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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건축으로 읽는 ‘K’ 유전자 자연은 어떻게 건축이 되는가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다 #한옥 #금산주택 #도산서당 자연에서 생겨나다 #이지당 #한양 #까사 가이아 건축에 자연을 담다 #좋은 글 #좋은 건축 #차경 #선의 집 대화하듯 잇는 건축 #종묘 #내소사 설선당 #프라즈나의 집 드러내지 않고 관조하다 #닭실마을 #충재 #청암정 #서석지 #주일재 땅의 결을 살리다 #화엄사 #지리산 #들어가는 길 ‘추상화’로 구현한 독창성 #석탑 #고려청자 #조선백자 새로운 정신을 새로운 양식으로 #염거화상 부도 #도의선사 부도 #철감선사 사리탑 시간이 완성하는 랜드마크 #낙산공원 #한양 도성 제2장 미학의 켜, 시대의 풍경 건축은 어떻게 시간을 담는가 폐허의 미학, 사라진 시간의 기억 #폼페이 #무녕왕릉 #진전사 터 #대동사 터 정중동의 미학 #살풀이춤 #종묘 존경받는 어른 같은 집 #양동마을 #송첨 종택 단정하고 실용적인 공공건축 #임영관 삼문 #칠사당 광장이 되는 열린 공간 #광화문광장 #국회 앞 #여의도공원 일상에 자유롭게 스며든 정원 #창덕궁 후원 #가쓰라리큐 #졸정원 ‘한국성’의 건축적 구현 #김수근 #공간 사옥 #세이장 시대를 품은 담백한 건축 #출판문화회관 #홍순인 공간을 나누고 공유하는 지혜 #김명관 고택 #명재 고택 #장연재 제3장 K미학의 원형을 찾아서 무엇이 한국의 아름다움을 만드는가 그 시대의 얼굴 #반가사유상 차가운 겨울에도 시들지 않는다 #세한도 #추사 김정희 세상을 똑바로 보다 #대동여지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동국지도 세상에서 첫째가는 글 #한글 #훈민정음해례본 땅의 장단과 어울리다 #산조 #소리의 길 #부석사 비움으로 가득 채우다 #마루 #대청마루 #누마루 이어주고 품어주는 또 하나의 방 #마당 #한옥 마당 #명재 고택 우리 시대의 한옥 #개량 한옥 #민병옥 가옥 #박길룡 생각의 미로를 헤매다 오래된 질문을 만나다 #한옥 개조 #철학 서점 #오래된 질문 사진 및 그림 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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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를 붙일 만한 한국적인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우리 문화를 중국 문화에 비해 화려하지 않고 일본 문화처럼 정교하거나 섬세하지 않다고 깎아내린다. 꼭 그럴까? 분명 우리 문화에는 우리만의 독자적인 미학과 방법이 있다. 건축만 보더라도 우리 땅의 특성을 읽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 「여는 글」 중에서 자연을 존중하는 태도는 동양 문화의 특징이긴 하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더욱 강한 편이다. 자연을 경외의 대상이자 인간보다 훨씬 강한 존재로 보고, 그 안에 들어가 사는 사람에게 조화와 순응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한옥에 담겨있다. ---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다」 중에서 한양의 고지도는 마치 자유로운 언어 속에 질서를 숨겨놓은 현대 시 같다. 지형을 건드리지 않고 도시를 만들다 보니 무언가 복잡한 선이 교차하고 산과 길이 서로 감싸고 돈다. 물이 제 길로 흐르고 골목이 도시 전체에 실핏줄처럼 퍼져있다. --- 「자연에서 생겨나다」 중에서 건축은 자연을 바라보는 창이다. 땅 위에 건물을 짓고 그 안에 창을 달아 풍경을 담는다. 문으로는 사람이 드나들고 창을 내어 자연이 드나들게 만든다. 그리고 각 영역의 성격에 맞도록 경치를 담는다. 그림을 액자에 거는 것처럼, 건축은 풍경을 방으로 끌어들이는 행위다. --- 「자연을 건축에 담다」 중에서 사람과 자연과 공간이 서로 대화하고 잇고 보태며 완성하는 건축. 그것이 한국 건축만의 또 다른 특징이다. 공간을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처럼 대했던 우리 건축에는 고정된 것보다 움직임과 변화를 중시하고 ‘막힌 것은 곧 죽음’이라 여겼던 선조들의 철학과 지혜가 녹아있다. --- 「대화하듯 잇는 건축」 중에서 나는 폐허, 특히 오래된 절의 옛터에 가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경주 한복판에서 과거의 화려한 역사가 다 저물고도 초연한 황룡사 터, 여주의 고달사 터…. 그런 장소에 가면 가만히 앉아 한동안 볕을 쬔다. 그 순간에는 나를 둘러싼 공간뿐 아니라 우주에서 떠돌아다니는 무한한 시간이 쏟아져 내려와 내게 말을 거는 것 같다. --- 「폐허의 미학, 사라진 시간의 기억」 중에서 동양 사상, 특히 한국 사상에 입각한 예술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이런 부분이다. 서로 모순되는 여러 개의 사상을 통섭하는 ‘정중동’이라든가 ‘도가도 비상도道可道非常道(《노자도덕경》에 나오는 말로 ‘도를 도라고 말할 수 있으면 이미 영원한 도가 아니다’라는 뜻)와 같이 아리송한 개념을 앞세우고, 실질적으로 그런 사상에 푹 담갔다가 꺼낸 듯한 결과물을 태연하게 내보이는 것이다. --- 「정중동의 미학」 중에서 모르고 보면 대가의 손길이 스친 곳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힘들다. 집과 집 사이 틈에 전망을 열어놓았는데 풀이 듬성듬성 나있고 돌이 여기저기 놓여있으며 구석에 나무가 몇 그루씩 자라고 있을 뿐이다. 가꾸지 않아도 되는 정원, 사계절 내내 꽃과 과실이 고루 달리는 파노라마 같은 풍경…. 너무 자연스러워 만든 이의 의도를 알 수 없는 정원이다. --- 「일상에 자유롭게 스며든 정원」 중에서 요즘에는 마루라고 하면 나무로 덮인 방의 바닥 혹은 나무로 만든 바닥재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우리 옛집에서 마루는 처마 밑이나 지붕 아래 있기는 하지만 벽 없이 외기에 그대로 노출되어 내부와 외부의 중간적인 역할을 하는 중요한 매개 공간이다. 집의 안팎이 스스럼없이 만나고 합치는 우리 건축의 특성이 마루를 통해 비로소 드러난다. 다시 말해 마루는 ‘전이적 공간’이며 경계를 넘나드는 ‘무변無邊적 공간’이다. --- 「비움으로 가득 채우다」 중에서 우리 건축에서 집과 마당의 관계는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어떤 대상을 그림으로 그리고 나면 빈 부분이 남는데, 서양은 무언가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동양은 대상만큼이나 여백을 중요시했다. 동양과 서양의 건축이나 집에 관한 생각에도 이와 같은 차이가 존재한다. --- 「이어주고 품어주는 또 하나의 방」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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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는 공간적 감각이다.”
BTS와 블랙핑크는 왜 광화문광장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컴백을 알렸을까.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한 한국의 일상 공간들은 왜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을까. 알 듯 모르겠는 ‘K문화’의 저력에는 우리가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전통예술과 공간의 힘이 작동하고 있는 게 아닐까. 《건축의 K》는 오늘날 세계인의 문화적 취향으로 자리잡은 ‘K’, 즉 한국과 한국적인 것의 본질이자 뿌리 정신을 건축의 언어로 읽어보려는 시도다. EBS 방송 〈건축탐구-집〉, 그리고 20여 권의 저작을 통해 집(또는 공간)의 존재 이유와 건축가의 존재 이유를 동시에 알려온 건축가 노은주·임형남 부부가 한국미의 원형을 품은 건축과 예술품, 현대 도시 공간들, 그리고 대중문화 속 ‘K’의 의미를 새기며 쓰고 그린 것을 모아서 묶었다. “우리 역사에 그동안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탁월한 문화적 뿌리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어느 날 갑자기 운 좋게 세상에 드러난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우리가 품었던 문화적 자양분이 발아해 드디어 꽃으로 피어나는 것이 아닐까?” -6p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은 〈건축으로 읽는 ‘K’ 유전자〉. ‘자연은 어떻게 건축이 되는가’라는 소제목을 달고 한옥과 사찰 등 전통 건축물이 지어지는 방식을 통해 우리의 오래된 공간 감각을 탐구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은 무척 오래되고 단단하고 여름과 겨울의 기후 차이가 커서 이웃한 중국이나 일본과는 다른 공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우리 건축에는 북방식 온돌과 남방식 마루가 함께 등장하고, 마루와 마당 등 자연을 향해 열린 듯 닫힌 공간이 있다. 나무 주무르듯 능숙하게 돌을 다루는 기술이 발달했고, 건축은 산지와 물길을 따라 집들을 배치하면서 공간이 흐르는 듯한 자유분방함을 띤다. 저자는 이렇듯 ‘경계를 넘나드는’ 공간의 특성이 K문화의 유전자로 자리 잡아 문화적 국경이 사라진 21세기에 꽃을 피우고 있다고 해석한다. 제2장 〈미학의 켜, 시대의 풍경〉은 건축의 또 다른 재료인 시간에 관한 이야기이다. ‘건축은 어떻게 시간을 담는가’라는 소제목 아래 한국적 미학과 공간 문화가 구현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박물관에 보관된 유물과는 다르게, 실물로 존재하며 자연의 가혹한 변화를 몸으로 버티고 역사의 시간을 몸에 새긴 채 서있는 건축물은 우리가 겪어보지 못했던 시대와 당시 사람들의 삶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그래서 오래된 집, 길, 도시 구조에서 우리는 지나온 시간을 담은 K미학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저자가 이끌고 간 폐허와 고택, 공원과 광장, 한국성을 담은 현대 건축물 앞에서 그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한국다움’을 만드는 가장 큰 재료는 시간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제3장 〈K미학의 원형을 찾아서〉는 저자들이 건축가로 성장하는 동안 특별한 영감과 감동을 받았던 전통예술 이야기, 그리고 우리의 일상 공간에서 미학을 발견하는 법을 다룬다. ‘무엇이 한국의 아름다움을 만드는가’라는 소제목 아래 반가사유상과 세한도, 한글, 전통음악 산조, 고지도 이야기부터 마당과 마루, 한옥 개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적·공간적 텍스트를 통해 한국인의 감각과 세계관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최근 크게 성공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나온 한약방, 목욕탕, 골목길 같은 우리의 평범하고 일상적인 풍경에 외국인들이 특별한 관심을 보인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익숙하다고 무심했던 우리 주변에 대한 시선도 새삼 각별해지면 좋을 것이다. -8p 저자들은 너무 익숙해서 그 소중함을 모르고 함부로 개발의 손을 대곤 하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공간들에 대해서도 관심과 애정을 당부한다. 세계는 이제 한국의 음악과 이야기뿐 아니라 공간 감각과 미학에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K건축’이라고 자부하며 내놓을 수 있는 모습, 그리고 정신은 어디에 있는가. 문화는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그 땅의 자연과 사람 사이에서 형성된 공간의 감각 속에서 자라난다. 그 감각을 건축의 언어로 읽어보고자 한 이 책의 시도가 K문화를 사랑하고 소비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리고 한국 전통예술과 공간문화에 관심이 있는 교양 독자들에게 새로운 읽기의 경험이 되기를 바란다. |