
함께 있음만으로 따스해지는 존재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나

--- 「자화상」 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인의 말

흐르는 시간 속에서
말로 다하지 못한 마음을
나는 조심스레, 천천히 시로 묶었습니다.
살아오며 스친 수많은 인연들 -
쉽게 다가서지 못했던 서늘한 마음도,
한 번 맺은 인연을 오래 품으려 했던 따스한 애틋함도,
저마다 제 자리를 지키며
신앙의 길 위에 작은 빛으로 남았습니다.

여행길에 스치듯 지나간 사람들의 얼굴,
바람처럼 다가와 이내 사라진 미소들,
그리고 말없이 내 곁을 감싸준 자연의 위로까지 -
그 모든 순간이 내 안에서 하나의 시가 되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내 마음의 작은 등불을 꺼내어
누군가의 하루에
조용히 불을 밝혀주는 일이라 믿습니다.
이 시집을 펼친 어느 한 분의 마음에도
그 불빛이 닿아
하루의 끝에 잠시나마
따뜻한 온기가 머물길 바랍니다.

서재에 앉아 창밖의 가을을 바라보며
2025년 9월 양 길 순

추천평

‘사람들에게 평안을 주는 따뜻한 詩’ 양길순 시인은 독실한 기독인으로 훌륭한 미술작품을 창작하는 화가이다. 그의 시 작품에선 그림처럼 아름다운 향기와 지극한 신앙심이 충만하다. 첫 시집 『자운영꽃 그리움』이 기억에 새로운데 두 번째 시집 『늦게 핀 봄』을 발간하는 것은 늘 시심 속에서 생활하고 있음을
말해 준다.

양길순 시인은 시집에서 삶, 가족, 신앙, 여행, 자연을 정감 있는 언어로 노래하였다. 모두 서정이 순수하고 투명하여 따뜻한 공감을 준다. 특히 「수채화처럼」 「전시회」 「전시회가 끝난 밤」 등은 화가로서의 심경이 절절하다.

“자연은 붓이 되고 시간은 물감이 되어 / 지나온 인생의 여백 위에 / 한 겹 한 겹 감정을 채색해 줍니다.”
“내가 그려낸 세월들이 / 낯선 벽에 걸리는 순간 / 나는 벌거벗은 마음으로 그 앞에 섰다”
“그동안 걸어온 길이 / 한 장 한 장 그림으로 펼쳐지고 / 눈앞에 서 있던 시간들이 / 조용히 사라져 간다”는 절창이다.

「내 생의 전환점」에서 양길순 시인은 “시를 쓰는 사람으로 /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 나에게 주어진 / 선물 같은 꽃길”이라고 근황을 들려주었다. “자연은 붓이 되고 시간은 물감이 되어 /지나온 인생의 여백 위에 / 한 겹 한 겹 감정을 채색해 준다.”면서 “한 편의 시를 쓰듯 / 삶을 그려갈 수 있어 / 나이 듦이 참 아름답다”고도 말하였다.

그렇다. ‘늦게 핀 봄’은 초목이 더욱 싱그럽고 온갖 꽃이 만발한다. 평온한 행복을 준다. - 임병호 (시인, 「한국시학」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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