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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땅과 사람이 함께 꾸는 꿈이다
임형남·노은주의 집 이야기
이글루 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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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책머리에ㆍ6

제1부 집은 땅이 꾸는 꿈이다

자연에서 생겨나는 집 - 까사 가이아ㆍ15
서로 대화하듯 이어지는 집 - 프라즈나의 집ㆍ22
빛과 바람을 담은 집 - 금산주택ㆍ30
사람을 닮은 집 - 자기 앞의 집ㆍ38
자연과 사람이 만나는 집 - 간청재ㆍ46
시간의 우물에서 길어올린 집 - 도문 알레프ㆍ54
수평과 수직이 만나는 집 - 선의 집ㆍ62
자연이 주인인 집 - 평온의 집ㆍ70
비상하면서 내려앉는 집 - 네 개의 날개를 가진 집ㆍ78
즐거움을 끝없이 펼치는 집 - 장락재ㆍ86

제2부 집은 생각을 담는다

즐거운 놀이터가 되는 집 - 상안주택ㆍ97
두 개의 태양을 품은 집 - 존경과 행복의 집ㆍ105
움직임이 가득한 집 - 라비린토스ㆍ113
반려동물의 눈높이에 맞춘 집 - 숨숨하우스ㆍ121
아이들과 함께 자라는 집 - 적당과 작당의 집ㆍ129
마당을 수직으로 쌓아올린 집 - 장연재ㆍ137
산과 물을 즐기는 집 - 요산요수ㆍ145
따로 또 같이 꿈꾸고 자라는 집 - 더블헬릭스 하우스ㆍ153
한 지붕 아래 단독주택 아홉 가구가 있는 집 - 맑은구름집ㆍ161
사찰의 고정관념을 깬 집 - 제따와나 선원ㆍ169

제3부 집은 시간이 짓는다

단순함과 여백이 있는 집 - 루치아의 뜰ㆍ179
들꽃으로 가득한 집 - 들꽃처럼 피어나는 집ㆍ186
아버지의 꿈을 이어 지은 집 속의 집 - 언포게터블ㆍ194
고요히 머물며 온기를 나누는 집 - 적이재ㆍ202
반석 위에 지은 집 - 도무스 페트라ㆍ210
각각 원하는 대로 지은 집 - 어사재ㆍ218
가족과의 유대가 끈끈한 집 - 산조의 집ㆍ226
가장 따뜻하고 포근한 집 - 층층나무집ㆍ234
도시의 천이를 준비하는 집 - 웃음 베이커리ㆍ242
역사의 풍경을 담은 집 - 지구의 한 조각ㆍ249

저자 소개 2

건축은 땅이 꾸는 꿈이고, 사람들의 삶에서 길어 올리는 이야기다. 임형남&노은주 부부는 땅과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둘 사이를 중재해 건축으로 빚어내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이들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동문으로, 1999년부터 함께 가온건축을 운영하고 있다. ‘가온’이란 순우리말로 가운데·중심이라는 뜻과 ‘집의 평온함(家穩)’이라는 의미를 함께 갖고 있다. 가장 편안하고, 인간답고, 자연과 어우러진 집을 궁리하기 위해 이들은 틈만 나면 옛집을 찾아가고, 골목을 거닐고, 도시를 산책한다. 그 여정에서 집이 지어지고, 글과 그림이 모여 책으로 엮인다.
건축은 땅이 꾸는 꿈이고, 사람들의 삶에서 길어 올리는 이야기다. 임형남&노은주 부부는 땅과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둘 사이를 중재해 건축으로 빚어내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이들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동문으로, 1999년부터 함께 가온건축을 운영하고 있다.

‘가온’이란 순우리말로 가운데·중심이라는 뜻과 ‘집의 평온함(家穩)’이라는 의미를 함께 갖고 있다. 가장 편안하고, 인간답고, 자연과 어우러진 집을 궁리하기 위해 이들은 틈만 나면 옛집을 찾아가고, 골목을 거닐고, 도시를 산책한다. 그 여정에서 집이 지어지고, 글과 그림이 모여 책으로 엮인다.

2011년 ‘금산주택’으로 한국공간디자인대상을, 2014년 ‘루치아의 뜰’로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우리사랑상을, 2020년 ‘제따와나 선원’으로 아시아건축사협의회 건축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공간을 탐하다』, 『건축탐구 집』, 『도시 인문학』, 『집을 위한 인문학』, 『골목 인문학』, 『내가 살고 싶은 작은 집』, 『생각을 담은 집 한옥』, 『그들은 그 집에서 무슨 꿈을 꾸었을까』, 『집, 도시를 만들고 사람을 이어주다』, 『사람을 살리는 집』, 『작은 집 큰 생각』, 『나무처럼 자라는 집』, 『이야기로 집을 짓다』, 『서울 풍경 화첩』 등이 있다. EBS <건축탐구-집>에 출연해 집의 존재 이유와 중요성을 전하고 있고, 최근 ‘이야기로 집을 짓다(이집)’라는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다.
홍익대, 중앙대 등에서 강의를 했고, ‘금산주택’으로 2011년 공간디자인대상, 2012년 한국건축가협회 아천상을, ‘제따와나 선원’으로 2020년 아시아건축가협회 건축상을 수상했다. 『건축탐구 집』, 『집을 위한 인문학』, 『골목 인문학』, 『도시 인문학』 『서울풍경화첩』 『이야기로 집을 짓다』 『나무처럼 자라는 집』 『작은 집, 큰 생각』, 『사람을 살리는 집』, 『생각을 담은 집 한옥』 등 15권의 저서가 있고, 동아일보와 한겨레신문에 건축칼럼을 집필 중이다. 또한 EBS 〈건축탐구-집〉에 프리젠터로 출연해 집의 존재 이유와 중요성을 전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금산주택(House in Geumsan)〉 〈루치아의 뜰(Lucia's earth)〉, 〈까사 가이아(CASA GAIA〉, 〈제따와나 선원(Buddhist temple ‘Jetavana’〉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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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땅이 꾸는 꿈이고, 사람들의 삶에서 길어 올리는 이야기다. 임형남&노은주 부부는 땅과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둘 사이를 중재해 건축으로 빚어내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이들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동문으로, 1999년부터 함께 가온건축을 운영하고 있다. ‘가온’이란 순우리말로 가운데·중심이라는 뜻과 ‘집의 평온함(家穩)’이라는 의미를 함께 갖고 있다. 가장 편안하고, 인간답고, 자연과 어우러진 집을 궁리하기 위해 이들은 틈만 나면 옛집을 찾아가고, 골목을 거닐고, 도시를 산책한다. 그 여정에서 집이 지어지고, 글과 그림이 모여 책으로 엮인다.
건축은 땅이 꾸는 꿈이고, 사람들의 삶에서 길어 올리는 이야기다. 임형남&노은주 부부는 땅과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둘 사이를 중재해 건축으로 빚어내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이들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동문으로, 1999년부터 함께 가온건축을 운영하고 있다.

‘가온’이란 순우리말로 가운데·중심이라는 뜻과 ‘집의 평온함(家穩)’이라는 의미를 함께 갖고 있다. 가장 편안하고, 인간답고, 자연과 어우러진 집을 궁리하기 위해 이들은 틈만 나면 옛집을 찾아가고, 골목을 거닐고, 도시를 산책한다. 그 여정에서 집이 지어지고, 글과 그림이 모여 책으로 엮인다.

2011년 ‘금산주택’으로 한국공간디자인대상을, 2014년 ‘루치아의 뜰’로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우리사랑상을, 2020년 ‘제따와나 선원’으로 아시아건축사협의회 건축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공간을 탐하다』, 『건축탐구 집』, 『도시 인문학』, 『집을 위한 인문학』, 『골목 인문학』, 『내가 살고 싶은 작은 집』, 『생각을 담은 집 한옥』, 『그들은 그 집에서 무슨 꿈을 꾸었을까』, 『집, 도시를 만들고 사람을 이어주다』, 『사람을 살리는 집』, 『작은 집 큰 생각』, 『나무처럼 자라는 집』, 『이야기로 집을 짓다』, 『서울 풍경 화첩』 등이 있다. EBS <건축탐구-집>에 출연해 집의 존재 이유와 중요성을 전하고 있고, 최근 ‘이야기로 집을 짓다(이집)’라는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다.
홍익대, 중앙대 등에서 강의를 했고, ‘금산주택’으로 2011년 공간디자인대상, 2012년 한국건축가협회 아천상을, ‘제따와나 선원’으로 2020년 아시아건축가협회 건축상을 수상했다. 『건축탐구 집』, 『집을 위한 인문학』, 『골목 인문학』, 『도시 인문학』 『서울풍경화첩』 『이야기로 집을 짓다』 『나무처럼 자라는 집』 『작은 집, 큰 생각』, 『사람을 살리는 집』, 『생각을 담은 집 한옥』 등 15권의 저서가 있고, 동아일보와 한겨레신문에 건축칼럼을 집필 중이다. 또한 EBS 〈건축탐구-집〉에 프리젠터로 출연해 집의 존재 이유와 중요성을 전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금산주택(House in Geumsan)〉 〈루치아의 뜰(Lucia's earth)〉, 〈까사 가이아(CASA GAIA〉, 〈제따와나 선원(Buddhist temple ‘Jetavana’〉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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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2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392g | 140*200*16mm
ISBN13
9791199457164

책 속으로

주인의 정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담되, 터줏대감인 감나무를 잘 살리려면 건물은 정적인 공간보다는 움직임이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아내가 차를 공부하고 마시는 공간을 집의 전면에 두었고, 남편이 좌선하기 위한 공간을 집의 가장 깊숙한 곳에 넣었다. 길에 비해 안쪽으로 점점 높아지는 고저차를 이용해서 집의 각 공간을 조금씩 다른 높이에 앉혀놓았다. 그러자 각 공간들은 서로 가리거나 병렬로 배치되지 않고 각자의 좌표와 정체성도 갖게 되었다. 감나무를 둘러싸며 집의 기능이 하나하나 이어져, 결국 나무는 집의 중심이 되었다. 즉, 나무를 둘러싸며 집이 움직이는 모양새가 되었다.
--- 「제1부, 서로 대화하듯 이어지는 집 : 프라즈나의 집」 중에서

땅의 결대로 늘어놓다 보니 곡선 두 개가 만나는 형상으로 설계했고, 결합되는 부분에 천창이 달린 사각형 박스를 집어넣었다. 검은색 벽돌로 외벽을 두른 주택과 대비되도록, 하얀색 벽과 지붕으로 만들었다. 카페는 주택에 비해 규모는 훨씬 작지만 날아갈 듯 날카로운 직선의 날개와 대조되며 집의 첫인상을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카페의 이름은 스페인어로 작은 개울이라는 뜻을 가진 ‘모아로(moarro)’라고 붙였다. 강화도에 새겨진 오랜 시간의 무늬와 산과 산이 마주 보는 땅의 흐름대로 건물 두 동이 완성되었다. 두 개의 건물은 서로 상반된 형상과 색깔을 가지고 있으며 강한 형상과 부드러운 형상이 병치되어 있다.
--- 「제1부, 비상하면서 내려앉는 집 : 네 개의 날개를 가진 집」 중에서

존경과 행복. 우리는 그런 추상적인 단어에 아주 약하다. 사실 지내보니 우리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존경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모두 개체화되고 파편화된 개인으로 존재한다. 예전의 사회적인 테두리가 무너지고 도덕률이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우리가 잃은 것은 어른이고 존경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사회의 갈등 해소의 장치들도 함께 상실한 것이다. 존경이란 강요로 생기는 것이 아니고 나이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높임말을 붙이고 머리를 숙이는 것이 존경이 아니다. 존경은 존재에 대한 시선이고 존재에 대한 인정이다.
--- 「제2부, 두 개의 태양을 품은 집 : 존경과 행복의 집」 중에서

기본적인 몇 가지 요구사항과 더불어, 집에서 수영을 할 수 있는 풀장을 하나 만들어달라고 했다. 개인 주택에서 수영장을 만들 경우 면적의 제한이 있지만(66제곱미터 이하), 마당이나 정원과 다른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외부 공간이 된다. 대지의 조건이 밖을 향해 열린 곳과 닫힌 곳이 너무 명확하고 접근의 방향도 너무나 뚜렷해서 집을 계획하는 것은 정해진 길을 걷는 것처럼 명쾌한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땅의 모양에 맞춰 ㄱ자로 꺾인 평면을 그리고, 풀장과 중정과 작은 뜰을 만들었다. 집은 길에서 바라다보면 내부를 전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한 모습이다.
--- 「제2부, 산과 물을 즐기는 집 : 요산요수」 중에서

집의 온도는 무엇이고, 삶의 온도는 무엇일까?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 멀리서부터 우리를 맞이하던 밥 짓는 연기처럼, 어머니가 끓이는 된장국 냄새처럼, 가꾸지 않아도 편안한 마당처럼, 가족들이 아랫목에 발을 맞대고 하릴없이 떠드는 말의 온기처럼, 일부러 애쓰지 않아도 교감할 수 있는 그런 것이 모여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시인 정현종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사람과 사람은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 아니라 둘 이상의 또 다른 세계를 연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현실에 대한 긍정이 깔려 있을 때 그런 ‘교감’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 「제3부, 고요히 머물며 온기를 나누는 집 : 적이재」 중에서

건축주의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배 같기도 하고 칼 같기도 한 뾰족한 다각형의 평면을 먼저 구성했다. 남쪽의 주 출입구는 지나가는 사람들도 살짝 공원을 넘겨다볼 수 있도록 부분 필로티로 개방했다. 각 층의 북쪽 창은 공원을 향한 시원한 전망을 갖고, 최소한의 면적을 할애한 계단을 따라 계속 오르면 사방으로 탁 트인 옥상정원이 나온다. 내부 마감은 콘크리트 노출면을 거의 그대로 살리거나 도장으로 마감하고, 가구도 책상이나 싱크대 등 필수적인 가구만 합판으로 짜서 자연적인 느낌을 살렸다. 창을 통해 바라다보이는 다양한 풍경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실내의 풍경은 무덤덤하다.

--- 「제3부, 역사의 풍경을 담은 집 : 지구의 한 조각」 중에서

출판사 리뷰

집은 땅이 꾸는 꿈이다
- 까사 가이아, 금산주택, 도문 알레프……


‘까사 가이아’는 바다색이 아름다운 김녕 바닷가에 제주도의 풍광을 그대로 담은 집이다. 제주 토박이 건축주 부부의 요구사항은 단 하나, 바다가 훤히 보이는 욕실을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다를 가리지 않으며 바닷바람에 견딜 만한 집을, 오랫동안 그곳에 있었던 제주도의 돌처럼 단단하게 세우는 일이었다. 지붕은 최대한 도로보다 낮게 얹었고, 바다를 향한 외벽에는 검은색 제주석을 붙였다. 땅의 모양이 올록볼록한 비정형이라서 집의 평면은 부드러운 곡선의 입술 모양이 되었다. 그 형상은 무수한 비바람을 견디며 살아온 제주도의 강인한 여성성을 상징하는 듯했다. 그렇게 ‘까사 가이아’는 어머니의 안온한 품처럼 바다와 오름 사이를 넘나들며 오가는 햇빛과 바람을 모두 품어 안은 집이 되었다.

우리에게 맞는 적합한 크기의 집은 얼마만큼일까? 경북 안동 도산서원에 있는 퇴계 이황의 도산서당은 마루와 방과 부엌으로 구성된 일자형 남향집이다. 이 집은 모든 것이 아주 단순하며 실용적이다. 아주 작은 집이지만, 아주 큰 생각을 담고 있다. 즉, 작고 소박한 집이지만 우주가 담겼다. 이황이 평생 추구했던 ‘경(敬)’이라는 정신을 바닥에 깔고 실용성과 합리성을 추구한 평생의 삶이 그 집에 스며 있다. 우리가 꿈꾸는 집은 규모가 큰 집이 아니라 생각이 담긴 집이다. 충남 금산에 지은 ‘금산주택’은 거주 면적 약 13평, 마루 약 8평의 동서로 긴 네 칸 반짜리 아주 소박한 집이다. 이 집은 마루에 앉으면 산이 걸어 들어오고, 발아래 경쾌하게 흘러가는 도로를 내려다보는 시원한 조망을 가졌다.

강원도 속초에 집을 짓고 싶다는 건축주 부부는 원래 서울에서 살다 회를 워낙 좋아해 속초에 자리를 잡은 지 꽤 되었다고 한다. 그곳에는 100년이 넘은 10평 정도의 옛집이 있었는데, 그 집을 허물어 주차장으로 쓰려고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래된 나무 외장은 세월이 쌓여 멋지게 변색되었고 녹슨 철판 지붕은 낡았지만, 조금만 손을 보면 당장이라도 들어가 살아도 될 정도였다. 다행히 새집을 지으면서 낡은 집을 고치는 일을 동시에 진행했다. 그리고 옛집을 고치며 건축주는 원래 짓고자 했던 새집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삶에 적당한 크기와 편안한 재료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도문 알레프’는 원래 있던 집의 모양과 닮고, 집을 에워싸고 있는 산들과도 비슷한 모양으로 지어졌다.

집은 생각을 담는다
- 숨숨하우스, 더블헬릭스 하우스, 맑은구름집……


요즘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며 사는 집이 많다. 2024년 말 기준으로 전체 가구의 약 26.7퍼센트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반려동물은 생활을 보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온기를 주거나 정서적인 안정을 위해 필요한 존재로 바뀐 것이다. 서울의 어느 경사진 동네의 맨 끝, 산과의 경계 지점에 있는 ‘숨숨하우스’는 주변 이웃과 불화를 피하고 좀더 편안하게 고양이를 돌볼 수 있도록 자연이 가깝고 주변의 시선에서 독립된 곳에 지어졌다. 건축주는 ‘캣맘’들이 모여 사는 집을 짓고 싶다고 했다. 가족이 된 고양이의 눈높이와 습성을 고려해 창턱을 계획하고, 두께가 두껍고 미끄럼 방지가 되는 장판을 사용하고, 캣타워를 설치하고, 방묘문과 방묘창도 달았다. 그렇게 반려동물과의 삶을 위한 ‘숨숨하우스’가 탄생했다.

집 안에 꽈배기처럼 이중나선 계단이 있는 ‘더블헬릭스 하우스’는 부산의 오래된 골목 안쪽에 있는 집이다. 이 집은 두 살 터울의 남매가 함께 집을 짓고 공동육아를 하는 방법을 찾아보기 위해 지은 집이다. 집은 첫째 따로 또 같이, 둘째 동등한 조건, 셋째 동래향교 쪽 전망 확보를 우선으로 두었다. 그리고 집의 중간에는 채광과 환기가 가능한 중정을 넣었다. 꽈배기 계단은 우측과 좌측을 번갈아가면서 오를 수 있어 두 집 모두 네 방향의 전망을 갖고, 서로 만나지는 못하지만 창문을 통해 교류가 가능하다. 1층과 3층과 5층은 공적인 공간이고, 2층과 4층은 침실이 있는 사적인 공간이다. 다섯 개의 층으로 구성된 집의 편의성을 위해 양방향으로 열리는 엘리베이터도 설치했다. 그렇게 ‘더블헬릭스 하우스’는 두 집이 꿈꾸고 자라는 집이 되었다.

‘맑은구름집’은 가족의 구성원도 제각각이고, 기호도 취향도 다른, 단독주택 아홉 채가 한 건물에 담긴 공동체 주택이다. 이웃이 될 가구원들은 일찌감치 모여서 대지를 마련하고 각자의 개성과 용도를 반영하며 집을 구성했다. 땅의 모양도 남북으로 좁은 사다리꼴 형태여서 가구마다 채광, 조망, 주방이나 화장실의 형태가 다르다. 심지어 복층까지 결합된 복잡한 구조로 완성되었다. 방의 크기나 개수도 제각각이다 보니 밖에서 보는 창문의 모양도 불규칙적이다. 지하에는 공동 주방과 거실이면서 각자의 책을 모은 도서관이자 음악실이 있다. 여분의 짐들을 가구별로 보관할 수납공간과 세탁실도 마련했다. 그렇게 ‘맑은구름집’은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의 장점이 결합된 집으로 지어지고, 이웃을 맺고 함께 사는 공동체를 이루게 되었다.

집은 시간이 짓는다
- 루치아의 뜰, 언포게터블, 층층나무집……


충남 공주의 ‘루치아의 뜰’은 원래 세 칸짜리, 즉 10평이 조금 넘는 가장 일반적이면서 전형적인 살림집이었다. 또 지은 지 50년이 조금 넘어 아주 오래된 한옥은 아니었다. 주인은 그 집을 보고 뜰이 마음에 들어 사들였고, ‘루치아의 뜰’로 고치고 싶다고 했다. 집의 뼈대는 멀쩡했고 지붕도 새는 곳이 없어 청소만 잘하면 될 것 같았다. 집의 정면에 유리창을 달고 막혀 있던 다락은 시원하게 열고 서까래를 노출해 누마루처럼 만들었다. 두 개의 문은 틀을 그대로 살려 창호지만 새로 발랐다. 그렇게 먼지를 걷어내고 남은 살림살이들은 소소하게 되살렸더니, 단순한 삶과 여백이 있는 집으로 다시 태어났다.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신부가 찾아와 신부의 고향에 있는 지은 지 20년 된 콘크리트 창고를 자신들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신혼집으로 삼고 싶다고 했다. 이 창고는 20년 전 신부의 아버지가 지었으며, 아버지는 나중에 창고 옆에 2층집을 지어 가족이 단란하게 살 예정이었다. 그러나 1년 후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언포게터블’은 집 안에 집을 넣는다는 개념에서 출발했는데, 1층은 주방과 식당과 거실과 벽 뒤로 숨겨져 있는 작은 서재로 구성하고, 2층은 가족실과 욕실과 드레스룸을 갖춘 침실로 구성했다. 집의 외관의 거친 콘크리트 벽에는 벽화를 그려 넣었다. 그렇게 ‘언포게터블’은 아버지가 만들어놓은 달팽이 집 같은 포근한 껍질 속에 딸이 화음을 곁들이며 아버지가 꿈꾸던 2층집을 집어넣은 집으로 탄생했다.

‘층층나무집’은 60대에 접어든 부부가 80대 부모를 모시고 살아갈,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포근한 집이다. 부부가 평생 타인을 위해 살아온 탓에 많은 돈을 모으지 못해 소박한 집을 지어야 했다. 더구나 삼대가 사는 집이다 보니 작게 지을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이 집은 장년과 노년이 새롭게 시작하는 삶을 담을 수 있어야 했다. 이 집은 단순한 집이 아니라 가족을 다시 모이게 하는 의미 있는 공간이었다. 층층나무가 있는 샘 옆으로 주방과 부엌을 놓아 안주인이 늘 바라보게 했고, 동네가 내려다보이는 입구 쪽으로 노부모가 앉는 거실을 놓았다. 그렇게 건축주 부부가 여태껏 살아온 삶, 지켜온 방향에 의해 지어진 집이자 동시에 평생을 보낼 ‘층층나무집’이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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